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20화 (420/634)

420.

수요일 밤의 PWA.

쇼의 오프닝에서 내가 로건과 함께 링에 오르자 팬들은 환호를 보내줬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래, 분명히 나는 이 정도로 큰 환호를 받을 권리가 있는 남자였다.

PWA의 가장 큰 스타이자, 외부 단체에서도 계속 활동하며 Pirates로서의 기상을 계속해서 보여주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그 Pirates는 이제 거대한 권력을 손에 쥐고 귀환을 했다는 것이었다.

남들이 손에 넣을 수 없는 권력.

그렇기에 그는 Boss가 되었고.

왜 해적이 갑자기 마피아가 되느냐는 질문은 같은 범죄자니까 비슷한 콘셉트라고 대충 우겨 넘기기로 했다.

그래도 먹히기는 했다.

왜냐면.

솔직히 멋졌으니까.

로건과 내가 정장을 입고 나란히 링 위에 서있다. 이것만으로도 그림이 되는데다가 우리 두 사람은 확실히 그에 대한 이유를 밝혀놓은 상황이었다.

The World Is All Yours.

프로레슬링 업게를 지배하기 위해.

우리 두 사람이 뭉쳤다.

그리고 거기에 대항하는 사람이 PWA 내부에도 없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바로 쟈니 에이스였다.

내가 마이크워크를 시작하려는 순간, 그 음악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Waaaaaaaaaaaaaaaaagggghhh!!]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안경알에 십자가가 새겨진 특유의 선글라스를 끼고 링으로 나온 쟈니는 나를 노려보며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말을 시작했다.

“너 대체 뭐하는 거야?”

[Uoooooooooooooohhhh!!]

“옆 동네에 나오더니만 웬 이상한 슈트나 차려입고 한다는 게, 뭐? 로건? PWA에 독을 풀 셈이냐?”

그는 정면으로 우리를 저격했다.

악역 중의 악역으로서 현실에서나 가상에서나 환상적인 모습을 보인 로건.

내가 돌연 그와 함께하겠다는 선언을 하자 쟈니는 의문을 느꼈다.

“그래놓고 하는 짓이라고는 링에 나와서 매주 폼이나 잡고 뭔가 있다는 듯이 떠들어대는 것뿐이고.”

“워워, 쟈니. 쟈니. 혹시 내가 하는 말을 끝까지 안 들은 거 아니야?”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나는 확실히 말했어. 세상에는 ‘계약’이라는 게 있고 안타깝지만 나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 이게 바로 사회계약론이라는 거야. 주니어 하이스쿨 시절에 배우지 않았어?”

“그게 네가 매주 링에 나와서 개폼을 잡는 것에 대한 변명은 되지 않아. 신. 안 그래? 너는 지금 이 링에 모든 것을 건 팬들과 선수들을 엿 먹이는 짓을 저지르고 있어. 빌어먹게도.”

[Uoooooooooooooooooohhhhh!!]

“그리고 내가 가장 그렇지. 너는 이제 내가 따르던 보스가 아니야. 훈련을 할 시간에 넥타이나 고르고 있는 빌어먹을 부르주아에 불과하지.”

[Waaaaaaaaaaaaaaaaagggghhh!!]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재미있는 현상이었다.

쟈니 에이스는 나를 디스하고 있는데도 야유라기보다 큰 환호를 받았다.

‘정확히 먹혔군.’

우리들의 포지셔닝이 말이다.

기본적으로 프로레슬링은 약자의 스포츠였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만들어지며 그들로부터 공감을 살 수 있도록 세계관의 가치가 정해졌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바트 맥센처럼 재킷과 넥타이를 맨 나는 사실 악당으로 여겨질 수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걸,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스토리와 팬들의 리스펙트로 인해 제대로 드러내고 있지 않았을 뿐.

그러나.

악당 중의 악당, 할리우드 로건.

그리고 이 아메리칸 마피아 기믹.

마지막으로.

