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373화 (373/634)

373.

고가 먼저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트 맥센의 명령대로 핸디캡 매치를 하는 대신, 녀석은 거기에 저항하고 자신이 누군가를 보여주었다.

바트 맥센은 몰랐지만, 고는 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는 사나이였다.

그리고 바트와 마찬가지로 그걸 몰랐던 팬들은 이번 기회에 아주 확실하게 녀석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고는 그것을 보여주었다.

[Waaaaaaaaaaaaaaggggghhhh!!]

팬들의 환호로 뒤덮인 링 위.

나와 고는 PWA에서 그랬던 것처럼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싸웠다.

일단 락 업으로 시작.

서로의 뒷목과 팔을 움켜쥔 상태에서 크게 링을 돌던 나는 사모아 고의 엄청난 힘에 밀려 뒤로 물러났다.

[Uooooooooooooooooohhhh……!]

팬들의 환호가 훨씬 커졌다.

당연한 현상이었다.

카인과 빅죠가 나왔을 때만 해도 나는 야유를 받았고, 두 선수가 워낙 오랜만에 나와서 팬들이 기대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두 번 연속 핸디캡 매치라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고가 하디를 공격하며 멋지게 날려버렸다.

그는 스스로가 이 링 위에서 나와 맞붙을 의지가 있는 선수임을 보였고.

그로 인해 위상이 단숨에 올랐다.

그리고 이어질 경기를 통해서 훌륭하게 잭 하디와 대립을 할 수 있겠지.

그렇기에 나는 일단 밀려주었다.

아니 애초에, 실제로 나보다 두 배는 옆으로 더 넓어 보이는 고가 힘에서 밀리면 그림이 이상해지니까.

반대쪽 코너까지 날 크게 밀어붙인 고는 그대로 있는 힘껏 찹을 날렸다.

쫘-아-악!!

“끄흑?!”

[Uoooooooooooooohhhhh!!]

경악하는 팬들.

아, 아니. 근데. 진짜 너무 아프다.

내가 고더러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일부러 힘껏 치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와, 진짜.

옛날에 엄마한테 대들었다가 아버지에게 뺨 맞은 기억이 살짝 떠올랐다.

자동으로 몸이 움츠러든 나는 옆으로 물러섰고, 고가 계속 추격해왔다.

이어지는 펀치.

마치 복싱 경기처럼 로프에 몰린 나는 팔을 들어 놈의 주먹을 막아냈다.

“고, 로프 브레이크!”

상황이 그렇게 이어지자 심판이 다가와서 고에게 물러나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걸 무시한 고는 그대로 내 팔을 당겨 반대편 로프로 내던졌다.

반대편 로프에 몸을 맡겨 반동을 하고 돌아온 내게 이어지는 숄더 블록.

쿠웅-!

어깨에 부딪힌 내가 뒤로 벌러덩 쓰러지자 고는 그대로 힘껏 뛰어올랐다.

러닝 센톤.

130kg의 거구가 몸의 후면부를 쫙 펼치며 그대로 나를 향해 떨어졌다.

콰앙-!

그걸 옆으로 굴러 겨우 피해낸 나는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웃자 그대로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운 고 역시도 웃었다.

[Waaaaaaaaaaaaaaaagggghhhh!!]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그리고 반격의 때가 찾아왔다.

다시금 락업으로 연결……하는 척하다 그대로 고의 뒤로 돌아들어 갔다.

그리고 힘껏 뽑아들었다.

백 드롭.

[Uooooooooooohhhhh……!]

나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것을 주장하는 듯한 일격.

거체를 번쩍 들어올린 나는 그대로 뒤쪽으로 스텝을 밟고 누워버렸다.

콰앙-!

등부터 떨어진 고는 충격에 빠졌고 나는 그대로 녀석의 위에 올라탔다.

안면에 이어지는 펀치.

그때쯤 우리 두 사람의 움직임과는 다른 종류의 환호성이 잠깐 들려왔다.

‘잭이 움직이는군.’

“신.”

