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347화 (347/634)

347.

그대로 럼블 매치의 주도권은 사모아 고가 틀어쥔 채로 계속 진행되었다.

러셀과 나는 제 앞마당인 양 행패를 부리는 고에게 맞서 싸웠지만.

아무래도 초반에 너무 맞붙은 탓인지 계속해서 놈에게 제압을 당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러셀은 마지막까지 이 링에 있어줘야 하는 나를 좀 더 배려를 해주었다.

나 역시도 마지막까지 남아본 적은 없었기에 그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배려가 무엇인고 하니.

단순했다.

고의 공격을 받아주는 것이었다.

코너에 서있는 고를 향해서 순간 기세를 잡고 맹렬하게 달려가는 러셀.

하지만 다음 순간.

달려드는 상대의 목을 팔뚝으로 감싸 들어 메치는 우라나게가 작렬했다.

기술을 받아주는 상대가 러셀이기에 그 어느때보다도 각도가 더 높았고.

“Take This-!!”

고는 번쩍 들어올린 러셀을 그대로 호쾌하게 링 바닥에 내던졌다.

투-콰앙-!

몇 바퀴를 구르며 쓰러지는 러셀.

녀석은 우연히도 내 쪽으로 굴러왔고 나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괜찮냐?”

“……아니.”

말을 하는 걸 보니 괜찮구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링 바닥에 편하게 누운 채로 고를 힐끔 바라보았다.

녀석이 소지와 엄지를 펼쳐 머리 위로 뻗는 특유의 동작을 취해보였다.

[Yeeeeeeeeeeeeeeeeaaaaahhh!!]

그 호쾌함에 쏟아지는 팬들의 환호.

이게 럼블 매치의 묘미였다.

지금은 고의 시간이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가장 빛을 발하는 건 나겠지만.

그래도 오늘 데뷔하는 펑크와 고 역시도 충분하게 팬들의 주목을 받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각본.

고는 잘해주고 있었다.

애초에 이 링에서도 뛰어보았고, 사실상 우리들과 비슷한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1분 30초가 지났다.

BAAAAAAAAAAAAAAAAAAMMMM!

버저 사운드와 함께 나오는 건.

4번 선수.

몬타나 본텔비어스 포터.

통칭, M.V.P.

바싹 동여맨 레게 머리가 특징인 흑인 레슬러로, WWF와 다른 단체를 오가며 오래도록 활동한 선수였다.

나름대로 실력도 있고 쇼맨십 역시도 훌륭한 악역 미드 카더였으나.

지금은 고의 먹잇감에 불과했다.

[Booooooooooooooooooooo-!]

지금도 워낙 얄미운 악역이기 때문인지 팬들은 그에게 야유를 보냈다.

그렇기에 링 위로 올라온 MVP를 고가 그대로 덮쳐 공격하자 반사작용으로 거대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Yeeeeeeeeeeeeeeeaaaaahhhh!]

모두 예상한 대로였다.

고 역시도 그런 팬들의 환호가 무색하지 않게 M.V.P.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그러고는 다음 선수가 나오기도 전에 탈락시키며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그에게 쏟아지는 환호.

그때쯤 다시 일어선 러셀이 고를 향해 다가가 주먹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아무리 고의 기세가 올라왔다고 한들 나름대로 메인 챔피언도 지내본 러셀이라서 쉽사리 당해주진 않았다.

그리고 그사이.

나 역시도 움직였다.

로프를 타고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간 나는 그대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Uooooooooooooohhhhh……!]

팬들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고.

주먹을 주고받던 고와 러셀도 알아차리고는 동시에 나를 돌아보았다.

바로 그게 신호였다.

나는 두 사람을 향해 몸을 던졌다.

플라잉 크로스 바디.

나는 탑 턴버클 위에서 거의 2미터 가까이 뛰어올라 두 사람을 덮쳤다.

충격이 몸을 덮쳤다.

