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10화 (410/634)

410.

경기의 피치가 점차 올라갔다.

팍과 나는 조금씩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며 경기의 분위기를 마음대로 주물러왔고, 그렇게 팬들의 감정을 조종했다.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들이겠지.

갑자기 모두 다 함께 즐거운 프로레슬링을 하다가도 안면에 힘껏 펀치를 꽂아 넣으면서 현실을 보여줬으니까.

그를 통해서 다들 생각하겠지.

‘이 자식들이 지금 진짜로 싸우는 거야, 아니면 프로레슬링을 하는 거야?’

어느 쪽이겠는가.

물론, 프로레슬링이었다.

우리 시대의 프로레슬링이지.

그걸 통해서 자연스럽게, 나는 이 시대에서만큼은 팍보다 내가 더 나은 선수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 치열함은 결코, 과거나 현재의 더 팍이 재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당연하잖아?

그의 ‘꿈’은 이곳에 있지 않으니까.

뻐억-!!

[Uooooooooooooooooohhhh!]

내가 팍의 안면에 힘껏 펀치를 꽂아 넣자 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기에 물러선 팍은 고통에 신음했고, 나 역시도 지쳐서 잠시 그를 쫓아가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응원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팍에게 맞서고 있는 나의 치열함에 팬들이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로써 하나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팍 역시도 평소의 스타일대로가 아니라 그렇게 힘껏 치는 내게 열이 받아서 맞서는 모습을 연기해주었다.

그런 식으로 경기는 계속 이어졌다.

나는 팍의 손을 잡고 당겨 그대로 반대편 로프로 내던졌다.

로프 반동을 하고 돌아온 녀석의 얼굴에 뛰어 올라 드롭킥을 날렸다.

퍼억-!

[Waaaaaaaaaaaaaaaaaaggghhh!]

쓰러지는 팍.

그 직후, 옆으로 구르며 일어난 나는 재빨리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갔다.

웅성거리며 일어서는 팬들.

나는 곧바로 몸을 날렸다.

피닉스 스플래시.

탑 턴버클 위에서 순간 뒤로 돈 채 뛰어오르며 그대로 옆으로 돌아 앞으로 회전하며 상대방을 덮치는 무브.

화려함의 극치.

나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지면에 누워있던 팍의 위로 떨어졌다.

투콰앙-!!

내장이 짓이겨지는 듯한 통증.

팍의 위에서 튕겨져 나온 나는 통증을 참아내며 곧바로 핀 폴을 시도했다.

[1……!]

[2……!!]

팍은 힘껏 어깨를 들어 빠져나왔다.

[Uooooooooooooooooooohhhh!!]

경악을 금치 못하는 팬들.

물론, 내 피니시 무브가 피닉스 스플래시는 아니므로 빠져나오는 건 이야기적으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럼에도.

지금껏 나는 그런 틀을 계속 깨왔고, 그로 인해 팬들도 긴장하는 것이었다.

그로서 이야기에 몰입하는 거지.

‘좋군.’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팬들의 챈트가 계속 이어졌다.

팍과 나는 바닥에 대자로 뻗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몸이 후끈거렸다.

숨을 몰아쉬며 몸에 산소를 공급했다. 심장이 펌프질을 할 때마다 몸을 타고 흐르는 혈액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게 전율이 되었다.

나와 팍은 심판의 카운트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이내 서로를 노려보며 가까이 다가섰다.

땀으로 범벅이 된 두 남자.

하지만 그 의지는 꺾이지 않은 채.

퍼억-!

다시금 난타전이 시작되었다.

팍과 내가 몇 번이고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팬들의 환호는 점차 더 커졌다.

그리고 마침내.

빠악!

내가 온 힘을 다해서 휘두른 주먹에 맞은 팍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Uoooooooooooohhhh……!]

순간 놀라는 팬들.

곧바로 뒤쪽에 자리한 로프로 달려가 반동을 한 나는 큰 공격을 위해 팍을 향해 달려들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허리를 숙이는 팍.

“큭?!”

녀석은 달려드는 내 몸을 어깨에 짊어진 채 그대로 위로 들어 올렸고 뒤로 누우며 바닥에 힘껏 충돌시켰다.

콰앙-!

사모안 드롭.

[Yeeeeeeeeeeeeeeeeeaaaahhh!!]

순간적으로 나온 반격에 팬들이 환호를 보냈고 다시금 우리는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운 채 숨을 몰아쉬었다.

그 직후였다.

자리에 누워있던 팍이 돌연 핸드 스프링을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극적인 리턴에 팬들이 환호했다.

[Pocky! Pocky! Pocky! Pocky! Pocky! Pocky! Pocky! Pocky!]

멋진 쇼맨십을 보여준 팍이 그대로 내 앞으로 다가와 다리를 잡고 들었다.

[Yeeeeeeeeeeeeeeeeaaaahhhh!!]

팬들이 환호했다.