지금껏 꾸준히 PWA를 지켜온 수호신, 쟈니 에이스가 날 부정함으로 인해 나의 새로운 기믹은 악역으로 가닥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그래, 뭐. 비싼 넥타이 하나 매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이라면 나는 기꺼이 개자식이 되어주겠어. 쟈니 에이스.”

Bad Guy.

그런 용어를 사용한 나는 그대로 쟈니의 곁으로 다가가 시선을 마주쳤다.

Face To Face.

팬들의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Uoooooooooooooooohhhh……!]

나는 쟈니를 공격했다.

“하지만, 내가 뭐 딱히 사람이 변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 나는 넥타이만 맸을 뿐이지. 옛날과 같다고.”

나는 쟈니의 뺨을 툭툭 두드렸다.

명백한 조롱의 표시.

그와 함께 말했다.

“너의 보스라는 점도.”

바로 거기까지였다.

[Uoooooooooooooooooohhhh!!]

쟈니가 내게 달려들었다.

녀석은 곧바로 나를 덮쳐 위에 올라탄 뒤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러댔다.

그걸 바라보던 로건이 끼어들었지만 본전도 찾지 못하고 분노한 쟈니의 주먹을 맞고는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쟈니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지만.

뻐억-!

이어지는 반격.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진 쟈니가 일어서는 순간, 백스테이지에서 달려 나온 보안 요원들이 우리들을 만류했다.

“오늘 한판 붙자고! 신!!”

쟈니가 나를 보며 소리쳤다.

거기에 내가 분노해 대답했다.

“그래, 좋아! 어디 해보자고!!”

경기는 그렇게 성사되었다.

* * *

쇼의 오프닝에서 그런 식으로 쟈니와 퓨드를 맺은 뒤, 백스테이지로 돌아온 나는 웃음이 나오는 걸 느꼈다.

‘생각보다 빡세겠는데.’

놀라운 점은, 쟈니 에이스가 할리우드 로건을 한 방에 링 밖으로 내보냈는데도 반응이 나왔다는 점이었다.

말인즉슨, 적어도 이 경기장의 팬들은 쟈니가 그 정도 행동을 할 수 있는 선수임을 의심치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 로건을.

불멸자이자 캡틴, 할리우드.

아이콘이었고, 그 영향력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남자에게 펀치를 날려 링 바깥으로 몰아냈는데도.

팬들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내가 없는 사이에 PWA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양이군.’

쟈니 에이스.

전생의 그는 실패한 선수였다.

쟈니 에이스 100명이 있더라도 로건의 주먹 한 방 한 방에 죄다 나가떨어지는 그림이 더 납득될 정도였다.

그런 쟈니가.

이제는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고 노력해 선수로서 이 정도까지 올라왔다.

그러니 메인이벤트의 경기가 팬들의 흥미를 끌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머지 선수들도 각자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렀고, 단체 설립 초창기부터 유지되어오던 승점 시스템도 팬들에게 계속 먹혀들었다.

아마 이것을 나나 로건으로 인해 유입된 신규 시청자들이 본다면 분명히 PWA에도 큰 관심을 가져줄 테지.

그렇게 진행되는 쇼.

팀원들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상태에서 메인이벤트가 찾아왔다.

[Let’s Go! Ace! Let’s Go! Ace!]

[Let’s Go! Ace! Let’s Go! Ace!]

쟈니의 입장에 환호하는 팬들.

그는 자신을 응원하는 어린 소년에게 선글라스를 선물한 뒤, 그대로 링 위로 올라가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단체의 최고 선역인 탑 페이스로 밀어줄 만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도 잘생겼고.

몸도 좋고, 키도 적당하고.

기술력도 좋고.

그 외의 부분은 단련했고.

특히나 바지 밑단에 붙이던 청소 솔 같은 것도 디자인에서 제외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 상대가 너무도 컸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Yeeeeeeeeeeeeeeeeeaaaahhh!]

“자, 신.”

음악이 시작되며 팬들의 환호가 이어지자, 로건이 옆에 걸어두었던 코트를 내 쪽으로 슬그머니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어깨에 걸쳤다.

사실.

