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
그렇게 인터뷰가 끝난 뒤.
카메라는 경기장의 전경을 비췄다.
[Waaaaaaaaaaaaaaaaggghhhh!!]
이제 곧 경기가 시작된다.
그것을 기대한 팬들이 환호를 보냈고 거기에 맞춰 음악이 흘러나왔다.
첫 번째 입장은.
바로 코디 로스였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듯한 보컬이 인상적인 빠른 메탈 음악. ACW에 이적한 코디 로스가 새롭게 장착한 테마였다.
멋들어진 조명과 카리스마도 넘치는 보컬과 멜로디가 인상적이었건만, 정작 코디 로스는 영 맥을 못 추고 있었다.
[Booooooooooooooooooooooo-!!]
팬들의 반응도 반응이거니와.
코디 스스로도 주눅이 든 상태였다.
아버지와의 대결.
그것도 일반적인 아버지가 아니었다.
이 프로레슬링 업계에서 절대로 지워질 수 없는 업적을 남긴 사나이였다.
그렇기에 코디는 지금 입장하면서도 무척 당황스러운 기분일 터였다.
져도 망신.
이긴다고 해도 얻는 건 없었다.
오히려 잃는 게 있다.
둘 중 하나가 패배한다면 회사를 그만둬야만 했다. 그렇기에 코디의 입장은 착잡하고 또한 맥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알지 못하는, 또한 코디에게 참교육을 해겠다고 선언한 더스티의 말에 공감한 대다수 팬들은.
[You Will Fu-ked Up!]
짝! 짝! 짝짝짝!
[You Will Fu-ked Up!]
짝! 짝! 짝짝짝!
[You Will Fu-ked Up!]
짝! 짝! 짝짝짝!
코디에게 마구 욕을 해댔다.
‘넌 곧 ●될 거다.’
그런 의미가 담긴 챈트가 경기장 안에 울려 퍼졌고 코디는 당황한 표정으로 관객석에 앉은 팬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직후.
[Ame~ri~ca~n~! Dre~a~m~!]
올드하고 동시에 신나는 팝 음악.
[Yeeeeeeeeeeeeeeeeaaaaahhhh!!]
신이 난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더스티 로스가 나왔다.
여기에서 자신의 표현을 빌려보자.
그는 큰 뱃살과 펑퍼짐한 엉덩이를 가진, 프로레슬러답지 않은 체격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았다.
더스티가 강하다는 사실을.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경기복.
거기다 머리에 빵모자를 쓴 더스티는 엉덩이를 흔들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특유의 유쾌함이 더스티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역으로 활약할 수 있게 만들어준 원동력이었다.
입장로를 따라 링으로 나오던 더스티는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소녀를 발견하고는 그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빵 모자 아래의 이마에 묶어두고 있던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천을 벗어 소녀의 팔에 감아주었다.
꺅꺅 웃으며 기뻐하는 소녀.
그리고 링 위로 올라간 더스티는 로프를 밟고 올라가 팬들의 환호를 끌어내며 영웅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Yeah~! boys~!]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띄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리고 거기에 팬들도 감화되어 환호를 내질렀다.
그렇게 팬들은 모조리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더스티는 로프에서 내려와 코디를 향해 무어라 마구 소리쳤다.
그 말이 팬들에게 들리지는 않았다.
사실 별 내용도 없을 터였다.
하지만 코디를 향한 더스티의 표정과 제스처에서는 승리를 향한, 상대방을 향한 확실한 투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반대편의 코디는.
싸움을 피하려는 듯 팔을 벌리면서 더스티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보았지만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었다.
땡땡땡!
[Waaaaaaaaaaaaaaaaaaaggghhh!]
환호성을 내지르는 팬들.
더스티는 기다렸다는 듯이 코디에게 달려들어 그 안면에 해머링을 날렸다.
퍼억!
휘청거리며 물러나는 코디.
아예 싸울 의지를 보이지 않는 그의 앞에서 더스티는 마구잡이로 춤을 추면서 자신과 싸우자며 계속 도발했다.
[Dusty! Dusty! Dusty! Dusty! Dusty! Dusty! Dusty! Dusty! Dusty! Dusty!]
거기에 환호하는 팬들.
그럼에도 코디는 아직까지 싸울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반대로 더스티는 그런 코디를 계속해서 공격했다.
해머링 연타.
[Waaaaaaaaaaaaaaaaagggghhhh!]
그렇게 코디를 코너까지 몰아붙인 더스티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코디의 앞에서 팔을 마구 흔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바이오닉 엘보.
빠악-!
[Yeeeeeeeeeeeeeeeeeaaaahhhh!!]
수직으로 팔을 번쩍 들어 올려서 그대로 팔꿈치로 이마를 내리찍는 기술.
전성기 때는 그 한 방으로 수많은 선수를 격침시켰던 강력한 기술이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서는 누워있는 상대방을 점프하면서 내리 찍는 바이오닉 엘보 드롭을 피니시 무브로 썼고.
그렇기에 그 바이오닉 엘보가 코디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지는 못했으나.
그럼에도 팬들의 환호는 컸다.