그 자세에서 나오는 기술은 하나뿐.

바로 샤프 슈터였다.

자신의 한쪽 다리에 내 양다리를 엮어서 고정한 팍이 뒤로 힘껏 돌아섰다.

그와 함께 뒤로 돌게 된 나는 허리가 꺾이는 통증에 비명을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악-!!”

완벽하게 들어간 서브미션.

항복 의사를 물어보기 위해 심판이 내 곁으로 다가왔고 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내저으며 저항 의사를 보였다.

팍이 더 힘껏 허리를 꺾었다.

우드드드드득-!!

난 그걸 악과 깡으로 견뎌냈다.

통증을 버티기 위해 바닥을 쾅쾅 때리며 로프 쪽을 집요하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팍은 기마 자세로 딱 버티고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허리와 다리의 통증으로 계속해서 몸부림쳤다.

그렇게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팬들은 긴장 속에 우리를 바라보았고 나는 이를 악물고 통증을 견뎠다.

그렇게 팬들의 반응이 한계에 달했을 즈음, 나는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걸로 다시 팬들을 집중시키고.

팍의 발을 붙잡았다.

그리고 휙 당겼다.

“으헉?!”

순간 중심을 잃은 팍이 샤프 슈터를 풀어내며 앞으로 쓰러졌다. 녀석과 나는 다리가 얽힌 채 잠시 뒤엉켰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나는.

이런 순간에도.

샤프 슈터를 쓸 수 있는 남자다.

[Waaaaaaaaaaaaaaaaaggggghhh!!]

팬들의 환호성이 다시 커졌다.

그 상태에서 반대로 팍의 다리를 얽어서 붙잡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반대가 되었다.

리버설 샤프 슈터.

우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악!!”

팍이 고통 속에 비명을 내질렀다.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는 그 모습은 조금 전의 나와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큭……!”

샤프 슈터의 대미지가 남았다.

팍이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하자 체격과 다리의 통증으로 인해 나는 버티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고.

“끄으으으으으윽-!!”

팍도 고통에 신음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기어서.

결국 로프를 잡아냈다.

[Waaaaaaaaaaaaaaaagggghhhh!!]

“신! 로프 브레이크!”

심판이 그렇게 선언했다.

손을 풀어낸 나는 그대로 힘이 빠져 그만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팍 역시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Pocky! Pocky! Pocky! Pocky! Pocky! Pocky! Pocky! Pocky!]

그런 우리를 향해 쏟아지는 환호.

레슬 임페리움의 무대에서 우리는 그렇게 최후의 싸움을 향해 전진했다.

체력은 진작 한계를 넘어섰다.

쉬는 시간도 제대로 없이 서로 힘을 줘서 치고받는 게 보통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쓰러질 수는 없다.

절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내 시대의 레슬링을 한다.

나는 먼저 일어서기 시작했다.

[Uoooooooooooooohhhh……!]

텐 카운트에서 포가 지나갔을 즈음.

숨을 몰아쉬며 엉망진창인 머리칼을 쓸어 올렸고, 다리를 바닥에 대고 일어서려다 다시 앞으로 추욱 엎어졌다.

쿵!

그리고 우연히도.

쓰러진 상태에서 고개를 든 내 바로 앞에 더 팍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얼굴이 경악에 물들었다.

진짜로 놀란 것일까.

아니면 각본의 행동일까.

‘어느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팍이 다시금 카운트에 맞춰 일어서는 것을 지켜봤다.

그는 여전히 놀란 얼굴이었다.

심지어는 내 머리채를 붙잡고 일으켜 세우면서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천천히 해.”

거기에 다시 돌려주었다.

“남이사.”

팍은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턱을 붙잡았고 그렇게 치열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몇 마디 말을 속삭였다.

“정말로 미친놈이군.”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Waaaaaaaaaaaaaaaaaagggghhh!!]

팬들의 환호로 인해서 말이다.

이렇게까지 왔다.

팬들은 경기 초반에 느껴진 내 하드 히팅 레슬링의 불쾌함에 빠져들었다.

팍도 그런 내 스타일을 따라와주었고, 그로써 이 경기는 지극히 현실에 가까운 감정선을 가진 채 전개되었다.

현 시대를 부정하는 더 팍과.

그것을 인정받고자 하는 나.

참으로 기묘한 상황이었다.

왠지 모르게 나는.

지금 이런 대립의 기조 자체가 현실의 나와 맞닿은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내가 이 비즈니스에 모습을 드러내기 이전부터 모든 영광을 가졌던 남자.

현실에서도.

가상에서도.

나는 똑같이 그걸 부정하고자 했다.

싸워서.

팍이 내 뺨을 후려쳤다.

쫘악!

확실한 모욕.

[Uoooooooooooooooooohhhhh!!]

팬들이 열광했고 팍은 끝을 내겠다는 듯 내 목과 어깨에 팔을 둘렀다.

팍 바텀.

