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360화 (360/634)

360.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아무것도 모르는 팬들은 우리를 보면서 계속해서 환호를 보내주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확실히는 알 수 없었으나.

나는 그것을 명백히 느꼈다.

“끄흐으으윽…….”

원래 예정은 이러했다.

내가 아나운서 테이블 위로 페디그리를 맞은 직후, 헌터가 일어나 경기의 흐름을 다시 가져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헌터는 무슨 이유에선지 바닥에 쓰러진 채로 움직이지 않았고.

말하지 않아도 확실했다.

헌터에게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어쩐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생각했다.

여기에서 멍청이라면 어색하게 일어나서 뭔가 어색한 짓을 해보이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아니었다.

프로 중의 프로.

그렇기에 나는 심판이 상황을 정리하고 돌아오는 것을 얌전히 기다렸다.

심호흡을 했다.

아무래도 이후의 경기는 내가 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최대한 체력을 회복해야만 했다.

그리고 심판이 돌아왔다.

“신.”

“어떻게 된 거죠?”

“무릎이 나갔어.”

“제기랄.”

또 터졌군.

스파인 버스터나 페디그리처럼 무릎으로 떨어지는 기술을 사용할 때가 많았던 헌터의 고질적인 부상이었다.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요?”

“스팅거 넣고 커버해.”

“헌터는 뭐라고 하는데요.”

“……말도 안 되는 짓이야.”

“그렇게 해요.”

분명히 계속하겠다고 했겠지.

하지만 심판이 봤을 때는 부상의 정도가 심각해서 중단을 권유한 거고.

“평생 장애가 남을 수도 있어.”

“헌터라면 극복할 겁니다.”

문제는 지금이었다.

관객들이 슬슬 링에 흐르는 이상한 기류에 대해서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경기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상, 어떻게 해서든 이걸 커버쳐야만 했다.

내 눈치를 보던 트리플H도 숨을 몰아쉬며 일어나 곧장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나는 달려갔다.

쩌억-!

헌터의 종아리를 걷어찼다.

“……?!”

그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지는 헌터.

나는 그 머리를 붙잡고 연이어 펀치를 갈기며 또박또박 말을 전달했다.

“좀 누워 있어요.”

거기에 눈을 깜빡이는 헌터.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라.

그렇게 지시를 내린 나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일어나 링을 크게 돌았다.

아까 내 목에 끼워졌던 철제 의자를 집어 들고 번쩍 하늘 위로 치켜들었다.

[Yeeeeeeeeeeeeeaaaaaaahhhh!!]

환호가 돌아왔다.

거기에 흥이 났다는 듯 나는 여유를 보여주기 위해서 링 위로 올라갔다.

“고작 이거밖에 안 돼?!”

[Waaaaaaaaaaaaaggggggghhhh!!]

환호가 더욱 커졌다.

헌터가 충격에서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한 퍼포먼스. 나는 로프를 밟고 올라가 팬들에게 버럭 소리쳤다.

“역사에 남을 순간이라고!!”

[Yeeeeeeeeeeeeeeeaaaaahhhh!!]

레슬링 경기라기에는 흐름에서 벗어난 행동이었다. 분명히 이런 내 행동을 통해 헌터가 진짜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팬들 역시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면.

그조차 무기로 사용하면 된다.

나는 헌터에게로 돌아가 그 오른쪽 무릎을 향해 철제의자를 휘둘렀다.

쩌억-!

“그하악?!”

비명을 지르는 헌터.

물론 제대로 때리지는 않았다.

팔의 각도를 비틀어 철제 의자의 끝이 바닥을 때려 소리가 나도록 했다.

이로서 헌터가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다리를 절뚝일 때 설득력이 생기도록 복선을 깔아두는 거다.

하지만 단순히 의자가 닿는 것만으로도 헌터는 이를 악물며 참아내야 했다.

그렇게 녀석의 무릎을 노리고 몇 번이나 의자를 휘두르던 나는 이내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를 반대편으로 던지고.

헌터를 일으켜 세웠다.

천천히, 녀석이 충분히 다친 무릎에 힘을 주지 않을 수 있도록 배려하며.

그렇게 일어난 헌터에게 박치기.

쩌억-!

뒤로 물러난 헌터가 아나운서 테이블 위에 쓰러졌고, 나는 옆에 놓여 있던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Uooooooooooooohhhhhhh……!]

팬들이 놀라 나를 올려다보았다.

3.5미터 높이.

아래를 내려다보자, 사자였던 헌터가 치와와만큼 작은 크기로 보였다.

‘후우.’

가볍게 심호흡.

그리고 사다리의 제일 위로.

접사다리가 마구 흔들거렸다.

무섭다.

이 위에서 잘못 떨어지면 최소 골절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도 머릿속에 제대로 그림을 그렸다.

헌터를 살릴 그림을.

다리로 떨어지면 끝이다.

