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
‘캡틴 업’이 깨졌다.
그것은, 더 이상 로건이 예전과 같은 무적의 선역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Uooooooooooooohhhhh……!]
탄식하는 팬들.
그 가운데에서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로건을 내려다보았다.
사실, 여기에서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이질감을 알아차렸을 터였다.
슈퍼 킥.
분명히 내 피니시 무브인 슈퍼 킥&스팅거 콤보 중 하나였으나 확실히 말하자면 그 위상은 많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캡틴 업을 깨는데 어울리는 기술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깨졌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실수’라는 뜻이었다.
원래 이 스팟에서 로건은 슈퍼 킥을 맞고도 일어나 자리에서 일어나, 결국 스팅거를 맞고 뻗었어야만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슈퍼 킥을 맞자마자 곧바로 뒤로 벌러덩 넘어갔고 덕분에 이런 상황이 연출되었다.
다행히 팬들은 우리 의도대로 큰 충격에 휩싸였지만, 뭔가 로건의 몸에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Waaaaaaaaaaaaaaaaagggghhh!!]
[Booooooooooooooooooooo-!!]
거센 환호와 야유의 파도 속.
나는 거기에 섞여들지 않은 채 로건에게 다가가 목을 조르며 물었다.
상황을 깨달은 카메라 맨이 멀어졌고 심판이 나를 말리는 척 다가와 팔을 붙잡고 함께 상황을 들었다.
“괜찮아요?”
“……미안, 잠시 다리가.”
“시간 벌어줄게요.”
나는 심판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소리쳤다.
“카운트 안 세?!”
다시 파도 속에 몸을 맡겼다.
경기가 계속해서 진행되었고 내 짜증을 들은 심판이 카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카운트였다.
“1, 2, 3!!”
허공에서 크게 팔을 휘두르며 5 카운트. 이 안에 손을 놓지 않으면 내 반칙패가 선언되는 상황이었다.
어이가 없어 로건의 목을 조르던 손을 놓은 나는 심판에게 다가갔다.
“핀 폴이잖아!!”
“목을 조르면 어떻게 해?!”
“아니, 양어깨가 바닥에 닿아있는데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그런 식으로 심판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나는 계속해서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판이 눈짓으로 상황을 가르쳐줬다.
[Waaaaaaaaaaaaaaaggggghhh!!]
그리고 이어지는 건 환호.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로건이 일어섰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척 연기하며 심판을 몰아붙였다.
그리고 뒤이어.
[Yeeeeeeeeeeeaaaaahhhh!!]
환호와 함께 날 돌려세우는 로건.
땀으로 범벅이 되어.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그가 이어 내 얼굴을 향해 힘차게 주먹을 휘둘렀다.
빠악-!
그걸 받아내며 옆으로 물러선 나를 로건이 계속해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캡틴 업이 깨졌고.
이미 만신창이였다.
그럼에 그는 계속 날 공격해왔다.
이미 ACW는 3패를 기록했다.
랭 새비지.
크로우.
케빈 대시&스카티 홀.
모두가 우리에게 패배했다.
그렇기에 이 경기.
가장 큰 메인이벤트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각오를 굳히며 로건은 그렇게 각종 기술들로 나를 공격해왔다.
순간 몸이 번쩍 들렸다.
나를 어깨 위에 짊어진 로건이 그대로 힘을 줘 머리 위까지 들어올렸다.
팔이 바들바들 떨렸지만 버텨내면서 그대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Waaaaaaaaaaaaggggghhhh!!]
거기에서 좀 놀랐다.
상대를 어깨에 짊어진 상태에서 양팔을 사용해 번쩍 들어 올리는 기술.
밀리터리 프레스.
내가 아무리 프로레슬러 중에서는 체중이 비교적 가벼운 축이라고 해도.
ACW에 있으면서 근육을 10kg 불려서 이제는 100kg을 넘긴 상태였다.
그리고 그 몸에 적응할 만큼 훈련도 충분히 마친 상태라서 운동 능력도 최대한 유지를 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로건은 그런 나를.
‘의지’로 들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
굵은 팔뚝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거기다 시간이 이어지자 중심을 잃고 앞뒤로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슬슬 한계로군.’
나는 준비를 했다.
로건이 날 붙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그대로 뒤로 빠졌고, 나는 순간 1.9미터 아래로 중력을 받아 추락했다.
전방 낙법.
콰앙-!
그 반동으로 튕겨 오른 나는 그대로 바닥을 구르며 크게 몸부림을 쳤다.
