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330화 (330/634)

330.

경기는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고와 나의 싸움은 치열함과 화려함을 갖추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보다 공중기를 많이 썼고, 고는 보다 슬램류 기술을 많이 사용했지만.

상대방을 찍어 누르는 경기 방식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했다.

그렇기에 우리의 경기는 필연적으로 점점 더 사투에 가깝게 바뀌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지지 않기 위해 상대의 장점을 그대로 쓰기도 했다.

마인드 게임의 일종으로써.

[Uoooooooooooooooooohhhh!!]

경기의 중반부.

나는 두 다리로 버티고 서있는 고를 뒤쪽에서 있는 힘껏 뽑아 올렸다.

근육이 터질 것 같은 감각.

하지만 버텨내고.

그로써 힘을 과시한 나는 그대로 고를 짊어진 채 뒤로 쓰러졌다.

백 드롭.

투콰앙-!

거체가 쓰러지는 호쾌한 폭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팬들과 교감을 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Waaaaaaaaaaaaaagggghhhhh!]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고가 서있었다.

“…….”

“…….”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Uoooooooooooooohhhhh!!]

그 충격에서 어떻게든 근성으로 버티고 일어선 고는 숨을 몰아쉬며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나 역시도 지지 않고 그를 마주 보았고 이내 이마가 힘껏 부딪혔다.

쿠웅-!

이어 우리는 서로에게 저주의 말……을 쏟아내는 척 의견을 교환했다.

“분위기 아주 오지는데?”

“그러게 말이다.”

“체력은 어때? 더 할 수 있겠어?”

“날 물로 보지 마라. 신.”

고가 내 가슴팍을 퍽, 하고 밀쳤다.

이걸 카메라와 관객들은 ‘옆’에서 보면서 대화의 내용을 모르게 한다.

그렇기에 쓸 수 있는 연출.

서로를 더없이 신뢰하고 있지만, 격정적인 싸움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비로소 성립할 수 있는 모습.

그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쟁.

팬들의 반응을 가져오기 위해 우리는 각자 한 번씩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는 고의 차례였다.

그를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쩌억-!

봐주지 않고 그 뺨을 후려친 나는 그대로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도발했다.

고가 지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

뻐억-!

입술을 타고 피가 흘렀다.

‘좋아!’

바로 이거지!

나는 고를 후려치고, 고는 나를 후려친다.

그렇게 우리는 거칠게 상대의 주먹을 받아내면서 반응을 모았다.

버티고 버티며.

결국 그 끝에 나는 사모아 고를 반대편으로 힘껏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백 드롭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고 역시도 그것을 알아채고는 충분히 준비를 해둔 상황이었다.

로프까지 밀어붙여진 직후, 고가 반대편으로 돌아서며 내 머리를 잡았다.

그대로 내던져졌다.

몸이 한 바퀴 회전하며 로프 사이로 빠져나간 나는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큭……?!”

그리고 이어지는 불길한 소리.

쿵쿵쿵!!

링 바깥까지 울리게 만드는 소리에 돌아보자 고가 먼 곳의 로프에 반동을 하고는 내 쪽으로 달려왔다.

그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순간 놀라 바라보자니.

녀석이 로프 위로 날았다.

플라잉 포크찹.

그 별명에 걸맞은 무브.

고의 거체는 3단 로프 너머로 뛰어오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대로 힘차게 회전하며 내 위로 떨어져 내렸다.

거기에 말려들었다.

[Uooooooooooooooohhhh!!]

코크스크류 수어사이드 다이브.

그를 받아주며 함께 쓰러진 나는 점심 때 먹은 라자냐를 토할 뻔했다.

‘무, 무거워.’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러자니 곧장 고가 내 머리카락을 붙잡고는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링 아래에서 계속되는 혈투.

수어사이드 다이브의 충격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나는 그의 공격에 계속해서 당할 수밖에 없었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관객들의 반응도 점차 고조되었다.

그렇게 나를 흠씬 두들겨 패던 고는 텐 카운트 직전에 다시 내 머리통을 붙잡고 다시 링 위로 올려 보냈다.

그리고 자신도 올라와 거만하게 주먹을 치켜들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Waaaaaaaaaaaaaaggggghhhh!!]

그 카리스마에 쏟아지는 환호.

이어서 고는 나를 끝장내기 위해 코너 쪽으로 끌고 가 힘차게 들어 올려 탑 턴버클에 앉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 상태에서 내 머리를 당겨 자신의 어깨에 밀착하게 만든 뒤 양쪽 무릎 뒤에 손을 잡고 들었다.

“크하아아압!!”

그리고 돌아서 링 중앙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고.

목이 조여들고 몸이 구겨진 상황에서 나는 시야까지 완전히 반대로 돌아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머슬 버스터.

내 몸을 거꾸로 세운 상태에서 그렇게 짊어진 고는 그대로 백 드롭 포지션으로 땅에 떨어뜨리려고 들었다.

[Uoooooooooooooooooohhhh!!]

여기에 맞으면 끝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순간적으로 아까 전과 같은 행동을 취했다.