헌터는 쇼크로 기절할 테고 경기는 이 상태에서 끝나고 말 테지.

그렇다고 목 쪽으로 올라가면 자칫 잘못 떨어졌다가는 바로 사망이었다.

그러므로 정확히 복부를.

나는 곧바로 헌터를 향해 떨어졌다.

[Uooooooooooooooooohhhhhh!!]

경악하는 팬들.

그 목소리가 순간 늘어졌다.

감각이 극대화되면서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는 헌터의 눈동자가 보였다.

혀를 씹지 않도록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충돌.

투-콰앙-!

두 개째의 아나운서 테이블이 붕괴하면서 나는 바닥을 크게 나뒹굴었다.

“그허억……!”

복부를 짓이기는 듯한 통증.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확실히 봤다.

다리도 목도 건들지 않고.

정확하게 복부에 떨어졌다.

[Uooooooooooooohhhhhhh……!]

팬들은 난리가 났다.

링 아래는 엉망진창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우리 두 사람을 주변의 관계자들이 경악하며 바라보았다.

안색은 창백해졌고 해설자들은 뭐라뭐라 미친 듯이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직이다.

아직 이걸로는 부족하다.

“시, 신……?”

옆에 있던 직원 하나가 말을 걸어왔고 나는 통증을 견뎌내며 일어섰다.

그대로 바리게이트에 기대려고 했으나 온몸을 타고 흐르는 땀으로 인해서 미끄러져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팬들은 계속 반응을 보냈다.

꼼짝도 안 하고 있는 헌터.

그리고 반쯤 맛이 간 나.

경기는 치열함과 잔혹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면서 관객들의 반응을 한계치까지 뽑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경기의 종반부.

헌터도 나도 한계.

헌터는 무릎이 나갔고.

나는 오른손을 쓸 수 없다.

사실 아까부터 통증을 넘어서 무척이나 다양한 감각이 느껴지고 있었다.

화끈거림.

지끈거림.

그리고 마비.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제발 그만하라고.

우리 주변의 관계자들처럼.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팬들은 바라고 있다.

이 싸움의 끝을.

그것도 시시한 마무리가 아닌, 아주 제대로 되고 성대한 끝을 말이다.

트리플H도 그럴 테고.

우리 둘은 마치 콜로세움의 검투사와 사자처럼 치열한 싸움을 벌여왔다.

그렇기에 마지막.

마지막 순간에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과정은 분명 설득력이 있어야만 했다.

수갑이 채워져 공격을 당해도.

슬레지 해머 스윙에 턱을 맞아도.

아나운서 테이블 위에서 페디그리를 맞아도.

나는 계속해서 일어섰으니까.

헌터 역시도 그랬고.

경기의 종반부가 찾아왔다.

나와 헌터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유리한 건…… 헌터였다.

마이티 토르의 묠니르라도 되는 건지 일어선 녀석의 손에는 다시금 슬레지 해머가 쥐어져 있는 상태였다.

“후우, 후우.”

“하아아…….”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Triple H! Triple H! Triple H! Triple H! Triple H! Triple H! Triple H!]

경기가 이쯤에 이르면 각본을 넘어서 악역에게도 환호가 쏟아지는 법.

그건 이 경기에서 팬들이 리스펙트를 보일 만큼 헌터가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이야기였다.

정말이지 대단한 프로의식이었다.

실제로 무릎에 부상을 입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먼저 움직인 것은 내가 아니라 헌터였다.

슬레지 해머를 머리 위로 높게 치켜든 녀석이 절뚝거리면서 다가왔고.

나는 곧바로 태클을 걸었다.

헌터는 무너지지 않았다.

조금 흔들렸지만 버티고 선 녀석이 내 등에 대고 힘껏 일격을 날렸다.

뻐억-!

“큭?!”

내가 무릎을 꿇자 트리플H는 얼굴을 노리고 다시 해머를 찔러 넣었다.

하지만 그건 빗나갔다.

서로 한계였던 탓에 힘이 빠졌다.

“허억……! 허억……!!”

숨을 몰아쉬는 헌터.

“끄응…….”

나 역시도 등에 맞은 일격으로 인해 녀석의 앞에 무릎을 꿇고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법을 바꿔.

내 얼굴에 해머를 가져다댔다.

[Uooooooooooooohhhhh……!]

놀라 일어서는 관객들.

이대로 트리플H가 경기 초반에 그랬던 것처럼 해머를 다시 휘두른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지 못할 터였다.

헌터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슬레지 해머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 타이밍에 맞춰 일어나며, 나는 해머의 손잡이를 붙잡고 공격을 막아냈다.

[Yeeeeeeeeeeeeeaaaaaahhhhh!!]

환호하는 팬들.

그 가운데 다시 힘겨루기로.

“끄극……!!”

“크아아!!”

나는 헌터를 링 쪽으로 밀어냈다.

