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
코디 로스는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일단 진행되는 경기를 난입으로 끝낸 것만으로도 질타를 받을 일이었다.
[Booooooooooooooooooooo-!]
하지만 스토리적으로는 이게 옳았다.
코디는 내게 감정이 남은 상태였고 자신이 기회를 받지 못하자 참지 못하고 난입이라는 길을 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애송이 같은 짓이었다.
그 후, 로건이 들어와 링 안이 아수라장이 되었고 나는 다시금 코디를 슈퍼 킥으로 제압하고 링을 떠났다.
위클리 쇼의 마지막은 그렇게 링을 나뒹굴고 있는 코디와 그 옆에서 어안이 벙벙해 서있는 부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막을 내렸다.
코디는 완벽하게 사고를 쳤다.
그리고 그게 더 잘 느껴지도록 우리는 이틀 뒤 이어진 수요일 밤의 PWA 위클리 쇼에서 메시지를 보냈다.
링 위.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너희 모두 바보 같은 짓을 했군.”
나는 먼저 그렇게 입을 열었다.
거기에 순간 팬들이 의아해했다.
“ACW의 시청률이 아주 좋아졌다는데. 너희 모두가 날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런 구닥다리 쇼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준 거잖아? 내 말이 틀렸어?”
통렬한 디스였다.
동시에 나를 띄우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군. 너희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잘 알겠어. 그렇기에, 경기의 결과에 화가 많이 났겠지.”
[Booooooooooooooooooo-!!]
팬들이 야유를 보냈다.
그것은 링 위에 서있는 내가 아니라 지난밤의 경기와 그것을 망친 코디 로스라는 애송이에게 보내는 야유였다.
녀석의 섣부른 행동은 그렇게 우리가 ACW를 디스할 근거가 되어주었다.
“근데 여기에서 난, 합리적인 의심을 하나 하겠어. 그게 과연 코디가 자기 개인의 의지로 한 행동이었을까?”
[Boooooooooooooooooooooo-!]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ACW 겁쟁이들이 경기를 최악의 결과로 끝내지 않기 위해 준비한 게 아닐까?”
그게 아니면 뭐 어때.
그냥 등신 같은 ACW 놈들을 까대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운 것을!
“또 다음 주에 찾아갈 테니 준비해두라고! 그리고 하나 더! 너희 측에서 헛짓거리를 하는 것에 대비한 ‘보험’ 역시 확실히 들어둘 생각이라고!”
그렇게 내 PWA에서의 링 세그먼트는 몇 가지 떡밥을 던진 채로 훌륭하게 그 막을 내렸다.
쇼가 끝난 뒤 확인해본 시청률은 당연히 전에 비해 크게 오른 상황이었다.
링 서바이벌 이후, 내가 한국에 다녀오면서 슬쩍 빠졌던 시청률이 두 단체의 시너지로 인해 크게 상승했다.
PWA는 수요일을 택했다.
WWF와 ACW가 맞붙는 월요일과 금요일이 아니라 수요일을 택했다.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시청률을 몰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WWF에 있을 때는 내가 그런 식으로 활약해 PWA와 내 팬들이 그쪽 쇼를 시청하는 결과가 나왔고.
지금은 정반대였다.
기존 ACW 팬 + 내 개인 팬 + PWA 팬. 이렇게 구분 지을 수 있는 세 집단의 위력은 분명 무시무시했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WWF를 잡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렇게 PWA 위클리 쇼 일정을 마친 뒤, 나는 곧장 ACW로 넘어갔다.
슬슬 7월 페이퍼뷰에 대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나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바로 부커-리였다.
“이런 제기랄, 신.”
“부커.”
“드디어 왔군. 내 친구.”
“무슨 일 있습니까?”
계속 문자를 날리더니 주차장까지 나와서 날 반기는 모습에서 약간의 의아함을 느끼자니, 부커가 말했다.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그럼 전화로 여쭤보시지.”
“얼굴을 마주하고 듣고 싶어서.”
부커와 나는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질문이 뭔고 하니.
“코디의 이미지가 조져졌잖나.”
“……그렇죠?”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부커는 걱정을 하는 듯했다.
확실히.
코디는 현재 애송이에서 완전히 지면을 뚫고 내려가 이미지가 조져진 상태였다. 그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걱정 마십쇼. 신인 아닙니까.”
아직 자신의 첫 번째 대립이었다.
모든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이미지는 그런 식으로 첫 번째 대립이 모두 끝난 뒤에야 완성이 되는 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코디는 아직 조져지지 않았죠.”
“이제부터 반등할 거란 말인가?”
“정확히는 7월 페이퍼뷰를 기점으로 해서 반등에 성공하리라고 보는데요.”
“누구와 붙게 될 건데.”
“더스티 로스입니다.”
“…………?”
부커가 황당한 듯이 날 보았다.
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더스티 로스요.”
“뭐, 이번에 새로 ACW에 데뷔할 선수 이름이 더스티 로스인 건 아니지?”
“코디 로스의 아버지요.”
“코디 로스의 아버지가 둘…….”
“부커.”