고의 손가락을 꺾었다.

우드득!

순간 손을 놓아버리는 고.

그 상태에서 어깨를 튕겨 내려온 나는 고와 등을 맞대고 서있는 상태.

관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그와 함께 나는 돌아선 고의 안면을 노리고 힘차게 슈퍼 킥을 날렸다.

쫘악-!!

[Waaaaaaaaaaaaaaaggggghhhh!!]

그리고 물러나.

달려들며.

쩌억-!

그 안면에 스팅거까지 꽂아 넣었다.

맥없이 쓰러지는 고.

두 번의 연속된 헤드 어택.

그는 일어서지 못했다.

[1……!]

[2……!]

[3……!!]

땡땡땡!!

[Yeeeeeeeeeeeeeeeeaaaaahhhh!!]

승리가 결정된 순간 쏟아지는 환호.

그리고 내 음악.

절정 부분에서 나오는 메탈 기타의 연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고생했다. 고.”

“……너야말로.”

고와 인사를 주고받은 뒤.

일어섰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힘껏 팔을 들어 올린 뒤, 팬들의 환호에 한차례 응한 나는 그대로 쓰러진 고를 잠시 돌아보았다.

일종의 복선이었다.

‘이 녀석, 만만찮군.’

그런 감정을 담아 고를 내려다본 나는 그대로 천천히 링에서 퇴장했다.

정말로 멋진 복귀전이었다.

슈퍼 해피하군.

* * *

정말로 멋진 복귀전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데이브 렐처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왜 이런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그러게.’

내일 아침에 멤버십 전용으로 공개될 ‘이번 주의 파워 랭킹’에 대해서 적고 있던 중이었는데.

이번 주의 파워 랭킹.

프로레슬링 전문 기자로 수십 년을 일해 온 렐처가 전 세계의 레슬러들을 대상으로 누가 가장 쿨한 모습을 보여주었는가를 평가하는 자리였다.

물론, 거기에 렐처 스스로의 사심이 담겨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하는 선수는 비슷했고,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저번 주의 랭킹은 다음과 같았다.

10위까지만 기록을 하는데.

1위 – 할리우드 로건 : ACW

2위 – 타나하시 히로 : NJPW

3위 – 랜스 오튼 : WWF

4위 – 숀 시나 ; WWF

5위 – 러셀 하트 : WWF

6위 – 사모아 고 : PWA

7위 – 크로우 : ACW

8위 – 다나카 나루토 : AJPW

9위 – C.M. 펑크 : PWA

10위 – 트리플H : WWF

이상과 같았다.

특기할 부분이라고 한다면.

할리우드 로건의 10주 째 1위 수성.

2위와 8위는 일본 쪽 선수들.

3위부터 5위까지의 순위를 멋지게 수성하고 있는 WWF의 새로운 스타들.

그 아래를 바짝 쫓아가고 있는 PWA의 스타들.

팬들의 반응과 렐처 자신의 식견이 더해져 완성되는 이 순위는, 간단히 설명해 ‘이번 한 주 동안 가장 멋진 활약을 한 선수’라고 할 수 있었다.

“흐음.”

하지만 거기에 변동이 찾아왔다.

그것도 아주 큰 변동이.

렐처는 고민하지 않고 1, 2위를 곧바로 이렇게 적어 넣었다.

1위 – 신 : PWA

2위 – 사모아 고 : PWA

복귀하자마자 관객들에게 멋진 링 세그먼트를 펼쳐 보인 신은 그대로 환상적인 경기를 보여주었다.

솔직히 팬들은 계속해서 다른 일로 회사를 비우는 그에 대해 의심이 들 법도 한데, 참 신기한 일이었다.

경기 하나로 팬들에게 자신을 믿어달라는 메시지를 그대로 전하니까.

하지만 신은 정말로 그랬다.

어떤 경기를 펼쳐도 대충 하는 법이 없었고, 어떻게 해서든 이 프로레슬링의 문법 아래에서 최고를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팬들도 그를 믿었다.

프로레슬링을 사랑하며.

이 업계와 함께 성장해 역사에 이름을 새기고 싶다고 말하는 신의 말을.

‘괴물이야. 괴물.’

역시 회사에는 그가 필요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을 계속해서 겟-오버 시켜줄 수 있는 탑 플레이어였다.

오죽하면 지난주에 6위였던 사모아 고마저 2위로 떡상을 시켰겠는가.

두 사람이 했던 링 세그먼트가 팬들과 렐처를 사로잡았다는 뜻이었다.

거기에 한 명 더.

‘펑크도 기대가 되는데.’

싱긋 웃은 렐처는 계속해서 선수들의 순위를 정해나가기 시작했다.

* * *

고와 내가 펼친 경기는 팬들과 각종 매체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복귀와 함께 내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기 위해 펼친 심플한 경기.

하지만 고가, 그리고 내가 워낙 실력이 출중했기에 반응이 잘 나왔다.

나와 회사를 위해 아낌없이 잡을 해준 고에게 감사를 느끼며 나는 곧바로 다음 시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쇼가 끝난 주말.

