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
“저런 개새끼를 봤나!”
경기를 지켜보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타이밍에 그런 욕설을 내뱉었다.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북미 실시간 중계로 섬머 수플렉스를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제각기 자신이 쓰는 언어로 욕설을 내뱉었으니까.
심지어는 캘리포니아 말리부 대저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티파니 맥센까지도 그렇게 소리를 쳤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개 같은 짓이었다.
쩌억-!
단순한 싱글 매치로 시작되었던 신과 바트의 경기는 카운트아웃이 사라지더니 이제는 No DQ 룰마저 추가되었다.“
No Disqualify.
실격 없음.
다 바트 맥센의 짓이었다.
[Booooooooooooooooooooo-!!]
팬들의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그 가운데, 주도권은 넘어갔고 바트는 기다렸다는 듯 신에게 복수를 시작했다.
잔혹한 광경이었다.
화면이 곧바로 흑백으로 전환되었다.
바트는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신의 위에 올라타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퍽!!
선수가 아니라서 그 몸놀림은 투박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잔혹했다.
일부러 집요하게 이마를 노리고 주먹을 휘둘러대는 그 모습에는 실제 감정이 섞여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실제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티파니 맥센은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팬들도 아마 그걸 느끼겠지.
마치 잘 만든 영화에 삽입되어, 이해하지는 못해도 느낄 수 있는 연기처럼.
두 사람의 실제 관계로 인해 만들어진 디테일이 싸움에 깊이를 더해주었다.
그렇기에 격렬해졌지만.
[난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업계를 지배해왔다! 애송이! 이게 현실이지!]
그 대사 하나하나가 와닿았다.
티파니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 경기는 두 사람이 지금까지 쌓아온 퓨드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그것도 현실의 퓨드 말이다.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바트 맥센은 이 업계의 정복자였다.
비록 지금은 그 반대자인 ACW의 존재로 인해 위상이 많이 낮아졌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업보가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스테로이드 파동으로 황금시대를 날려먹고, 존 마이클스를 파괴했으며, 락콜드 또한 마지막 순간을 망칠 뻔했다.
사실 그렇게 되었다.
락콜드가 시대를 물려주었던 더 팍 또한 회사를 나가버렸고, 그 뒤를 이은 브룩 레스너도 이제는 없었으니까.
물론, 그 모든 잘못을 바트 맥센 한 명이 짊어지는 건 부당한 일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책임이 있었다.
한 시대를 빛낸 전설적인 선수들의 마지막 순간에 예우를 갖추고, 계속해서 시대를 이어가야만 하는 책임이.
왜냐면 그 시대는 절대로 바트 맥센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신은 언제나 이야기했다.
자신은 항상 자신에게 패배해준 선수들에게 일종의 부채 의식을 느낀다고.
그렇기에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고.
지금처럼.
뻐억-!!
“좋았어!!”
“가자! 신!”
모두가 거기에 동화되었다.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PWA.
훈련장에 모인 크루원들은 신과 바트 의 경기를 완전 몰입하며 보고 있었다.
누구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심지어는 이들 중 아이콘이라는 위치에 가장 가까웠던 그렉 하트까지도.
아마 신이 아니었다면 그는 자신의 선수 시절 마지막 순간을 바트에게 버려져 비참하게 보냈을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격을 당하던 신이 순간적으로 주먹을 내질러 반격을 시도했다.
거기에 얻어맞은 바트가 나가떨어졌고 신은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 했다.
하지만 피로 이마가 새빨갛게 물든 그는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의 챈트가 이어졌다.
모두가 신을 응원했다.
그런 가운데, 안면을 얻어맞고 나가떨어져 있던 바트가 먼저 일어섰다.
그가 철제 의자를 손에 들었다.
[Booooooooooooooooooooooo-!!]
이어지는 팬들의 야유.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신에게 다가선 그는 온 힘을 다해 체어샷을 날렸다.
쩌억-!
줄이 끊긴 인형처럼 쓰러지는 신.
의자에 피가 묻어나왔다.
[이걸로 끝이냐?! 앙?!]
바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신의 등에 대고 계속해서 체어 샷을 날렸다.
퍼억-! 퍽! 퍽! 퍽!!
[Booooooooooooooooooooooo-!!]
일방적인 구타가 이어졌다.
바트는 신이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자 머리채를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링으로 올려 보내, 따라 올라가 그대로 핀 폴로 연결했다.
[뭐해! 카운트 안 세고!]
바트의 반 협박에 탐탁찮은 얼굴로 카운트를 세기 시작하는 심판.
1……!
2……!
신은 집념으로 겨우 빠져나왔다.
[Uoooooooooooooooohhhhhhh!!]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마는 피투성이에, 하드코어한 체어 샷을 몇 대나 맞았는데도 벗어났다.
그리고 그 눈빛이 죽지 않았다.
[허억, 허억…….]
숨을 몰아쉬는 신.
그 앞에서 어안이 벙벙해 서있던 바트가 분을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악!!]
반쯤 정신이 나가서 신의 위에 올라탄 그가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러댔다.
그것을 보다 못한 심판이 권한을 행사해 바트를 잠시 떼어놓으려고 들었다.
