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39화 (439/634)

439.

[Waaaaaaaaaaaaaaaagggghhhh!!]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이 새끼……!”

코디는 눈을 부릅뜨며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퍼억!

마운트 포지션.

순간적으로 눈을 동그랗게 뜬 나는 그대로 코디의 팔을 잡고 휙 당겼다.

자세가 완벽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우리 둘의 싸움은 그라운드 레슬링으로 이어졌다.

코디의 팔을 잡고 당겨 그쪽이 잠깐 움찔한 사이 나는 위로 타고 올라갔다.

하지만 백 포지션을 잡힌 상태에서 곧바로 내 머리를 붙잡은 코디는 앞으로 휙 당겨 링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콰앙!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코디가 내 위로 굴러 다리를 붙잡으며 이어지는 핀 폴.

[1……!]

[2……!]

벗어났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코디는 멋지게 내게 반격을 가했다.

더 이상 나도 여유로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바닥을 구르며 일어선 뒤 나는 그대로 코디와 다시 맞붙었다.

락 업.

이어 체인 레슬링.

서로 팔과 팔이 얽히고 꺾고 조이면서 녀석과 나는 서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합을 주고받았다.

코디가 내 팔을 꺾었고 나는 곧장 앞으로 텀블링을 돌면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코디의 다리를 걸었다.

낙법을 치며 쓰러지는 녀석.

그 얼굴을 밟으려고 하자 코디는 옆으로 구르며 재빠르게 빠져나갔다.

액션 영화의 그것과 같은 공방.

미리 모두 합을 맞춰보았던 녀석과 나는 그렇게 팬들의 이목을 잡아끌며 계속해서 공방을 이어나갔다.

로건과 경력이 긴 선수들로 구성된 기존의 ACW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준 높은 체인 레슬링이었다.

물론.

이게 절대적으로 옳은 건 아니었다.

프로레슬링은 어디까지나 쇼였다.

그러므로 기술의 수준보다도 선수의 퍼포먼스나 카리스마가 더 중요했다.

하지만.

퍼포먼스나 카리스마에 기술 구사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광대로 전락하는 일도 흔한 게 프로레슬링이었다.

무언가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게 압도적인 힘이든.

재빠른 기술력이든.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함이든.

프로레슬러는 제각기 자신만의 특기 분야를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빠악!

코디 로스의 장점은 바로 주먹을 휘두를 때 망설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치열함.

그 연출.

퍼억!

녀석과 나는 어느 순간부터 체인 레슬링은 그만두고 주먹을 주고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잘 맞았다.

레슬링은 경기.

하지만 타격은 싸움이었다.

그렇기에 경기의 시작이 어떤 식이냐에 따라서 그 대립이 어떻게 불거진 것인지 단적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서로 증오해 마지않던 선수들의 싸움은 주먹질로 시작되었으며, 일반적인 경기는 락 업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우리는.

락 업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서로 감정이 고조되어 주먹을 주고받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퍼억!

코디가 내 안면을 후려쳤다.

빠악!

나는 헤드벗으로 돌려주었다.

[Uoooooooooooooooooohhhhh!!]

관객석의 열기가 달아올랐다.

코디가 다시 비틀거렸고 나는 그대로 슈퍼 킥을 날려 다시 한 번 주도권을 가져오려고 했다.

하지만 코디는 그걸 피해냈다.

비틀거린 건 페이크였다.

코디는 그대로 앞으로 나온 내 발을 잡고는 바닥에 드러누우며 내던졌다.

나는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졌다.

드래곤 스크류.

상대방의 무릎 관절을 꺾으며 메치기로 연결하는 기술. 나는 순간적으로 무릎을 감싸 쥐며 통증을 호소했다.

“크윽……!!”

코디의 공격은 영리했다.

다리를 노려 슈퍼 킥과 스팅거를 봉인하려는 전략. 자리에서 일어선 녀석은 내 다리를 붙잡고 들어올렸다.

쿵!

그러고는 내 무릎을 팔꿈치로 짓누르며 다리를 안쪽으로 꺾었다.

“크아악!!”

[Waaaaaaaaaaaaaaaaaaaggghhh!]

코디는 잔혹할 정도로 이쪽의 무릎을 꺾었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나는 녀석의 안면에 힘껏 펀치를 날렸다.

퍼억!

나가떨어지는 코디.

“제기, 랄……!”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로프에 기대어 섰다.

코디는 정확하게 내 약점을 파악했고 그 부분을 파고들며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나 또한 그런 방면에 있어서 둘째가면 서러울 정도의 전문가였다.