더스티는 쓰러진 코디를 놔두고 다시금 엉덩이춤을 추며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현역 시절의 그가 딱 저랬다.
당시는 기술을 쓸 때 과장하는 풍토가 유행이었고, 그렇기에 더스티의 해머링도 한 방 한 방이 싸운다기보다는 그것을 표현하는 행위에 가까웠다.
특히나 일반적인 기술 중 하나인 헤드벗에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코디의 머리채를 잡고 일으켜 세운 더스티는 한 발을 마치 투수가 공을 던질 때처럼 높이 들어 올린 뒤 지면에 대며 그대로 헤드벗을 날렸다.
뻐억!!
순간적으로 몸만 빠르게 젖혔다 날리는 나나 드류의 헤드벗과는 달랐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과거의 경기 스타일이 먹히는 순간도 있는 법이었다.
더스티는 현역 시절보다는 좀 덜 돋보였으나 깔끔하고 과장된 동작으로 기술을 시전하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Waaaaaaaaaaaaaaaaagggghhh!!]
환호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게 바로 아버지다.
더스티 로스다.
전설 중의 전설.
아메리칸 드림이다.
나이를 먹어도 여실한 더스티의 모습에, 코디도 참고만 있지는 못했다.
입가를 스윽 닦아내면서 일어난 그가 이내 자신의 아버지에게 다가섰다.
그러자니 또 야유가 나왔다.
[Boooooooooooooooooooooo-!]
하지만 두 사람은 마주 보았다.
코디의 표정은 한껏 진지해졌고 그걸 본 더스티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쿠웅-!
락 업.
전통적인 레슬링 경기의 시작.
두 사람이 맨 먼저 그런 식으로 맞붙은 것은 어디까지나 이 경기가 싸움이 아니라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레슬링 시합.
두 사람의 경쟁.
아버지와 아들 간의 경기인 만큼 분명히 그런 식으로 표현되는 게 옳았다.
주도권을 잡은 건 코디였다.
젊은 그가 힘에서 분명 약점이 있는 아버지를 로프까지 단숨에 몰아붙였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던졌다.
로프 반동을 하고 돌아온 더스티.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코디가 허리를 숙이고 더스티를 받아서 넘겼다.
백 바디 드롭.
코디의 몸을 타고 넘어가 그대로 높이 떠오른 더스티가 지면에 떨어졌다.
콰앙-!
안전하게 후방 낙법.
락커룸에서 두 사람의 경기를 지켜보던 선수들은 그나마 건재한 더스티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더스티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현역에서 오래 물러난, 거기다 나이도 많은 그를 걱정하는 건 모두 같았다.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허리를 움켜쥐는 더스티를 보고 몇몇 팬들이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다가온 코디가 핀 폴을 시작했다.
어차피 해야 할 경기라면 최대한 빠르게 끝을 내는 게 흐름일 테니까.
그렇게 이어진 카운트.
[1……!]
[2……!]
더스티의 어깨가 들렸다.
[Uoooooooooooooooooohhhhh!!]
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백 바디 드롭.
물론 위상이 낮은 기술이었다.
기본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그 정도 기술을 맞아도 당장에 쓰리 카운트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더스티 로스는 나이를 먹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일어섰다.
코디가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자리에 누운 올드 맨에게 무어라 속삭였다.
“그냥 누워 있으라고!”
“…….”
“아버지! 이게 대체 뭐하자는 겁니까! 저보고 뭘 어쩌라는 건데요!!”
더스티는 대답하지 않았다.
결국 한숨을 내쉰 코디는 양손을 위로 들며 일어나 코너까지 물러났다.
더 이상 못해먹겠다.
그런 의미가 담긴 제스처.
심판도 이런 상황에서 경기를 끝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하지만 더스티는 다시 일어섰다.
어떻게든 공격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난 그는 숨을 몰아쉬며 코너 앞에 쪼그려 앉아있는 코디에게 다가갔다.
코디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더스티는 가쁜 심호흡을 하면서 그대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너야말로 뭘 하는 거냐?”
“예?”
“패배한다면 너는 회사를 나간다! 그래도 좋은 거냐? 레슬러가 되겠다며!”
“반대로 제가 이기면……!”
“그런 것까지 생각하는 거냐?”
쫘악!
관객들이 경악했다.
더스티가 다짜고짜 코디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는 그 가슴팍을 세게 밀치면서 도발을 서슴지 않았다.
“네 앞에 서있는 것이 누구냐!!”
“…….”
“아메리칸 드림! 넌 이런 남자를 꺾겠다고 이 업계에 들어온 게 아니냐?!”
“아버지!”
“덤벼라! 코디! 아버지건 아들이건! 그런 건 아무 상관도 없어! 여기에 서있는 것은 오직 남자와 남자뿐이다!”
거기에.
코디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아버지로서의 가르침.
동시에.
남자로서의 싸움이었다.
코디가 더스티에게 해머링을 날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팬들은 그것을 집중해서 보았다.
아버지의 마음이 아들에게 전해졌고 그렇게 코디 로스는 소년에서 남자가 되는 방법을 익혀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정말로 고전적인 이야기였다.
