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332화 (332/634)

332.

1위 – 신 : PWA

4위 – C.M. 펑크 : PWA

5위 – 사모아 고 : PWA

가공할 순위 상승이었다.

비록 WWF와 ACW 같은 대형 단체에서는 렐처와 같은 ‘마이너’한 스포츠 기자의 의견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건 회사 차원의 문제일 뿐.

선수들 중에서는 그 의견을 신용하는 자들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었으며.

거기다, 순위표를 본 뒤 직접 PWA 위클리 쇼를 찾아본 선수들은 솔직히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수의 사생활을 디스하면서 자연스럽게 포커스를 ‘기회’에 두고는 일단 멋지게 대립의 포지션을 확립해냈다.

불리한 상황에서 스스로 기회를 따내고 팬들의 인정도 받은 탑 독, 신.

반대로 기회를 받지 못했던 언더 독, Best In The World, C.M. 펑크.

여기서 훌륭했던 점은, 링 세그먼트와 경기가 연결되었다는 부분이었다.

보통 위클리 쇼는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페이퍼뷰를 위해서 존재했다.

그렇기에 평소 스케줄이나 컨디션을 생각해서라도 선수들은 경기에 그다지 큰 공을 들이지 않는 편이었다.

결말 역시도 그랬고.

페이퍼뷰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 바로 위클리 쇼. 프로레슬링 팬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PWA는 달랐다.

20분간 이어진 싱글 경기에서 펑크의 악바리 같은 근성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멋진 경기를 만들어냈다.

해설자들이 그걸 멋지게 포장하고.

펑크를 성장할 여지가 있는 언더 독으로 보이게 하면서 다음 주를 기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건 자연스럽게 다른 두 대형 쇼의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금요일 밤의 랙다운.

링 위에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자신이 상대에게 패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트리플H와 현직 월드 챔피언, 랜스 오튼이었다.

‘나는 쓰리 카운트를 내주지 않았으므로 아직까지 지지 않았다.’

그런 논리를 앞세워 진행되던 대립.

하지만 오늘.

어쩐지 랜스 오튼은 각본과는 달랐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헌터, 헌터.”

“……?”

순간 의아해하는 헌터.

“우리 솔직해지자고. 결국 이 대립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갑작스러운 이야기.

팬들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채 환호를 보냈고 오튼은 싱긋 웃었다.

“슬슬 지겹단 말이야. 당신도 더 위험해지기 전에 그만두는 게 어때?”

“그게 무슨…….”

“이번에 결혼도 하잖아?”

오튼은 팬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축하해주라고! 헌터가 헤어진 전 여친하고 결혼해서 드디어 애 아빠가 된다 이 말이야!”

[Waaaaaaaaaaaaaaaggggghhhh!!]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순간 당황해 침묵하는 헌터.

그에게 챈트가 쏟아졌다.

종이에 닿은 만년필의 펜촉에서 현실이 흘러나오며 각본에 스며들었다.

[He Will Married!]

짝! 짝! 짝짝짝!

[He Will Married!]

짝! 짝! 짝짝짝!

[He Will Married!]

짝! 짝! 짝짝짝!

[He Will Married!]

짝! 짝! 짝짝짝!

박수와 함께 이어지는 축하.

그리고 오튼이 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형수를 과부로 만들긴 싫은데.”

[Uooooooooooooooooooohhhh!!]

순간 터져 나오는 충격의 목소리.

트리플H의 개인사가 얽힌 드라마는 그렇게 관객석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선역과 악역의 경계를 오가고 있는 랜스 오튼이기에 할 수 있는 말.

거기에 겨우 상황에 적응한 트리플H가 씨익 웃으면서 받아쳤다.

“네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시험해볼 필요는 없어. 헌터.”

두 사람이 으르렁거렸다.

PWA에서 벌어진 각본과 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벌어진 나비 효과였다.

언제나 지지부진했고 딱히 흥미롭지 않다고 생각되었던 두 사람의 대립은 이 순간 그 평가를 벗어났다.

WWF뿐만이 아니었다.

ACW 측에서도 분명히 그런 각본의 트렌디함을 따라가려고 시도하는 선수가 몇몇인가 존재하기는 했다.

크로우를 포함한,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해 있는 선수들.

하지만 통용되지는 않았다.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크로우!!”

ACW 메인이벤트가 끝난 뒤.

땀에 절어 돌아온 크로우는 그 직후 돌아온 로건에게서 큰 소리를 들었다.

모두가 모인 고릴라 포지션에서.

아직 다크 매치가 남았지만 로건은 개의치 않고 제멋대로 날뛰었다.

