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40화 (440/634)

440.

[Uoooooooooooooooooohhhhh!!]

팬들이 경악해 비명을 내질렀다.

드디어.

코디 로스가 내 손을 잡았다.

나를 인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치열한 싸움 속에서 할리우드 로건이 몇 번이고 반칙을 쓸 시간을 벌어주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거기에서 코디는 드디어 나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손을 잡아준 것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지금껏 경기에서 계속 치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를 계속 의심해왔던 ACW 팬들도 자연히 코디와 똑같이 나를 인정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 환호가 점점 더 커졌다.

물론, 나는 커리어 초창기에는 거리낌 없이 경기 도중 반칙을 사용했다.

내게 있어 뭣보다 중요한 건 승리였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간 이어져온 커리어에서, 전설적인 선수들과 맞붙을 때도 그랬듯이.

나는 코디 로스를 인정했고 쓰러뜨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따라서 내 영혼을 위해서라도 비겁한 수단을 써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게 바로 내가 프로레슬링 업계를 다시 살면서 배운 하나의 룰이었다.

팬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온당한 방식으로 경기에서 승리를 쟁취한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었기에 이 경기에서는 반칙을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신!!”

물론 타락한 할리우드 로건은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고 열이 받겠지만.

어쩔 수 없다.

각본 상의 SIN은 로건이나 바트 맥센처럼 타락한 영감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걸 보여준다.

“뭐하는 거야! 제기랄!!”

링 아래에 서있던 로건이 바닥을 쿵쿵 두드리며 내게 마구 소리를 쳐댔다.

[Booooooooooooooooooooooo-!]

거기에 쏟아지는 팬들의 야유.

마주 보고 서있던 나와 코디는 그런 로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다시금 경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주먹이 오갔다.

퍼억!

[Waaaaaaaaaaagggghhh!]

빠악!

[Waaaaaaaaaaagggghhh!]

주고받는 한 방 한 방마다 팬들은 우리에게 엄청난 환호를 보내주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우리 둘은 그다지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무릎과 허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건 각본이었으니까.

하지만 아까 장외 문설트라는 기술을 사용하면서 받은 충격이 좀 컸다.

코디는 나를 받아준 어깨 쪽이 붉게 달아올랐고, 나는 복부가 시큰거렸다.

하지만 그 기술을 썼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서 팬들과 코디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거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Cody!]

환호는 계속되었다.

더스티와 로건이 각자 링 아래에서 무어라 소리를 치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코디에게 집중했다.

“후우…….”

“하아! 하아!”

락 업.

비틀거리며 밀려난 코디가 몸이 로프에 닿자 곧바로 내 팔을 떨쳐내며 크게 반동을 해 빠져나갔다.

반대편으로 달려가는 코디.

그런 녀석을 돌아본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이내 뛰어올랐다.

[Uooooooooooooohhhhh……?!]

무릎을 세웠다.

카운터 스팅거.

쫘악-!!

한순간 터진 피니시 무브에 팬들이 순간 경악에 빠져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디는 뒤쪽으로 나가떨어졌다.

바닥에 등이 닿고는 그대로 튕겨져 올라와 마치 자동차에 부딪힌 것처럼 몇 번이고 바닥을 굴렀다.

“크윽…….”

하지만 나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안 그래도 코디의 공격에 다친 무릎으로 갈겼더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나는 고통으로 신음하며 코디에게 다가갔다.

피니시 무브를 쓰고 그렇게 시간을 끄는 건 절대 훌륭한 선택이 아니었다.

내가 코디의 앞으로 어떻게든 아득바득 기어가 핀 폴을 했을 때는 10여 초 정도가 흐른 시간이었다.

프로레슬러는 터프했고 그렇기에 3초를 빼앗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10초를 주었다?

[1……!]

[2……!]

코디가 벗어나는 것도 당연했다.

[Yeeeeeeeeeeeeeeeaaaahhhh!!]

[Uoooooooooooooooooohhhh!!]

환호와 경악이 뒤섞인 반응들 속에서 나는 깜짝 놀라 코디를 바라보았다.

녀석이 로프에 기대 몸을 가눴다.

경악스러운 상황이었다.

놈은 스팅거를 버텨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찬 스팅거를 그것도 카운터로 들어갔는데 버텼다.

물론 바로 핀 폴이 들어가지는 않아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거지만. 그걸 감안하고 봐도 놀라운 상황이었다.

그로서 코디는 한계를 넘어섰다.

믿을 수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반쯤 정신줄을 놓은 코디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뒤쪽으로 물러나, 로프 반동을 한 뒤 녀석에게 힘껏 달려들었다.

다시금 이어지는 스팅거.

[Uoooooooooooooohhhhh!!]