이런 가치가 옳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굳이 이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코디에게는 코디의 길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곳은 프로레슬링의 링 위였고.
이곳의 남자들은 그렇게 말했다.
황금빛의 벨트를 쟁취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투쟁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이들이었다.
퍼억!
코디의 펀치에 물러나는 더스티.
그는 더 이상 눈앞의 남자를 얕보지 않았다. 올드 맨으로 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쓰러뜨리기 위해 싸워나갔다.
그것이 코디에게 주어진 시련이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뛰어넘는다.
그리고.
점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Cody! Cody! Cody! Cody……!]
아주 조금씩이었으나.
팬들도 사람이니만큼, 코디가 묻히기보다는 한 사람의 어엿한 선수로 성장하는 드라마에 깊이 몰입하고 있었다.
물론 더스티도 만만하진 않았다.
코디의 공격에 어떻게든 반격을 가하면서 두 사람의 경기는 거칠어졌다.
코디가 수플렉스를 시전하고 그대로 핀 폴에 들어갔으나,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더스티는 코디의 다리를 붙잡고 넘어뜨려 그라운드로 몰고 갔다.
쩌억! 퍽! 쫘악!!
연이은 바이오닉 엘보.
안면을 연이어 내리치는 더스티의 팔꿈치를 본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는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아무리 그래도 몸 관리도 안 되고 나이도 많은 그는 10분간의 경기를 소화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크어어어어어-!!”
일어섰다.
그게 바로 링 위의 더스티 로스.
언제까지고 불멸.
The American Dream.
[Waaaaaaaaaaaaaaaaagggghhhh!]
팬들의 환호성이 빗발쳤다.
연이은 바이오닉 엘보에 코디도 큰 충격을 받아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바이오닉 엘보 드롭.
더스티 로스의 현역 마지막 필살기.
쓰러져 있는 코디로부터 물러난 그가 로프 반동을 하고 그대로 힘껏 뛰어 자신의 팔꿈치를 안면에 내리찍었다.
콰앙-!
바위로 바위를 쳐내는 듯한 소리.
팬들이 경악에 빠진 사이 핀 폴이 이어졌고 더스티는 손을 번쩍 들었다.
승리를 확신하는 제스처.
[1……!]
[2……!]
하지만 코디는 그걸 벗어났다.
[Uooooooooooooooooohhhhh!!]
경기는 그렇게 최후의 순간까지 두 사람의 순수한 투쟁으로 이루어졌다.
아들을 가르친다고 하지만, 더스티도 만약 아들이 자신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이대로 그의 선수 생활이 끝나게 되더라도 괜찮다는 각오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아직 서른 살도 채 되지 않아 신체적 전성기가 유지되고 있는 코디는 결국 기회를 잡아냈다.
“으아아아아아!!”
[Waaaaaaaaaaaaaaaaagggghhhh!]
코디의 피니시 무브.
크로스 로스 포지션.
결국 더스티의 등 뒤를 잡아낸 그는 머리를 당겨 겨드랑이 사이에 끼우고 그대로 힘껏 위로 뛰어올랐다.
뒤얽힌 코디와 더스티의 몸이 회전했고, 더스티는 몸의 전면부가 링 위에 처박히고 말았다.
투콰앙-!!
완전히 뻗어버린 아메리칸 드림.
하지만 코디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핀 폴을 했다.
[1……!]
[2……!]
[3……!!]
땡땡땡!
경기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관객들은 환호를 보내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이 멋진 드라마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박수 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더스티를 이기고 자리에 멍하니 주저앉아 있던 코디는 그대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마이크를 쥐었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봐.”
흘러나오던 테마가 멎었다.
관객들의 박수도 멈췄고 코디는 숨을 몰아쉬며 더스티를 바라보았다.
겨우 몸을 가눈 그는 코너 쪽에 등을 기대고 누워서 회복하던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코디는 자신의 아버지를 내려다보며 그대로 입을 열었다.
“당신은 여기서 은퇴하지 않아. 당신은 절대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Uoooooooooooohhhh……!]
“왜냐면 당연히 있어야 할 승자의 권리로서, 내가 부탁할 게 있거든. 신과 전 세계를 앞에 두고서 말이야.”
그는 심호흡을 했다.
더스티와 눈을 마주친 코디는 자신의 가슴 속에 담아둔 말을 쏟아냈다.
“나는 신과 싸울 생각이야.”
코디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어려운 도전이겠지. 모두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좋아. 나는 내 아버지를 모욕한 남자를 쓰러뜨리겠어.”
그것조차 못 한다고 한다면 자신은 이 링 위에 서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그렇게 자신을 설명한 코디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더스티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더스티, 나는 그 싸움에 있어서 멘토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야.”
[Booooooooooooooooooooooo-!]
순간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코디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나는 내 뒤를 봐줄 든든한 백이 필요한 것도 아니야. 나는 오직…….”
잠깐의 심호흡.
“내 아버지가 필요해.”
코디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사이, 더스티는 이미 로프를 붙잡고 일어선 상태였다.
[Waaaaaaaaaaaaaaaaaggghhhh!!]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서 부자는 서로를 와락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