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
쟈니 에이스는 훌륭한 선수였다.
외모는 빼어났고 몸매도 적당한 근육질에 기술 구사력도 무척 좋았다.
그런 그가 어째서 전생에는 팬들과 회사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했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정의했을 때.
카리스마의 부재가 컸다.
마이크워크가 부족하고, 그걸 커버할 만한 캐릭터성 역시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PWA에서 계속해서 훈련하면서 선수로서의 능력치가 크게 상승했고.
실력은 있지만 WWF에서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드라마를 선보이면서 자연스럽게 팬들의 주목을 끌어냈다.
그리고 지금은 멋지게 성장했다.
경기의 중반부.
링 위와 아래를 오가면서 우리는 시작부터 계속해서 접전을 펼쳤으나.
쟈니 에이스가 무리해서 사용한 공중기가 실패하며 주도권이 넘어왔다.
선역과 선역의 싸움.
하지만 각자 이길 이유가 있다.
그렇기에 경기는 치열해졌다.
퍼억-!
[Yeeeeeeeeeeeeeeeeaaahhhh!]
내가 쟈니의 안면에 펀치를 먹이자, 관객들이 멋진 환호를 보내주었다.
기껏 쥔 주도권이다.
얕볼 수 없는 상대였고.
그렇기에 나는 흐름을 계속 가져가기 위해 쉬지 않고 쟈니를 몰아붙였다.
브롤러 스타일로.
쩌억-!
안면에 박치기를 먹이고.
퍼억-!
이어 복부에 토 킥.
그것을 스냅 수플렉스까지 연결.
콰앙-!!
내게 붙잡혀 휙 떠오른 쟈니의 몸이 곧장 뒤로 넘어가 바닥에 떨어졌다.
허리를 튕기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그대로 밑으로 가서 쟈니의 두 다리를 붙잡고 팬들의 반응을 살폈다.
[Waaaaaaaaaaaaaaagggghhhh!!]
내가 취한 자세를 보고 한 기술을 연상해낸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샤프 슈터.
나는 곧바로 기술에 들어갔다.
재빨리 다리를 엮고 뒤로 돌아서며 힘차게 쟈니의 허리를 꺾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는 쟈니.
스쿼트 자세로 앉아 한쪽 다리에 얽혀 있는 쟈니의 발을 꽉 잡고 조인 나는 그대로 꿋꿋하게 버텨냈다.
[Waaaaaaaaaaaaaaggghhhh!!]
관객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샤프 슈터.
그렉 하트로부터 이어받고, 러셀 하트에게서 사용권을 가져온 내 기술.
피니시 무브 중 하나.
비록 중요한 경기에서 이걸로 끝낸 적은 없어서 위상이 좀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위력은 충분히 대단했다.
비명을 지르는 쟈니.
그 앞에서 항복에 대한 의사를 계속해서 물어보고 있는 심판.
긴장하며 바라보는 팬들.
그 가운데, 쟈니는 결국 버텨내면서 천천히 로프를 향해서 기어갔다.
나는 주춤거리며 그가 앞으로 팔을 뻗어 몸을 당기는 시점에 맞춰 천천히 그쪽으로 함께 움직여주었다.
확실히 쟈니 역시 강한 선수였다.
이기고 싶다.
위로 올라가고 싶다.
비록 올해는 4위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이겨.
1위인 신을 쓰러뜨림으로써.
어떻게든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쟈니 에이스는 끝끝내 로프를 붙잡아 서브미션에서 벗어났다.
[Waaaaaaaaaaaaagggghhhh!!]
팬들이 그 의지에 환호를 보냈다.
“허억, 헉…….”
숨을 몰아쉬는 쟈니.
심판의 브레이크 선언에 기술을 풀고 일어난 나는 그대로 쟈니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반격이 이어졌다.
퍼억-!
“큭?!”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앞에 서있던 내 복부를 후려친 쟈니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손바닥을 휘둘렀다.
짜악-!!
뺨을 얻어맞은 나는 그대로 반격을 가했다. 그로서 우리는 자리에 선 채로 계속해서 주먹다짐을 해나갔다.
쟈니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다리는 샤프 슈터의 통증으로부터 어떻게든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그러지는 못했고.
그가 할 수 있는 건.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어떻게 해서든 다리가 회복될 때까지 주먹질로 시간을 버는 것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곧바로 주먹을 날린 뒤, 이어지는 반격을 피해 돌아섰다.
반대편 로프로.
몸을 깊숙하게 걸치며 장전.
지이이익-!
Shoot.
퉁-!
몸으로 그 소리가 전해졌다.
안에 철심을 박은 로프가 100kg의 체중을 견뎌냈다가 반대편으로 날렸다.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쟈니.