무게에 속도가 더해진 채, 고와 러셀이 받아줄 때의 충격이 순간적으로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Yeeeeeeeeeeeeaaaaahhhhh-!]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죽여줬다.

쓰러진 두 사람의 위를 구른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며 포효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

[Waaaaaaaaaaaaaaagggghhhh!!]

팬들이 환호로 응답해주었다.

이어서 러셀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 나는 그대로 녀석의 뒷목을 잡고 로프 밖으로 던져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 러셀은 끈질겼다.

로프 반대편으로 넘겨진 녀석은 어떻게든 로프를 붙잡아서 버텨내고 다시 링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나는 그런 녀석의 안면에 펀치를 먹이고 아슬아슬하게 시선을 끌었다.

팬들도 러셀이 떨어질까, 아니면 다시 링으로 들어올까, 조마조마하며 바라보는 가운데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10, 9, 8.

3, 2, 1……!

BAAAAAAAAAAAAAAAAMMMMM!

버저 사운드와 함께 등장한 것은.

바로 그레이트 칼라이였다.

[Uooooooooooohhhhh……!]

팬들의 반응은 경악에 가까웠다.

키 2미터 16센티미터.

체중 157kg에 달하는 슈퍼 자이언트.

인도풍의 음악과 함께 링 위로 서서히 걸어오는 그의 모습은 순간적으로 팬들을 경악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우리 역시도 그랬다.

내가 놀라 입장로 쪽을 돌아보는 사이 러셀이 링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칼라이는 3단 로프 위를 넘어오는 특유의 방식으로 링에 들어와 우리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데뷔 당시에는 캐스켓-테이커를 상대로 이겼을 정도로 강력한 푸시를 받았던 그레이트 칼라이였다.

비록 지금은 많이 희미해졌지만.

그 거대함.

216cm이라는, WWF 역사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의 장신이 가져오는 힘은 분명 아직까지 존재했다.

결국 위상이란 간단했다.

얼마나 강해 보이느냐.

승리를 납득할 수 있느냐.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그레이트 칼라이는 천부적으로 높은 위상을 타고난 선수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 셋은 자연스럽게 칼라이에게 맞서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가장 앞에 서있던 고가 칼라이에게 달려들어서는 숄더 블록을 먹였다.

하지만 사모아 고가 어깨로 밀쳤는데도 칼라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고의 머리를 움켜쥐고는 그대로 정수리에 수직으로 찹을 꽂았다.

일명 오버헤드 찹.

뻐억-!

지켜보는 내가 다 아플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실제로 연습생 시절 칼라이에게 트레이너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지.

너는 절대 전력으로 레슬링을 하지 말라고.

상대가 죽으니까.

하지만 고는 죽은 것 같았다.

그 거체가 곧바로 뒤로 넘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겁 없이 달려든 러셀이 다시 한 번 오버헤드 찹을 얻어맞고는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졌다.

남은 건 오직 나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좀 다르게 행동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칼라이.

그런 녀석을 피해 옆으로 빠진 나는 그대로 정강이 뒤쪽을 걷어찼다.

거인 레슬러의 약점은 무릎.

일상에서도 거대한 몸을 지탱해야 하는 무릎은 남들보다 언제나 더 큰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어진 킥.

쩌억-!

“크어어어어!!”

칼라이가 비명을 내질렀다.

정말로 영화 속에 나오는 고릴라 썸띵 몬스터처럼 녀석이 날 돌아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 빨랐다.

뻐억-!

퍼억-!!

퍽!!

몇 번이고 이어지는 로우 킥.

그럴 때마다 비명과 함께 팔을 휘젓는 칼라이. 그 거대한 손바닥이 내 머리 위를 힘차게 스쳐지나갔다.

머리가 순간 오싹해졌다.

‘맞으면 죽는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칼라이를 공격했다.

그 끝에.

“우어어어어어어-!!”

무릎을 꿇고 마는 칼라이.

됐다.

