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27화 (427/634)

427.

ACW의 부흥을 위해서는 그쪽 팬들이 다시 뭉치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그 시청률 하락의 1순위는 물론 어디까지나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지 못하면서 팬들이 ACW라는 단체 자체에 매너리즘을 느꼈기 때문이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팬들이 ACW를 떠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그중 하나가 앞서 말했듯 매너리즘을 느껴 시청을 그만둔 팬들이었고.

나머지는 바로 ACW의 졸렬한 마케팅 수법에 질린 이들이었다. 그 사람들 대부분이 내 팬이 되었고 말이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되었다.

졸렬한 마케팅의 피해자였던 나는 그 실행자인 로건과 같은 배를 탔고.

반대로 그를 비호하던 ACW 팬들은 가장 큰 적이 되었다. 상황이 정말 아이러니하게 변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ACW에서는 내가 보낸 메시지에 확실히 응답해야만 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신은 할리우드 로건을 데리고 ACW를 정복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러므로 그에 대한 답을 보내야만 했다.

그런 상황인 만큼.

내 메시지 다음 주에 개최된 월요일 밤의 나이트로는 오프닝에서부터 메시지의 대응책을 밝히며 시작되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미리 촬영된 영상이었다.

자리에 모여 있는 선수들.

그 가운데에는 이마에 거즈를 붙이고 있는 더스티 로스가 서있었다.

[신에게서 연락이 왔다.]

[뭐랍디까?]

[메인이벤트에 맞춰서 경기를 치르러 올 생각이니 준비를 해두라는군.]

[그 빌어먹을 새끼.]

[확 그냥 준비했다가 박살을 내버리죠? 자기가 뭘 어떻게 할 겁니까?]

분노를 드러내는 스탠 슈타이너.

선과 악을 넘어서서, ACW에 소속된 선수들 대부분이 모였다. 신의 도발이 그만큼 먹혀들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대응책은 각기 달랐다.

[그냥 경기를 해주죠. 지금 저렇게 헛소리를 해대는데 그걸 그냥 패는 방식으로 넘기면 우리가 질까봐 겁을 먹고 그랬다면서 언플을 해댈걸요?]

[제기랄! 저걸 상대해주자고?!]

[로건은 또 왜 넘어간 거야? 빌어먹을 새끼! 박쥐만도 못한 더러운 인간!]

제각기 고성이 오가는 상황.

혼란 속에서 박수를 쳐서 선수들을 진정시킨 더스티가 뒤를 돌아보았다.

[Yeeeeeeeeeeeeeeeeeeaaaahhh!!]

관객들이 환호를 보냈다.

스크린에 러셀 오메가가 나타났다.

[러셀, 어떻게 생각하나?]

[왜 제게 물으시는 거죠?]

[자네는 신을 잘 아니까.]

그렇다.

프로레슬링 업계에서 누구보다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바로 이 자였다.

러셀 오메가.

전(前) 러셀 하트.

하지만 녀석은 더스티의 질문에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크로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관심 없습니다.]

[Booooooooooooooooooo-!]

팬들이 야유를 보냈다.

나와의 라이벌리를 기억하고 환호를 보냈는데 러셀은 딱 선을 그었으니.

게다가 안 그래도 ‘이적생’ 신분으로서 한창 시험을 받고 있던 녀석인 만큼  야유를 받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러셀은 왜 자신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지, 딱히 변호는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로서 ACW에 속한 주요 선수들이 나에 대해 가진 태도가 알려졌다.

러셀처럼 방관하거나.

스탠처럼 습격을 제안하거나.

아니면 변명의 여지가 없도록 경기를 통해 확실히 박살 내자고 하던가.

그렇게 셋.

안은 3번으로 서서히 기울었고, 그렇다면 문제는 ACW에 소속된 선수들 중에서 대체 누구를 출장시키느냐였다.

거기에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놀랍게도.

[저를 내보내주십시오.]

코디 로스였다.

다들 불신하며 바라보았다.

[Booooooooooooooooooooo-!!]

팬들도 야유를 보냈다.

안 그래도 지난주 혼자서 패기롭게 PWA에 쳐들어갔다가 제대로 상대조차 되지 못하고 끌려 나온 코디였다.

더스티도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안 돼.]

[왭니까?!]

[몰라서 묻는 거냐?]

[할 수 있습니다! 저를 믿고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넌 가만히 있어!]

[싫습니다!]

더스티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거기에 순간 모두가 놀랐다.

흥분했는지 숨을 몰아쉬던 그는 이내 정신을 차렸고, ACW 락커룸에는 적막한 공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다들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락커룸 내의 분위기도 딱히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이어지는 신의 습격을.

그런 상황에서 나선 이가 있었다.

[제가 하죠.]

바로 부커-리였다.

[Uooooooooooohhhhh……!]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얼마 전, 다시 ACW로 돌아온 노장.

