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335화 (335/634)

335.

경기는 계속 이어졌다.

한동안 내가 주도권을 쥐다가 넘어가기도 하고 다시 받기도 하면서 우리는 15분이라는 시간을 채워나갔다.

그리고 일부러 마지막에 고에게 돌아가는 반응이 최대한 커지도록 섬세하게 경기의 종반부를 꾸며나갔다.

일단 주도권은 펑크가 쥐었다.

[Booooooooooooooooooo-!]

팬들의 야유가 그것을 증명했다.

나는 링 중앙에 쓰러져 있어서 상황이 정확히 어떤지는 보지 못했지만.

야유가 커지는 걸로 봐서는.

‘장난 아닌가 보군.’

펑크가 로프 바깥에 서서 그들을 잔뜩 도발하고 있다는 것은 느껴졌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로프를 쥐고 링 밖에 서있던 펑크가 힘차게 반동을 쥐며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로프를 밟고 다시 한 번 화려하게 뛰어올라 내게 공격을 가했다.

[Uoooooooooooooohhh!!]

스프링보드 클로스라인.

퍼억-!

허공을 날아온 펑크는 그대로 팔꿈치 안쪽으로 내 목을 힘껏 후려쳤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나는 통증으로 인해 숨을 쉴 수가 없는 걸 느꼈다.

그리고 직후.

내 상반신을 몸으로 짓누른 펑크가 순간적으로 내 팔을 붙잡으려 들었다.

거기에서 모두가 알아차렸다.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에 더해.

이 게임을 끝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아나콘다 바이스.

GTS라는 이름의 타격기와 함께 펑크를 대표하는 양대 피니시 무브.

“크윽……?!”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쳐봤지만.

펑크는 내가 왼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게 만든 뒤, 그대로 자신의 팔을 아나콘다처럼 엮고 힘껏 조였다.

“크하악-!!”

절로 비명이 나오는 통증이다.

그럼에도 펑크가 힘을 완전히 주고 있지는 않아서 근성으로 계속 버텼다.

이게 실전이었다면 걸리자마자 탭을 쳤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기술이었다.

비명을 지르는 나와 요란하게 몸을 뒤흔들며 더 큰 액션을 취하는 펑크.

팔꿈치가 나갈 것 같다……!

로프 브레이크를 노리려고 해도 펑크가 내 가슴 위에 상반신을 얹은 채 짓눌러서 움직이는 것이 힘들었다.

숨을 쉬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신! 항복하겠나?!”

“그럴, 리가……!”

그래도 버텼다.

어떻게든 버티고 버티며.

팬들이 쫄깃한 긴장감을 즐길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절기가 이어졌다.

사실 경기 중간에 순간 ‘이러는 편이 더 낫겠다.’ 싶어서 즉흥적으로 바꾼 스팟이었다.

고가 더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좀 더 관객들에게 양분된 반응을 끌어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경기가 선역의 승리로 완성되기 직전에 부수는 것이다.

‘분명 죽여주겠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신, 지금.”

시간을 확인한 심판이 신호를 주었고, 거기에 맞춰 펑크가 상반신을 뒤로 당기면서 약간의 틈을 주었다.

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윽?!”

자유로운 오른팔을 들어 펑크의 턱을 움켜쥔 나는 반대편으로 당겼다.

펑크의 몸이 옆으로 돌았고, 나 역시도 함께 돌아 포지션이 전환되었다.

내가 펑크의 위에 올라탔다.

“항복, 해……!!”

펑크는 계속해서 내 왼팔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드디어 잡았다.”

나는 고정된 펑크의 안면에 대고 힘차게 펀치를 꽂아 넣었다.

쩌억-!

[Yeeeeeeeeeeeeeaaaahhhh!!]

팬들의 환호와 함께 펑크의 눈에서 일순간 빛이 사라졌다.

하지만 계속해서 아나콘다 바이스는 걸린 채였고, 나는 통증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다시 펀치를 날렸다.

퍼억-!

쩌억-!

콰앙-!

다양한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끝에.

펑크는 손을 놓고야 말았다.

겨우 아나콘다 바이스의 마수에서 벗어난 나는 숨을 몰아쉬며 그대로 뒤로 몇 바퀴를 굴러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쓰러졌다.

‘제기랄.’

아파죽겠네.

숨을 몰아쉬고 있자니 심판이 쓰러진 우리를 두고 카운트를 시작했다.

[1……!!]

텐 카운트.

더블 케이오로 끝날 것이냐.

모두가 긴장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딱 5초만 쉬자는 생각을 했다.

[5……!]

그리고 로프를 붙잡고 일어섰다.

“후우, 후.”

통증이 느껴지는 왼팔을 잡고.

[Waaaaaaaaaaaaaaagggghhhhh!!]

팬들의 기대감이 최고조에 올랐다.

딱 스팅거를 쓰기 좋은 상황이었다.

숨을 몰아쉰 나는 그대로 로프를 붙잡고 쪼그려 앉아 펑크를 기다렸다.

정신을 못 차리며 있던 녀석이 이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팬들의 환호성이 점점 커졌다.

