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359화 (359/634)

359.

“좀 심각한데.”

그렇게 말한 건 심판이었다.

내가 분노에 차 다가오는 헌터를 드롭킥으로 날려버린 직후, 그렇게 번 시간 동안 보디 체크가 들어갔다.

트리플H의 슬레지 해머 어택을 막아냈던 내 손바닥에 최소한 금이 갔다.

그렇게 말한 그는 눈썹을 찡그리고 고민하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만두자고. 너무 심한데.”

“이 정도면 싸게 먹힌 거죠.”

아무리 끝이 고무라고는 해도.

헌터의 완력으로 그렇게 힘껏 휘둘러서 후려쳤는데 이 정도면 사실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이다.

“신, 더 심해질 수도 있어.”

“이 경기를 못 끝내는 게 심하죠.”

바로 그때, 헌터가 다가왔다.

“많이 심각한가?”

거기에 돌아본 심판이 헌터를 밀어내는 척 연기를 하면서 상황을 전했다.

그러자니 헌터가 내게 손가락을 뻗으며 다들 들을 수 있게 소리쳤다.

“이 겁쟁이 새끼가……!”

“누가 겁쟁이란 거야?!”

나도 받아쳤다.

수갑에 팔이 묶인 상태에서 일어서려는 나와 그 모습을 조롱하는 헌터.

심판이 순간 진짜로 당황했지만.

우리는 무시하고 다시 붙었다.

이 정도로는 멈출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헌터도 같았다.

녀석이 먼저 펀치를 날렸다.

퍼억-!

나도 지지 않고 돌려주었다.

퍼억!!

그리고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통증이 옅어졌다.

쾌감이 몸을 물들인다.

[Yeeeeaaaahhh!!]

[Booooooo-!!]

펀치를 한 방씩 주고받을 때마다.

팬들의 목소리가 섞여들었다.

우리의 싸움에 더해졌다.

계속 할 수 있다.

그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헌터가 내 뒷목에 손을 감았다.

“크하앗!!”

그리고 내 복부에 니 킥을 먹였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나는 팔목에 채워진 수갑이 방해가 되는 걸 느꼈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방법이었다.

열쇠를 꺼내서 푼다는 건 솔직히 말해 복선을 깔아두지 않은 치트키였고.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일단 맞는 것이었다.

퍼억-!

헌터의 공격이 연이었다.

상대방을 묶어둔 상태에서 비겁하게 이어지는 연속 타격. 악역다운 잔혹한 모습에 팬들이 큰 야유를 보냈다.

동시에 내게 응원이 이어졌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헌터는 날 쓰러뜨리고 곧바로 핀 폴에 들어갔다.

1, 2!!

벗어난다.

녀석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내 안면에 몇 번이고 힘껏 펀치를 날려댔다.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뭔가 수를 생각하겠다는 듯 뒤로 물러섰다.

헌터는 링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그대로 수갑을 당겨 빠져나가려고 애를 썼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런 내게 쏟아지는 팬들의 응원.

콰장창-!

하지만 링 아래의 헌터가 로프 너머로 던진 철제 의자가 떨어지면서 그런 챈트를 순간적으로 멈추게 했다.

나는 거기에서 원하는 대로 경기가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다들 헌터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가 나를 어디까지 망가뜨릴지.

그리고 나는.

그런 팬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느낀 순간, 반격을 시작할 때임을 느꼈다.

하지만 일단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채 숨을 몰아쉬며 체력을 비축했다.

이 뒤로 이어질 반격은 헌터가 내게 날린 슬레지 해머의 일격만큼이나 화끈하게 이루어져야 했으니 말이다.

금이 간 오른손의 상태는 그래도 아직까지 그럭저럭 버틸 만한 정도였다.

그리고 내게 다가온 헌터는 허튼짓 못 하도록 안면에 주먹부터 날렸다.

뻐억-!

나는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그 상태에서 헌터는 내 머리에 철제 의자를 끼우고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가 그 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Uoooooooooooooohhhhh……!]

위험천만한 상황에 경악하는 팬들.

저 상태에서 지면에 착지하며 내 목에 걸린 의자에 스톰프를 날린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터였다.

하지만 헌터는 망설이지 않았다.

턴버클 위에서 뛰어오른 녀석이 그대로 있는 힘껏 철제 의자를 밟았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

“큭……!”

나는 바닥을 굴러 빠져나왔다.

콰앙-!

혼란스러운 순간이었다.

헬-쏘우의 희생자들처럼 목에 철제 의자가 낀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돌아서는 헌터를 잠시 노려보았다.

녀석이 뒤로 돌아서 내게 달려들었고 나는 옆으로 팔을 당기며 피했다.

콰앙-!

코너에 충돌하는 헌터.

나는 곧바로 철제 의자를 빼냈다.