웬만한 선수는 한 방도 제대로 견뎌내지 못하는 팍의 메인 피니시 무브.

몸이 그대로 위로 부웅 들렸다.

“……?!”

하지만 팍이 바로 매다 꽂으려는 걸 버텨낸 나는 지면에 착지한 뒤 팍의 관자놀이를 향해서 엘보우를 날렸다.

퍼억!

[Waaaaaaaaaaaaaaaaaagggghhh!]

쉽사리 당해줄 수야 없지.

그런 생각과 함께 팍의 손에서 빠져나온 나는 허리를 비틀며 킥을 날렸다.

쫘악-!!

슈퍼 킥이 제대로 들어갔다.

팍의 목이 순간 꺾일 정도로.

[Uooooooooooooooooooohhhhh!!]

팬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뒤로 물러선 나는 로프를 붙잡고 팍이 무릎을 꿇고 쓰러지는 걸 기다렸다.

그리고 끝내.

녀석의 한쪽 무릎이 꺾여 링 위에 대어진 순간 전력을 다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

나는 깨달았다.

팍의 눈은 아직 죽지 않았다.

녀석이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달려든 내가 뛰어오르는 것에 맞춰서 다시 한 번 목과 어깨에 팔을 두르고 힘껏 위로 들어올렸다.

이어지는 것은 물론.

투콰앙-!!

팍 바텀.

등부터 해서 지면에 처박힌 나는 등줄기가 타오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Waaaaaaaaaaaaaaagggggghhhh!!]

팬들이 환호를 보냈고.

자신 역시도 마지막 힘을 쥐어짜냈다는 듯 팍은 그대로 내 위에 팔을 걸친 채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최악이군.’

그런 상황 속에서 이어지는 카운트.

[1……!]

팬들의 환호 속에서 심판과 모두가 다 함께 쓰리 카운트를 세어나갔다.

사실.

다들 아무 관심도 없을 터였다.

바트 맥센의 잘못은 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 대해서 무관심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스크류잡이고 나발이고 바트 맥센은 찢어죽일 놈이 맞지만, WWF를 보이콧할 이유로서는 충분하지가 않다고.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만약 여기에서 러셀에게 직접 나서 억울함을 토로하며 대중을 이끌 만한 카리스마가 존재했다면 결과는 달라지겠지.

하지만 ACW는 침몰하는 배였다.

배는 망망대해에 가라앉을 테고, 수많은 물고기 밥이 된 선원들은 유령이 되어 축축한 팬티를 입고 지내겠지.

[2……!]

그사이.

WWF에서는 온갖 오락거리와 재미를 제공하면서 바트 맥센이 저지른 끔찍한 악행을 대중들이 잊게 할 터였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바트 맥센이 저지른 악행을 덮기 위해서 그런 식으로 소비되는 선수들은 괜히 억울하게 된 셈이지.

그렇다고 대중들을 욕할 수 있나?

그들을 ‘개돼지’로 매도하는 건 쉽다.

하지만 애초에 바트 맥센이 역겨운 짓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그만이었다.

즉.

나는 참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ACW가 침몰한 배가 되고 거기로 가는 날 누군가는 미련하게 생각하겠지.

러셀의 선택은 그냥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고 WWF에서 시나나 팍, 오튼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이어간다.

그게 아마 편한 길일 터였다.

부와 명예가 보장되겠지.

하지만 정말로 안타깝게도.

나는 부나 명예도 좋지만, 그것을 위해 프로레슬링을 하는 게 아니었다.

왜 프로레슬링을 하는가.

나는 그 질문에 행동으로 대답했다.

심판의 쓰리 카운트가 2.999999999에 가까운 숫자에서 팔을 들어올렸다.

[Waaaaaaaaaaaaaaaaggggghhhh!!]

팍 바텀을 버텨낸 나를 보고 팬들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환호를 보내줬다.

팔을 들고 엎드려 누운 상태에서 나는 숨을 몰아쉬었고 그런 나를 팍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링이 진동할 정도의 엄청난 환호.

그 안에서 팍이 내게 말했다.

“미친놈…….”

정말로 아슬아슬했다.

내가 한 타이밍이라도 늦게 어깨를 들었다면 곧바로 심판이 카운트를 모두 세고 팍의 승리를 선언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렸기에 이처럼 팬들의 반응이 환상적으로 나오는 거다.

나는 그들의 반응을 모았다.

바트 맥센에게 되돌려줄 배신이 더없이 ‘옳은 행동’처럼 느껴지도록.

그래.

배는 침몰하겠지.

분명히 수면에 잠길 테지.

그리고 WWF는 자기들만의 꿈과 환상의 원더랜드를 그려나가면서 바트 맥센을 후크 선장으로 내세우겠지.

그렇게 가상의 역할 속에 숨어서 놈이 저지른 악행을 변호해나갈 터였다.

바로 그때.

그 등 뒤로 떠오르는 거다.

저주와 분노를 담아낸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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