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
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정신이 없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고를 공격하면 펑크가 달려든다.
펑크를 공격하면 고가 달려든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기껏 주도권을 잡았던 것이 무색하게 다시금 두 사람의 공격에 휘말리고 말았다.
“크윽……!”
고가 내 허리를 붙잡았고.
뒤이어 그런 고를 밟고 힘껏 뛰어오른 펑크가 내 안면에 니 킥을 날렸다.
뻐억-!
아릿한 통증.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대로 몸이 번쩍 들렸다.
허리를 사용해 날 뽑아든 고가 그대로 반대편으로 있는 힘껏 내던졌다.
시야가 빙글 돌았고.
콰앙-!
낙법을 치며 링 바닥에 떨어진 내가 고통에 몸부림치자 그사이 시비가 붙은 펑크와 고의 싸움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까 뒤통수를 후려쳤다가 도리어 당한 게 있어서인지 펑크는 정면으로 덤벼들지는 않았다.
무릎.
펑크가 노린 스팟은 바로 거기였다.
옆으로 돌아선 펑크는 로우 킥으로 고의 오금을 노리며 공격을 해나갔다.
쩌억-!
휘청거리는 고의 거체.
[Uoooooooooooooohhhh!!]
팬들이 순간 놀라 소리를 질렀고.
몇 번이고 이어진 공격에 결국 버텨내지 못한 고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크하하하-!!”
펑크가 웃음을 터뜨렸다.
거기에 아까 맞은 슈퍼 프랑켄슈타이너의 영향도 분명 남아있을 터였다.
어쨌든 운 좋게 주도권을 틀어쥔 펑크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팬들의 어그로를 잔뜩 끌었고.
[Boooooooooooooooooo-!!]
터져 나오는 야유 속에서 팔을 양쪽으로 펼친 녀석이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 내가 서있었다.
곧바로 발이 날아갔다.
쫘악-!
슈퍼 킥.
[Yeeeeeeeeeeeeeeeeeeaaaahhh!!]
팬들이 순간 환호성을 내질렀고 펑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간 그 앞에.
숨을 몰아쉬며 일어선 고가 그대로 펑크의 목을 팔로 힘껏 감싸 쥐었다.
그리고 반동을 이용해 들어 올려서 있는 힘껏 링 바닥에 처박아버렸다.
우라나게.
투콰앙-!!
화려한 연계기를 본 관객석의 분위기도 순간적으로 크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고가 곧바로 내게 다가왔다.
그가 투지를 드러내며 말했다.
“오늘 확실하게 끝을 내보자고.”
“좋아, 이기는 건 나겠지만.”
고는 곧바로 육탄 전차라는 이명에 걸맞게 나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숄더 블록.
거기에 맞기 전 순간적으로 바닥에 누워 낙법을 친 나는 그대로 핸드 스프링 기술을 이용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나를 지나쳐 로프를 타고 돌아오는 고를 바라보며 뛰어올랐다.
퍼억-!
타점이 높은 드롭 킥.
깔끔하게 몸을 쭉 뻗어서 차는 내 드롭킥은 오늘도 깔끔하게 들어갔다.
안면을 차인 고가 바닥에 쓰러지자 나는 곧바로 턴 버클 위로 올라갔다.
그 상태에서 나올 기술은 하나.
[Uoooooooooooooohhh……!]
팬들도 기대하는 가운데.
나는 순간 깨달았다.
고의 눈이 죽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고는 옆으로 구르며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탑 턴 버클 위에 있는 내게 다가와 안면에 힘껏 펀치를 날렸다.
빠악-!
“크헉?!”
충격에 그대로 주저앉은 내 머리를 움켜쥔 고가 피니시 무브를 준비했다.
머슬 버스터.
턴 버클에 앉은 내 몸을 앞으로 숙이게 만든 고가 그대로 어깨에 목을 얹으며 양다리를 잡고 들어 올렸다.
무려 100kg에 달하는 나를 가볍게 지탱한 고가 그대로 뒤로 돌아섰다.
그 박력에 팬들의 시선이 순간 집중되었고, 고는 링 중앙으로 나섬과 동시에 허공으로 번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뒤로 드러누웠다.
고의 어깨 위에 매달려 있던 나는 그대로 등부터 바닥에 추락했다.
투콰앙-!!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직후, 고가 나를 뒤집어 커버했다.
‘큰일이군.’
나는 통증 속에서 생각했다.
정신은 있지만.
몸이 움직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카운트가 이어졌다.
[1……!]
[2……!]
쓰리 카운트의 직전.
쾅-!
정신을 차리고 달려든 펑크가 고를 밀어내면서 자연스럽게 커버가 풀렸다.
“Two!”
심판의 선언.
옆으로 밀쳐졌던 고가 분노해 벌떡 일어섰고 펑크와 경기를 이어갔다.
