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270화 (270/634)

270.

캘리포니아 주, 베벌리 힐스.

미국에서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고 한다면 절대로 빠지지 않는 지역.

매매가 팔천만 달러에 육박하는 초호화 저택의 응접실에는, 현재 다섯 명의 소년소녀들이 모여 있는 상태였다.

일명, 조나단과 친구들.

고등학교 미식축구부의 쿼터백인 조나단과 그 여자친구인 샐리. 학교에서도 줄곧 함께 다니는 나름의 ‘인싸’들.

그들이 30인치 초대형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는 방송은 바로 WWF의 페이퍼뷰인 파이널 아마겟돈이었다.

집주인이 전화로 유료 방송을 구매해서 함께 비용을 나눠 내는 건, 서민들이나 부자들에게 있어서나 별반 다르지 않은 시스템이었다.

프로레슬링, 피자, 그리고 콜라.

이런 상황을 천국에 비유하지 않는 건 조나단의 여자친구인 샐리뿐이었다.

“저기, 조. 네 방에 가면 안 돼?”

“이거 끝나고.”

“이게 뭐야. 프로레슬링?”

“엉, 되게 중요한 경기야.”

건성건성 대답한 조나단은 여자친구에게 좀 조용히 해달라는 의미로 피자 조각을 하나 건네주었다.

오늘 경기는 그만큼 중요했다.

거기에 입술이 샐쭉 나온 샐리는 이해 못할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프로레슬링.

모두 가짜라고 들었다.

그런 게 뭐가 재미있단 말인가?

네 명의 소년들이 다들 즐거워 떠들어대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자신이 이상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늘 누가 이길 거 같냐?”

“당근 신이지.”

“오튼이 이겨야지!”

“저 새끼, 이상하다니까. 오튼 같은 걸 누가 좋아하냐? 죄 비겁하기만 한데.”

“R.K.O. 존나 멋있잖아! 그러는 너희야말로 그런 동양인이 뭐가 멋있냐?”

“동양인?”

샐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 동양인도 레슬러가 있어?”

“너 그거 인종차별이거든.”

“…….”

“햐, 인권운동가 양반 납셨네. 조만간 신에게 자기 피도 보내겠구먼.”

“고추 털도 보낼걸.”

“닥쳐.”

“조심해, 샐리! 네 남친 게이야!”

“아니거든.”

“이제 1년 됐나? 갑자기 웬 멋진 놈이 나왔다면서 프로레슬링을 보기 시작하더니 이제 완전 푹 빠져버렸어.”

“니들도 신 좋아하잖아!”

조나단이 항의했다.

그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확실히 신은 쿨하고 멋져서 무슨 각본을 해도 확실히 재미가 보장되었다.

거기에 경기 자체도 쩔어주게 했고.

프로레슬링을 보는 팬이라면 어쨌든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렇게 티격태격.

조나단의 권유로 프로레슬링을 보기 시작한 친구 세 명과 동양인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동한 샐리까지.

다섯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광고가 끝나고 페이퍼뷰가 시작되었다.

“가즈아-!”

조나단이 흥분해 소리쳤다.

[WWF 파이널 아마겟돈! 이곳에 찾아주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저는 이번에 해설을 맡게 된……!]

“아, 더럽게 끄네!”

예나 지금이나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건 소년들의 나쁜 습성이다.

그런 상황에서 해설들은 스포츠 중계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며 파이널 아마겟돈을 진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매치 카드가 차례차례 떠올랐고 샐리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어라, 저 동양인은 왜 두 번 나와?”

“어? 어, 지금 더블 챔피언이야.”

“와, 진짜 잘 나가나보네?”

“지금 가장 쩌는 놈이라니까!”

“에이, 아무리 그래도 시나나 테이커가 훨씬 더 위지 어떻게 가장 쩌냐?”

“무슨 개소리야! 신이 11월의 링 서바이벌에서 어땠는지 잊었어?!”

“아, 그래. 버닝콩 쪽 챔피언 둘 다 쓰러뜨리면서 완전 슈퍼 캐리했지.”

“마지막에 진짜 멋졌는데.”

“그러니까 신이…….”

바로 그때였다.