다들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나는 일부러 펑크에게 양해를 구하고 만났다.

거기에 흔쾌히 응한 그와 링에서 만난 나는 일단 좀 이야기를 나눴다.

펑크는 그 스스로 말했듯 펑크 문화를 그대로 빼닮은 듯한 녀석이었다.

약간 좀 반사회적이라고 해야 할까?

수염을 길렀고, 머리는 포마드를 발라 반듯하게 넘겼으며, 입술 아래쪽의 피어싱과 온몸의 문신이 큰 특징.

거기에 전생과 달리 내 말을 듣고 벌크 업을 해서 몸이 좀 더 다부졌다.

“다음 주 경기 때문이지?”

“그래, 아무래도 너와는 제대로 대립을 해본 적이 없다시피 하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좀 합도 맞춰보면서 어떤 식으로 대립할까 생각을 해보자고.”

“멋진 프로의식이군. 쉬는 날에.”

“프로한테 쉬는 날이 어디 있어.”

“하하! 멋진 마음가짐이야!”

펑크는 호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곧바로 링 위에서 몸을 풀며 서로의 상태를 확인해나갔다.

물론, 녀석은 내가 스카우트해올 당시부터 눈여겨보던 인재 중 하나였다.

또한 전생에 펑크는 시나의 라이벌로서 아이콘이라는 위치에 그나마 근접했던 선수 중 하나라 정보도 많았다.

그럼에도 좋은 경기를 위해서는 보다 더 깊이 상대를 파악해야 하는 법.

그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지금 나는 펑크를 파악하는 게 아니라, 알고 있던 사실을 재확인하는 것에 가까웠다.

C.M. 펑크.

프로레슬링 내외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며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로 언제나 팬들을 이끌고 다녔던 사나이.

하지만 그 결말은 좋지 못했다.

그리고 과정에서도 잡음이 많았다.

자신을 건드렸다고 착각해서 팬을 폭행하지를 않나, 락커룸 내에서 꾸준히 정치질을 하려고 시도하지 않나.

그럼에도 놈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이유는, 솔직히 말하자면 간단했다.

놈은 남이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남자였고, 그게 아귀가 잘 맞았다.

펑크의 반항적인 성향이 카리스마로 둔갑되었고, 그로 인해 한순간 시나를 웃돌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원래 성향이란 게 그렇다.

절대적인 선도, 악도 없다.

말하자면 펑크는 헌터와 비슷한 성격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었다.

펑크는 남이 자신의 프로의식을 따라오지 못하면 화를 냈고, 헌터는 무시하거나 차분히 설득하는 쪽이었다.

그렇기에 펑크는 결국 이 업계에 남지 못했고 회사를 나가버리고 말았다.

‘비참한 결말이었지.’

하지만 난 그걸 바꿔줄 수 있다.

펑크의 에고를 채워주고, 동시에 우리가 서로 윈윈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선 펑크를 향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아직 좀 뻣뻣한데.”

그리고 슬쩍 반응을 살폈다.

펑크의 높은 에고라면 여기에서 분명히 높은 확률로 짜증을 낼 터였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었다.

녀석은 날 존경했다.

그렇기에 내 말을 부정하기보다도 다음과 같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훈련을 하면 되겠지. 바쿠가 그런 쪽에 정통하니까 내가 이야기해둘게.”

“음…….”

잠시 신음하는 펑크.

그는 바쿠와 사이가 좋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를 인정하지 못했고, 주로 그렉 하트에게서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쪽이었다.

나는 거기에서 펑크의 타고난 성격이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바쿠는 실전 싸움 최강자로 그 어떤 선수도 기는 존재였지만 정작 레슬러로서는 별로이기에 펑크는 무시했다.

‘참 웃기는 놈이야.’

남들과 다른 스타일.

그가 인정하는 선수는 오직 프로레슬러로서 탁월한가,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봤을 때.

아마 나는 현역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놈이 인정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지만 대립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런 온건한 태도가 딱히 좋진 않다.

펑크에게는 지금, 링 위에서 나를 부정할 만한 이유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펑크.”

“응?”

“네가 생각하기에 내가 프로레슬러로서 정말 완벽한 인물이라고 느껴?”

나는 부끄러움을 참으며 물었다.

“그, 글쎄?”

“혹시나 각본 상으로나 외적으로나 뭔가 날 공격할 이유가 있을까 싶어서.”

“어, 오튼에게 졌다?”

“그건 좀 심심한데.”

게다가 나는 이미 거기에 대해 팬들을 충분히 설득해놓은 상황이었다.

그런 내 대답에 잠시 고민하던 펑크는 순간 어안이 벙벙한 답을 내놨다.

“……WWF 회장 딸을 꼬셔서 여기까지 올라온 역겨운 돼지 자식이다?”

“…………그렇, 군.”

아니, 정확히 말하면 꼬셔진 건데.

어쨌든 좀 상처받는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고.

정말로.

아니, 진짜.

티파니는 그냥 예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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