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21화 (421/634)

421.

경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신을 상대하고 있는 쟈니 에이스는 큰 벽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그리고 그게 먹혀들었다.

팬들은 신이 쟈니 에이스를 압도적으로 몰아붙이는 그림을 받아들였다.

그것을 의심하지 않고, 쟈니에게 힘을 내라는 듯 큰 응원을 보내주었다.

바로 거기에서 벽이 느껴졌다.

아무리 그래도, 쟈니는 지금까지 이 PWA에서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슈퍼스타로서 꾸준히 활약해왔다.

팬들도 그를 항상 사랑해주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느낌의 응원이 아니었다. 오히려 동정을 받고 있는 듯했다.

쟈니는 거기에 맞서 최선을 다했다.

경기의 중반부.

쟈니는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선보였다. 로프를 연속으로 박차고 뛰어오르며 그대로 신을 향해 몸을 던졌다.

하지만.

신은 그런 그를 공중에서 잡아냈다.

[Uooooooooooooooohhhhh!!]

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건 쟈니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뭐 이딴 괴력이 다 있나 싶었다.

아무리 쟈니가 헤비급 레슬러들 중에서 마른 편에 속한다고 할지라도 그 체중은 100킬로그램에 육박했다.

그런 그가 로프를 타고 오르는 반동을 이용해 몸을 던졌는데, 신은 개의치 않고 공중에서 캐치를 해버렸다.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면 신은 스쿱 포지션이라고 해도 그 빅 죠를 들어 올렸던 경험이 있는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였다.

기믹 문제 때문인지 이후로는 딱히 표현이 되지는 않았지만 분명 선수로서 엄청난 강점임에는 틀림없었다.

일반적으로 다른 인종의 사람들은 동양인이 가지고 있는 운동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이 보통 즐겨보는 구기 종목 스포츠에서 동양인 선수가 활약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쟈니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부류였다.

하지만.

지금 이 경기에서 신이 보여주고 있는 신체 능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자신을 향해 날아온 쟈니를 캐치한 신이 그대로 뒤로 힘껏 집어던졌다.

쟈니는 마치 어린애가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며 바로 낙법을 쳤다.

콰앙-!

등을 희생양으로 삼아 바닥에 떨어진 쟈니는 아찔한 통증에 휩싸였다.

그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온 신은 봐주지 않고 계속 공격을 이어나갔다.

[SIN! SIN! SIN! SIN! SIN! SIN!]

[Let’s Go Ace! Let’s Go Ace!]

[Let’s Go Ace! Let’s Go Ace!]

팬들은 열띤 응원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거기다 속도가 점점 올라갔다.

스냅 수플렉스.

파앙-!

깔끔하게 상대를 넘겨 땅에 메친 신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로프를 붙잡고 탑 턴버클 위로 뛰어올랐다.

[Uoooooooooooohhhhh……!]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는 팬들.

그리고 이어지는 건.

깔끔한 피닉스 스플래시였다.

공중으로 훌쩍 뛰어오른 신의 몸이 그대로 회전해 지면의 쟈니를 덮쳤다.

투콰앙-!

이어지는 핀 폴.

[1……!]

[2……!!]

벗어났다.

[Waaaaaaaaaaaaaaggghhhh!!]

숨을 참았던 팬들이 환호했고, 쟈니는 고통 속에 신음하며 입을 열었다.

“죽겠다. 인마, 살살 좀 해.”

“뭘 이 정도 갖고.”

“미친 자식.”

지치지도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일어난 신은 그대로 바닥에 뻗은 쟈니를 일으켜 세워 다시금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특유의 펀치 앤 찹 공격.

거기에 정신없이 몰려,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등 뒤에 코너가 위치했다.

신은 그대로 쟈니의 두 다리를 잡고 들어 그를 탑 턴버클 위에 올려놓았다.

지친 상태였던 쟈니는 거기에 저항하지 못했고, 로프를 밟고 올라온 신은 그대로 다시 한 번 뛰어올랐다.

쟈니의 목에 다리가 휘감겼고.

신은 그대로 몸을 아래쪽으로 당기며 탑 턴버클 위에 앉아있던 쟈니 에이스를 반대편으로 내던졌다.

슈퍼 프랑켄슈타이너.

[Waaaaaaaaaaaaaaaaaaaggghhh!]

연속된 큰 공격에 환호하는 팬들.

다시금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쟈니는 숨을 몰아쉬며 그대로 뻗어있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신이 눈짓을 통해서 쟈니에게 어떤 신호를 보냈다.

슬슬 반격을 시작하라는 말이었다.

거기에 순순히 따를 생각을 하면서도 쟈니는 약간의 의아함을 느꼈다.

‘왜 하필 지금이지?’

무엇을 이유와 근거로.

신은 지금 반격을 주문했는가.

그것은 순간적으로 조용해진 경기장의 분위기를 살피자 딱 답이 나왔다.

마치 불쾌한 골짜기 이론처럼.