쟈니가 로건을 펀치로 날려버린 게 참으로 대단하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나는 그 이상이었다.

바로 그 과거의 아이콘을 현재 매니저로 부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결국.

이 경기는 지난번 러셀의 경기와 마찬가지로 ‘도전자 vs 챔피언’이라는 구도로 경기가 치러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하나가 달랐다.

러셀의 경기는 챔피언인 크로우 쪽으로 팬들의 마음이 기울었으나, 우리는 그와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했다.

우리 경기에서 팬들은 도전자인 쟈니 에이스에게 더 몰입을 할 터였다.

말인즉슨.

나는 탑 독이었다.

그리고 그런 입장 씬을 선보였다.

커튼을 걷고 링을 나서자 마치 옛날의 연극 무대처럼 어둠 속에서 나 하나에게만 동그란 조명이 비추었다.

뒤에 선 로건은 존재감만 인식되고 있을 뿐이었고, 나는 마치 오랜 옛날의 베어너클 파이터처럼 어깨에 코트를 걸친 채 링을 향해 나아갔다.

경기복은 이전과 같았으나 코트를 걸쳤을 때 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링 인.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어둠 속에서 쏟아지는 환호.

예전과 다르게 화려함을 조금 줄이고 묵직함을 더한 입장 씬. 나와 쟈니 에이스가 서로를 마주보며 섰다.

키는 쟈니가 좀 더 작았다.

그렇기에 이후 시작되는 경기의 흐름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땡땡땡-!

링 벨이 울리는 순간.

나는 코트를 그 자리에 남겨두듯 재빠른 동작으로 쟈니에게 파고들었다.

“큭……?!”

[Uooooooooooooooohhhhh……!]

놀라는 쟈니와 경악하는 팬들.

나는 곧바로 쟈니의 옆으로 스치듯 지나가며 복부에 니 킥을 날렸다.

퍼억-!

“크헉?!”

쟈니의 허리가 숙여졌고 나는 훤히 드러난 녀석의 등에 팔꿈치를 날렸다.

빠악-!

날카로운 연타.

쟈니는 중심을 잃고 고꾸라졌고,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링을 돌면서 한심하다는 듯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Yeeeeeeeeeaaaahhhh!]

팬들의 환호가 뒤따랐다.

아직까지는 내 쪽으로 환호가 많이 쏟아지는 모습이었다. 이 링의 강자에게 쏟아지는 존경심이 담긴 환호였다.

나는 그렇게 단숨에 주도권을 잡고는 그야말로 쟈니를 ‘요리’해나가기 시작했다.

근데 사실.

기분은 꽤 좋았다.

오랜만에 뛰는 경기라서.

거기다 쟈니도 기술 셀링에 있어서만큼은 그 유연한 몸을 바탕으로 꽤나 잘해주는 편이라서 말이다.

반대편 로프로 던진 쟈니가 돌아왔고 나는 녀석을 잡고 반대편으로 내던지면서 이쪽의 힘을 과시했다.

콰앙-!

바닥에 떨어진 쟈니의 몸이 그대로 튕겨져 나가 링 아래로 빠져나갔다.

그걸 또 앞에 둔 나는 어슬렁어슬렁 걸어서 쟈니의 뒤를 쫓아 내려갔다.

간단한 연출이었다.

치열함은 줄이고 여유는 더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좋아! 좋아! 신! 크하하하!”

로건이 날 바라보며 박수를 쳤다.

링 아래로 내려간 나는 그와 잠깐 시선을 교환하며 다시 여유를 부렸다.

이런 상황을 본 팬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재수 없다고 여길 테지.

아무리 잘난 놈이라도 잘난 척을 하면 꼴 보기 싫은 게 세상의 이치였다.

물론, 내가 거기에 반응을 하지는 않고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가 있는 만큼 야유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를 통해서.

자연히 쟈니에게 환호가 갔다.

‘이렇게 되어야지.’

나는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쓰러져 있던 쟈니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일단 안면에 펀치 한 방.

퍼억!