“다시는! 링 위에서! 나에게 그런 개 같은 소리를 하지 말게!”

“…….”

“대답해!!”

어안이 벙벙해져 있자니 로건은 크로우를 벽으로 밀어붙이고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로건.”

크로우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부사장이자 브랜드 총 책임자인 데릭 비숍이 함께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로건을 제지할 생각을 못 했다.

nWo의 힘은 더욱 커져갔다.

크로우가 링 위에서 꺼낸 말도 그쪽이었다.

‘nWo의 권력은 더욱 커져가고 있으며, 로건은 회사 전체를 휘두를 야망을 품고 있는 개자식이다.’라고.

분명히 현실을 담아내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각본으로 해석이 가능했다.

하지만 로건은 거기에도 경기를 일으키며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이었다.

‘질리는군.’

한숨을 내쉰 크로우는 대시와 홀을 데리고 락커룸으로 돌아가는 로건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협업 이후.

nWo는 분명히 큰 인기를 끌었고 아직까지도 시청률 전쟁에서 이겼지만.

로건이 락커룸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일은 계속 꼬여가는 느낌이었다.

“후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한 것을 느낀 크로우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분명히 단체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징조는 아니었다.

* * *

금요일 밤의 랙다운.

그리고 월요일 밤의 나이트로.

화요일 날 시청한 버닝콩까지.

한 주 동안 이어진 주간 쇼들을 모조리 시청한 나는 이런 결론을 냈다.

“SP야.”

“……?”

“Super Perfect.”

“어떤 의미에서?”

티파니의 질문이 들어왔다.

거기에서 나는 2주 동안 진행해왔던 대립들을 머릿속에 잠시 떠올렸다.

사모아 고.

그리고 C.M. 펑크.

‘그 개자식들.’

멋진 놈들이다.

내가 요구하는 대로 링 위에서 도전자로서 멋지게 목을 물어뜯어주었다.

얼얼할 정도로 말이다.

“왜 대답을 미뤄요?”

“어? 아니, 미안.”

티파니가 대답을 재촉했고 나는 쓰게 웃으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Super Perfect.

“다들 따라하고 있잖아?”

“저희 각본이 쿨하다고 생각한 거군요?”

“그래, 이게 참 아이러니한데.”

나도 모르게 쓰게 웃었다.

나는 이전에, 현실의 선수를 최대한 깊게 투영한 캐릭터를 만들고 그를 통해 각본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돌고 돌아서, 80년대가 되었지.”

“그게 대체 무슨 의미에요?”

“케이페이브가 프로레슬링에 있어 중요해지는 시대가 다시 왔다는 거지.”

케이페이브.

프로레슬링의 캐릭터와 각본을 보호하기 위한 업계의 비밀스러운 시스템.

현재까지는 다양한 용례로 쓰였지만, 지금은 ‘현실에서도 각본의 캐릭터처럼 살아가는 경우’를 의미했다.

티파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의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도 그것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나요?”

“그렇지. 아가씨. 동양인 섹시 보이와 공주님의 운명적인 만남이…….”

퍽.

코를 맞았다.

“그게 과연 좋은 걸까요.”

“왜 그렇게 생각해?”

“음, 뭔가 드라마가 할리우드 가십스럽게 바뀌지 않나 싶어서요.”

“물론, 적당히 조절은 해야지.”

그리고 거기에 더해.

“지금 각본에서 주가 되는 건 ‘내가 기회를 받았다.’라는 부분이지 당신과 눈이 맞은 부분이 아니야. 티파니.”

“아, 하긴 그렇겠네요.”

“그리고 여기에서 케이페이브를 지킨다는 말은 결국, 현실의 사건을 각본에 끌고 오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가지고 나간다는 부분이지.”

“말인즉슨…….”

“여기서 하나 더.”

나는 WWF나 ACW가 따라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더 벌릴 생각이었다.

이 드라마에 연출을 더한다.

“트위티, 해?”

“예? 아, 어카운트는 있어요.”

“보여줘 봐.”

티파니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것을 받아든 나는 곧바로 인터넷을 켜고 트위티 사이트에 접속했다.

트위티.

2006년에 오픈되어, 마이스페이시와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SNS 사이트.

티파니의 계정에 접속한 나는 그대로 펑크의 계정을 타고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정확한 시간에 트윗이 올라왔다.

[C.M. PUNK_Offical]

[정말로 역겨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 개자식은 항상 기회를 받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내가 녀석의 진실을 폭로해버릴 것이다.]

“……?”

휘둥그레 뜨이는 티파니의 눈.

거기에서 나는 피식 웃었다.