[Hey-!]

흥겨운 베이스 리프와 함께 남성 보컬의 목소리가 거기에 섞여들었다.

그러자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Booooooooooooooooo-!]

두 사람을 제외하고, 자리에 있던 소년들이 마구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중 한 사람은 스스로가 랜스 오튼의 팬이라고 이야기했던 소년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샐리였다.

그녀는 지금 일이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건지 이해도 못했다.

하지만 텔레비전에 나온 근육질의 젊은 선수를 보고 순간 눈을 빼앗겼다.

“호오…….”

“야, 잘생기지 않았냐?”

“확실히 그러네.”

꽤 괜찮았다.

선명하게 그려진 복근. 빵빵한 가슴. 넓은 어깨, 마지막으로 큰 키까지.

그걸 남자들은 단순히 강하다고 느끼겠지만 한창때의 고등학생 소녀는 군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나온다!!”

“가자! 가자! 가자! 가자!!”

오튼이 링 위에 올라가고 잠시 음악이 잠시 멈추자 소년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마구 테이블을 두드렸다.

대체 뭐지? 싶었던 순간이었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

[Yeeeeeeeeeeeeeeaaaaaahhhhh!!]

‘주인공’이 나왔다.

그걸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신성한 빛이 경기장 안을 가득 채웠고, 이내 천천히 입장로로 집중되었다.

그리고 누군가 나오나 싶더니 화면 밖에서 나온 연기가 화면을 순간 가렸다.

하지만 주인공은 곧바로 그 연기를 꿰뚫고 화면 앞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C’mon-!!]

흥분해 소리치는 그는, 동양인.

본 적이 없던 상황이었다.

샐리가 지금껏 봐왔던 모든 스포츠에서 주인공이 동양인인 적은 없었다.

아니, 스포츠뿐이랴.

만화, 소설, 영화 등, 미국이 만드는 거의 모든 매체에서 주인공은 백인이었는데.

하지만 방금 나온 남자보다 두 배는 선명한 복근을 보자 곧바로 납득이 됐다.

샐리는 머릿속에 막연히 가지고 있던 동양인 남성에 대한 이미지가 순간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깔끔한 포마드 컷 헤어.

선글라스에 재킷.

그 사이로 보이는 멋진 복근.

양어깨에 각각 걸친 두 개의 벨트는 그가 어떤 존재인지를 시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자! 신!!”

학교에서는 쿼터백으로 쿨하기 그지없는 조나단이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막상 시작된 경기를 본 샐리는 5분도 지나지 않아 신의 팬이 되고 말았다.

* * *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이건만, 나에 대한 팬들의 신뢰는 정말 절대적이었다.

5만 관객들의 대합창.

U.S. 챔피언십 벨트를 머리 위로 들어올린 나는 자신의 존재감을 느꼈다.

아니, 실감했다.

이전보다 훨씬 환호가 커졌다.

그렇기에 앞으로 이어질 배신은 분명히 팬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올 터.

하지만 그전에.

일단 이 경기를 슈퍼 멋지게 해낸다.

부상 같은 건 아니었다.

단순히 근육통, 그리고 찰과상.

오른쪽 어깨에.

자, 여기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아주 미묘하게 사고의 위험이 있어도 오른팔로 계속 밀고 나갈 것이냐.

아니면 좀 어색하고 합이 덜 맞더라도 오늘 경기만 왼팔을 사용할 것이냐.

내 선택은 물론 간단했다.

오른팔로 계속 간다.

이것도 얼마 안 남았고.

난 얼마든지 더 할 수 있다.

땡땡땡-!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링 벨과 함께 나는 오튼을 향해 곧바로 접근했다.

하지만 녀석은 반대로 링을 크게 돌면서 탐색전으로 들어가고자 했다.

그런 식으로 투지가 넘치는 나와 반대로 빠져나갈 수단만을 찾고 있는 오튼의 모습을 대비하듯이 보여주었다.

거기에 질려서 내가 발을 멈추자 팬들이 오튼에게 야유를 쏟아 보냈다.

[Boooooooooooooo-!!]

