265.
“What The fu-k Is That?!”
티파니 맥센이 벌떡 일어섰다.
편하게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
갑작스럽게 터진 신의 수직낙하기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내뱉은 욕설.
티파니의 옆에 서서 함께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집사가 헛기침을 했다.
“……Language.”
“아, 아. 죄송.”
“놀라셨나 보군요.”
“어, 음. 넵.”
티파니는 황당해 고개를 끄덕였다.
수직으로 꽂힌 신의 스쿱 파워 슬램.
실수인가?
아니면 슛인가?
혼란스러운 와중, 해설자들도 당황해 횡설수설 코멘터리를 이어나갔다.
[이, 이게 대체……!]
[신이 테이커에게 스쿱 파워 슬램을 먹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멈춰 서서 파일 드라이버로 연결을 했습니다!]
[아니죠! 저건 브레인 버스터입니다! 자세가 다르지 않습니까?!]
실제 상황인가?
프로레슬링을 오래 봐온 만큼, 거기다 직접 일까지도 해본 만큼, 티파니는 어느 정도 그 분간을 할 줄 알았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그럴 거다.
조금 전의 무브는 의도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위험했다.
그리고 강력했다.
“신, 이게 대체…….”
따라서 실수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신이 테이커에게 저런 위험한 기술을 날릴 리가 없었다.
수직낙하기.
WWF에서는 위험성 문제로 허락을 맡은 선수나 테이커처럼 신뢰를 받는 선수가 아니면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런 테이커마저도 수직낙하기가 워낙 위험해 현재는 ‘라스트 라이드’라는 파워 밤 기술을 장착한 상태인데.
아무리 봐도 실수.
그것도 엄청나게 큰 실수.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는 일격.
팬들도 경악할 정도의 살인기.
신의 허리가 문제였나?
아니면 테이커가 무게 중심을 넘겨주지 못한 상태에서 그대로 떨어졌나?
어느 쪽이든 최악이었다.
“후우.”
아니, 침착하자.
순간 놀라 흐트러진 금발을 쓸어 넘긴 티파니는 다시금 TV에 집중했다.
테이커를 수직으로 꽂은 자세에서 잠시 굳어져 있던 이내 신이 움직였다.
그것을 보자니 조금 전의 기술이 실수일 것 같다는 불안에 확신이 섰다.
추욱 늘어진 테이커의 몸이 뒤집혔고, 신이 그 위로 쓰러지면서 커버했다.
[1……!]
모두가 숨을 멈춘 상황.
진짜로 수직낙하기가 실수였고 테이커가 큰 부상을 입거나 기절해서 경기가 이대로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모두들 불안해하는 와중, 심판이 조금 더 뜸을 들여서 카운트를 셌다.
그리고 사실.
그마저도 ‘연출’이었다.
신은 조금 전의 수직낙하기가 마치 실수로 시전된 것처럼 연출해서 그 위험성을 팬들이 실감하도록 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신이 승리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크게 조성했다.
이 기술.
안티 크라이스트는 다시 말해 실수가 아니라면 절대 WWF에서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무브라고.
그 정도로 위험하고 강력한 살인기.
[2……!]
심판이 두 번째 카운트를 셌고, 티파니는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끼며 계속해서 경기를 지켜보았다.
* * *
[2……!]
테이커가 어깨를 들었다.
[Uooooooooooooohhhhh!!]
팬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아슬아슬했다.
[테이커가 죽은 줄 알았습니다!]
[너무 위험한 기술이었어요! 상대방을 죽여서라도 반드시 이기겠다는 신의 강렬한 열의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면 안 됩니다! 신! 너무 위험한 곳으로 가고 있어요!!]
[그럼에도 데드맨은 강합니다! 저 기술을 버텨냈습니다! 신도 지금 당황한 표정이 얼굴에 역력합니다!!]
[Booooooooooooooooooo!]
순간적으로 야유가 터져 나왔다.
경기는 친선전을 벗어났다.
신은 더 이상 도전자가 아닌, 동등한 상대로 테이커를 계속 몰아붙였다.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팬들이 테이커의 이름을 외쳤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챈트와는 달랐다.
테이커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는 이미 깨졌고, 팬들은 지지 말아달라는 듯 테이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그리고 물론, 테이커는 호락호락하게 쓰러질 사내가 절대로 아니었다.
“크윽?!”
[아! 테이커가 신의 목을……!]
[Yeeeeeeeeeeeeeaaaaahhhhh!!]
순간적으로 반격이 이루어졌다.
신의 목을 붙잡은 테이커가 그 등을 붙잡고 힘차게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초크 슬램.
투콰앙-!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신.
한순간 테이커를 몰아붙였던 신은 그걸로 인해 한계를 넘어서고 말았다.
하지만 테이커는 멈추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진 신을 일으켜 세운 테이커는 똑같이 되갚아주겠다는 듯, 한 가지 기술을 사용하려고 들었다.
툼스톤 파일 드라이버.
그가 신을 들어 올려 어깨에 들쳐 메자 순간적으로 팬들이 크게 경악했다.