심판 역시도 작게 신호를 주었다.

나는 고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Uooooooooooooohhhhhh!!]

경악하는 팬들.

거기에 맞춰 고와 내가 고개를 들자, 탑 턴 버클 위에 누군가 서있었다.

화려한 문양의 팔 토시.

여러 색으로 물들인 긴 머리칼.

검은 바지에 검은 나시티까지.

잭 하디.

우리가 순간 놀라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뒤로 돌아선 그가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위스퍼 인 더 윈드.

하이 플라이어로서 화려한 레슬링을 구사하는 잭 하디의 시그니처 무브.

우리는 하디를 안전하게 받아내 주며 그대로 함께 뒤로 나뒹굴었다.

[Waaaaaaaaaaaaaagggggghhhh!!]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경기는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바닥에 쓰러져 숨을 몰아쉬는 시늉을 하며 그대로 바트를 확인했다.

얼굴이 시뻘겋게 물든 채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우릴 바라보는 바트.

이건 완전히 트리플 스렛이었다.

하지만 룰은 그대로라서 중간에 조금 코믹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잭 하디가 나를 밀어내고 쓰러진 고를 핀하자 심판이 고개를 내저었다.

당연한 행동이었다.

일단 고와 잭은 한편이니까.

말릴 수가 없어서 그냥 넘어가고 있을 뿐, 원래대로라면 두 사람이 같이 링에 나와 있는 것조차 반칙이었다.

링 사이콜로지는 뒤엉킨 상태였다.

고는 다 같이 붙어보자는 쪽이고.

나는 거기에 응해서 어떻게든 대립 상대인 바트를 엿 먹이고 싶어 했고.

잭은 고에게 열이 받은 상황이었다.

우리 셋은 그렇기에 경기에 마치 벨트라도 걸려있는 양 치열하게 붙었다.

고가 내게 팔꿈치를 날려댔다.

쩌억-! 쩍!

“그흑……!”

그걸 버텨내고 있자니 옆에서 날아든 잭 하디가 그대로 고를 걷어찼다.

링 밖으로 나가떨어지는 고.

그대로 따라간 하디가 로프를 타고 올라가 그대로 스완턴 밤을 날렸다.

‘미친 자식.’

[Waaaaaaaaaaaaaaaagggghhhh!!]

하지만 나 역시도 그랬다.

링 위에는 나 혼자.

나는 심판이 눈빛으로 타이밍을 주는 것을 기다리며 그대로 로프에 기대어 선 채 기다렸다.

그리고 신호가 왔다.

링 아래의 고와 하디가 동시에 일어났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대로 하디가 했던 것과 똑같이 로프를 타고 힘차게 탑 턴 버클 위로 달려 올라갔다.

[Uooooooooooohhhhh……?!]

경악하는 관객들.

그들의 시선을 즐기며 나는 잠시 그 위에 서서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뒤로 돌아.

궤적을 그리며 뛰어올랐다.

문설트.

떨어지는 위치.

받아주는 두 사람의 각도.

그로 인해 취해야 할 낙법.

그 모든 걸 계산한 순간.

충격과 굉음이 몸을 뒤흔들었다.

“끄흑?!”

몸이 마구잡이로 튀어 오르는 가운데, 나는 어떻게든 중심을 잡아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졌다.

“허억, 허억…….”

고요한 가운데.

이어지는 챈트.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리고 심판이 카운트를 시작했다.

체력적으로 슬슬 한계가 보이는 시점에서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반응 참 좋군.’

역시 이렇게 꾸리길 잘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우리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스타일의 프로레슬러였고, 그걸 잘 사용해서 각자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었다.

잭 하디, 하이 플라이어.

사모아 고, 테크니션 브롤러.

나, 올라운드 브롤러.

‘대충 그렇게 구분이 되겠지.’

물론 내가 정한 거지만.

고와 나는 같은 브롤러 스타일이라고 해도 확실한 차이점이 존재했다.