[Waaaaaaaaaaaaaaaaggggghhh!!]

팬들의 환호가 쏟아지는 가운데.

칼리의 정면에 있는 로프로 달려간 나는 거기에 있는 힘껏 몸을 장전했다.

그리고 튕겨져 나와 몸을 날렸다.

스팅거.

무릎을 세운 상태에서 전신을 던지며 날리는 러닝 니. 이거라면 분명히 칼라이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 터.

하지만 칼라이 역시 이걸 맞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 목을 붙잡았다.

그것도 양손으로.

칼라이의 피니시 무브.

투 핸디드 초크 밤.

“……?!”

양손으로 목을 붙잡혀 칼라이의 머리 높이까지 떠오른 나는 그대로 힘껏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투콰앙-!!

정신이 아찔해지는 충격.

[Uooooooooooooooooohhhhhh!!]

관객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칼라이는 무릎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는 듯 그대로 나를 마구 밟아댔다.

“크윽?!”

로프를 붙잡고 최대한 체중을 싣지 않으려 했는데도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몸을 비틀며 버텨내던 나는 누군가 칼라이의 뒤에서 다가오는 걸 느꼈다.

러셀이었다.

로프를 붙잡고 다가온 녀석이 날 공격하는 칼라이의 무릎을 걷어찼다.

“크어억-!!”

비명과 함께 무릎을 꿇는 칼라이.

[Waaaaaaaaaaaaaaaagggghhhh!!]

팬들의 환호와 함께 다가온 러셀이 그대로 나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일어나!”

“뭐?”

“빨리!!”

녀석이 다급한 표정을 해보였다.

거기에서 나는 녀석의 행동이 뭘 뜻하는 것인지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미친 자식…….”

그 손을 잡고 일어나자 러셀이 곧장 로프를 잡고 턴버클 위로 올라갔다.

무릎을 제대로 차인 칼라이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끙끙 앓고 있었고.

나는 그 안면에 슈퍼 킥을 먹였다.

‘원래’대로면 니 킥을 사용하는 게 정석이었으나, 슈퍼 킥이 내 무브 중 하나로 편입되면서 이렇게 변했다.

그리고 이게 더 자연스러웠다.

뻐억-!

[Yeeeeeeeeeeeeeeaaaaahhhh!]

쓰러지는 칼라이.

그 목에 발을 올리고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킨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탑 로프의 러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팬들에게 보란 듯이 녀석을 검지로 척, 하고 가리켰다.

거기에 피식 웃은 러셀의 몸이 그대로 힘차게 허공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초승달 같은 모양을 한 채 회전하며 칼라이를 향해서 떨어졌다.

투콰앙-!!

크레센트.

화려하고 파괴적인 무브에 자리에서 일어선 팬들이 마구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우리는 끝나지 않았다.

“신!”

우리는 함께 자리에 쓰러져 있던 칼라이를 일으켜 세워서는 그대로 3단 로프 위쪽으로 넘기려고 시도했다.

양쪽에서 다리를 잡고서는.

하지만 칼라이는 칼라이.

남들 같았으면 완전히 녹다운이 되었을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몸에 힘을 주어서 버텨내려고 했다.

“끄그그극……!”

“넘겨! 힘 줘!!”

“네가 힘을 더 주던가!!”

나는 어이가 없어 소리쳤다.

확실히, 이런 괴물을 넘기는 건 웬만한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그가 등장했다.

“후욱……!”

뒤쪽에서 나온 고가 합류해 그대로 칼라이의 발을 붙잡고 힘껏 들었다.

그러자니 서로 억지로 버텨내던 균형추가 반대편으로 확 기울어버렸다.

칼라이가 그대로 넘어갔다.

거목이 쓰러졌다.

[Yeeeeeeeeeeeeeeeaaaaahhhh!!]

팬들의 환호와 함께 우리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탈락을 하게 된 칼라이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져 우리를 바라보았지만.

“칼라이, 탈락!”

