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36화 (436/634)

436.

코디 로스.

그리고 드류 맥킨마이어.

두 사람은 같은 WWF 출신이었다.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악역 대 악역으로.

똑같은 상황이었지만 지향하는 바가 달랐던 두 사람은 대립에 가까운 느낌의 경기를 여러 번 갖기도 했었다.

당시에 코디 로스는 랜스 오튼의 아래에서 레갈리아라는 스테이블에 소속되어 계속 악역으로 활동을 했고.

드류 맥킨마이어는 무려 회장인 바트 맥센에게 ‘미래의 월드 챔피언’이라는 소개를 받고 데뷔한 신인이었다.

문득 그런 과거를 떠올렸다.

링 위의 두 사람도.

경기를 지켜보는 관계자들도.

몇몇 팬들까지도.

모두가 과거의 두 사람과 지금의 두 사람을 보고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두 사람은 그런 과거가 대체 언제였냐 싶을 정도로 발전한 상태였다.

기믹과 선수의 기량, 외모까지도 출중해져 팬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그 주도권은 드류가 먼저 쥐었다.

헤드록부터 시작해 느릿느릿한 템포로 코디의 진을 빼놓기 위해 애썼다.

훌륭한 전략이었다.

경기가 시작된 직후, 코디는 투지를 드러내며 드류를 향해 달려들었다.

처음에는 그 기세에 당할 뻔했던 드류는 침착하게 공격을 받아내며 코디를 제압하려 들었고, 이내 성공했다.

경기의 피치를 천천히 낮췄다.

그라운드 포지션에서 헤드록으로 시간을 끌면서 코디 로스를 진정시켰다.

마치 무척 노련한 스코틀랜드 사냥꾼이 우두머리 늑대를 길들이듯이.

멋진 스팟이었다.

보통 시간을 끌거나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되기 마련인 헤드록이 흥분한 코디 로스로 인해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팬들 역시도 응원을 보내주었다.

그런 상황에서 적지에 와있는 코디는 드류의 기술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몸을 비틀면서 팔을 밀어내고 그러면서 두 사람은 계속 뒤엉켜 다퉜다.

어떻게든 빠져나오려는 코디.

계속해서 진을 빼려는 드류.

그리고 돌연, 바닥에 바싹 엎드린 채 있던 코디가 다리를 위쪽으로 순간 힘껏 들어 올리며 물구나무를 섰다.

“……?!

머리의 각도가 비틀리며 코디는 그대로 드류의 헤드록에서 빠져나왔다.

[Uooooooooooooooooohhhhh!!]

깔끔하고 세련된 무브였다.

그것을 과시하듯 몸을 툭툭 털어낸 코디가 이윽고 싸울 자세를 취했다.

드류도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 머리를 쓸어넘긴 녀석이 코디의 앞에 섰고 숨을 고른 두 사람은, 이내 락 업을 통해 다시 맞붙기 시작했다.

힘에서 밀린 코디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드류는 그대로 녀석을 잡고 들어 반대편으로 힘껏 던졌다.

드류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체중을 키우며 몸을 불렸고, 이제는 로마의 검투사라 불려도 절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큰 체격이 되었다.

“Come On!”

드류는 까불지 말라는 듯 소리쳤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드류는 몸을 막 가누고 있던 코디의 팔을 잡고 당겨 코너쪽으로 내던졌다.

콰앙!

엄청난 힘으로 내던져진 코디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코너와 충돌했다.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코디의 뒤쪽으로 다가선 드류가 그를 힘껏 들었다.

백 드롭.

[Yeeeeeeeeeeeeeeeeeaaaahhhh!]

코디를 번쩍 들어 지면에 내리꽂는 드류의 힘을 본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오고 가던 주도권을 잡은 드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코디를 요리해나갔다.

드류 맥킨마이어 역시 코디 로스 못지않게 자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열망을 가진 젊은 선수였다.

그렇기에 공격은 정확, 신속하게 코디 로스를 제압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퍼억!

몇 번이고 이어지는 펀치.

그렇게 잠시 정신을 빼놓고 번쩍 들어서 슬램 계열 무브로 충격을 줬다.

콰앙!

“크헉!”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는 코디.

바로 이것이 대부분의 선수들이 즐겨 사용하는 경기 운영 스타일이었다.

클래식한.

동시에 완성된 운영.

타격기로 충격을 줘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고 슬램류 기술로 충격을 누적시킨 뒤, 피니시 무브를 꽂는다.

그렇게 차근차근 쌓아가는 스타일.

드류 맥킨마이어의 클레이모어는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으나 동작이 너무 커서 맞추기가 힘든 게 특징이었다.

그렇기에 드류는 상대의 코어가 되는 허리를 주로 공격해서 움직임을 봉쇄한 뒤 클레이모어를 사용했다.

지금도 그런 식으로 흘러갔다.

코디는 계속된 드류의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어지는 핀 폴에서 벗어나는 게 고작일 정도였다.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팬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이곳이 적지라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코디는 힘겹게 무릎을 잡고 일어났다.