‘이거, 원.’

업계에 속한 인물도 순간 속을 정도면 일반인들에게는 완전 말 다 했군.

“어, 이거 각본?”

“좀 늦으셨군요.”

나는 한 박자 늦게 겨우 진실을 깨달은 티파니에게 웃으며 말했다.

스마트폰의 출시.

그리고 그 이전부터.

선수의 개인 SNS는 언제나 팬들에게 큰 흥밋거리였다. 하지만 그걸 각본에 적용하는 건 나중 일이었다.

적어도 2011년 이후?

하지만 나는 그걸 지금 사용했다.

그로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올 생각이었다.

“이거, 어. 음…….”

티파니의 얼굴이 붉어졌다.

“환상적인데요.”

그녀가 날 보며 눈을 반짝였다.

일이 이렇게 되면 쇼가 끝나더라도 드라마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위클리 쇼가 아니다.

데이 쇼가 되는 거지.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어요?”

리트윗 수가 점점 올라갔다.

멘션도 많이 달렸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대해서는 절대 반응하지 말라고 펑크에게 당부했다.

놈은 시한폭탄 같은 인물이라서 계속해서 좀 통제할 필요성을 느꼈다.

“재미있지?”

“그러게요. 외부 인터뷰 같은 곳에서 케이페이브 인터뷰라고 해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경우는 봤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SNS도 그런 인터뷰처럼 케이페이브냐 아니냐를 구분하면서 팬들이 즐기게 되겠지.”

하지만 어쨌거나.

이 SNS는 실시간으로 각본이 진행되는 걸 계속해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큰 도움이 되겠지.

“물론, TV 쇼만 보는 사람들도 있으니 SNS에서 스토리 진행을 할 때는 확실하게 우리가 통제를 해야만 해.”

“쇼에서 고지를 한다던가?”

“그것도 좋지. 트위티 화면을 띄워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주고.”

“그러면 트위티 쪽 사람들하고 이와 관련해서 사업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는데요?”

“그거 멋진 생각인데.”

나는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정확히 지금 이 시점이니까’ 할 수 있는 이용법이 하나 있어.”

“……어떤 건데요?”

“바로 이거야.”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슬쩍 차가운 공기가 떠도는 세트장.

나는 오늘, 근처 지역 방송의 한 토크 쇼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왔다.

작은 방송이라 그런지 변변찮은 대기실도 없었지만, 일부러 여기를 선택한 이유는, ‘작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한 번 큰 사고가 터지면 진실을 알기가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입방아가 오르내린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소문은 부풀려지고 기대감은 커지기 마련이었다.

생방송이었고, 아직 시작 전.

사고를 치기에는 딱 좋은 시간이다.

나는 곧바로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힘차게 바닥을 향해서 내던졌다.

빠가악-!!

그와 함께 경악하는 티파니를 두고 벌떡 일어나 다 들리게 소리쳤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순간 놀라 돌아보는 직원들.

그리고 자리에 앉던 사람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일어나 앉아있던 간이 의자를 걷어차고 그야말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니 누군가 바로 옆으로 다가와 그런 내 팔을 덥석 붙잡았다.

“지, 진정해요! 신!”

티파니 맥센.

이 갑작스러운 왈츠를 맞춰 따라와준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남자 직원들이 다가오기 전.

왈츠를 추다가 구두 뒷굽으로 내 발을 세차게 밟듯 한마디를 건넸다.

‘니 핸드폰은 어디 팔아먹었냐?’

“…….”

어, 어쨌거나.

“무, 무슨 일이십니까!”

“신 선수! 진정해주세요!!”

“허억, 허억…….”

직원들이 온 것으로 겨우 정신을 차린 나는 놀라 바라보는 사람들을 힐끔 살피고는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자마자 곧바로 벽에 기대서 상황을 확인했다.

‘역시 잘 해주고 있군.’

티파니가 흥분한 나를 대신해 직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보였다.

먼 곳이라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걸 보니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그 말을 들은 방송국 직원이 헤드셋을 통해 상황을 윗선에 전달하고, 그로서 윗선에서 트위티를 찾아보겠지.

그리고 그게 반영이 될 테고.

‘아마 곧바로.’

시청률만을 생각하는 이런 지방 방송국이라면 분명 예정에 없던 짓궂은 질문 역시 거리낌 없이 해올 터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기도 했다.

이런 방송국에서 큰 사고를 쳐준다면 분명히 이 각본은 파도를 타고 화젯거리에 편승해서 더 날아오를 거다.

‘잘 좀 해달라고.’

싱긋 미소를 지은 나는 그대로 화장실로 향하는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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