심판의 퇴장 명령에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장로를 통해서 퇴장했다.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는 이내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제기랄.”

진짜 공룡을 상대한 기분이었다.

어떻게 순간적으로 혼을 빼놔서 탈락은 시켰지만, 정면으로 붙었을 때 녹록한 상대는 절대 아니었다.

그러자니 반대편의 러셀도 웃었다.

“야, 안 죽었는데?”

“그러게 말이다.”

“그 기술을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그러게 말이다.”

“…….”

“…….”

러셀과 나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그대로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뻐억-!

퍼억!!

크로스 카운터!

그리고 선수들이 계속 등장했다.

이후로는 주로 텅 빈 링을 채워나가는 형식으로 계속 경기가 진행되었다.

아무래도 럼블 매치의 묘미는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링 위에서 난투극을 벌이며 탈락자가 발생하는 거니까.

링에서 공격을 당하는 역할을 주로 맡아줄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인들.

그리고 그들을 도와줄 베테랑들.

고와 나, 러셀.

이렇게 세 사람이 이끌어가는 초반부를 채워주기 위한 협력자들이었다.

6번 블라디미르 코슬로프.

7번 JTG.

8번 체드 디비아시 주니어.

9번 크리스 젠코.

10번 마이크 록스.

링으로 나온 선수들과 함께 우리는 계속해서 럼블 매치를 중반부로 연결해나갈 포석을 쌓기 시작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탈락자는 나왔다.

뻐억-!

내 박치기를 맞은 흑인 레슬러, JTG가 비틀거리며 정신을 못 차렸고.

나는 그런 녀석을 간단하게 링 바깥으로 넘겨버리면서 힘을 과시했다.

11번 미즈.

12번 핀레이.

13번 코디 로스.

나와 러셀은 딱히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도 자연스럽게 협력을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딱히 상대를 도와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빈자리를 바로 채워주었다.

내가 스냅 수플렉스로 미즈를 넘기자, 그걸 곧바로 잡아 일으켜 세운 러셀이 저먼 수플렉스로 연결을 했고.

그 뒤로 돌아들어간 나는 미즈의 머리통을 붙잡고는 로프 밖으로 던졌다.

그로서 남은 인원은 9명.

여기에서 더 탈락을 시켜야 한다.

그러자니 옆에서 크리스 젠코와 계속 공격을 주고받던 고가 포효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

스포트라이트가 넘어갔다.

고가 크리스 젠코를 탈락시키자 관객석에서 어마어마한 환호가 나왔다.

[Yeeeeeeeeeeeeeeeaaaaahhhh!!]

거만하게 손바닥을 털어낸 고가 나를 돌아보았고 다른 선수들이 우리 세 사람을 점차 의식하기 시작했다.

경기는 난투극으로 이어졌다.

핀레이를 상대하게 된 나는 그에게 연신 주먹을 날리며 계속 몰아붙였다.

핀레이도 나를 공격했지만 선수로서의 위상은 내가 훨씬 높았기 때문에.

“차앗-!!”

나는 안면에 꽂히는 펀치를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내고는 그대로 핀레이를 로프 밖으로 힘껏 내던졌다.

[Uooooooooooooooohhhhhh!!]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가슴을 퍽퍽 후려친 나는 그대로 텐 카운트가 시작되는 소리를 들었다.

[10……!!]

[9……!!]

[8……!!]

그런 와중에도 코디라는 건방진 신인이 나를 향해서 달려들었지만.

그 안면에 박치기를 먹여 잠재운 나는 그대로 입장로 쪽을 돌아보았다.

환상적인 기분이었다.

뭘 해도 잘 될 것 같았다.

누가 나오더라도 괜찮다!

[5……!!]

[4……!!]

[3……!!]

“C’mon-!!”

다들 모여서 난투극을 벌이는 가운데 호기롭게 소리를 지른 나는…….

[2……!!]

[1……!!]

대-앵-!!

만종을 알리는 종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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