나는 녀석이 딱 이쪽을 돌아보는 시점에 맞춰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뭔가와 충돌했다.

투콰앙-!!

[Uoooooooooooooooooohhhh!!]

충격에 빠진 팬들의 목소리 속에 나는 힘껏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졌다.

이것도 더럽게 아프군.

* * *

[W…… Who The Hell?!]

투콰앙-!!

관객석을 통해 링으로 난입한 거구의 사내가 신에게 숄더 블록을 날렸다.

어깨에 맞아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지는 신의 접수에서 그림이 살았다.

관객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광경을 TV를 통해 지켜보던 관계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허…….”

ACW 소속의 크로우.

오전에 잡지 인터뷰에 촬영했던 그는 페이스페인팅을 미처 지우지도 못한 채 PWA 쇼에 빠져들고 있었다.

‘죽여주는 셀링이군.’

셀링.

공격을 받아주면서 하는 모든 리액션을 총칭하는 말로, 선수들마다 그에 대한 철학은 제각기 다르지만.

경기 15분 내내 격렬하게 싸우고 아나콘다 바이스까지 당해주었던 신은, 고의 어깨에 부딪히자마자 곧바로 ‘뛰었다’.

그러고는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지며 고의 힘이 돋보이게 도와주었다.

물론 현실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프로레슬링 문법적으로는 확실히 몰입이 되었다.

[사모아 고!! 사모아 고!!]

[Boooooooooooooooooooooo-!!]

해설자의 코멘트가 묻힐 정도로 심하게 쏟아지는 야유.

‘괴물 같은 자식들.’

솔직히 말해서 부러웠다.

현재 로건과 대립하고 있는 크로우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할 수가 없어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로건은 이제 현역 선수로 활동하기에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고, 체력이 엄청나게 떨어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멋진 방식으로 공격을 받아주는 신의 모습을 보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저런 젊은 선수들이 자신들만의 쇼를 만들어가고 있는 PWA는, 충분히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단체였다.

땡땡땡-!!

경기는 펑크의 반칙패로 끝났고.

이후에도 고는 팬들의 야유 속에 신을 두들겨 패며 링을 혼란에 빠뜨렸다.

콰앙-!!

[크헉?!]

호쾌한 보디 슬램.

이어서 엘보 드롭까지.

연계되는 기술의 향연.

결말을 빼앗긴 팬들의 야유.

하지만 고는 신경 쓰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오직 신을 처리하는 일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펑크가 끼어들었다.

[이 개……!!]

정신을 차린 그가 다시 한 번 신의 왼팔에 아나콘다 바이스를 먹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신.

하지만 펑크를 말릴 심판은 이미 고가 링 밖으로 내던져버린 뒤였다.

[더 울어봐!! 개새끼처럼 울라고!!]

펑크는 잔혹하게 굴었다.

[Booooooooooooooooooooo-!!]

링을 뒤덮는 관객들의 야유.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고는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 성큼 다가가 펑크마저도 공격하기 시작했다.

‘호오.’

순식간에 야유가 잦아들었다.

고는 몸으로 보여주었다.

쫘악-!!

건방을 떠는 펑크의 뺨을 올려붙이고는 그대로 코너까지 몰아붙였다.

그 상태에서 이어지는 건.

‘머슬 버스터.’

근육을 접어 넣은 상태에서 전신에 충격을 주는 사모아 고의 피니시 무브.

펑크를 탑 턴 버클 위에 앉게 한 고가 그대로 그 허리를 접어 뒷목을 자신의 어깨에 대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리를 잡고 든 상태에서 거꾸로 뒤집힌 펑크를 들고 나와……!

[Take This!!]

그대로 힘차게 지면에 쓰러졌다.

투콰앙-!!

고와 함께 등부터 떨어진 펑크의 몸이 일순 공중으로 치솟았다 떨어졌다.

[Yeeeeeeeeeeeeeaaaaahhhh!!]

순간 터지는 환호.

그런 식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호쾌한 무브였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일어선 고는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펑크를 보았다.

그로서 반응은 양분되었다.

[Waaaaaaaaagghhh……!!]

[Boooooooooooooo……!!]

환호가 야유가 반반씩.

신을 공격하고 경기를 망쳤기에 야유를 보내는 이들과, 펑크를 호쾌하게 박살 낸 모습에 환호하는 이들.

선역, 신.

트위너, 사모아 고.

악역, C.M. 펑크.

그렇게 세 사람의 포지션이 확립된 채, 대립은 다음 주로 이어졌다.

* * *

결국 프로레슬링 단체는 상품성 있는 선수를 키우는 데 그 목적이 존재했다.

재능 있는 선수를 키워서.

서로 대립하게 만들고.

누군가는 밑으로 내려가고.

누군가는 계속 올라가고.

그로서 티켓을 팔고.

머천다이즈 수익을 올리고.

하지만 그런 구조를 원활하게 갖춰나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선결되어야할 과제가 몇 가지 존재했다.

하나는 단체의 경영 능력.