하지만 코디는 그걸 피해냈다.

반쯤 본능적으로 무릎을 꿇으며 피해낸 녀석은 그대로 스팅거를 날리려다 멈춰선 나를 뒤에서 붙잡았다.

머리채가 당겨졌다.

코디는 상반신이 젖혀진 내 머리를 자신의 겨드랑이 밑에 끼우고는 다른 팔로 팬츠를 붙잡아 단단히 고정했다.

“우오오오오오-!!”

[Yeeeeeeeeeeeeeeeeaaaahhhh!!]

그리고 포효하면서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몸이 회전했다.

이어 눈앞에 드러난 것은.

링 바닥이었다.

크로스로스.

투콰앙-!

몸이 도마 위의 활어처럼 뛰었다.

100kg에 달하는 근육질의 레슬러가 그렇게 될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나는 곧바로 바닥에 뻗었고 코디가 그런 내 위를 덮으며 핀 폴을 했다.

[1……!]

[2……!!]

정신이 혼미했다.

낙법을 제대로 쳤는데도 몸의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몸은 움직였다.

[Uooooooooooooooooohhhhh!!]

팔을 들어올렸다.

팬들이 경악했고 나는 숨을 몰아쉬면서 그대로 바닥에 엎드리고 말았다.

그 상태에서 고개를 들자.

“…….”

경악하고 있는 코디가 보였다.

미친 자식.

이걸 벗어나?

그런 의미가 담긴 얼굴이었다.

나는 비릿하게 웃었다.

짭조름한 링 바닥에 턱을 대고서 덜덜 떨리는 팔을 놈을 향해 내밀었다.

그리고 까닥까닥.

Come on.

덤벼라.

아직 나는 끝나지 않았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신은 그 정도로 쓰러뜨릴 수 없다.

나는 코디 로스가 지금까지 상대해본 남자들 중 최고의 거물이었다. 따라서 평범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다.

코디는 다시 나를 붙잡았다.

한 번이 안 되면 두 번으로.

그런 각오로 잡은 크로스로스.

하지만 나는 버텨냈다.

“큭……!”

코디가 힘을 줘서 나를 들어 올리려고 했으나 나는 힘을 줘서 버텨냈다.

“크학!”

그리고 이내 코디는 허리의 통증을 버텨내지 못하고 날 놓고야 말았다.

거기에서 내가 보여줄 때였다.

더 나은 선수로서 말이다.

상반신을 들며 코디의 홀드에서 빠져나온 나는 그대로 몸을 옆으로 회전시키며 다리를 힘껏 들어올렸다.

쫘악!

[Uooooooooooooohhhh!!]

슈퍼 킥.

턱을 차여 무릎을 꿇는 코디.

다친 무릎을 절뚝거리며 뒤로 물러선 나는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기에서 투지가 엿보였다.

오늘은 패배하지만.

더 성장해 언젠가 반드시 나를 이기러 오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느껴졌다.

각본 상으로나.

현실로나.

나도 그걸 믿으며.

코디의 안면에 무릎을 꽂았다.

쩌-억-!

일부러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꽂아 넣은 무릎. 나와 코디는 그대로 링 위를 함께 나뒹굴었다.

“허억, 허억…….”

나는 숨을 몰아쉬며 핀 폴을 했다.

[1……!]

[2……!!]

[3……!!!]

땡땡땡!!

[Waaaaaaaaaaaaaaaaagggghhhh!]

내 승리가 결정된 순간 경기장에는 팬들의 환호성으로 난장판이 되었다.

내 테마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과 함께 그 소리를 들으며 확실히 느꼈다.

‘장난 아니군.’

기분 좋은 충족감이 느껴졌다.

* * *

코디와 신의 경기는 확실히 당초 계획했던 목적을 모두 이룬 채 끝났다.

코디는 높은 모멘텀과 좋은 위상을 얻었고, 반대로 신은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한 추진력을 손에 넣었다.

‘굉장하군.’

러셀은 입을 다문 채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가 느끼는 건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보다 더 복잡한 감정이었다.

친구가 좋은 경기를 치르고 그로 인해 목적을 이룬 것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자기 자신도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이제 마지막 경기만 남았고.

경기의 마무리 단계가 나왔다.

로건과 더스티가 링으로 올라와 신과 코디를 각자 부축했다. 그런 상황에서 먼저 퇴장을 한 것은 코디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분위기가 좀 이상하군요.]

[신이 로건을 뿌리칩니다. 두 사람 사이에 뭔가 문제가 발생한 걸까요?]

[어라, 신이 그대로 퇴장합니다!]

[로건과 결별을 선언한 걸까요!]