마침 신도 로프 앞에 누워있었으므로 로프 브레이크를 선언하려는 것이었다.
[넌 뭐야!!]
하지만 바트는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거기에 맞은 심판이 쓰러졌다.
야유 속에 혼란이 이어졌다.
흥분해 숨을 몰아쉬던 바트는 이윽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듯 링 아래의 직원에게 명령해 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빨리! 다음 심판 내보내!”
[Boooooooooooooooooooooooo-!]
“다 닥쳐! 여기는 내 단체니까!”
바트가 그렇게 팬들의 분노를 샀다.
야유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심판이 경기장으로 달려 나왔다. 바트의 그런 행동에는 해설자들도 의견이 갈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추잡한 짓을 할 줄은 몰랐군요.]
[뭐가 추잡합니까? 저 다른 단체 놈이 이 회사에 감히 도전하는데요!]
[그리고 선수들은 아무도 그런 신에게 맞서고 있지 않죠. 바트 맥센의 행동이 추잡하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현실은 냉정한 법이죠.]
그렇게 말한 순간이었다.
의기양양한 얼굴로 서있던 바트가 새 심판에게 무어라고 이야기를 전했다.
제스처를 보아하니 카운트를 빠르게 세라는 뜻 같았다. 이어서 순간적으로 화면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바트가 돌아보자.
신이 서있었다.
[Yeeeeeeeeeeeeeeaaaaaahhhhh!!]
얼굴이 피로 물든 채 숨을 몰아쉬던 그가 굳어져 있는 바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슈퍼 킥.
쫘악-!!
“좋았어!!”
그 속이 뻥 뚫리는 외침은 또한, 신기하게도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 대부분이 한 말이었다.
* * *
별명을 하나 지어야겠군.
스카페이스로.
‘제기랄.’
기분 나쁜 통증이 이어졌다.
안면을 찢긴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아무리 지금 WWF에서 블러드 잡을 금하고 있다고 한들, 바트 맥센이 직접 한 짓이니까 딱히 문제는 안 되겠지.
거기다 페이퍼뷰고.
그런데 문제는.
이후로 이 영감이 진짜로 날 두들겨 패면서 이마에서 피를 낸다는 거였다.
덕분에 욱신거리기만 하던 게 마치 불길이 번지는 것처럼 이마를 뒤덮었다.
그리고 분노를 야기했다.
불길과 같은 분노.
“후우.”
그렇기에 제대로 차 넣었다.
턱에 제대로 슈퍼 킥을 맞은 바트가 그대로 뒤로 나뒹굴었다. 나는 꿈틀거리는 그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영감. 너무 몰입한 거 아니요?”
“…….”
“적당히 합시다. 거, 나이도 많은 양반이 뭘 그리 열을 내고 그러셔.”
“그래야, 말이 되니까.”
바트가 입을 열었다.
피가 한 움큼 쏟아졌다.
혀를 씹은 모양이었다.
“멋진 얼굴이군. 신. 마음에 들어. 그 정도는 되어야 프로레슬러 아니겠나?”
“…….”
“제대로 해보자고. 마지막까지.”
“그렇게 하죠.”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지금의 바트가 마음에 들기도 했고.
이것저것 다 떠나, 서로 반대되는 위치에 서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필사적으로 싸우는 이 모습은 마음에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봐주지 않았다.
쓰러져 있던 영감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려서는 그대로 반대편으로 내던졌다.
투콰앙-!
[Yeeeeeeeeeeeeeeeeaaaaaahhhh!!]
그가 쌓아온 업보가 더 큰 환호가 되어 다시금 참교육 시간이 찾아왔다.
“후우.”
숨을 몰아쉰 나는 어떻게든 도망치려는 바트를 붙잡고 내 쪽으로 당겼다.
반대편으로 달려간 바트가 로프에 반동을 하고 그대로 다시 내게 돌아왔다.
번쩍 뛰어 올라.
퍼억-!
몸을 쭉 펴며 드롭킥을 날렸다.
그 두 가지만으로도 바트는 이미 반쯤 정신을 잃은 채였다. 통쾌한 순간에 팬들은 박수를 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갔다.
[Uooooooooooooooooohhhhhhh!!]
그리고 다시 묘한 경험을 했다.
심장이 세차게 펌프질을 해대면서 몸 전체에 빠른 속도로 혈액을 공급했다.
그로서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나는 서서히 일어났다.
그러자 시간이 다시 흘러갔다.
나는 이 세상의 중심이었다.
모두가 나의 움직임에 집중했고, 수많은 눈동자가 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대로 탑 턴 버클 위에 선 채 뒤로 돈 나는 관객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간이 멈췄다.
그리고 내가 뛰어오르자 다시 흘렀다.
피닉스 스플래시.
투콰앙-!!
공중에서 한 바퀴 반을 회전한 내 몸이 그대로 지상의 바트 맥센을 덮쳤다.
“끄흑?!”
“큭……!”
내장을 짓이기는 듯한 통증.
어떻게든 낙법을 취하며 충격을 최소화한 나는 그대로 핀 폴에 들어갔다.