바리게이트에 기대어 무너지려는 녀석의 가슴을 펴고 찹을 크게 한 방.

쫘악-!!

[Uooooooooooooooooohhhhh!!]

그리고 이어서 다리를 걸고, 쓰러지는 쟈니를 스톰핑으로 마구 짓밟았다.

계속되는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쟈니.

그렇게 녀석을 짓밟은 나는 이 경기를 카운트 아웃으로 끝내기 위해 혼자서 링 위로 올라갔다.

[7……!]

심판의 카운트가 이어졌다.

[Let’s Go! Ace! Let’s Go! Ace!]

[Let’s Go! Ace! Let’s Go! Ace!]

팬들이 쟈니에게 응원을 보냈고 나는 그사이 코너에 머리를 대고 앉아서 로건과 잡담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해서 팬들의 환호가 좀 더 쟈니 쪽으로 쏠릴 수 있도록 했다.

“괜찮은데요?”

“그러게 말이다.”

로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저 녀석을 봤을 때는 이 업계에서 절대 성공 못 할 것 같았는데.”

그걸 성공시켰군.

거기에 좀 어이가 없어져 대답했다.

“이 업계에서 가장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평가 받던 사람이 눈앞에 있잖습니까?”

나는 그런 남자도 성공시켰다.

바로 나 자신이지.

……물론 그와 같은 성공에 전생의 지식들이 큰 도움이 되기는 했으나.

그 말은 아끼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9……!!]

아슬아슬한 순간에 맞춰 겨우 정신을 차린 쟈니가 다시 링으로 돌아왔다.

[Yeeeeeeeeeeeeeeeeeeaaaahhh!!]

팬들이 환호했고 그런 가운데 쟈니는 숨을 헐떡이며 나를 노려보았다.

물론 나는 조금 전의 휴식으로 전부 체력을 회복한 상태였고 한 번 더 쟈니를 박살 내기 위해 일어섰다.

다시금 시작된 경기.

이번에는 제대로 기초부터.

쿠웅-!

락 업으로 붙은 우리는 잠시 동안 자리에 멈춰서 서로를 밀어내려고 했다.

[Let’s Go! Ace! Let’s Go! Ace!]

[SIN! SIN! SIN! SIN! SIN! SIN!]

그럼에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서로 머리를 가까이한 가운데, 나는 쟈니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조금 더 힘을 내야겠는데.”

“그러게, 말이다……!”

그가 나를 밀어냈다.

[Waaaaaaaaaaaaaaagggghhh!!]

팔이 순간 풀어져 잠시 떨어진 상태에서 곧바로 쟈니가 내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

퍼억-!

이번 경기의 첫 번째 타격을 허용한 나는 주춤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쟈니는 자신의 유연한 몸을 바탕으로 한 연속 공격으로 나를 밀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대편으로 물러섰다 달려들며 그대로 뛰어올랐다.

빠악-!

상대의 머리 높이까지 뛰어올라 그대로 발을 교차시키며 뒤꿈치로 상대를 찍어버리는 쟈니 특유의 킥.

[Yeeeeeeeeeeeeeaaaaahhhh!!]

팬들이 환호했고 그렇게 주도권은 쟈니에게 넘어가, 그가 머리 위로 번쩍 손을 치켜들며 공격을 이어나갔다.

쓰러진 내 머리를 잡고 일으켜 세워서는 반대편 로프 쪽으로 던졌다.

모두들 이제부터 펼쳐질 쟈니 에이스의 공격을 기대하며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나는 그 기대를 박살 냈다.

로프 반동을 한 뒤 쟈니에게 돌아온 나는 그대로 다리를 모은 채 뛰었다.

이어지는 드롭킥.

퍼억-!

거기에 맞은 쟈니가 나가떨어졌다.

팬들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쟈니의 턴이라고 생각한 순간에 내가 반격을 해서 흐름을 끊었으니까.

“후우.”

뭐, 이런 이야기다.

나는 절대로.

쟈니가 그렇게 쉽게 흐름을 가져갈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거지.

아무렴.

The Boss.

SIN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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