그렇게 부정적인 반응 속에서 오튼은 악역 전문 레슬러답게 오히려 링 아래로 슬쩍 빠져나가며 야유를 끌어 모았다.

막상 기대하던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오튼이 질질 끌며 심리전을 거는 상황.

‘확실히 잘해졌어.’

나는 웃음을 참으며 생각했다.

예정된 무브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고구마를 공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게 이 경기의 목적이었다.

오튼이 야유를 모으고 내가 환호를 받아서 다음 이야기로 이어가는 것이다.

나도 질 수야 없지.

관객들의 어그로를 끄는 고구마 오튼을 엿 먹이기 위해 신-콜라가 나선다!

“후우.”

나는 오튼을 믿었다.

녀석의 위치는 링 아래, 하지만 멀리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 상태였다.

거기에서 녀석이 말하고 있었다.

플란챠를 사용하라고.

반대편 로프에 몸을 장전했다.

꾸욱-.

순간 내 체중을 실은 로프가 크게 당겨졌고 이내 나를 반대편으로 던졌다.

“오튼!!”

일부러 큰 소리로 알린 나는 오튼이 이쪽을 완전히 돌아보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뛰었다.

오버 더 탑 로프 볼팅 플란챠.

[Uooooooooooooooooohhhhh!!]

3단 로프 위로 힘차게 날아오른 내 몸을 오튼이 안전하게 받으며 쓰러졌다.

지릿한 통증.

하지만 거기서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

“좋았어!!”

[Yeeeeeeeeeeeeeeaaaahhhh!!]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링 위의 심판이 텐 카운트를 세기 시작한 가운데, 나는 오튼의 머리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바리게이트로 내던졌다.

퍽-!

등부터 충돌하는 오튼.

[3……!]

링 바깥에서 텐 카운트가 세지기 전까지는 둘 다 링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물론, 아슬아슬할 때 돌아가야만 팬들의 기가 최대한 빨리는 법이었다.

오튼이 바리게이트를 붙잡고 일어나는 걸 지켜보던 나는 이어 힘차게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링 옆에 설치된 계단을 밟고 뛰어오른 나는 그대로 텅 비어있는 오튼의 가슴팍에 프론트 드롭킥을 날렸다.

평소처럼 옆으로 몸을 비튼 채 차는 드롭 킥이 아니라 몸을 일직선으로 누인 채로 날리는 것이 프론트 드롭 킥.

크게 휘청거리는 오튼의 몸.

[Waaaaaaaaaaaaaggggghhhh!!]

쏟아지는 환호.

안전하게 낙법을 친 나는 이어 스피디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가기 시작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오튼을 링 위로 올려 보내고, 나 역시 올라가 그대로 호쾌하게 녀석을 두들겨 팼다.

쫘악-!

퍽-!

쫘악-!

퍽!

브롤러의 전매특허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해머링 앤 찹 러쉬부터 시작해서.

가슴이 벌게진 오튼이 눈빛으로 울기 시작하자, 로프 반동 후 드롭킥을 날리며 순간적으로 시간을 벌어주었다.

콰앙-!

둘 다 링 위에 드러누운 상태에서, 팬들이 내 이름을 외치며 응원을 보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일부러 호흡을 정돈하며 천천히 일어선 나는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하고 있는 오튼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제 녀석이 리드할 타이밍이었다.

그 예정대로 가까이 다가가자 오튼이 곧바로 다리를 걸어 날 넘어뜨렸다.

“윽?!”

그대로 몸이 뒤엉켰고 주도권을 쥐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 사이에서 한바탕 매트 레슬링이 벌어졌다.

순간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목을 조르려는 오튼의 팔을 발로 쳐낸 나는 그대로 빠져나오려고 들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큭……!”

심판의 시선이 팔린 사이, 오튼이 순간적으로 내 안면을 힘차게 할퀴었다.

물론 진짜로 한 건 아니었지만, 나는 일부러 한쪽 눈을 감은 상태에서 고개를 세차게 내저으며 셀링을 수행했다.

[Booooooooooooooooooo-!!]

쏟아지는 야유.

입술을 핥으며 일어선 오튼이 그대로 서로 마주보고 앉은 상태에서 몸을 내밀며 내게 유로피언 어퍼컷을 먹였다.

