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392화 (392/634)

392.

2009년 11월 22일 일요일.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Waaaaaaaaaaaaaaggggghhhhh!!]

화려한 폭죽 쇼와 함께 팬들의 환호가 초대형 경기장 안을 가득 채웠다.

WWF의 4대 페이퍼뷰 중 하나.

링 서바이벌.

이 쇼를 보기 위해서 오늘 15만이 넘는 관객들이 이 경기장을 찾아왔다.

준비된 경기는 총 열 개.

각각 브랜드의 챔피언십 매치와 개인적인 원한에 의해 만들어진 경기들.

그리고 대망의 제거 매치들까지.

그 하나하나, ACW에 대항하기 위한 최선을 준비한 가운데, 대망의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위민스 제거 매치.

PWA에서 선발된 다섯과 WWF에서 선발된 다섯이 격돌했다.

생각해보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언제나 메인이벤트 직전에 편성되어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이라 폄하 받고는 하던 위민스 디비전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이야.

하지만 확실히 그랬다.

리키타를 중심으로 한 대립은 격렬했고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렇기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오프닝 매치로서는 더할 나위 없었다.

‘멋지군.’

락커룸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나는 오늘 경기를 위해서 사람들이 정말 많은 준비를 해왔다는 걸 느꼈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영상이나 음향, 해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노력했다.

그렇기에 반응은 좋았다.

[Na-tie! Na-tie! Na-tie! Na-tie! Na-tie! Na-tie! Na-tie! Na-tie!]

사람들이 나탈리를 응원했다.

나탈리 네이드하트.

하트 패밀리의 일원으로 PWA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그녀는 이제는 어엿한 한 명의 선수로서 인정받았다.

그렇기에 승리의 견인차가 되었다.

마지막 순간 샤프 슈터를 사용해 니키 제임스로부터 탭을 받아내는 그녀.

[Waaaaaaaaaaaaaagggghhhh!!]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고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경기를 계속 보았다.

그리고 점차 감정을 끌어올렸다.

‘내가 최고다.’

지금 경기를 펼치며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수많은 선수들을 제치고, 나는 이곳에서 가장 빛나는 슈퍼스타였다.

그런 암시와 함께.

각 경기들을 지켜보았다.

ACW도 지금 페이퍼뷰를 진행하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사실이 우리들로 하여금 경쟁심을 느끼게 했다.

랙다운은 진작 ACW 썬더를 시청률에서 따돌렸고 버닝콩 역시도 슬슬 그럴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선수들의 강한 의지 속에서 페이퍼뷰가 진행되었고, 두 시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들의 경기가 찾아왔다.

쇼의 메인이벤트.

30분 이상의 초장기 매치.

하지만 오늘 경기에는 열 명이 참가하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근질거릴 정도였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경기 규칙은 간단했다.

5대5.

폴스 카운트 애니웨어.

팀 캡틴을 핀하는 쪽이 승리.

그러므로.

경기는 백스테이지에서 시작된다.

카메라맨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우리가 낸 결론이었다.

각 선수들에게 카메라가 한 대씩 붙고, 그걸 고릴라 포지션에서 컨트롤하면서 초대형 스크린으로 내보낸다.

찍을 사람과 장면이 여러 개인 만큼 무척 복잡했으나, 모두 머리를 맞대고 밤새 토론해서 계획을 짜냈다.

카메라맨이 내게 수신호를 보냈다.

모니터링TV는 꺼졌고 광고 타임이 지나가 링 위의 아나운서가 우리들의 경기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그와 함께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카메라맨이 주먹을 쥔 순간.

“…….”

나는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가죽 재킷에 경기복 차림.

준비는 모두 끝났고.

나는 천천히 가죽 재킷 앞섶에 걸쳐두었던 선글라스를 꺼내서 착용했다.

그와 함께 이어지는 음악.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Waaaaaaaaaaaaaaaaaggghhhh!!]

팬들의 환호와 함께 나는 락커룸을 나가 경기장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카메라맨은 뒷걸음질을 하면서 그런 내 모습을 찍었고, 수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음악.

키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Waaaaaaaaaaaaaaaaagggghhhh!]

팬들이 다시 환호를 보냈다.

반대편 락커룸의 러셀 하트 쪽으로 화면이 넘어갔다. 나는 가볍게 몸을 풀며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러셀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천히 다가온 그가 내 앞에 서서 미소를 지었고 우리 둘은 거의 동시에 입고 있던 재킷과 코트를 벗었다.