말인즉슨 이제 슬슬 경기의 중반부를 지나고 있다는 뜻이었다.
초반에 잔뜩 달려서 지쳤던 나는 링 아래로 굴러떨어져 휴식을 취했다.
이제 내가 카메라에서 빠진 사이 두 사람이 좋은 스팟들을 보여주겠지.
두 사람을 믿기 때문에 나는 안심하고 호흡을 정리할 수가 있었다.
펑크와 고.
둘 다 멋진 선수들이었다.
비록 각종 문제로 완벽하지 못한 미래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내가 그것을 도울 수 있어 영광이었다.
줄곧 꿈꾸던 상황이었다.
나는 이 업계에서 이런 거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나이가 되고 싶었다.
‘전생의 트리플H처럼.’
문득 생각나는 이름.
그러자 기이하게도, 호흡이 안정되며 컨디션이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일대일 대결에서 고의 약점을 공략해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는 펑크.
[Booooooooooooooooo-!!]
그에게 쏟아지는 야유.
하지만 모두가 그만큼 두 사람의 싸움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고가 순간적으로 몸을 돌린 펑크를 붙잡았다.
“크하악?!”
[Uooooooooooooohhhhh!!]
코퀴나 클러치.
고는 펑크를 덮치면서 곧바로 ‘사자 죽이기’라고 불리는 기술을 시전했다.
펑크가 요란하게 발버둥 쳤지만.
그런 저항은 덧없이.
머리로 향하는 혈류가 차단된 펑크는 곧바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 그의 뒤에 달라붙은 고가 목을 조르며 탭을 받아내려고 하는 상황.
드디어 내 차례가 돌아왔다.
[Waaaaaaaaaaaaaaagggghhhh!!]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팬들의 환호 속에 링을 타고 올라갔다.
코너 로프를 타고 탑 턴 버클 위로.
경기장 전체가 보였다.
조명이 비추며 수많은 팬들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링 바닥에는 고와 펑크가.
펑크는 반쯤 정신을 잃었고 고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아까는 멋지게 해주셨는데.”
머슬 버스터를 떠올린 나는 지체하지 않고 곧장 몸을 뒤로 회전시켰다.
그 상태에서 번쩍 뛰어올랐다.
피닉스 스플래시.
공중으로 힘껏 떠오른 내 몸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을 덮쳤다.
투-콰앙-!!
큰 기술의 연속.
스팟 몽키 파라다이스.
하지만 이 정도는 해줘야 팬들도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즐기는 법이겠지.
복부의 통증에 눈물이 찔끔 났지만 어떻게든 버텨내고 펑크를 커버했다.
[1……!!]
[2…………!!]
옆에서 고가 나를 쳐냈다.
[Uooooooooooooooohhhh!!]
팬들이 비명을 내질렀고 우리 셋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움직이지 못했다.
한계는 진작에 넘어섰다.
“허억, 헉……!”
“후우, 후우, 후우…….”
“제, 기랄…….”
특히나 공격을 많이 받아준 펑크는 하얀 피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심판의 텐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관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미리 정해둔 6이라는 숫자에 맞춰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주먹질이 오갔다.
쩌억-!
퍼억-!!
콰앙-!!
각자 한 방씩.
내 펀치와 펑크의 킥, 고 해머까지.
눈앞의 상대에게 각자 한 방씩을 선사한 우리는 위험할 정도로 휘청거리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버텨냈다.
질 수 없다.
이기고 싶다.
이 PWA에서.
이 링 위에서.
첫 번째 해.
최고가 되는 건 바로 나다.
그렇기에 아무도 물러서지 않았다.
악과 깡으로 버텨냈다.
의지를 담아낸 일격이 계속 이어졌고, 그때마다 팬들이 반응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는 솔직히 말해 그 누가 공격을 하더라도 환호밖에 안 나왔다.
계속해서 팬들의 어그로를 끌던 펑크도 이 링 위에서는 선수로서 충분히 존경받을 가치가 있음을 증명했다.
그 상태에서 내달린 경기가 이어 마지막 스팟을 향해 도달했다.
“크윽……!”
계속 이어진 펑크의 로우 킥을 버텨내지 못한 고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것을 본 나는 곧바로 스텝을 밟으며 고의 턱을 노리고 킥을 차 넣었다.
하지만 그건 펑크도 마찬가지였다.
꽈앙-!
슈퍼 킥 & 라운드 하우스 킥.
뇌를 전후좌우로 뒤흔드는 공격.
그걸로 끝이었다.
고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옆으로 고꾸라져 링 밖으로 떨어졌다.
남은 것은 두 사람.
[Waaaaaaaaaaaaaaaggghhhh!!]
환호 속에 서로를 돌아본 펑크와 나는 그대로 피니시 공방전을 이어갔다.