거기다 신과 커리어 초창기에 태그 팀으로 활동한 경력마저 있는 그가 나서자 팬들의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그 드라마는 분명히 한 주의 경기에 사용하기에는 너무 과분할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했다.

그런 식으로 매주 최선의 카드를 때려 박은 대립을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WWF와의 승부를 위해서.

[부커…….]

[자네라면 믿을 수 있지.]

고개를 끄덕이는 선수들.

그렇게 내 상대가 정해졌다.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팬들의 환호가 거세게 울려퍼졌다.

그렇게 백스테이지 세그먼트가 끝났고, 나는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확실히 팬들의 기대감이나 향후 이야기를 이어갈 때의 떡밥, 당장 오늘 밤의 메인이벤트 매치까지도.

모든 게 완벽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단 하나.

내 옆에 있는 남자였다.

멋들어진 드레드 헤어를 묶은 그는 금방이라도 링에 나설 것처럼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무척 오랜만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부커와 안 붙어보지는 않았다.

WWF 하우스 쇼에서 내가 악역 포지션을 잡고 있을 때 상대로 만나기도 했고, 선역일 때는 일일 태그 팀을 맺어 악역들과 맞서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테이커를 쓰러뜨리고.

눈앞의 레전드 플레이어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을 때 붙은 적은 없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후후, 그래.”

즐거워 보이는 부커.

후회 없는 경기가 되기를.

* * *

그렇게 찾아온 메인이벤트.

예상한 대로 나와 로건이 등장하자 ACW의 팬들은 엄청난 야유를 보냈다.

[Boooooooooooooooooooooo-!!]

정확히 예상한 대로였다.

내가 PWA에서 했던 패기로운 세그먼트는 이쪽에 소속된 팬들이 SIN을 저주하고 증오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물론.

나는 개의치 않았다.

경기복 차림으로 링에 오르자 로건이 박수를 보냈고 나는 야유 속에 자신을 과시하며 상대를 기다렸다.

그리고.

입장로 위로 불꽃이 치솟았다.

[Can You Dig it-!]

[Suckaaaaaaaaaaa-!!]

그 뒤의 시그니처 대사는 경기장을 찾아와준 팬들 모두가 외친 것이었다.

퍼엉-!

크게 터져 오르는 파이로.

부커 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팬츠에 장갑을 끼고 나온 그가 머리에 묶어둔 끈을 풀며 그대로 멋진 드레드 헤어를 과시하듯 흔들었다.

다시금 터지는 파이로.

[Yeeeeeeeeeeeeeeeeaaaaahhh!!]

부커는 환호 속에 링으로 올라왔다.

복귀 후에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었던 그였건만, 나와 같이 링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환호가 나왔다.

바로 이게.

내가 바라던 그림이었다.

존재만으로도 반대편 사이드를 결집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사나이. 그게 바로 지금 로건과 함께하는 나였다.

부커와 내가 서로를 마주보고 섰다.

키는 거의 비슷했다.

원래는 부커가 조금 더 컸으나 예전에 겪은 허리 부상으로 인한 수술 때문에 키가 줄은 상태였다.

땡땡땡-!

그리고 시작되는 경기.

“준비는 되셨습니까?”

“오냐, 덤벼봐라.”

고개를 끄덕인 그가 물러났다.

[Uoooooooooooooohhhhh!!]

우리는 일단, 관객들의 기대감이 서린 환호에 맞춰 크게 링을 돌았다.

그리고 곧바로 맞붙었다.

락 업.

경기의 99퍼센트는 그런 식으로 두 사람이 힘을 겨룸으로써 시작되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쿵-!

서로 팔을 얽은 상태에서 머리를 맞부딪힌 부커와 나는 그대로 마치 뿔을 맞댄 소들처럼 힘을 겨뤘다.

“끄응……!”

“끄그극……!”

[Booker! Booker! Booker! Booker! Booker! Booker! Booker! Booker!]

팬들은 부커에게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고, 거기에 맞춰주기 위해서 나는 일단 뒤로 밀려나는 시늉을 했다.

[Yeeeeeeeeeeeeeeaaahhhhh!!]

팬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 직후, 나는 락 업을 풀어내면서 재빨리 부커의 뒤로 돌아 들어갔다.

그리고 허리를 잡았다.

[Booooooooooooooooooo-!!]

눈 깜짝할 새에 바뀌는 반응.

나는 부커를 들어 올려 반대편으로 메쳤다. 그러고는 장사(壯士)가 소를 힘으로 제압하듯 쥐고 흔들어댔다.

저항하는 부커.

하지만 나는 그 상태에서 부커를 링 바닥에 내치고는 이어 다리 쪽으로 타게팅을 바꾸고 곧바로 움직였다.

샤프 슈터로 연결.

[Uooooooooooooohhhhh!!]