그를 향해 달려든 나는 상체를 뒤로 눕히고 다리를 뻗으며 몸을 던졌다.
슬라이딩 드롭 킥.
그 타점은 무릎.
하지만.
“……?!”
쟈니는 아슬아슬하게 회복해냈다.
시야에 담고 있던 무릎이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머리 위로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순간 놀라 고개를 든 내 위에 마치 먹잇감을 낚아채기 직전의 독수리처럼 다리를 당기고 있는 쟈니가 보였다.
팔을 양옆으로 펼쳐 중심을 잡고.
그대로 녀석의 발이 내 상반신을 향해서 힘차게 떨어져 내렸다.
더블 풋 스톰프.
쿠웅-!
“끄극……!!”
팔을 모아 그의 체중을 견뎌낸 나는 순간적으로 가슴의 근육이 터져나가는 듯한 깊은 통증을 느꼈다.
화려한 반격.
팬들이 손을 뻗었다.
[Yeeeeeeeeeeeeaaaahhhh!!]
그 상태로 뻗은 나는 천장의 조명이 희끄무레하게 떠다니는 걸 느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쟈니는 어디로 간 것일까?
숨을 몰아쉬며 뻗어 있던 나는 팬들의 함성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쟈니는 탑 턴 버클 위였다.
녀석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시선이 교차했고.
우리는 신뢰를 재확인했다.
그리고 쟈니가 뒤로 돌아섰고, 그 상태에서 힘차게 위로 뛰어올랐다.
평소보다 더 높이.
수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다.
로프의 탄력을 받아 떠오른 쟈니의 몸이 그대로 힘차게 앞으로 회전했다.
공포스러운 광경이었다.
일반 성인 남성보다 훨씬 더 무겁고 거대한 남자가 날 향해 떨어지니까.
하지만 나는 쟈니를 믿었다.
쟈니도 나를 믿었다.
그렇기에 이어진 회전.
더블 로테이션 문설트.
투-콰앙-!!
[Waaaaaaaaaaaaaaaaggghhhh!!]
팬들의 환호와 통증이 쏟아졌다.
마치 육중한 공업용 해머로 몸을 후려치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었다.
“끄, 흑?!”
그와 함께 이어지는 핀 폴.
[1……!!]
[2……!!]
“크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빠져나왔다.
속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Uoooooooooooooooohhhh!!]
팬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쟈니는 말할 것도 없었고.
하지만 주도권은 넘어갔다.
쟈니는 특유의 하이플라잉 레슬링을 사용해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로 갔나 싶더라니.
고개를 돌리면 로프 바깥에 서있던 쟈니가 나를 향해서 뛰어올랐다.
로프를 밟는 동작인 스프링보드 점프를 이용해 한순간 접근해온 쟈니가 그대로 내 목에 다리를 휘감았다.
시야가 돌았다.
몸이 날았다.
콰앙-!
허리케인라나.
몸이 한 바퀴 돌며 링에 떨어졌다.
그런 식이었다.
빠른 속도와 탄력 있는 신체를 바탕으로 나를 계속해서 공격하는 쟈니.
하지만 나는 계속 버텼다.
몇 번이고 핀이 이어졌지만.
결코 쓰리 카운트를 내주지는 않았고 나는 어떻게든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에 따른 근거도 존재했다.
쟈니 역시도 지쳐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온몸을 매개체로 이용해서 상대를 공격하는 하이플라잉 무브.
그 기술은 화려하며 또한 강력했지만, 시전자 스스로도 대미지를 입었다.
그렇기에 나는 견뎌냈다.
다시 기회가 올 때까지.
그리고.
왔다.
“후우, 후우…….”
“허억…….”
우리는 지쳐 있었다.
경기의 종반부.
마지막 스팟.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Johnny! Johnny! Johnny! Johnny! Johnny! Johnny! Johnny! Johnny!]
별처럼 쏟아지는 챈트 속.
쟈니는 다시 한 번 스프링보드 공격을 위해 로프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쓰러진 채였다.
온몸이 욱신거렸고.
하지만 그렇기에.
정신은 도리어 또렷해졌다.
천천히 일어섰다.
무릎을 꿇고, 휘청거리다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켜 세워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로프를 밟고 뛰어오르는 쟈니.
그의 몸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다음 행동은 반사적이었다.
머리를 앞으로 해 날아오는 쟈니를 본 상태에서 나는 옆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왼발을 단단히 지면에 대고.
오른발을 들었다.
뒤꿈치가 날아오고 있는 쟈니의 안면에 정확한 타이밍으로 적중했다.
아니.
격추해냈다.
짜악-!!
슈퍼 킥.
[Uooooooooooooooohhhhhh!!]