“크하압-!!”
펑크가 날 파이어맨즈 캐리 자세로 들어올렸다.
GTS를 쓰겠다는 포지션.
팬들이 순간 놀라 일어섰고, 나는 위로 올라간 상태에서 엘보우를 갈기며 펑크의 어깨 위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슈퍼 킥.
턱-!
하지만 붙잡혔다.
“큭……!”
그대로 펑크가 내 발을 밀쳐냈고 중심을 잃은 나는 순간 무방비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거기에서 이어지는 건.
쩌억-!
라운드 하우스 킥.
관자놀이를 제대로 노린 공격을 맞은 나를 펑크가 다시 한 번 들었다.
[Uooooooooooooooohhhh……!]
놀라 비명을 지르는 팬들.
자신의 어깨 위에서 나를 들어 올린 펑크가 그대로 몸 앞쪽으로 빼냈다.
그리고 내가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춰서 무릎을 들어 올리며 턱을 찼다.
하지만 그건 시도에 그쳤다.
터억-!!
[Uooooooooooooohhhh……!!]
나 역시도 잡아냈다.
펑크의 무릎을.
경악하는 팬들.
그리고 펑크.
“왜, 못할 것 같았어?”
나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렉 하트가 낸 아이디어의 연장.
사실 펑크는, 내가 이걸 제안했을 때만 하더라도 영 못미더워했지만.
내가 떨어지면서 멋지게 무릎을 잡아 보이자 진짜로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렇겠지.’
왜냐면 다들 회의가 끝나고 돌아간 뒤에도 그렉하고 남아서 연습했거든.
이게 나였다.
그렇기에 승리는 당연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그대로 펑크를 밀어냈다.
“으헉?!”
그리고 휘청거리며 중심을 잡으려는 녀석의 안면에 그대로 온 힘을 다해.
‘슈퍼’ 킥을 날렸다.
쫘악-!!
날카롭게 들어간 킥은 펑크의 턱을 순간적으로 반대편으로 날려버렸다.
쿠웅-!
링 바닥에 무릎을 꿇는 펑크.
물론 나는.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이미 충분히 거리를 벌린 뒤였다.
몸이 링 위를 단숨에 주파했고, 짧은 도움닫기를 한 직후 날아올랐다.
쩌억-!!
펑크의 안면에 스팅거가 꽂혔다.
[Waaaaaaaaaaaaaaaagggghhh!!]
환호 속에서 이어지는 커버.
[1……!!]
[2……!!]
[3……!!]
땡땡땡!!
[Yeeeeeeeeeeeeeeaaaaaahhhhh!!]
링 벨 소리와 함께 팬들의 거센 환호가 경기장 전체를 뒤덮었다.
뒤늦게 링 위로 올라온 고가 머리를 움켜쥐었고,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다 이내 씨익 웃어 보였다.
PWA 출범 첫해.
1위는 나였다.
그렇게 길었던 사투가 끝났다.
세리모니를 장식하기 위한 테마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는 팬들의 함성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3초를 빼앗긴 펑크가 일어서고.
고 역시도 분해 날 보는 가운데.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경기장 내에 울려 퍼지던 내 테마곡의 소리가 잦아들었고, 환호를 보내던 팬들도 다시 우리에게 집중했다.
일반적이라면.
원래 여기에서 우리의 목표대로라면 내가 고와 펑크를 인정하고 먼저 악수를 청하면서 끝내는 것이 맞았다.
굉장히 강렬한 시합이었고 그렇기에 이런 흐름이 이상할 것은 없었다.
분명히 이번 대립으로 인해 고와 펑크는 환상적인 모멘텀을 갖게 되었다.
비록 패배했지만 두 사람은 그동안 팬들의 인정을 받던 내게 맞서서 계속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프로레슬링에서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쳤느냐였다.
그렇기에 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내, 이 ‘신’이라는 캐릭터에 맞춰.
두 사람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쫘악-!!
다시 한 번 터지는 슈퍼 킥.
[Uoooooohhhhh……!]
거기에 맞은 고가 쓰러지자 순간적으로 펑크가 놀라 나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러면 어쩔 건데.
나는 똑같이 녀석에게도 슈퍼 킥을 날려 쓰러뜨린 뒤, 손을 번쩍 들어 팬들에게 세리모니를 펼쳐보았다.
다시 내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팬들은 그런 내가 쿨하다고 생각했는지 계속 환호를 보내주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아마 여기에서 내가 악수를 청했다면 이야기가 작위적으로 보였을 터.
하지만 나는 두 사람을 계속해서 적수로 둔다는 뜻에서 킥을 날렸다.
그리고 그건 분명히 먹혔다.
2008년 12월 23일.
우리가 만든 생일 선물은 그렇게 멋지게 포장되어 천국으로 배송되었다.
나는 곧바로 링에서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