팬들이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부커도 호락호락 당해주지는 않았다. 내가 다리를 엮으면서 일어서려고 하자 힘을 주어 밀어냈다.

주춤거리며 밀려난 직후.

“크아앗-!!”

누운 상태에서 곧바로 벌떡 일어난 부커가 그대로 내 얼굴에 킥을 날렸다.

특유의 유연성을 이용해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려 상대방의 얼굴을 옆에서 걷어차는 부커의 시그니처 무브.

할렘 사이드 킥.

퍼억-!

정통으로 맞으며 나가떨어진 나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Yeeeeeeeeeeeeeeaaaahhhh!!]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다리 길이가 길다는 신체적인 특징과 특유의 탄력을 이용한 킥 무브를 특기로 내세운 부커는 초반부터 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물론 나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로프를 붙잡고 일어선 나는 가볍게 심호흡을 한 뒤 부커와 다시 붙었다.

락 업.

이후 체인 레슬링.

그렇게 들어가려고 한 순간이었다.

부커의 팔을 쳐낸 나는 그대로 안면을 향해 있는 힘껏 헤드벗을 날렸다.

쩌억-!

[Uoooooooooooohhhh……!]

호쾌한 타격에 물러서는 팬들.

비틀거리며 물러난 부커에게 다가간 나는 그대로 마구잡이로 주먹질을 해대며 몰아붙였다.

거기에 찹까지 섞었다.

펀치.

퍼억!

찹.

쫘악!

그런 식으로 로프까지 몰아붙인 부커의 팔을 잡고 반대편으로 던진 나는 그가 돌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뛰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드롭킥.

파앙-!

공기를 가르는 호쾌한 파열음.

190에 달하는 부커의 얼굴까지 순간적으로 뛰어오른 내 드롭킥은 주변에서 명품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식으로.

별다른 기술 없이 경기는 서로를 향한 타격기 위주로 계속 이어졌고 나는 그렇게 부커와 경기를 만들어갔다.

[Booker! Booker! Booker! Booker! Booker! Booker! Booker! Booker!]

팬들의 환호는 점점 커졌다.

부커는 내게 슬쩍 이렇게 말했다.

“죽여주는구먼.”

“왜 이렇게 인기가 좋아요?”

“다 네 덕이지.”

그렇게 말한 부커는 다시금 내 안면에 할렘 사이드 킥을 넣으면서 한순간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는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기 위한 자신만의 액션을 취했다.

Spin-A-Roonie.

비보잉의 윈드밀 동작에서 따온 무브로 부커가 그렇게 링 위에서 멋지게 동작을 취하자 팬들은 분위기가 넘어왔다 생각하고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아니었다.

“후우.”

부커가 윈드밀을 돌고 딱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나도 마찬가지로 핸드 스프링으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Uooooooooooooohhhh……!]

충격에 빠진 팬들.

마찬가지로 놀라 물러서는 부커.

그런 가운데, 나는 다시 헤드벗으로부터 시작해 경기를 이어나갔다.

쩌억-!

무릎을 꿇는 부커.

[Booooooooooooooooooo-!]

팬들의 야유를 보냈지만 그런다고 해서 지금 내가 보유하고 있는 위상이 낮아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는 아무리 레전드라고 해도 늙어 은퇴하기 직전의 선수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췄고.

그걸 통해 PWA 팬들에게 확실한 절망을 선사하며 부커를 박살냈다.

코너 쪽에 부커를 눕혀둔 상태에서 로프를 붙잡고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퍼억!

퍽퍽!

퍼억-!

심판이 다가와 나를 떼어냈다.

잘못이 없다는 표시로 양손을 들어 보인 내게 팬들이 분노를 쏟아냈다.

[Boooooooooooooooooooooo-!]

[You SU-k! You SU-k! You SU-k! You SU-k! You SU-k! You SU-k!]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링 밖의 로건과 대화를 주고받는 시늉을 하며 그들의 분노를 더 끌어냈다.

그리고 이어, 부커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 뒤 그 머리를 붙잡고 수플렉스 동작에 들어가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엇다.

[Uoooooooooooooohhhhh-!!]

등 뒤로 가해지는 충격.

거기에 순간 놀라 부커를 놓친 나는 그대로 링 위를 나뒹굴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받았다.

그 증거로 링 벨이 요란하게 울리면서 경기가 끝났음을 알렸다.

부커의 반칙 패였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습격자가 내게 달려들어 그대로 위에 올라탔다.

연이어 주먹이 날아들었다.

“큭?!”

이를 악물고 방어를 하던 나는 습격자의 정체를 알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바로 코디 로스였다.

부커를 구하기 위해?

아니었다.

적어도 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따라서 응당한 반응이 나왔다.

바로 야유였다.

[Booooooooooooooooooooo-!!]

코디에게 쏟아지는 야유 속에 그렇게 내 ACW의 첫 경기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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