꽤나 낑낑거리면서.

그래도 헌터가 충돌로 인해서 비틀거렸기 때문에 어떻게든 수행해냈다.

수갑이 채워지진 왼손으로 의자 다리를 잡은 나는 그대로 그걸 헌터의 등을 향해 힘차게 휘두르려고 했다.

하지만 오른손이 수갑에 채워진 채였고 체력까지 빠진 상태에서 한 손으로 의자를 들고 휘두를 수는 없었다.

……당연히 실제로는 할 수 있었지만 ‘설정 상’ 불가능했다는 말이었다.

나는 다시 무릎을 꿇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럼에도 팬들은 내게 응원을 보냈고.

“크으윽……!!”

악으로 깡으로.

의자 다리의 한쪽을 붙잡고.

반대편 다리를 입으로 꽉 잡아 문 나는 그대로 헌터를 향해서 돌진했다.

녀석이 돌아서는 시점에서.

안면에 철제 의자를 가져다대고는 그대로 있는 힘껏 박치기를 날렸다.

투콰앙-!!

이마가 찌릿찌릿했다.

[Yeeeeeeeeeeeeeeeaaaaahhhh!!]

하지만 팬들의 환호성을 듣자니 통증은 금방 사라졌다. 눈앞에 이마에서 터진 피가 흩날리는 게 문제였지만.

헌터가 그대로 넘어갔고.

숨을 몰아쉬며 털썩 주저앉은 나는 그대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슬레지 해머.

멀지 않은 곳에서 그것을 다시 가져온 나는 그대로 수갑의 사슬 부분을 바닥에 대고 힘껏 내리찍었다.

콰직!

수갑의 사슬이 갈라지며 나는 그대로 중간 부분을 뜯어내고 빠져나왔다.

[Yeeeeeeeeeeeeeeeeaaaaahhh!!]

팬들이 다시 환호를 보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쉰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는 헌터를 바라보면서.

슬레지 해머를 버렸다.

순간 의아해하는 공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건 금세 반대가 되었다.

내가 로프를 붙잡고 앉자마자.

스팅거.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 준비 자세를 본 팬들이 순간적으로 엄청난 환호를 내게 보내주었다.

그것에 등이 떠밀려 내달린 나는.

헌터가 돌아보는 순간에 맞춰 뛰어올라 그 안면에 힘껏 무릎을 차넣었다.

쩌억-!!

무너지는 몸.

이어지는 커버.

1……!!

2……!!

헌터가 몸을 비틀며 빠져나왔다.

[Uoooooooooooooohhhhhh……!]

경악을 금치 못하는 팬들.

나 역시도 절대 이 정도에서 헌터가 끝날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주도권을 잡았다.

트리플H.

그는 분명히, 이 업계를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위대한 커리어를 지내온 퍼펙트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전생의 팬들은 언제나 그를 커리어보다 더 낮게 평가하고는 했다.

왜냐면 헌터의 커리어에는 항상 백스테이지의 정치력으로 이루어낸 거라는 이야기가 따라다녔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회장 딸과의 결혼.

야망이 큰 성격.

프로페셔널한 선수 의식.

그 여러 개가 조합된 헌터는 각본 상으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각본을 통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고.

마지막까지 자기 위상을 지켰다.

그래서 저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렇게 높은 위치에 올라갈 수 있는 재능과 실력을 확실히 겸비한 선수였음에도 항상 그 욕심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나는 그 깐깐한 트리플H로부터 인정을 받고, 반대로 그를 인정하면서.

우리 두 사람은 순간을 만들어냈다.

믹 졸리가 말했던 대로.

사람들이 기억할 순간을.

그리고 그건 내가 생각했을 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이었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것.

환상적인 모습으로.

쫘악-!

내 슈퍼 킥에 맞은 헌터가 그대로 로프 바깥으로 굴러떨어졌다.

“후우, 후우…….”

온몸이 아팠다.

특히나 오른손은 최악이었다.

링 아래로 내려가 사다리를 들자 슬레지 해머를 막은 여파가 느껴졌다.

“끄윽……!”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프군.

전신에 도는 아드레날린이 지워내지 못할 정도였다. 어딘가가 뚝 끊어져서 그 사이로 바람이 스며드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버텨내고.

사다리를 세웠다.

아나운서 테이블 방면.

“허억, 허억…….”

헌터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 앞으로 천천히 다가간 나는 괴로워하는 헌터를 곧바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사다리 쪽으로 팔을 당겼다.

“크흑?!”

콰장창!

사다리로 달려가 부딪헌 헌터는 충격으로 인해 다시 바닥을 나뒹굴었다.

[Waaaaaaaaaaaaaaaaagggghhh!]

팬들의 환호성 속.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움직인 나는 헌터의 앞으로 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연기를 시작했다.