[Uooooooooooooohhhhh?!]
하지만 끝내 테이커는 그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고, 자신의 피니시 무브인 라스트 라이드로 마무리를 했다.
파워 밤.
신을 머리 위로 힘차게 들어 올린 테이커가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투-콰앙-!
2미터 위에서부터 등으로 떨어진 신은 기절한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커버.
[1! 2! 3……!]
땡땡땡!!
링 벨이 크게 세 차례 울리며 경기는 테이커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Waaaaaaaaaaaaaggggghhhh!!]
팬들의 환호와 함께 승리한 테이커의 테마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테이커는 세리모니를 하는 대신 신의 귓가에 슬며시 입을 가져다댔다.
“Nice Job, Kid.”
“……목은 좀 어떠세요?”
“멀쩡해.”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어 보인 테이커가 신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어깨를 툭툭.
신을 인정하는 제스처.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그러더니 세리모니도 없이 링을 떠나는 그의 모습에 팬들은 그야말로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었다.
그 가운데 멍하니 서있던 신은 긴 한숨과 함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좀 부족하군.’
오늘 절실히 느낀 바였다.
* * *
경기가 끝난 뒤.
짐을 챙겨서 나온 나는 기다리고 있던 오튼과 함께 캠핑 버스에 탔다.
많은 것을 남긴 경기장을 놔두고.
또다시 다음 도시로.
완전히 지쳐 소파에 드러누운 나는 반대편에서 곯아떨어진 오튼을 바라보다 이내 라디오를 틀었다.
채널은 물론 그곳이다.
[정말이지 엄청난 경기였군. 시사하는 바가 무척이나 많아. 멋졌어.]
[역시 테이커의 승리로 끝났군.]
[뭐, 그건 당연한 결과였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응?]
[경기 시작하기 직전에 테이커가 머리를 쓰다듬으니까 신이 열 받아서 안면을 후려친 퍼포먼스가 있었잖아?]
[그거 멋졌지.]
[그래, 그로서 신이 선언한 셈이지. 이건 ‘도전’이 아니라 ‘싸움’이라고.]
[호오, 그런 퍼포먼스였군.]
[지금까지 테이커에게 싸우자면서 덤빈 선수가 대체 몇 명이나 됐어?]
[한 명도 없었지. 거기다 신도 실패했잖아. 그 기술까지 썼지만 말이야.]
[아, 그 수직낙하기? 호쿠토 아키나의 노던 라이츠 밤을 스쿱으로 퍼올리면서 꽂는 게 꽤나 인상적이더군.]
[그걸 썼을 때는 분위기가 넘어오는가 싶었는데. 역시 테이커는 강했어.]
결국 신도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테이커와 싸움을 하지는 못했다.
멋진 도전이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게 그렇게 되나?]
[왜? 이번 경기는 그랬잖아.]
[다음 경기도 있잖아?]
[뭐? 왜 그렇게 돼?]
[아, 하긴. 두 사람은 다시금 태그 팀 활동을 하게 될 테니까.]
[그렇지 않겠어? 신도 ‘우리는 팀이지만 나는 당신과는 한번 싸워보고 싶다.’라고 이야기했으니까 말이야.]
경기에서 졌다고 태그 팀이 분열되면 신의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이 생길 수 있으니 그런 전개로는 가지 않을 거다.
그게 기자들의 결론이었다.
다 맞는 말이었다.
특히 ‘다음 경기’에 대해서 말한 렐처는 역시 전문 기자로서 먹어온 짬이 있는지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이 대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은 안타깝게 패배했지만, 나름대로 하나를 이뤄냈다는 느낌이었다.
‘안티 크라이스트’.
아직까지 정식으로 그 이름이 밝혀지지는 않은 내 새로운 피니시 무브.
하지만 확실히 말해 일반적인 상황에서 사용할 기술은 절대 아니었다.
나도 테이커니까 믿고서 쓴 거지.
서로에 대한 신뢰와 피폭자의 유연성, 시전자의 기술 시전 능력이 모두 뒷받침되어야 쓸 수가 있었다.
“……야.”
바로 그때, 한창 반대편 소파에서 자는가 싶었던 오튼이 나를 돌아보았다.
오늘 경기에서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면서도 더욱이 최고의 악역으로 어그로를 잔뜩 끌어댔던 녀석은.
“잠 좀 자자, 잠 좀. 너는 오늘 그 고생을 해놓고 또 레슬링이냐.”
“…….”
갑자기 짜증을 부렸다.
“어? 인마, 내가 술 한잔하자고 해도 절대 안 하고. 그렇게 열심히 해봤자 남는 게 뭐라고 그러냐?”
“너 그러고 보니 이번 달 캠핑 버스 사용비, 입금 아직 안했더라.”
“그런 널 존경한다. 신. 정말. 많이.”
“……뭐에 썼냐.”
그 말에 안색이 창백해진 오튼이 이어 죽어가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주식을 했다는 모양이다.
‘이 멍청이가 가장 오래 일을 했던 이유가 바로 이 이유 때문이었군.’
내가 사라고 했던 액플은 끝끝내 비웃더니 어디 돈을 꼬라박은 것일까.