순간 터져 나오는 경악의 목소리.
만약에 쟈니가 정석적인 그라운드 레슬링으로 주도권을 잡아나갔다면, 이 호밍 슈퍼 킥에 당하지는 않았을 터.
하지만 그는 자기 자신을 깎아내며 나를 어떻게든 끝장내려 들었고.
그렇기에 체력이 빠진 상태에서 미처 반응하지 못한 것이었다.
버텨낸 내가 이겼다.
발만 가져다댄 슈퍼 킥은 날아오던 쟈니를 그대로 지면에 추락시켰고, 녀석은 땅에 떨어지며 그 반동으로 그대로 뒤로 한 바퀴 굴렀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정말로 드라마틱하게.
무릎을 꿇고 섰다.
그 눈이 흐리멍덩했다.
슈퍼 킥의 반동으로 다시 무릎을 꿇었던 내 시선이 그와 교차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챈트.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숨을 몰아쉬던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팅거.
쩌억-!!
쟈니의 몸이 옆으로 돌아가며 일부러 중심을 안 잡은 나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그로써 자연스러운 커버.
[1……!!]
[2……!!]
[3……!!]
땡땡땡-!!
요란한 링 벨과 함께 나는 승리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기분 좋은 메탈 리프.
그 아래에서 쟈니가 이야기했다.
“신.”
“예, 쟈니.”
“무거워.”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 * *
경기가 끝난 뒤.
잔뜩 흥분한 드류 맥킨마이어는 거대한 덩치를 이끌고 무작정 움직였다.
어떻게든 이 감정을 전하고 싶다.
버릇이 없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순간적으로 이성이 마비되었다.
몸에는 고양감이 넘쳐흘렀고, 멋진 경기를 보여준 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를 알아보는 보안 요원들을 통과해 락커룸으로 들어선 드류는 머릿속으로 그려둔 길을 뒤따라갔다.
그리고 고릴라 포지션 앞.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신 선수!”
“멋졌어요!!”
“최고였습니다!!”
다들 먼저 이야기하고 있었다.
많은 선수들이 고릴라 포지션 앞에 모여 있는 가운데, 드류는 큰 키로 그들 뒤에 서서 기웃거리기만 했다.
‘와. 이렇게 분위기가 좋다고?’
다른 단체에서는 남이 잘하더라도, 아무리 경기가 좋았더라도, 딱히 이렇게 대놓고 칭찬을 해준다던가 하지는 않았는데.
여기는 정말로 ‘한 팀’처럼 서로의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그 중심에는 신이 있었다.
“쟈니가 잘해줬죠.”
“이 자식이…….”
단체의 얼굴로서, 자연스럽게 오늘 상대를 해준 선수에게 공을 돌리는 신.
그 옆에 서있던 쟈니는 얼굴이 빨개졌고, 다들 껄껄 웃으며 기뻐했다.
“맞아. 쟈니. 요새 죽이던데.”
“실력이 많이 늘었어.”
“더블 로테이션 문설트라니. 전 세계에서 세 명이나 쓸 수 있으려나?”
“그렉이 많이 도와줬죠.”
그렇게 또 자연스럽게.
팀이란 이래야 하는 법이라는, 한 책에서 읽은 내용이 머릿속을 스쳤다.
분명히 에이스는 있다.
하지만 그를 뒤에서 받쳐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에이스는 에이스다.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공을 나누면서 기운을 나누는 건 무척 중요하다고.
‘분명히 그랬었지.’
왠지 모르게 이 팀에서라면 잘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류는 사실 큰 덩치와는 다르게 신사적이고 나긋나긋한 성격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때로는 거친 공격성을 요구하는 업계의 생리에 그다지 자신이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 PWA는 그걸 받아들여줄 것 같다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어라?”
건네받은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던 신이 구석진 자리에 멀뚱히 서있던 드류를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야, 너 언제 왔어?”
“저, 저 말입니까?”
“이리로 와봐. 다들 좀 비켜줘요.”
선수와 직원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뻘쭘하게 서있는 드류. 그런 그를 신이 무리의 중앙으로 불러냈다.
마침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우리 막내입니다.”
드류의 어깨에 손을 올린 신은 그렇게 PWA 사람들에게 신인을 소개했다.
“드, 드류 맥킨마이어입니다! OVW에서 건너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하자고! 신참!”
“새끼, 반반한데!!”
다들 환영을 해주는 가운데.
싱긋 웃은 신은 오늘도 최고의 쇼였다고 생각하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제 다음 주 쇼만 남았군요.”
12월 23일.
“말했듯이 다음 날이 예수님 생일이니까, 선물이라고 생각하자고요.”
그 말을 들은 선수들이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웃음을 터뜨렸다.
드류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