[Waaaaaaaaaaaaagggghhhh!!]
그러면서 흘끔 보자 로건이 귀에 손을 가져다대며 팬들의 환호성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드디어 주도권이 넘어간 상태에서 바닥에 뻗은 나는 이제야 좀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심호흡을 했다.
로건이 계속해서 액션을 취하면서 분위기가 넘어온 것을 상기시켰다.
크게 삼키고.
천천히 내뱉으며.
로건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는 그동안 참았던 것을 토해내듯 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 스타일은 파워 하우스.
상대를 들어 매치는 각종 기술을 맞아주며 나는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다.
사실, 제일 편한 시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를 주도적으로 몰아붙이면서 공격을 할 때는 계속 체력이 소모되었고, 공격을 받을 때는 오히려 쉴 수가 있었다.
아프긴 했지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로건의 상태를 면밀하게 확인했다.
“후욱, 훅……!”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계속해서 기세 좋게 나를 밀어붙이는 캡틴 로건.
나는 그것을 더욱 띄워주기 위해 틈이 날 때마다 계속 반격을 시도했다.
로프까지 내몰린 상태에서 로건의 가슴팍을 후려치며 충격을 주었지만.
그걸 버텨낸 로건이 그대로 래리어트를 써서 나를 링 밖으로 내보냈다.
[Yeeeeeeeeaaaahhh!!]
낙법을 쳐서 안전하게 떨어진 나는 이쪽을 따라 내려온 로건을 확인하며 일부러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우리들의 싸움은 바리게이트 앞을 오가며 계속해서 이어졌다.
뻐억-!
이 앞에서는 관객들이 많기에 우리는 진심을 담아서 상대방을 공격했다.
오가는 주먹.
밀려서 나가떨어지는 나와 반대로 계속해서 다가오며 공격하는 로건.
팬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야말로 혈투였다.
각자 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존재했다.
로건은 ACW를 위해.
나는 PWA를 위해.
한 단체의 리더로서.
나는 로건의 공세를 버티며 어떻게든 다시 분위기를 끌어오려고 했고.
여기서 다시 밀리기 시작하면 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로건 역시도 주도권을 꽉 쥐고서 놓지 않았다.
“힘내라! 신!!”
“지지 말아요! 로건!!”
팬들의 반응은 계속 양분된 채였다.
그렇게 링 아래에서 계속 싸움을 이어가던 우리는 심판이 텐 카운트를 세기 전 다시 링 위로 올라갔다.
이어,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다.
“우오오오오!!”
“큭?!”
로건이 큰 함성과 함께 나를 번쩍 자신의 한쪽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리꽂았다.
바디 슬램.
콰앙-!
그대로 지면에 내동댕이쳐진 나는 순간 숨이 안 쉬어지는 것을 느낄 정도로 강렬한 통증에 휩싸였다.
“끄흐윽……!!”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Uoooooooooooohhhhh!!]
놀라 일어서는 관객들.
그게 온다.
프로레슬링 역사상 단 한 번도 깨진 적이 없었던 불멸자의 피니시 무브.
아토믹 레그 드롭.
바닥에 누운 나는 눈을 꾹 감은 채로 그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링 중앙에 쓰러진 나와, 뒤로 물러나 힘차게 로프 반동을 하는 로건.
자리에서 일어선 팬들.
지켜보고 있는 심판까지.
그 가운데, 내 머리 앞으로 다가온 로건이 힘차게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상반신은 곧게 세운 채, 양다리를 접어 앞으로 뻗은 그가 곧장 떨어졌다.
체중을 실은 다리가 그대로 무방비하게 노출된 내 머리를 내리찍었다.
투콰앙-!
‘우와, 이 뭔……?!’
의식이 순간 날아가진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와 함께 이어지는 로건의 핀 폴.
[1……!!]
말했듯 로건의 아토믹 레그 드롭의 위상은 이 프로레슬링 업계에서 정말 ‘핵병기’만큼이나 강렬했다.
그렇기에 모두가 다시 양분되었다.
로건의 팬들은 승리를 확신했고.
내 팬들은 절망에 빠져 신음했다.
[2……!!]
그리고 나는 빠져나왔다.
2에서 3의 사이.
정확히 3이 되기 직전.
내 어깨가 번쩍 들렸다.
[Uoooooooooooooooohhhh?!]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경기장에 모인 20만 명의 팬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렇게 번쩍 들려 커버에서 벗어난 내 손을 바라보았다.