어깨를 써서 내 팔을 떨쳐낸 헌터가 슬레지 해머를 들고 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일어서려다 절뚝.

그것을 발견한 나는 일부러 한 박자 쉬고는 트리플H를 따라서 올라갔다.

자세를 잡고 돌아선 헌터가 해머를 휘둘렀지만 나는 그것을 피해냈다.

그리고 돌진하는 힘을 줄이지 않고 나아가 반대편 로프에 반동을 했다.

중심을 잃고 있는 트리플H.

그대로 달려가 등에 드롭킥.

퍼억-!

그리고 상황이 틀어졌다.

‘이런.’

원래대로라면 드롭킥을 맞은 트리플H가 달려가 로프 반동을 한 뒤 돌아와 내가 그대로 그걸 쓸 예정인데.

다리의 부상 때문인지 헌터는 제대로 달려가지 못했고 결국 링 위에 그대로 나뒹굴고 말았다.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킨다.

헌터의 곁으로 다가간 나는 일단 그 머리채를 잡고 일으켜 세우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크어어억!!”

헌터가 등 뒤에 숨겨두었던 슬레지 해머가 내 이마와 힘차게 충돌했다.

뻐억-!!

정신이 아찔한 통증.

순간 충격에 빠진 내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자 트리플H가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보였다.

뼈가 근육에서 떨어졌다.

일반인이라면 누워서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헌터는 버텨냈다.

동시에 승리를 낚아채려고 했다.

그대로 내 머리통을 붙잡은 헌터가 자신의 다리 사이로 쑤셔 넣었다.

페디그리의 준비 자세.

딱히 대화는 하지 않았지만.

나는 거기에서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할지 본능적으로 깨닫고 행동했다.

팔을 떨치고 빠져나왔다.

원래대로라면 이 상태에서 상반신을 들어 올려서 헌터를 넘기는 게 일반적인 페디그리의 반격 방식이었지만.

헌터의 다리는 더 버틸 수 없다.

이어질 기술을 받아내는 것도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내 손바닥까지 더해.

온갖 위험천만한 지뢰가 깔린 바닥을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아갔다.

쫘악-!

슈퍼 킥으로 교두보를 만들며.

킥에 맞아서 무너져 내리는 헌터와 몸을 맞댄 나는 귓속말을 속삭였다.

“갑니다.”

“……그래.”

그대로 팔을 당겼다.

반대편 로프를 향해 순간 부상을 잊은 것처럼 힘차게 달려 나가는 헌터.

하지만 한계는 진작 넘었을 터.

진짜로.

정말 이 순간을 위해서라면.

부상 악화로 지팡이를 짚고 다니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남자의 각오였다.

나는 링 중앙에 서서 기다렸다.

로프에 걸친 뒤 돌아오는 헌터.

그가 내 앞에서 뛰어오르고, 내가 그 몸을 잡아 올려 옆으로 회전하다 정지해야 하는 무브.

여기서 문제는 두 가지였다.

헌터가 뛸 수 있는가.

그리고 내가 잡아 올릴 수 있는가.

순간 정말로 긴장했지만.

헌터가 내 앞에서 번쩍 뛰었다.

그 눈동자가 보였다.

빛을 잃어가고 있음에도 헌터는 확실히 자신이 맡은 일을 끝마쳤다.

그걸 보자.

오른손에 힘이 돌아왔다.

“크아악……!!!”

헌터의 다리 안쪽과 목에 손을 휘감은 나는 그대로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코어 근육을 사용해 순간적으로 수직으로 떠오른 상태에서 정지했다.

안티크라이스트.

이제는 어찌 보자면, 전설적인 선수들에 대해 내가 갖추는 예우와 같았다.

수직으로 들고서 버텨내던 나는 그대로 헌터의 몸을 지면에 처박았다.

투-콰앙!!

……!!

순간 정말로 정신을 잃을 뻔했다.

헌터가 죽지 않도록 안전하게 받치고 있던 오른쪽 팔뚝과 손바닥에 그 체중이 완벽하게 실려서 전해져왔다.

하지만 기술은 완벽하게 들어갔다.

[Waaaaaaaaaaaaaaggggghhhh!!]

팬들의 환호성이 경기장 전체를 뒤덮었고, 나는 겨우 정신을 붙잡았다.

눈을 뜨고.

쓰러진 헌터를 본다.

그리고 천천히 기어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

대자로 뻗어있는 트리플H의 가슴 위에 손바닥을 올려놓는 일뿐이었다.

그렇게 핀이 이루어졌고.

황급히 다가온 심판이 카운트를 시작했다.

팬들이 그걸 함께 외쳤다.

[1……!!]

[2……!!]

[3……!!]

땡땡땡-!!!

요란한 링 벨 소리와 함께 나는 그대로 헌터의 몸 위에 추욱 늘어졌다.

제기랄.

움직일 수가 없다.

하지만 정말.

최고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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