“제기랄, 그래.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저 안쪽에서 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더스티와 코디가 붙는다고?”
부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그럴 터였다.
지금 상황만 보자면 당장 2주 뒤에 7월 페이퍼뷰가 개최되는데 어떤 식으로 코디와 더스티가 붙나 싶을 거다.
하지만 준비는 이미 다 끝났다.
* * *
그렇게 다시 찾아온 월요일.
밤이 되자 다음 스토리를 궁금해하는 팬들이 TV 앞으로 모여들었고, 그런 가운데 ACW 나이트로가 시작되었다.
쇼는 먼저 지난주의 메인이벤트 경기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보여주었다.
부커와 맞붙는 나.
[슈퍼 킥! 슈퍼 킥!]
[부커가 무너집니다!!]
팬들의 야유를 받는 나.
[저 빌어먹을 새끼……!]
[누군가 그를 막아야 합니다!]
링으로 난입하는 코디.
[코디 로스! 대체 무슨 일이죠?!]
[신을 공격합니다!]
땡땡땡!!
[경기가 반칙패로 끝납니다!!]
[코디가 신을 계속 공격합니다!]
그렇게 짧게 지난 스토리를 보여주고 난 뒤, 화면은 락커룸에서 몸을 풀고 있는 부커의 모습으로 이어졌다.
미리 촬영된 백스테이지 세그먼트.
[Waaaaaaaaaaaaaaagggghhhh!!]
팬들이 큰 환호를 보냈다.
나에게 맞서서 최선을 다해 싸운 그 모습이 팬들의 기억에 남은 것이었다.
하지만 화면 바깥에서 코디 로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의 반응은 삽시간에 큰 야유로 바뀌었다.
[Booooooooooooooooooooooo-!]
그들은 마찬가지로 코디가 경기를 망친 사실 또한 기억하는 상태였다.
코디가 입을 열었다.
[부커.]
[……조용히 가라.]
[괜한 짓을 한 겁니까?]
[아니라고 생각하나?]
[모르겠군요. 솔직히 말해 다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화를 내서…….]
[Boooooooooooooooooooo-!!]
야유 속에 부커가 일어섰다.
[이봐, 애송이. 네가 무엇을 이유로 여기에 왔는지. 사람들이 이것저것 떠들어대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았어.]
그리고 코디를 위협했다.
[하지만 이제 좀 알겠군. 그들이 말하는 건 확실히 이유가 있어.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개자식이란 걸.]
[나도……!]
[Shut Your Mouth! Kid!]
부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기에 코디가 순간 놀라 말을 잇지 못했고, 부커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기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더스티 로스의 아들이 아니었더라면 너는 여기 오지도 못했을 거다.]
어안이 벙벙해진 코디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화면은 페이드아웃 되었다.
나이트로는 계속 진행되었다.
각각의 선수들이 대립과 경기를 가지며 쇼의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다.
나는 러셀과 함께 락커룸에서 모니터링TV로 팬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접하며 쇼를 계속해서 보았는데.
러셀은 6월 이전에 비해서 쇼의 분위기가 훨씬 좋아진 것 같다고 평했다.
“아무래도 공공의 적 때문이겠지.”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ACW 락커룸 내에서 나와 로건은 좋지 못한 대접을 받았고, 각본에서 그게 드러났다.
다들 우리에게 지고 싶지 않아해, 자동으로 치열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런 가운데.
러셀은 차근차근 크로우라는 거물에 맞서 자신의 모멘텀을 키워 나갔고.
나는 그와 반대되는 위치에서 ACW의 흥행과 함께 스스로의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오늘 내 상대는 또 다시 부커였다.
애초에 지금 상황에서 경기를 누구와 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거기다 반칙으로 끝난 경기라서 다시 한 번 붙을 근거 역시도 충분했다.
그렇게 광고가 나가고, 다시 한 번 백스테이지 세그먼트가 이어졌다.
나와 부커가 다시 붙는다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코디는 ACW 단장실에 있던 더스티 로스를 찾아갔다.
그리고 분노를 토로했다.
[제가 싸우게 해주세요!]
[Boooooooooooooooooo-!!]
[안 돼. 코디. 너로서는 부족하다.]
[아버지, 당신을 그렇게 만든 놈을 앞에 두고 제가 가만히 있기를 바라십니까? 정말로요?]
[이제 그런 문제가 아니야.]
[맞습니다!]
[내가 아니라고 했지!]
더스티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순간 말문이 막힌 아들, 코디의 앞에서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정말로 내 복수가 하고 싶은 거냐? 아니면 그걸 빌미로 거물하고 붙어서 이름값을 키워보려는 거냐?]
[아니, 그게…….]
[Waaaaaaaaaaaaaaagggghhhh!!]
[괜히 망신만 시키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그게 너를 위한 길이니까.]
단언하는 더스티.
거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코디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두 번째 백스테이지 세그먼트가 그 막을 내렸다.
그리고 다시금 찾아온 메인이벤트.
나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할리우드 로건을 대동한 채 링으로 입장했다.
곳곳에 나를 저주하는 피켓과 함께 ACW 팬들이 계속 야유를 보냈다.