로프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자니 가까이 다가온 드류가 코디의 팔을 붙잡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거기에 딸려가자.

머리가 나왔다.

쩌억-!

글래스고 키스.

강렬한 헤드벗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

드류의 공격에 맞고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바로 그 순간, 코디는 입술을 질끈 깨물어 필사적으로 버텨냈다.

통증과 무력감 속에서.

그는 의지를 다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격.

퍼억!

해머링 연타.

[Uooooooooooooooohhhhh……!]

팬들이 순간 당황했고 드류 역시도 갑작스러운 코디의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반대편으로 밀려났다.

반격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코디는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내보이듯 드류를 반대편으로 몰아붙였다.

빠르고 정확한 공격이 이어졌다.

그렇게 뒤로 밀려난 드류는 얼굴을 움켜쥔 채 로프에 몸을 기대고 섰다.

조금 전과 반대의 상황이었다.

코디는 포효했다.

“우오오오오!!”

[Booooooooooooooooooooooo-!]

거기에 쏟아지는 야유.

완벽한 리턴이었다.

경기의 주도권이 넘어가자 그간 여유를 가지고 코디를 지켜보던 PWA 팬들도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말았다.

PWA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커리어를 쌓아온 드류가 주도권을 내줬으니.

그렇기에 반사적으로 나온 야유였으나, 오히려 그건 코디에게는 정확하게 필요했던 반응이었다.

이곳에 모인 팬들을 열 받게 만듦으로서 지금 코디 로스는 ACW 팬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었으니까.

퍼억!

드롭킥을 날려서 드류를 링 바깥으로 밀어낸 코디는 그와 정반대로 턴버클을 밟고 링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지금껏 자신을 조롱하던 팬들을 향해 팔을 좌우로 펼쳐 보였다.

[Booooooooooooooooooooo-!]

PWA 팬들이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코웃음을 치며 그것을 무시한 코디는 그대로 링 밖에서 몸을 가누며 일어선 드류를 향해 뛰었다.

다이빙 크로스 바디.

링 안에서 바깥으로 힘껏 몸을 던지는 코디. 몸을 사리지 않는 무브에 놀란 팬들이 순간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이 충돌해 바닥을 나뒹굴었다.

코디에게도 충격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바리게이트에 기대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레슬러로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싸움을 해나갈 것인지.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코디의 모습에 PWA 팬들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경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주도권을 가져온 코디는 링 바깥과 안을 넘나들며 드류를 계속 공격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물론 드류 역시도 만만찮게 저항했고, 그렇기에 두 사람의 싸움은 점차 필사적인 기운을 띄기 시작했다.

서로가 지쳐가는 상태였다.

코디와 드류, 두 일류 선수들은 점차 서로의 얼굴에 펀치를 꽂는 것조차 힘겨워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경기는 점차 과격해졌다.

수플렉스와 수플렉스가 오가고.

깊은 통증과 분노 속에서 두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끄그윽……!!”

“흐아아아!!”

하지만 결코 먼저 무너지지 않았다.

드류는 코디의 안면을 봐주지 않고 힘껏 때리면서 어떻게든 쓰리 카운트를 빼앗고자 필사적으로 덤벼들었고.

그에 맞선 코디는 복부를 노려 토 킥을 찬 뒤 드류의 뒤로 빠져나갔다.

로프 반동.

이후 돌아온 코디는 드류의 뒤통수를 붙잡고 뛰어 바닥에 처박아버렸다.

콰앙-!

러닝 불독.

깔끔하게 떨어지는 무브를 본 팬들은 숨을 죽인 채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스팟이 찾아왔다.

그 시작은 다음과 같았다.

불독을 사용한 뒤 쓰러져 있던 코디가 드류를 핀 폴 하기 위해 다가갔다.

그리고 직후.

[Uooooooooooooooohhhhh!!]

재빨리 팔다리를 뻗은 드류가 코디의 머리와 다리를 잡고 잡아당겼다.

스몰 패키지 홀드 롤 업.

그대로 딸려 넘어간 코디의 등이 앞으로 한 바퀴 구르며 땅에 닿았다.

승리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기술.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1……!]

[2……!!]

하지만 코디는 몸을 튕겨내며 드류의 기습적인 롤 업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리고 직후, 두 사람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코디와 드류 모두 미친 듯이 숨을 몰아쉬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드류가 힘껏 위로 뛰어올랐다.

이어지는 클레이모어.

앞으로 쭉 뻗은 드류의 발이 그대로 코디의 안면을 냅다 까버리려는 순간.

“큭……!!”

코디는 옆으로 돌면서 그걸 피했다.

쿵!

앞으로 날아간 드류의 몸이 떨어졌고 코디는 그대로 옆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드류가 몸을 일으켜 세운 순간. 뒤쪽에서 접근해서는 머리채를 잡고 뒤로 당겨 단단히 붙잡았다.

이어지는 기술은 하나밖에 없었다.

크로스로스.