땡땡땡!

그리고 울리는 링 벨.

시작되는 경기.

일단 다짜고짜 헤드벗을 날렸다.

쩌억-!

하지만 그걸 맞고도 러셀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바로 반격을 가했다.

빠악-!

턱에 꽂히는 주먹.

그걸 기점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팬들의 환호가 마치 락 페스티벌 공연장의 앰프처럼 벽을 마구 울려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두꺼운 벽을 꿰뚫고 들어오는 환호.

그 가운데에서 러셀과 나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러셀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고도 나는 오히려 반격을 가하며 녀석과 계속해서 기싸움을 벌여나갔다.

초반부터 주도권을 내줄 수는 없다.

효율적인 선택을 위해서는 사실, 자신보다 팀원들을 내세워 상대 캡틴을 공격하게 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라이벌리에는 그것을 넘어서는 서로에 대한 투지가 있었다.

그렇기에 만나는 순간부터 일단 다짜고짜 주먹을 주고받는 것이었다.

그렇게 초반부터 치고받는 경기.

퍼억-!

러셀의 엘보를 맞은 나는 그대로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가는 척하다가.

쩌억-!!

다시 한 번 헤드벗으로 반격했다.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러셀.

스탭을 밟으며 슈퍼 킥.

그걸 받아내는 러셀.

[Uooooooooooooooohhhh……!]

순식간에 이어지는 공방.

상대방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시퀀스.

녀석과 내가 만들어온 드라마가 이런 식으로 경기의 양분이 되어주었다.

그러므로 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의 등장이 필요했다.

자.

우리는 다음 선수가 등장하는 이 전반적인 씬을 아주 면밀하게 카메라 각도를 계산하면서 최대한 준비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이러했다.

러셀 하트가 슈퍼 킥을 차려던 내 발을 붙잡고 모두가 다음 공격을 기다리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카메라는 내 뒤쪽에 위치한 채로 싱긋 웃고 있는 러셀의 얼굴을 비췄다.

그 옆의 비어있는 공간으로.

쩌억-!!

드류 맥킨마이어가 날아들었다.

클레이모어.

[Uoooooooooooooohhhhhh!!]

경악을 금치 못하는 관객들.

턱을 걷어차인 러셀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피니시 무브.

우리는 다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신!”

직후, 드류가 나를 불렀다.

정신을 차린 나는 녀석이 바닥에 뻗은 러셀을 커버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다가가 함께 핀 폴을 진행했다.

[1……!]

하지만 다음 순간.

퍼억-!

[Uoooooooooooooohhhh!!]

옆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온 남자, 사모아 고가 우리를 밀어냈다.

“큭?!”

드류와 나는 바닥을 나뒹굴었다.

두 사람이 자연스레 합류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투지를 드러내며 내게 다가온 고가 그대로 나를 번쩍 위로 들어 올렸다.

우라나게.

그것도 드류 맥킨마이어 위로.

뻐억-!

“끄허억?!”

드류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물론 나 역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바닥을 다시 한 번 나뒹굴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러셀이 사모아 고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섰고, 드류와 나는 비틀거리며 자세를 바로 하려고 들었다.

두 사람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고가 내 머리를 붙잡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러셀은 반대로 드류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조금 전 맞은 클레이모어에 단단히 화가 났다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그로 인해서 고를 상대하게 된 나는 솔직히 죽을 맛이었다.

이 양반.

PWA 내에서 베이다의 ‘최애 픽’이었는데, 그로 인해 더 격렬해졌다.

안면에 꽂히는 ‘고 해머’.

쩌억-!

한 대 한 대 맞을 때마다 정신이 아찔해지는 공격을 버텨내면서 나는 어떻게든 반격 타이밍을 계산했다.

그리고 고의 팔을 튕겨냈다.

“……!!”

이어 펀치를 날렸다.

퍼억!

고가 잠시 비틀거렸고 그걸로 순간 틈이 생긴 것을 느낀 나는 그대로 옆에 서있던 러셀의 안면을 후려쳤다.

드류에게 틈을 벌어주는 한 방.

이어지는 글래스고 키스.

쩌억-!

상황이 반전되었다.

“크하아압-!!”

호쾌하게 기합을 내지른 드류가 그대로 러셀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우오오오-!!”

고 역시도 내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 빨랐다.

백 스텝.

이후.

왼발을 축으로 삼아 오른발을 들어 올리며 고의 안면에 힘껏 킥을 날렸다.

쩌억-!!

슈퍼 킥.