지금 이 순간 쟈니가 반격을 해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만 경기의 스토리가 다시금 활력을 되찾을 터였다.

말하자면.

고무줄을 끝까지 당긴 상황이었다.

‘세상에나.’

쟈니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껏 온갖 기술을 시전하고 경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오면서 신은 계속해서 팬들의 반응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택한 게 바로 이 지점.

쟈니는 신의 손에 이끌려 머리를 붙잡혀 일어나면서 머릿속을 정리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반격을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팬들의 반응을 확실히 골리앗을 향해 튕겨 보낼 수 있을까.

말했듯.

고무줄은 팽팽했고.

쟈니가 택한 것은 킥이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킥이 아닌.

전설적인 축구 선수의 이름에서 따와서 프로레슬링 기술로 만들어진.

바로 펠레 킥.

[Yeeeeeeeeeeeaaaahhhh!!]

쟈니 에이스가 자신의 머리채를 붙잡은 신의 팔을 떨쳐낸 순간, 경기장에 있던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그 우렁찬 환호에 깨달았다.

‘이거구나!’

팬들의 반응이라는 고무줄이 튕겨져 나와 그 사이에 있던 쟈니를 골리앗을 향해서 힘껏 날아가게 만들었다.

신의 앞에서 돌아선 쟈니는 그대로 뒤쪽으로 몸을 던지며 발을 들었다.

화려하게 호를 그리는 다리.

그것은 쟈니의 움직임에 순간적으로 멍하니 서있던 신의 안면을 강타했다.

쩌억!

[Waaaaaaaaaaaaaaaaaaggghhh!!]

열광적인 환호.

처음으로 들어간 제대로 된 반격.

골리앗이 처음으로 무릎을 꿇었고 쟈니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 머리통을 붙잡고 다시 크게 뛰었다.

러닝 불독.

콰앙-!

안면부터 바닥에 쓰러진 신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쟈니는 반대로 벌떡 일어서며 팬들의 환호를 모았다.

[Let’s Go Ace! Let’s Go Ace!]

[Let’s Go Ace! Let’s Go Ace!]

바로 이 지점이었다.

이야기의 전환점.

그동안 줄곧 당하던 쟈니 에이스.

PWA의 에이스 카드.

그는 팬들의 성원을 받아 정신을 차렸다. 계속해서 싸울 힘을 축적했고 타이밍이 오자 반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속 공격.

러닝 불독 이후, 신을 일으켜 세워 로프로 내던진 쟈니는 그가 돌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힘껏 뛰어올랐다.

허리케인라나.

[Yeeeeeeeeeeeeeeeaaaaahhhh!!]

튕겨져 나가는 신.

링 밖에 서있던 로건이 애타게 바닥을 두들기며 정신을 차리라고 외쳤다.

하지만 쟈니는 일부러 반 박자 더 빠르게 움직이면서 신을 몰아붙였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신에게 이어지는 킥과 펀치의 콤비네이션.

거기에 마지막으로 드롭킥까지.

퍼억-!

쟈니가 날린 킥에 맞은 신은 뒤쪽으로 튕겨져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야 자신이 기회를 잡았다는 듯 손가락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린 쟈니는 그대로 코너 앞에 가서 섰다.

[Uoooooooooooooohhhhh!!]

그 피니시 무브인 ‘스타쉽 페인’을 은유하는 자세를 본 팬들이 모두 큰 기대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쟈니는 로프를 잡고 뛰었다.

이어, 로프에 허벅지를 걸치고 크게 반동을 줘 뛰어오르려는 순간이었다.

쩌억-!!

머리를 뒤흔드는 충격.

팬들은 말을 잇지 못했고 쟈니는 그대로 작동을 멈춘 기계처럼 추락했다.

그가 스타쉽 페인을 쓰려고 로프에 발을 걸치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신이 그대로 반격을 가했다.

바로 슈퍼 킥이었다.

쟈니의 후두부를 노리고 정확하게 꽂힌 킥은 의식을 순간 날려버렸다.

쓰러진 쟈니.

경악을 금치 못하는 팬들.

입을 틀어막고, 머리를 움켜쥐고, 잔혹하기 짝이 없는 신의 무브에 놀란 팬들의 얼굴이 카메라에 담겼다.

이어지는 핀 폴.

[1……!]

[2……!]

[3……!!]

땡땡땡!!

그렇게 끝나버린 경기.

쟈니는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상태였고, 반대로 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에게 몇몇 팬들이 환호를 보냈지만 그보다는 충격에 빠진 얼굴을 한 이들이 더 많을 정도였다.

다들 그랬다.

이전까지의 신은 투지를 보여주었을 뿐, 이런 식으로 후두부를 냅다 후려까는 잔인한 무브를 쓰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완전히 뻗어버린 쟈니와 무표정한 얼굴의 신이 대비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The Boss.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남자가.

할리우드 로건.

박수를 치며 링 위로 올라온 그가 코트를 털어 신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쓰러진 패배자.