쩌억-!

팔꿈치 안쪽에 얻어맞은 턱이 힘차게 들리며 나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일어선 오튼은 각종 기술을 사용해 주도권을 쥐고 나를 밀어붙였다.

어, 그리고 솔직히 말해.

꽤나 편안한 상황이었다.

누운 상태에서 상대가 지시하는 대로 일어나 기술을 맞아주면 그만이니까.

일부러 이쪽을 배려(?)한 오튼은 쓰러진 나를 자근자근 스톰핑으로 짓밟으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특유의 느긋한 성격부터 시작해서.

트리플H와 닉 플레어에게서 큰 영향을 받은 녀석은 범프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천천히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전생의 랜스 오튼은 R.K.O.가 빠지면 경기가 좀 심심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분명 처음에는 치고받고 싸웠지만, 어느새 합류해서 나와 여행을 다니며 녀석의 실력은 현재 꽤 많이 는 상태였다.

프로듀서로서의 내가 자부한다.

오튼은 예전보다 훨씬 더 어그로를 끄는 데 능숙했고, 나와 함께한다면 압도적인 야유를 뽑아낼 수 있는 선수였다.

어느새, 그렇게 되었다.

[Orten Su-ks! Orten Su-ks! Orten Su-ks! Orten Su-ks! Orten Su-ks!]

챈트를 보내는 관객들.

하지만 그건 동시에 나를 응원하는 목소리이기도 했다. 팬들은 내가 일어나 저 오튼을 박살 내주길 원하고 있었다.

‘그걸 배신할 수는 없지.’

정확한 타이밍에 기회가 찾아왔다.

팬들의 야유가 한계에 다다르고 모두가 극한까지 지쳐가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때마침 오튼의 공격이 모두 소진되었고, 내게 반격할 타이밍이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그런 상황에서 절대 일반적으로 반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심판이 순간 한눈을 팔고 있는 타이밍에 맞춰서, 나는 방심하고 있던 오튼의 안면을 힘차게 긁어냈다.

받은 대로 되갚아줬다.

[Yeeeeeeeeeeeeeeeaaaaaahhhh!!]

호쾌한 내 행동에 터지는 큰 환호.

“그헉?!”

갸아아아아악!!

얼굴에 손톱자국이 새겨진 채 크게 울부짖는 오튼. 나는 호흡을 집중하며 이어 힘차게 바닥을 박차고 뛰었다.

드롭 킥.

퍼억-!

가슴팍을 걷어차인 오튼이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졌다. 나는 그대로 달려들어서 쓰러진 녀석의 등을 어깨에 받친 상태에서 엉덩이를 잡고 들어올렸다.

콰앙-!

전매특허인 백드롭.

이어서 반대편 로프로 던진 후 달려오는 오튼에게 스쿱 파워 슬램을 썼다.

[Uoooooooooooooohhhh?!]

순간 경악하는 관객들.

‘그 기술’이 나오는가 싶어 다들 놀란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하는 경기의 긴장감을 더해주었다.

신은 과연 누구에게 안티 크라이스트를 쓰는가.

이 또한 앞으로 내 경기를 볼 때 사람들이 주목하는 사실이 되겠지.

적어도 지금의 오튼은 아니었지만.

투콰앙-!

오튼의 등이 바닥에 떨어지는 충격을 이용해 벌떡 일어선 나는 주먹을 하늘 위로 들어 올리며 반응을 끌어냈다.

[Man On Fire!]

짝! 짝! 짝짝짝!

[Man On Fire!]

짝! 짝! 짝짝짝!

[Man On Fire!]

짝! 짝! 짝짝짝!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다.

이렇게 수많은 팬들이 나를 응원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면, 어쩐지 그들이 내 등을 받쳐주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나는 곧장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갔다.

뒤로 돌아.

팬들과 눈이 마주친 상태에서.

힘껏 뛰었다.

피닉스 스플래시.

불길에 타고 있는 새의 이름이 들어간 무브와, 현재 불길 속에 서있는 나.

참 어울린다는 생각과 함께, 내 몸이 정면으로 쓰러져 있는 오튼과 충돌했다.

투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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