바로 그때, 자리에서 일어선 코디가 천천히 내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녀석의 배를 걷어찬 뒤 그대로 뒤로 돌아 들어가 번쩍 들었다.

백 드롭.

콰앙!

“크헉!”

등부터 떨어진 코디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 고통 속에 신음했다.

녀석의 피니시 무브인 크로스로스는 상대방의 상반신을 뒤로 꺾어 받친 뒤 그대로 회전하며 바닥에 떨어져 전면부에 큰 충격을 주는 기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저항하는 것을 힘으로 버텨내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이렇게 허리를 조지면.

“허억, 허억…….”

일어서지도 못하는 것이다.

코디는 무릎을 꿇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로프에 기대어 서서 놈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그런 우리에게 쏟아지는 응원.

코디와 나는 동시에 일어섰다.

그리고 코디가 내게 달려들었다.

“크아악!!”

돌진해오는 녀석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뜬 나는 곧바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코디의 다리를 어깨에 대고 밖으로 넘겨버렸다.

[Uooooooooooooooooohhhhhh!!]

링 밖으로 나가떨어지는 코디.

나 역시도 엉덩방아를 찧었다.

“저 새끼, 뭐야……?”

순간 녀석이 보여준 투지에 당황하고 있던 나는 바리게이트에 기대어 일어서려는 코디를 바라보았다.

링 위와 아래.

숨을 몰아쉬며 시선이 교차했고.

나는 확실히 녀석의 기를 죽여 놔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벌떡 일어섰다.

무릎 상태는…….

제기랄, 딱히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나는 그런 남자니까.

팬들을 언제나 놀라게 하는 남자.

“후우.”

길게 심호흡을 한 나는 코디가 서있는 링 밖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거기에서 반대편 코너를 향해 달려갔다.

쿵!

거기에 등을 부딪치고, 탄력을 받아 달려든 나는 그대로 힘껏 도약했다.

로프를 밟고.

[Uoooooooooooooooooohhhhh!!]

경악에 찬 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탑 턴 버클 위로.

그 상태에서 몸을 뒤로 비튼 나는.

머릿속에 있는 코디 로스의 위치를 기억하며 그대로 위로 뛰어올랐다.

문설트.

공중에서 뒤로 회전한 내 몸이 뭔가와 충돌하며 곧장 바닥을 나뒹굴었다.

[Waaaaaaaaaaaaaaggghhhh……!]

팬들의 환호성이 희미하게 들렸다.

제기랄.

이거 꽤 아프구먼.

하지만 슈퍼 멋졌겠지.

* * *

설마 진짜로 저걸 해낼 줄이야.

코디 로스는 통증 속에서 생각했다.

신은 분명히 이 프로레슬링 업계에서 기술 구사력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을 선수였다.

바닥에 구겨진(?) 채 신과 함께 처박혀 있던 그는 신을 받아줄 때 느꼈던 아득한 통증 속에서 생각했다.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링 위를 달려와 로프를 밟고 탑 턴버클을 밟은 상태에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문설트로 연결을 해내다니.

프로레슬링과 서커스의 절묘한 경계점에 걸쳐진 그 기술은 지금 이 순간 이 경기의 가치를 아득히 상승시켰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인정을 안 할 수가 없잖아.’

자신은 절대 할 수 없었을 터였다.

대담함, 기술 구사력,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선수로서의 위상까지.

그 모든 게 결합되어서 신은 방금 정말로 환상적인 스팟을 만들어냈다.

각본상의 캐릭터로서나, 아니면 실제 그걸 연기하는 코디 로스로서나.

감탄을 금치 못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바로 이곳에서부터 상승세를 타고 올라갈 일만 남아있었다.

[4……!]

심판이 카운트를 해나갔다.

“괜찮냐?”

함께 나뒹굴고 있는 와중, 신이 물었고 코디는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먼저 가라고.”

그렇게 지시가 내려왔다.

[7……!]

심판의 카운트가 계속 이어졌고 코디는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일어섰다.

[Waaaaaaaaaaaaaaaaggghhh!]

그런 그에게 쏟아지는 응원.

그가 링 위로 올라가자 뒤를 따라서 신이 올라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다시 대치를 했다.

경기 초반의 압도적인 기세나 분위기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코디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 고통스러운 듯 눈썹을 찡그렸고 신 역시 무릎을 절뚝거리며 계속 움직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필사적인 기세로 링 위에 올라왔지만, 아까 장외 문설트를 맞은 코디는 영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신은 기세를 잡았다 판단하고 달려들어 코디를 공격했다.

하지만.

코디는 호락호락 당해주지 않았다.

쫘악!

반격으로 이어지는 펀치.