왠지 얼마 전부터 계속 노트북을 보면서 영! 차! 영! 차! 하는 게, 또 무슨 이상한 취미에 빠진 걸까 싶었는데.
‘그게 주식이었군.’
나는 어이가 없어져 생각했다.
그러자니 괴로운 기억으로부터 피하려는 듯 갑자기 말을 돌리는 오튼.
“그나저나, 너 오늘 쓴 기술. 그거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안티 크라이스트.”
“뭔 기술 이름이 그러냐.”
“이 기술은 명백하게 내가 대적자의 입장에서만 사용하는 기술이니까?”
“……무슨 소리야.”
“테이커가 선지자라는 거지.”
“장의사인데?”
“하지만 팬들에게는 15년 이상 자신들을 즐겁게 해준 베테랑이니까.”
테이커는 존경을 받는 사내다.
그만큼 그로부터 승리를 따내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팬들이 그런 일을 바라지 않고 있을지도 몰랐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
이치에 반하지만 원하는 소망.
팬들에게는 그것이 테이커가 계속 승리하며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것이리라.
실제로 테이커는 그런 소망과 짭짤한 돈으로 인해 오랫동안 활동했다.
무려 2020년까지.
총 30년의 커리어.
나이를 꽤 먹은 2010년 정도부터는 오직 4대 페이퍼뷰에만 출연했지만.
아니, 그마저도 버거워 나중에는 레슬 임페리움에서만 경기를 치렀지만.
경기력이 줄어들어도.
벌크가 빠져도.
나이가 들어 탈모가 와도.
그의 카리스마는 여전했으며.
팬들은 끝까지 환호를 보내주었다.
“물론, 테이커처럼 절대적인 호응만 받는 선수는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건 테이커가 항상 시대의 주류에서 언제나 미묘하게 빗겨서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테이커의 시대는 없었다.
그는 언제나 강한 선수였으나, 시나처럼 커리어 내내 타이틀 전선에서 노는 시대의 주역은 결코 아니었다.
“그나마 주연으로 활약했던 게 태도 불량 시대였지만, 그때도 락콜드나 더 팍에게 항상 자리를 양보했었지.”
오튼에게는 적당히 지금 할 수 있는 설명만 이어나가며 나는 그렇게 테이커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물론, 그럼에도 언제나 최강자의 이미지를 유지한 건 어디까지나 테이커가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야.”
“실제로?”
“정말 강하더라고.”
“혹시 케이페이브 지키는 거냐?”
“아냐, 인마.”
좀 복잡한 이야긴데.
프로레슬링에도 분명 존재한다.
강자와 약자가.
“어쩌면 프로레슬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선을 지키는 걸지도 몰라.”
“자기 주제를 알아야 한다는 건가.”
“그래, 한 선수가 가진 재능과 노력을 통해서 정해지는 것…… 다시 말해 위상인 셈이지.”
그렇게 봤을 때.
테이커는 정말로 강했다.
그의 외모.
연기력.
기믹.
카리스마.
운동 능력.
쌓아온 업적들.
모든 요소들이 이 업계에 전설로서 군림하고 있는 남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좀 까불어봤는데. 영 안 되더라고.”
“아아, 하긴 그렇지. 만약 같이 링에 올랐는데 내가 테이커를 이기기라도 한다면 팬들이 날 죽일지도 몰라.”
“그건 네가 악역인 것도 있고.”
하지만 난 팬들이 사랑하는 선역이었다. 그렇기에 안티 크라이스트를 썼을 때 야유는 솔직히 좋지 못했다.
그리고 그걸로 확실해졌다.
“해볼 만하겠어.”
“응……?”
“시간이 많이 있으니까.”
나는 비릿하게 웃었다.
다행히 이제 막 7월이 끝났고.
이후로도 나는 태그 팀 타이틀과 U.S.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는 더블 타이틀 홀더로서의 푸시가 기다렸다.
“그렇게 해서 차근차근, 내가 테이커를 이길 수 있을 만한 위상의 선수라는 걸 팬들에게 보여주는 거지.”
“가능하겠냐? 상대가 상대인데.”
“아, 물론. 대가를 치러야겠지.”
“어떤 대가?”
“악역 전환을 해야 할 거야.”
오늘 경기에서 느꼈다.
내가 테이커에게 안티 크라이스트를 사용한 순간, 난 정말 그렇게 되었다.
선지자의 심장을 찌른 적그리스도가 되어서 신도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 오튼이 뺨을 긁적거리며 의아하다는 듯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
“응?”
“아니, 너 선역으로도 잘 나가고 있잖아. 기왕이면 계속 그러는 게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길 아닌가 해서.”
“네가 뭘 모르는구나.”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악역으로서 관객들의 증오와 야유를 받는 그 순간이야말로 프로레슬러에게 있어서 가장 즐거운 순간인데.”
“……아, 그래. 너 그런 놈이지.”
오튼이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악역으로 돌아간다.
몇 년 만이더라?
아니, 일단 그전에 더블 챔피언에 오르는 것이 먼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