분명히 이 경기는, 힘없는 늙은이들로 가득 찬 ACW에서 고통을 받고 지내던 팬들이 보기에는 신세계겠지.

우리는 거의 동시에 일어섰다.

[7……!!]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링 안으로 들어가 다시 붙기 시작했다.

이번에 주도권을 잡은 건 고.

“크워어어-!!”

불도저처럼 달려든 녀석이 나란히 서있던 나와 잭에게 동시에 더블 클로스라인을 날렸다.

콰앙-!

엄청난 힘이었다.

팬들도 느낄 터였다.

지치지도 않는지 쓰러진 잭 하디를 곧바로 지면에서 들어 올린 고가 바닥에 넘어져 있는 내 위로 떨어뜨렸다.

“끄흑?!”

그 상태에서 이어지는 커버.

[1……!]

[2……!!]

팔을 힘껏 들어 올리며 핀 폴로부터 빠져나온 나는 머리를 털어내며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사이, 잭 하디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 고가 그대로 코너 로프 앞으로 데려가 마무리를 준비했다.

상대를 탑 턴 버클 위로 올린 뒤 사용하는 피니시 무브, 머슬 버스터.

[Uoooooooooooooohhhh……!]

그 준비 자세에 반응하는 팬들.

하지만 탑 턴 버클에 앉은 잭은 격렬하게 공격에 대한 저항을 시도했다.

“크헉?!”

뺨을 맞은 고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나는 이미 준비를 끝마쳤다.

쫘악-!

그 안면에 슈퍼 킥을 꽂아 넣었다.

[Yeeeeeeeeeeeeeeeaaaahhhhh!!]

다리를 쭉 펴면서 안면에 꽂힌 그야말로 ‘슈퍼’한 킥에 팬들이 미친 듯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쓰러지는 고.

자세를 잡는 잭.

탑 턴 버클에서 그대로 뛰어내린 그가 앞으로 반 바퀴 회전하며 바닥에 누워 있는 고의 위로 떨어졌다.

스완턴 밤.

투콰앙-!

[Yeeeeeeeeeeeeeeeaaaahhhhhh!!]

링 바닥이 호쾌하게 울리는 소리와 동작을 본 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대로 자연스럽게 커버.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두 사람은 같은 편이었다.

심판이 카운트가 이어지지 않자 그 사실을 뒤늦게 다시 깨달은 잭이 황당하다는 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

물론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Uooooooooohhhh……?!]

놀란 팬들의 목소리 속에서 링 반대편에 있던 나는 그대로 내달렸다.

여기에서는 서비스로.

쓰러져 있던 고의 배를 밟고 뛰어오른 나는 잭의 안면에 무릎을 차넣었다.

쩌억-!

호쾌한 사운드.

그대로 바닥을 나뒹군 나는 함께 쓰러져 있는 고와 잭을 동시에 핀 폴.

팬들이 다 함께 소리쳤다.

[1……!]

[2……!]

[3……!!]

땡땡땡!!

승리를 알리는 링 벨과 함께 팬들의 환호와 내 테마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하아, 하아…….”

커버를 풀고 링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운 나는 기분 좋은 감각을 느꼈다.

딱 한계를 넘어서기 직전의 신체.

땀과 호흡, 그리고 팬들의 반응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좋군, 좋아.’

이걸로 목표는 이뤘다.

고는 팬들에게 멋진 인상을 주었고, 이대로 잭 하디와 대립을 이어가겠지.

그리고 섬머 수플렉스에서의 치열한 경기 끝에 승리해, 전보다 위상이 한 단계 더 상승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그건 그쪽의 이야기.

우리는 우리대로 할 일이 남았다.

바트 맥센과 나.

그걸 위해, 천천히 일어섰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음악이 끝나고 팬들의 챈트만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나는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다들 조용해졌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이야기했다.

“이게 바로 프로레슬링이지!!”

[Yeeeeeeeeeeeeeeaaaaahhhhh!!]

팬들의 우렁찬 환호 속에 나는 그대로 링 아래에 있는 바트를 바라보았다.