한데 연결된 두 사람의 몸이 그대로 힘껏 공중으로 뛰어올랐고, 이어 옆으로 회전하며 지면에 처박혔다.

투콰앙-!

핀 폴이 이어졌다.

[1……!]

[2……!]

[3……!]

땡땡땡!

경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Boooooooooooooooooooooo-!]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코디 로스는 적진인 PWA에 와서 멋지게 승리를 거뒀다. 그는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링 밖으로 나가는 드류.

자신의 테마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코디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당장 음악 꺼. 제기랄. 이게 뭣들 하자는 건지 정말로 모르겠는데.”

[Boooooooooooooooooooooo-!]

“야유해봤자 소용없어. 나는 증명해냈으니까. 그러니까 나오라고. 신.”

“정말 대단하군! 인상적이야.”

그렇게 말한 것은 로건이었다.

링 아래에서 드류를 내버려두고 올라온 그가 천천히 코디의 앞에 섰다.

불쾌한 듯 눈썹을 찡그리는 코디.

PWA 팬들 역시도 입을 다물었다.

현재 할리우드 로건은 그 어디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존재였다.

“무슨 짓이야?”

“미안하지만, 오늘 신은 나오지 않아. 애초부터 여기 오지도 않았거든.”

[Booooooooooooooooooooooo-!]

강한 야유가 나왔다.

신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말에 PWA 팬들은 곧바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람 놀리는 거야?”

“아니지. 코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어. 처음부터 최종 보스가 링에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로건은 코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모든 건 순서가 있지.”

“…….”

“여기 이 PWA 팬들은 그 누구보다도 까다롭지. 이들이 과연 네가 신과 대적할 만한 선수라고 생각하겠나?”

그렇지 않았다.

팬들은 딱히 반응하지 않았지만 로건은 그런 식으로 코디를 설득했다.

관객석을 힐끔 돌아보는 코디.

[Boooooooooooooooooooooo-!!]

그러자 터져 나오는 반응.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좋아, 그래. 그렇게 하자고.”

“이제는 좀 알아듣는군.”

“내가 확실히 보여주겠어! 신을 쓰러뜨릴 남자가 있다면 바로 나라고!”

이어지는 팬들의 야유 속에서 기가 죽지 않고 이야기한 코디는 그대로 마이크를 던지고 링에서 퇴장했다.

* * *

이번에 코디와 내가 대립하는 각본의 콘셉트는 ‘Game Of Death’였다.

사망유희.

나 이전에 동양인으로서 미국에 거대한 영향력을 끼친 남자, ‘브룩 리’가 마지막으로 촬영했던 영화.

거기에서 주인공, 브룩 리는 탑을 오르며 나오는 강자들을 쓰러뜨리며 최종 보스에게 도전을 하게 되는데.

우리도 그런 식으로 코디가 가진 위상을 차근차근 키워줄 생각이었다.

다음 주에 또 붙어서 이기고.

또 이기고.

그렇게 하면서 점점 ACW 팬들에게 강자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지만 여기에서, 사실 내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큰 건 아니지만.’

바로 나를 대신해 쇼에 나가 어그로를 끌고 있는 할리우드 로건이라는 선수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그랬다.

‘영 좋지 않단 말이지.’

다들 그가 ACW를 몰락의 길로 밀어 넣은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전생의 로건은 ACW를 나온 뒤 곧바로 WWF로 가서 돌아온 영웅 대접을 받으며 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WWF에 간다면 모르겠지만.

그건 또 아니라서인지 팬들 대부분은 그 존재를 달갑게 여기지 않앗다.

‘별수 없지.’

하지만 코디와의 대립 이후 1월까지 쓰일 각본을 생각한다면 그런 방향성이 또 영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일은 생각대로 되어갔다.

8월에 들어서서, ACW로 돌아간 코디는 어마어마하게 큰 환호를 받았다.

아버지인 더스티 로스와 함께 등장한 녀석은 마치 이집트를 정복하고 돌아온 카이사르처럼 박수를 받았다.

그런 가운데.

녀석은 직접 팬들에게 의견을 묻는 식으로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자신의 가치를 더욱 더 키워가고 있었다.

[신이 ACW에 왔을 때 다들 엿 같이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이제는 내가 반대로 놈의 단체에 가주겠어!]

[Yeeeeeeeeeeeeeeeeeaaaahhhh!]

[놈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영 달갑지는 않지만! 너희가 나를 믿을 수 있도록! 거기에서 나오는 놈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려주겠다 이 말이야!!]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기다려라! 신! 내가 갈 테니까!!]

호쾌하게 외치는 코디 로스.

그 방송을 집에서 본 나는 어쩐지 좀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호기롭게 도전을 해오는 코디 로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옛날의 나처럼 느껴졌다.

나도 저런 식으로 테이커에게 도전을 했으니 말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젊고 정상에서 계속 싸워나갈 존재라 져줄 수는 없지만.

아, 그래도.

좀 져주고 싶다는 기분도 드는데.

저놈 저거. 아주 물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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