무료한 얼굴의 승자.

그 두 가지가 대비되는 순간이었다.

* * *

그렇게 위클리 쇼가 마무리된 뒤.

나는 드류를 시켜 맥주를 사오게 하고는 사람들과 가볍게 한 잔씩을 했다.

내가 오늘 받은 ‘잡’에 대해서 나름대로 감사하다는 뜻을 표한 것이었다.

“자자, 오늘 신이 쏘는 거니까 다들 나중에 와서 인사 한 번씩 하라고!”

그렇게.

바쿠의 축사 아래에 맥주 파티가 개최되었고 나는 체온이 내려가지 않도록 수건을 어깨에 걸친 채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당히 틈을 봐 락커룸 반대편에 있던 쟈니를 향해 캔을 들었다.

“쟈니!”

그 말에 모두가 집중했다.

쟈니도 고개를 들어 날 보았고 나는 씨익 웃으며 모두 들으라는 듯 외쳤다.

“오늘 당신이 쏘는 겁니다!”

“뭐야, 왜?”

“쟈니가 많이 도와줬잖습니까.”

“그건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쟈니, 잘 먹겠습니다!”

드류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거기에 옆에 서있던 대니얼이 깜짝 놀랐지 않느냐며 꼽을 주었고, 그런 식으로 훈훈하게 파티가 이어졌다.

나는 타이밍을 봐서 쟈니에게 다가갔다.

“쟈니.”

“아, 그래. 신.”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냐. 오히려 네 덕분에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나도 좋았는데.”

“아쉽지 않으셨습니까?”

나는 솔직하게 물었다.

쟈니 에이스도 그 나름대로 선수로서 쌓아온 커리어가 있고 거기에 대한 자부심 역시도 있을 터였다.

그럼에 오늘 내게 처참하게 깨지는 이 각본을 군말 없이 소화해줘서 나로서는 고마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너니까 괜찮아.”

쟈니가 어깨를 툭 쳤다.

“앞으로 계속 올라갈 거잖냐. 그런 선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었다면 나로서도 큰 영광이지.”

“……그렇군요.”

“그런데 말이다.”

쟈니가 물었다.

“물론, 신. 나는 네가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고 그 행동에는 분명 나름의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무슨 일인 걸까.

쟈니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누군가 자리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러고도 약간은 불안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로건은 괜찮겠냐?”

“아아.”

나는 쓰게 웃었다.

그가 하는 걱정은 이해가 됐다.

로건은 실제로도 문제의 여지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인물이었다. ACW에서 저지른 기록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트 맥센이 그래서 아이콘을 키우기 싫어한 거겠지. 자신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정치질을 한다면 정말로 답이 없어지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기가 뭐 어쩌겠습니까.”

나는 빙긋 웃어보였다.

“정치질이라는 건, 결국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잘하는 거잖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로건이 과연 이 PWA에서 힘을 쓸 수 있을까요?”

“……하긴.”

쟈니도 안심한 듯했다.

“여기는 네가 꽉 잡고 있으니까.”

그랬다.

스스로 말하기에는 좀 부끄러워지는 사실이었지만, 나는 확실히 이 PWA라는 단체의 유일무이 원탑이었다.

ACW의 로건처럼.

그와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그 권력을 모두가 이기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사용한다는 부분이었지만.

그렇기에.

이번 쟈니의 잡이 더 고맙게 느껴졌다. 왜냐면 온전히 나를 더 띄워주기 위해서 그가 희생을 한 것이니까.

그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냐?”

“6월이 되서 WWF와의 계약이 끝나면 로건을 데리고 ACW로 넘어갈 겁니다.”

“욕을 엄청 먹을 텐데.”

“그렇겠죠. 그러니까 지금부터 거기에 적응하라고 서서히 악역으로서 포지션을 잡아나가고 있는 거고요.”

“왜?”

쟈니의 질문이 연이었다.

거기에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모르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좀 의아하다고 생각할 법한 일이기는 했다.

내가 ACW로 넘어가는데 굳이 로건을 끌어들이고 악역으로 포지셔닝을 잡을 필요가 왜 있을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간단했다.

“로건에게도 확실히 마무리를 짓고 갈 수 있도록 나름의 기회를 줘야죠.”

“마무리?”

“예, 커리어의 마무리.”

동시에.

분열한 사람들을 뭉치게 만들기 위해서는 확실한 적의 존재가 필요했다.

하지만 거기에 WWF라는 존재는 솔직히 말해서 좀 두루뭉술했다. 더욱이 팬들에게 그걸 강요할 수도 없었다.

그들은 더 재밌는 걸 쫓으니까.

하지만.

여기에서 확실히 ACW의 팬들이 뭉치게 할 만한 거대한 적이 나타나면?

“그들은 바라겠죠.”

스타의 탄생을.

위기의 순간, 영웅이 등장한다.

그건 바로 러셀 오메가가 될 테고.

그렇게 연말까지 이어지는 나와 로건, 러셀의 대립이 시작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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