“소용없어.”

“…….”

“알고 있으니까 숨기지 않아도 돼.”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헌터는 언제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슬레지 해머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내게 달려들었다.

나 역시도 달려들어.

“큭?!”

“……!”

슬레지 해머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엎치락뒤치락.

[Waaaaaaaaaaaaaaaaggggghhh!!]

팬들의 환호 속에서 헌터와 나는 슬레지 해머를 빼앗고자 힘을 겨루었다.

힘은 물론 내가 앞섰지만.

“후우……!”

헌터는 지능적이었다.

서로 당기던 상태에서 헌터가 팔에 힘을 풀자 나는 순간적으로 끌려갔다.

그렇게 중심을 잃자 헌터는 곧바로 달려오는 내 안면에 박치기를 날렸다.

퍼억-!

버텨냈다.

이마의 피가 흩날렸고, 나는 그대로 이를 악물며 반대로 박치기를 날렸다.

쩌억-!!

“끄흑?!”

헌터의 안면이 순간 들렸다.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돌진했고 헌터는 해머를 쥔 채 뒤로 넘어갔다.

쿠웅!

경기는 치열함 그 자체였다.

이미 레슬링이라기보다는 싸움에 가까웠다.

실제로 헌터와 나는 꽤 오랫동안 그런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주고받는 건 주먹뿐.

퍼억-!

바닥에 쓰러진 헌터의 위에 올라타서 안면에 펀치를 꽂아 넣은 나는 그대로 해머를 빼앗으려고 들었다.

하지만 다시 주먹을 날리기 위해 팔을 든 순간, 헌터는 슬레지 해머를 위로 들어서 내 자세를 무너지게 했다.

그리고 내 이마의 상처를 공격했다.

“끄하아아아악-!!”

눈물이 찔끔 날 정도의 충격이었다.

레슬 임페리움에서 쓰기에는 너무나도 잔혹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마운트 상태를 벗어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헌터의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피.

순간 너무 많이 흘러나와 나는 헌터의 손을 붙잡고 피를 가리려고 했다.

그리고 보였다.

손이 얽힌 상황에서.

날 보며 씨익 웃는 녀석이.

마치.

너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는 얼굴.

“커헉……!”

뒤를 이어, 헌터는 슬레지 해머의 손잡이를 이용해서 내게 초크를 걸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방법은 하나.

들어올린다.

현재, 헌터는 팔꿈치 안쪽에 슬레지 해머를 끼우고 내 뒷목을 붙잡고 당겨 초크를 넣고 있는 상태였다.

판단을 내린 나는 곧장 헌터의 등과 허벅지를 양손으로 감싸 붙잡았다.

이어 무릎을 지면에 대고.

있는 힘껏 위로 들어올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Uooooooooooooooooohhhhhh!!]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헌터의 거구를 팔 한쪽만으로 뽑아 올리며 동시에 일어서는 나를 보고.

그렇게, 체중 110kg 이상의 거구를 공중을 들어 올린 나는 그대로 봐주지 않고 지면에 처박아버렸다.

꽈앙-!!

스쿨보이 파워밤.

몸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코어 근육을 최대한 이용해 상대를 뽑아들어야만 하는 난이도 높은 기술이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직까지, 괜찮군.’

방금 이걸로 다 썼지만.

“후우, 후우…….”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보이는 별의 숫자를 셌다.

아니, 별이 아니군.

경기장을 가로지르듯 설치된 대형 철골 구조물에 매달린 조명들이었다.

그게 우리를 비추고 있다.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싸움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는 그들의 염원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 그래.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는다.

보여줄 게 많았으니.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나운서 테이블을 손으로 짚은 상태에서 이어 뒤를 돌아보자 기다리고 있던 트리플H가 내게 달려들었다.

뻐억-!!

날카로운 슬레지 해머 샷.

정통으로 맞은 나는 몸의 중심을 잃고 아나운서 테이블 위로 쓰러졌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아나운서 테이블 위로 따라온 트리플H가 나를 붙잡고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끝장을 내주마!!”

팬들에게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외친 녀석이 내 복부를 걷어찼다.

“커윽?!”

그리고 이어지는 페디그리.

투콰앙-!!

아나운서 테이블이 붕괴했다.

경기의 양방을 혼란 속으로 밀어 넣는 한 방.

온갖 기자재가 나뒹굴고 아나운서들이 놀라 우리를 바라보았다.

전기에 감전된 듯한 충격에 숨을 몰아쉬던 나는 다음 순간 내 옆을 지나가는 심판의 모습을 발견했다.

‘뭐지?’

옆에 쓰러져 있던 헌터에게 다가간 그가 무어라 말을 걸기 시작했다.

원래 예정과는 달랐다.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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