이걸로 끝.
바트 맥센에게는 스팅거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너덜너덜해져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팬들도 다 함께.
[1……!]
[2……!!]
쓰리 카운트가 세어지려는 순간.
누군가 내 몸을 힘차게 밀어냈다.
“?!”
[Uoooooooooooooooooooohhhhh!!]
경악에 빠진 관객들.
카운트는 종료되었고 옆으로 밀려난 나는 그대로 머리채를 붙잡혀 일어났다.
누구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내게 펀치를 날리고 있는 케인 맥센의 얼굴이 보였다.
퍼억-!
“끅?!”
나는 코너까지 밀려났다.
갑작스러운 난입.
하지만 바트 맥센의 규칙 추가로 이 경기는 No DQ가 되었다. 그렇기에 누군가 난입을 해도 경기는 계속되었다.
케인은 이전까지 품어온 원한을 잘라내겠다는 듯 나를 계속해서 공격했다.
안면을 맞고.
이어서 수플렉스.
바트 맥센과 달리 그는 젊었다.
더군다나 나와 헬 인 어 셀에서 대등하게 치고받았을 정도로 위상도 높았다.
정식 레슬러는 아니지만.
팬들로부터 인정받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바트 맥센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Boooooooooooooooooooooo-!!]
“좋아! 케인! 더 해라! 더!!”
내가 흠씬 두들겨 맞는 사이 일어선 바트는 악마 같은 웃음소리와 함께 쓰러진 나를 밟아대기 시작했다.
그러다 미끄러졌다.
쿵!
“……?”
내가 순간 의아해 바라보자니.
“하아, 하하!! 하하!!”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다가온 바트가 내 얼굴에 자신의 손바닥을 문댔다.
날 쓰러뜨린다.
굴욕감을 준다.
패배하게 만든다.
그런 광기에 취한 녀석은 내 안면을 피범벅으로 만들면서 즐거워했고 거기에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링 위의 두 사람이 포옹했다.
감격스러운 부자 상봉.
[Booooooooooooooooooooooo-!]
슈퍼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저렇게 큰 야유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이 지구상에 과연 존재할까.
미국 대통령?
하지만 그런 야유가 의도적이라는 부분에서 이 두 사람은 더 악질적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날 완전히 끝장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마치 고문 포르노의 한 장면 같았다.
링 아래로 내려간 바트가 1단 로프에 내 팔을 걸치게 해서 뒤로 잡아 당겼다.
코너 로프 앞에 주저앉은 나는 그대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케인이 그런 내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내 얼굴 바로 앞의 로프에 양철 쓰레기통을 끼운 케인이 돌아섰다.
리프 오브 페이스.
[Boooooooooooooooooooooooo-!]
팬들이 야유를 보냈다.
아랑곳 않고 반대편 탑 턴 버클로 올라간 녀석이 도약할 준비를 했다.
반대편 코너에서 내가 묶여 있는 코너까지의 거리는 정확히 6.1미터.
그 거리를 힘껏 뛰어올라 그대로 안면에 프론트 드롭킥을 날리는 기술.
케인 맥센의 황당할 정도로 엄청난 운동신경을 보여주는 피니시 무브였다.
거기다, 양철 쓰레기통을 통해서 걷어차는 만큼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맞으면 일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빠져나가려고 해도.
“이제 끝이다! 신! 크하하하!!”
바트 맥센이 팔을 붙잡고 있어서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Boooooooooooooooooooooo-!!]
아까와는 반대의 상황이었다.
내가 탑 턴 버클 위로 올라갔을 때는 환호만이 나왔지만 케인에게는 무조건적인 야유만이 쏟아지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케인 맥센이 나를 향해서 뛰어올랐다.
바로 그때였다.
[Uoooooooooooooohhhhhh……?!]
링 위로 난입하는 한 남자.
모두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나는 온몸이 오싹한 감각을 느꼈다.
실제로 나도 놀라고 말았다.
‘이 정도야?’
얼굴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고.
느려진 시간 속에서 케인 맥센이 최고점을 향해 떠오르고 있는 시점이었다.
마치 만화처럼 링으로 완벽한 타이밍에 들어온 남자는 순식간에 모든 사람의 시선을 빼앗아가 시간을 조종했다.
좀 등신 같은 표현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이외에는 정확한 단어가 없었다.
슈퍼스타.
아이콘.
그가 힘껏 스텝을 밟았다.
케인 맥센은 남자의 난입으로 인해서 순간적으로 완벽하게 뛰어오르지 못했고 결국 그 앞으로 떨어져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안전하게 착지하는 그 안면에.
쫘악-!!
슈퍼 킥이 꽂혔다.
뒤로 넘어가는 케인.
아니다.
슈퍼 킥이 아니다.
스윗 친 뮤직(Sweet Chin Music).
[Uoooooooooooooooooooohhhhh!!]
“괜찮나?”
그가 날 돌아보았다.
카우보이모자.
청바지에 남방, 가죽조끼.
전형적인 남부 사나이의 모습.
하지만 그는 빛나고 있었다.
존 마이클스.
그가 날 도와주기 위해 여기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