전국으로 방영되는 위클리 쇼, 거기에 더해 각 도시를 이동하면서 쇼를 만들어갈 팀을 꾸리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 부분에서 미숙한 후발주자, ACW는 WWF보다 자본력이 강함에도 한 개의 브랜드만 운영 중인 것이었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쇼의 전반적인 퀄리티는 WWF에 비해 더 뛰어났다.

쇼가 시작하면서 치어리더 팀을 데려와서 공연하는 것을 보여준다던가.

아니면 단순한 위클리 쇼에서 마구 폭죽을 쏴대며 화려함을 뽐낸다던가.

이 모든 것은 결국 쇼에 선수들이 출연하는 시간을 늘리고, 그들이 더 빛나 보이도록 하기 위한 공작이었다.

한편, 여기에서 그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상품성 좋은 선수를 데리고 오는 방법이 존재했다.

바로 ‘영입’이었다.

여러 단체가 난립하던 80년대 황금시대에는 이런 일들이 무척 많았다.

그때는 주로 바트 맥센이 다른 단체의 선수들을 돈으로 영입하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그걸 돌려받게 생겼다.

ACW.

11월로 접어들어, 월간 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ACW의 부사장 데릭 비숍은 팀장에게서 보고를 받았다.

“일단 거트 엔젤 선수와 부커 리 선수에게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습니다. 한번 계약서나 보자는군요.”

현재 ACW에서는 WWF에 소속된 스타들을 빼오려고 계약 기간이 다 되어가는 선수들에게 접촉 중이었다.

사실상 템퍼링이었지만.

이건 스포츠가 아니다.

협회도 없다.

데릭 비숍은 거칠 것이 없었다.

왜냐면.

바트 맥센 역시 그랬기에.

Dirty Deeds Done Dirt Cheap.

헐값에 행해지는 추잡한 행위.

결국 사업이란 그 연속이었다.

역사가 돌고 돌 듯이, 이제는 바트 맥센이 자기 행위의 대가를 치르는 것.

이쪽이 우위를 잡고 있는 시점에 그들의 왕국을 조금씩, 계속해서 무너뜨려야만 한다.

그것이 ACW의 결정이었다.

물론, 그런 게 없더라도 nWo의 인기가 압도적인 이상, 절대로 WWF에게 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두 단체에게 압박감을 느꼈던 지난번의 회의 이후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데릭은 결국 이렇게 해서 저들을 무너뜨리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머릿속으로 내렸다.

“PWA 쪽은 어떻지?”

“아, 어떻게 할까요?”

“……진행하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셨습니다만. 이후에 ‘리스트를 뽑아줄 테니 기다려.’라고 말씀하셔서 계속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내게 물어보던가.”

비숍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전적으로 일을 기억하지 못한 그의 책임이었지만, 그렇게 돌렸다.

“누가 괜찮을 것 같나?”

“어, 일단은 신이겠죠.”

“헛소리 말고.”

신은 억만금을 주더라도 절대 ACW에 영입되지 않을 선수였다.

물론 바라고 있지만.

그것도 너무나도.

만약 신神이 프로레슬러 다섯 명을 아무나 데려올 수 있도록 해준다면, 데릭은 신SIN을 다섯 번 이야기할 것이다.

그는 사실 이 월요일 밤의 전쟁에서 가장 큰 적이자, 가장 의중을 알 수 없는 존재였다.

그와 그의 사업체가 있기에 이 아슬아슬한 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니까.

“그럼 이번에 신과 대립하는 사모아 고와 C.M. 펑크는 어떠십니까?”

“그렇게 하지. 오퍼 보내봐.”

ACW 측은 그렇게 선수 영입에 대한 각을 계속해서 재고 있는 상황.

반대로 WWF 역시도 선수 유출에 대한 정보는 입수했고, 그에 대한 대책 회의만 반복하는 상황이었다.

“후.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한숨을 내쉰 바트 맥센은 그쪽에서 연봉이 제시되는 것을 기다리며 어떻게 선수들을 묶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회사가 망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이상 선수들의 연봉이 올라간다면 분명 점점 더 운영이 힘들어질 것이 뻔했다.

하지만 각 팀장들은 전혀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분할 지급은 어떻습니까?”

“회사 주식을 지급하는 건?”

“아니면 은퇴 후에 프로듀서 직으로 고용한다는 계약은 어떻습니까?”

“……다 꺼져.”

그리고 생각해와.

그렇게 말한 후, 바트 맥센은 사무실에 혼자 남아 다시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무지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두 단체가 상반된 회의를 하는 동안, PWA에서도 똑같이 선수진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중심은 물론 신이었다.

그는 각자 아이디어가 오가는 가운데, 의견을 모두 듣고는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입 밖으로 내놓았다.

“선수들을 더 데리고 오죠.”

“누구를?”

“제가 아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신은 망설임 없이 올해를 끝으로 WWF로 가게 될 선수들을 대신할 두 사람의 이름을 언급했다.

드류 맥킨마이어.

그리고, 핀 발로.

그 두 사람은 전생을 겪은 신이 느끼기에, 분명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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