역사상 최초였다.
다시 말해서, 캡틴 로건이 지금처럼 노쇠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아토믹 레그 드롭이 깨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게 프로레슬링의 역사가 뒤바뀌는 시점에서, 바닥에 엎드려 있던 로건이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와 나는 서로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시야가 흐릿한 가운데 웃었다.
확실히 늙어서 예전만 못했지만.
그래도 그는 ‘캡틴’이었다.
그럼에도 역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든 걸 버리고서라도 턴 힐이라는 방법을 택한 그가 존경스러울 정도다.
그의 야망은 나에게 뒤지지 않았다.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Fight Forever!!]
각종 챈트가 난무하는 가운데.
로건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내 머리채를 움켜쥐고 억지로 일어서게 만들었다.
“허억, 헉…….”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후…….”
로건 역시도 숨을 몰아쉬었다.
경기장이 진동할 정도의 환호.
그런 가운데, 주먹이 날아들었다.
경기의 종반부.
쩌억-!
그 펀치가 더욱 매서웠다.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나는 주먹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을 느꼈다.
충격도 충격이었거니와.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나를 외치는 이 목소리가.
내 등을 떠받쳐주고 있었다.
그제야 좀 알 것 같았다.
캡틴 업.
팬들의 응원을 받은 로건의 몸에 생기가 돌아오며 역전을 하는 기술.
절대로 가짜가 아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우.”
퍼억-!
다시금 날아드는 주먹.
나는 그걸 계속해서 받아냈다.
한 방, 두 방, 세 방.
펀치를 견디고 이를 악물며.
그래도 결국 버텨내지 못한 나는.
옆으로 휘청거리며.
로건의 안면에 슈퍼 킥을 날렸다.
쩌억-!
순간 시간이 정지했다.
20만의 관객들이 놀라 바라보는 가운데 로건과 나는 동시에 쓰러졌다.
[Waaaaaaaaaaaaaaaggggghhh!!]
각자가 목소리를 냈다.
각자 응원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하는 가운데, 로건과 나는 텐 카운트가 이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1……!]
[2……!]
아, 제기랄.
나도 늙어서 이렇게 될 수 있을까.
[3……!]
로건은 분명 올바른 인간은 아니다.
[4……!]
그와 동시에 현 세대의 무적 선역으로서 적합한 인물도 절대 아니었다.
[5……!]
그래도 역시.
[6……!]
강했다.
[7……!]
물론.
[8……!]
난 그걸 뛰어넘을 거지만.
[9……!!]
뻗어 있던 로건과 나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심판의 카운트가 아슬아슬한 순간에 멈추자 관객들이 숨을 삼켰다.
지금 이 순간.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했다.
이 경기장의 관객들.
시청자들.
내 전우들.
그런 상황에서 나는.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앗!!”
있는 힘껏 기합을 불어넣었다.
조금 유치할지도 모르지만.
씨발, 뭐 어때.
이게 프로레슬링이잖아?
거기에 로건도 응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우리는 곧바로 마지막 스팟으로 피니시 공방전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다시 보디 슬램으로 넘겨진 나를 향해 로건이 아토믹 레그 드롭을 썼다.
콰앙-!
아슬아슬한 순간에 빠져나온 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힘껏 내달렸다.
스팅거.
그것을 옆으로 피해낸 로건.
쿵!
바닥에 떨어진 나를 향해 달려드는 그의 모습이 순간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그 몸을 붙잡았다.
“크하아아아아아아아아앗-!!”
반동을 이용해 힘껏 돌려.
찰나의 순간.
로건이 죽지 않기를 기도하며!
나는 그대로 수직으로 붙잡아 버텨낸 그의 몸을 지면에 힘껏 찍었다.
안티 크라이스트.
투-콰앙-!!
난 그 후의 장면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걸 느꼈다.
흐르는 정적.
튀어 오르는 땀.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는 관객들.
뜨거운 조명.
흔들리는 로프.
나는 쓰러진 로건의 위에 누웠고.
심판이 달려왔다.
[1……!!]
[2……!!]
[3………!!!]
땡땡땡!!
경기의 끝을 알리는 링 벨과 동시에 팬들이 엄청난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야유인가 환호인가.
나는 알지 못했다.
“허억, 허억, 허억…….”
“고생, 많았다. 신.”
“감사합니다.”
나는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운 로건과 한창 안부를 주고받고 있었다.
빌어먹게도 멋진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