그 구겨진 얼굴은 피카소의 그림에 나오는 얼굴처럼 걸작이었다.

***

[이게 바로 프로레슬링이지!!]

[Yeeeeeeeeeeeeeeaaaaahhhhh!!]

“바로 저거지!!”

남자가 흥분해 소리쳤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사는 회계사, 한스 버그만은 주중에 겪었던 피로감이 모조리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본 주변의 가족들은 평소 조용한 성격이었던 한스의 거대한 외침에 순간 크게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드디어 깨달은 것이다.

바로 이거다.

이게 부족했다.

화끈한 경기!

미래를 보고 싶은 선수들!

깊은 드라마!

바로 이게 프로레슬링이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 버그만 패밀리는 남부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던 ACW를 오래 시청했었다.

버그만의 부인, 미세스 버그만.

버그만의 아들, 버그만 주니어.

버그만의 아버지, 버그만 시니어까지.

처음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버그만 패밀리는 마치 지역 내에 스포츠 팀이 생긴 것처럼 WWF를 욕하면서 ACW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명확히 무엇 때문이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ACW의 쇼는 점차 지루해졌다.

그래도 로컬 단체니까 하면서 버티던 것도 슬슬 지쳐간다 싶을 즈음.

SIN이라는 조지아의 아들이 나타나 nWo의 탄생에 일조하면서 쇼는 급격하게 핫해졌고, WWF를 제치며 미국 최고의 단체로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렇게 떠올랐던 ACW가 슬슬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신처럼 젊고 재능 있는 선수는 없어졌고 오히려 그건 WWF에 늘어났다.

그런 상황에서 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좋은 경기도 못 하고 어딘가 좀 이상한 모습만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그렇게 점차 불만은 쌓여가고.

프로레슬링에 대한 흥미마저 조금씩 사라질 무렵, 믿고 계속 지켜보던 신이 관객을 폭행했다는 기사가 떴다.

자세히 확인해보니 링에 난입한 관객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래도 좀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WWF와 신의 PWA는 오히려 이런 각본을 이용해 어떻게든 어그로를 끌려는 좋지 못한 면을 보였고.

버그만 패밀리는 점차 ‘관성’으로 ACW만을 시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졌던 프로레슬링에 대한 열정이 다시 돌아온 것은 바로 한 뉴스 기사 때문이었다.

PWA와 신의 발목을 잡고 있던 관객 난입을 사주한 것이 바로 로건.

신은 거기에 당했을 뿐이고, 모든 사실을 알았지만 업계의 규칙이 있기에 딱히 확실하게 대응하지는 않았다.

선배에 대한 존중과 업계 전체, 그리고 타 브랜드에 대한 예의를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ACW는 자신들이 엿을 먹인 PWA를 조롱하기까지 하는 신사답지 못한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자신들은 어떻게든 Outlaw, Badass 같은 식으로 포장하려고 했으나 그건 단지 양아치의 행동일 뿐이었다.

그리고 모든 상황이 드러난 뒤.

어느 날 주니어가 말했다.

[아버지, 나 티셔츠 사고 싶어요.]

[나도.]

[마침 나도 그렇구나.]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버그만 패밀리는 신에게 반했다.

현실과 각본 양쪽에서, 지금 이 사태에서 누구보다 배드애스했던 그에게 큰 매력을 느끼고 응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 신이 상대를 하고 있는 것도 WWF의 수장인 바트 맥센이었다.

ACW를 지루하다고 여기지만, WWF도 싫어하는 팬들에게 있어서 신은 거의 이렇게 여겨지는 상황이었다.

One Man Brand.

미국 프로레슬링 업계에는 얼마 전까지 크게 세 개의 단체가 존재했다.

ACW.

WWF.

PWA.

하지만 캡틴 로건이 저지른 사건이 큰 나비 효과가 되어 이번에 비공식적으로 하나의 단체가 더 추가되었다.

SIN.

에스, 아이, 엔.

신의 브랜드 파워는 현재 그 정도로 막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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