[Booooooooooooooooooooo-!!]
그리고 반대로, 그들은 내 뒤를 이어 등장한 부커에게는 엄청난 환호를 보내며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주었다.
지난 경기에서 나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부커를 몰아붙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ACW 팬들은 드라마를 통해 선택된 선수인 부커를 믿었고 이후로도 계속해서 응원을 보내주었다.
땡땡땡-!
힘찬 링 벨과 함께 시작되는 경기.
지난주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기 위해 나와 부커는 일단 계속해서 심리전을 벌이는 식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쿵-!
락 업에서 나가떨어진 내가 순간적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고, 부커는 손을 들며 당장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Get Your A-s Up!”
[Yeeeeeeeeeeeeeeeeaaaaahhhh!]
지난주와는 다르다.
그렇기에 나는 일단 링 밖으로 빠져나와 로건과 대화를 주고받는 척하면서 ACW 팬들의 분노를 이끌어냈다.
“신, 이 새끼야! 쫄았냐!!”
“올라가서 싸우라고! The World Is All yours라면서! 건방진 새끼!!”
“Booker’s Gonna Kill You!!”
팬들이 마구 욕을 해댔다.
“지금 뭐라고 했냐?!”
나는 흥분한 척 그들에게 달려들어서 일부러 더 시간을 끌었고 그런 식으로 경기의 치열함을 증가시켰다.
그러자니 링 아래로 내려온 부커가 나를 공격하면서 경기가 이어졌다.
“큭……!”
바리게이트 방면으로 내쳐진 나는 탄력이 더해진 킥을 맞으며 계속해서 부커의 공격에 당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다르다!
다들 그런 식으로 생각을 했으나.
바로 거기에서 로건이 순간 부커와 내 사이를 가로막으며 시간을 끌었다.
[Boooooooooooooooooooooo-!!]
“로건 이 배신자 새끼야!!”
“지금 거기서 뭐하는 거냐!”
팬들이 욕을 해대는 게 재밌었다.
‘이렇게 나오셔야지.’
ACW 팬들은 점점 돌아왔다.
우리의 존재로 인해 점점 자신들의 단체에 애정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Hey! Logan!”
링 아래로 내려온 심판이 로건을 밀어내고는 경기가 이어질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그 짧은 틈으로 정신을 차린 나는 부커에게 반격을 할 수 있었다.
퍼억-!
“끄억!”
배를 걷어차여 무너지는 부커.
비틀거리며 일어난 나는 그대로 그의 얼굴을 바로 옆에 있던 아나운서 테이블로 끌고 가 힘껏 처박았다.
빠악!!
그대로 분위기가 내게 왔다.
“하하하하~.”
여유롭게 웃은 나는 옆에서 박수를 치는 로건과 가볍게 하이파이브했다.
저주의 말이 쏟아졌다.
진짜.
내가 생각해도 재수 없군.
하지만 이런 내 모습은 우리 쪽 팬들에게는 능청맞게 느껴질 터였다.
결국 이렇게 해도 마지막 순간에 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경기를 따내는 슈퍼 배드 보이였으니 말이다.
나는 부커를 링 위로 올려 보냈다.
그리고 이어, 천천히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가 하이 플라잉 무브로 확실하게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Uooooooooooooooooohhhhh!]
코디 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입장로 위로 당당하게 나온 녀석의 모습에 관객들이 놀라 비명을 내질렀고 코디는 링을 향해 다가왔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이 빌어먹을 애송이는 부커의 말과 더스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다시 링에 난입하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녀석 역시도 바보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전과 같이 다짜고짜 달려들어 나를 두들겨 팬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코디가 선택한 건 로건이었다.
“뭐야?”
나는 어이가 없어 바라보았다.
링을 크게 돌아 내 매니지를 위해 서있는 로건에게 다가간 코디가 그대로 마구 주먹을 휘둘러댔다.
[Waaaaaaaaaaaaggggghhhhh!!]
[Boooooooooooooooooooo-!!]
환호와 야유가 엇갈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팬들 역시도 제각기 다른 반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부커와 더스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나온 코디를 욕하는 이들과, 그래도 위기의 순간에 나온 녀석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반으로 나뉘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심판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혼란 속에서 코디가 나를 공격하지 않아 경기는 계속 되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꽤나 황당한 상황이었다.
나는 일단 링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코디에게 속수무책으로 얻어맞으며 도망치고 있는 로건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어 웃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나부터 시작해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팬들, 심판과 코디, 로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간과하는 게.
그건 바로 부커-리가 그 틈을 타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는 거였다.
저도 모르게 링 중앙으로 나간 순간, 나는 복부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퍼억-!
배를 걷어차였다.
[Uooooooooooooohhhhh!!]
깜짝 놀란 관객들.
내가 자연히 앞으로 허리를 숙이자 부커가 뒤로 물러나 로프 반동을 했다.
그리고 내 앞에서 힘껏 뛰어.
양발을 교차시키며 숙여진 채로 있는 내 후두부를 힘껏 내리찍었다.
빠악-!
일명, 액스 킥(Axe Kick).
그 피니시 무브가 터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