[Waaaaaaaaaaaaaaaaaaaggghhh!]

드디어 나왔다.

고가 버티지 못한 채 쓰러졌고, 나는 러셀을 공격하고 있는 드류에게 합류해 그대로 함께 기술을 시전했다.

상대방을 옆구리에 끼우며 위로 들어 올려 메치는 기술인 사이드 슬램.

드류가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 러셀을 힘껏 지면에서 뽑아 올린 순간.

바로 옆에 있던 소품 상자를 밟고 뛰어오른 내가 러셀의 머리에 다리를 걸고 그대로 함께 떨어졌다.

사이드 슬램 + 레그 드롭.

멋진 콤보.

콰앙-!

꼬리뼈가 순간 시큰거렸다.

이어 핀 폴로 들어갔다.

[1……!]

[2……!!]

하지만 그 순간.

“저리, 꺼져!!”

다시 끼어드는 고.

커버가 풀어졌고, 비틀거리며 일어선 고는 방금 내가 밟고 뛰어올랐던 소품 상자를 우리 쪽으로 힘껏 밀어냈다.

콰앙-!

그 충격에 휘말린 사이.

“러셀, 러셀!”

고는 쓰러진 러셀을 부축해 주차장과 연결된 락커룸 안쪽으로 들어섰다.

흐름은 완전히 이쪽으로 넘어왔다.

다들 그렇게 생각할 터였다.

드류가 먼저 킥을 날리고.

고가 어떻게든 버텨내고 반격을 취하려고 했으나 내가 기지를 발휘했다.

상자를 밀어내고 일어선 드류와 나는 러셀과 고를 추격해 그대로 기세 좋게 락커룸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 직후였다.

딸칵.

갑작스레 락커룸의 불이 꺼졌다.

화면은 어둠에 휩싸였을 터.

그리고 어둠 속에서 브로큰 와이엇이 드류와 나, 두 사람을 습격해왔다.

뻐억-!

안면에 꽂히는 클로스라인.

비틀거리며 쓰러진 상태에서 와이엇과 고가 기합을 넣으며 드류와 나를 마구잡이로 걷어차게 시작했다.

이 또한 엄청난 연습의 결과였다.

각자 어디에 서있을지.

와이엇이 어떻게 다가올지.

소리를 어떤 식으로 낼지.

그로서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감정은 바로 혼란과 기대감이었다.

브로큰 와이엇.

남부, 사이비 종교의 교주라는 콘셉트에 걸맞은 기괴한 면모를 가진 그가 그 콘셉트에 맞춰 우리를 습격했다.

딸칵.

다시 불이 들어왔다.

“끄흑……!”

주도권이 다시 넘어갔다.

“후우, 후우.”

“하하…….”

숨을 몰아쉬는 고와 그 옆에서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는 브로큰 와이엇.

락커룸 앞의 벤치에 앉아 있던 러셀이 그대로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게 시사하는 바는 간단했다.

러셀 하트는 이것을 계산해두었다.

바닥에 쓰러진 드류와 나는 그대로 고와 와이엇에게 린치를 당했다.

콰앙-!

철제 락커로 내던져지고 마구 공격을 당하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서든 주차장 쪽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리고 드류가 그걸 도와주었다.

기적적으로 터진 글래스고 키스.

뻐억-!

와이엇이 물러난 사이 나는 사모아 고를 몸으로 밀어내며 그대로 주차장 쪽으로 반쯤 구르듯이 빠져나갔다.

계단을 마구 굴렀다.

쿠당탕-!

물론, 그렇다고 상황이 변하지는 않았다. 러셀과 고가 먼저 나를 따라 그대로 주차장으로 빠져나왔다.

“뭐야. 신.”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 러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더 넓은데서 싸우면 뾰족한 수라도 있나?”

“……죽겠군.”

나는 자리에 엎드린 채 계단 위에 서있는 러셀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뭐?”

“구급차를 불러.”

“어디라도 부러졌어? 포기하게?”

“아니.”

나는 고개를 들었다.

“But, Not For Me.”

나를 위한 구급차가 아니다.

그런 말과 함께.

카메라가 천천히 위로 솟았다.

그와 함께 내 옆에 있는 거대한 버스 위로 누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페이스 페인팅.

악독하고 잔학한 이빨.

데몬 킹이었다.

황망하다는 듯 그걸 바라보는 러셀.

“Oh, Sh…….”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버스 위에 가만히 서있던 데몬 킹이 그대로 러셀을 향해 힘껏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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