[W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성이 빗발쳤고 완벽하게 카운터를 맞은 신은 그만 중심을 잃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코디는 이윽고 신을 링 중앙으로 질질 끌고 나왔다.

그리고 서브미션을 준비했다.

피겨 포 레그락.

피폭자와 마주보고 누운 뒤 다리를 4자로 만들고 자신의 다리에 고정시켜 무릎 쪽에 큰 충격을 주는 기술.

닉 플레어나 더스티 로스 같은 거장들이 사용했던 서브미션이기도 했다.

아까 전에 공격했던 신의 오른발을 들어 올린 코디는 그대로 한 바퀴 돌면서 무릎을 꺾고 다리에 끼웠다.

“……!”

그리고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Uooooooooooooooooohhhhh!!]

기술은 완벽하게 들어갔다.

신의 양다리는 4의 모양을 그려냈고, 코디의 양다리는 그 모양을 고정한 채 끼워져 서브미션을 수행했다.

“크아아아악!!”

고통에 차 비명을 내지르는 신.

안 그래도 계속해서 당해왔던 무릎을 제대로 박살 내는 기술을 맞은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그 얼굴이 카메라에 담겼다.

피겨 포 레그락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존재했다.

통증을 참아내며 상대방을 끌고 가 로프를 잡고 브레이크를 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뒤집거나.

그렇게 되면 피폭자의 다리가 시전자의 다리를 조이며 충격을 주었다.

결국 피겨 포 레그락은 두 사람 다 고통을 주는 기술로 바뀌고 시전자는 기술을 풀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심상치 않았다.

코디는 완벽하게 버텨냈다.

“탭해!!”

소리를 버럭 지르는 코디.

그런 상황에서 결국 진이 빠진 신의 등이 바닥에 닿았다. 그러자 옆에 서있던 심판이 카운트를 셌다.

[1……!]

[2……!]

어깨를 들어 벗어나는 신.

피겨 포 레그락에는 이런 사용법도 존재했다. 상대를 바닥에 눕도록 하는 만큼 핀 폴을 따낼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이 업계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왜 수도 없이 이 기술을 써왔는가를 보여주는 무브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신이 비명을 질러댔다.

코디는 항복을 종용하고 신은 이를 악물며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는 상황.

링 위로 누군가 올라왔다.

바로 할리우드 로건이었다.

[Uoooooooooooooooooooohhhh!]

팬들이 경악해 소리를 냈고.

로건은 링으로 난입하려고 하며 어떻게든 신이 피겨 포 레그락을 반칙으로 빠져나가게 도와주려고 했다.

“Logan! No!”

심판이 난입하려는 로건에게 한눈이 팔린 사이, 코디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엉덩이를 질질 끌어 반대편으로 가려할 뿐 코디나 관객들이 예상했던 대로 반칙을 쓰지 않았다.

결국 로건이 링 아래로 내쫓겼고.

숨을 몰아쉬던 신은 이윽고 천천히 코디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

거기에 순간 놀란 코디가 버텨내려고 했지만 신은 젖 먹던 힘까지 모조리 쥐어짜내 결국 로프에 닿았다.

“코디! 브레이크!”

심판의 선언.

거기에 순간 당황해 하던 코디는 기술을 풀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로프 쪽으로 물러난 그에게 가까이 다가온 더스티 로스가 조언을 했다.

“속지 마라. 코디.”

“…….”

신은 분명히 일을 벌일 것이다.

놈은 타락했다.

그런 의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디는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응?”

“일단은 지켜보죠.”

심호흡을 한 코디는 그대로 로프를 붙잡고 일어서는 신을 향해 다가갔다.

바로 그때였다.

로건이 다시 링 위로 올라왔다.

[Boooooooooooooooooooooo-!!]

야유가 쏟아졌고 코디는 귀찮은 날 파리처럼 달라붙는 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얼굴에 펀치를 날려 내쫓고는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돌아섰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뭔가가 날아들었다.

고통의 예감.

뇌가 먼저 각오를 해두었으나, 그 날랜 발은 코디의 안면에 직격하지 않았다.

“……?”

“죽겠구먼.”

뭔가 싶어 바라보자 그대로 공중에서 발을 세운 신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뭐야?”

“무릎이 시큰거려서 못 차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신이 로건의 반칙을 통해서 얻은 기회를 쓰고 싶지 않아한 것처럼 느껴졌다.

눈을 동그랗게 뜨는 코디.

[Waaaaaaaaaaaaaaaaagggghhh!!]

그와 함께 관객들의 환호성이 쏟아졌고 신은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코디는.

저도 모르게 그 손을 잡고 자리에서 신을 일으켜 세워주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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