[Uooooooooooooooooohhhh!!]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관객들의 환호가 빗발치는 가운데.

때가 찾아왔음을 느낀 러셀 오메가는 코트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상대는 잭 제럿.

현직 ACW 월드 챔피언인 그와 고릴라 포지션에서 마주한 러셀 오메가는 다소 격한 훈계를 듣게 되었다.

“긴장 좀 했냐?”

“별로요.”

“긴장 좀 해라. 인마.”

제럿이 러셀의 등을 툭 때렸다.

“가져가. 그리고 잘 써라.”

그는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황금의 챔피언 벨트를 손으로 가리켰다.

ACW 월드 챔피언십.

그것은 분명 이 업계에 투신하고 있는 수많은 선수들이 소망하는 물건.

그리고 분명.

내년 스타게이트의 메인이벤트 무대까지 가지고 가야만 할 벨트였다.

그때까지 절대 이걸 잃지 않겠다.

그렇게 다짐한 러셀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옙.”

그리고 테마 음악이 울려 퍼졌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러셀은 고릴라 포지션에서 백스테이지로 이어지는 길을 돌아보며 이내 나직이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다녀오마.”

그리고 링으로 나섰다.

* * *

다행히 참패는 면했다.

사실 상황을 생각해보자면 그럭저럭 선방은 하지 않았는가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역시 섬머 수플렉스는 대시 앳 더 비치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반응과 시청률을 얻으며 잘 나갔다.

하지만 바트는 화를 내겠지.

우리를 쳐바르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압박감을 느낄 인간이니 말이다.

싸움에서는 때로 목표가 있는 2등이 1등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법이었다.

그렇기에 ACW의 분위기는 좋았다.

코디 로스와 러셀 오메가라는 두 스타를 새로이 키워낸 그들은 이제 내가 딱히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새로 들어온 스타들을 키우고자 했다.

크리스 젠코.

영 덕스.

그 외에도 인디 쪽에서 새로 데뷔한 신인들이 프로레슬링 업계에 투신하면서 점점 단체가 활력을 찾아갔다.

남은 건 하나였다.

대시 앳 더 비치가 끝나고 며칠 뒤.

나는 다음 각본을 위해 거기에 관련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할리우드 로건.

러셀 오메가.

지금 이 두 사람이 앞으로 내년 1월까지 내가 대립을 해나갈 이들이었다.

“딱히, 둘 다 불만은 없죠?”

거기에 비숍과 ACW 측의 각본팀장, 우리 쪽의 각본팀장까지 참여해서는 꽤나 장대한 회의가 열렸다.

그만큼 중요한 무대였다.

“불만이 있을 수가 없지.”

러셀이 입을 열었다.

“오히려 부탁을 할 건 나야.”

녀석은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내 옆에 앉은 로건과 자신의 옆에 앉은 비숍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비숍과 로건이 그렇게만 해준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 너도.”

“나야 뭐.”

“그럼 나도 한마디 얹지.”

로건이 끼어들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기는 했으나 나는 이런 식으로 내 커리어를 끝마치고 싶지는 않네. 그렇다고 해서 빌어먹을 WWF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전생의 행동과는 다른 발언이었다.

그때 로건은 ACW를 나온 뒤 곧바로 WWF로 돌아가 ‘사실은 여러분이 보고 싶었어요!’라며 자신을 포장하고 다시금 WWF의 스타가 되었다.

그때 ACW 팬들이 겪은 배신감이란.

거의 총부림(?)이 날 수준이었지.

보통은 칼부림이라고 표현을 하지만 여기는 미국이니 우아하게 총부림이라는 신조어를 한번 만들어보았다.

어쨌거나.

‘이런 속내가 있었군.’

그때는 브리 로건도 사고를 많이 칠 때라서 돈도 필요했으니 싫어도 어쩔 수 없이 WWF에 고개를 숙였단 건가.

그렇게 되지 않아서…….

다행인가?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걸 받아친 것은 비숍이었다.

“저도 로건과의 불미스러웠던 일은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를 드리고 싶군요.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아니, 서로 고집을 부려서 그렇게 된 거지. 어쩔 수 없었다네.”

“덕분에 회사가 망할 뻔했죠.”

“…….”

“…….”

내 말에 침울해지는 두 사람.

이런, 좀 돌려 말할 걸 그랬나.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ACW는 바트 맥센의 프로파간다처럼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각본으로 승화시키는 것조차도 하지 못했다.

바트 맥센은 러셀 하트에게 저지른 끔찍한 배신을 다시 한 번 자신을 악당으로 만들면서 잘 넘어갔지만.

로건의 배신은 다뤄지지 않았다.

ACW는 그 일을 없던 것처럼 취급했고,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적어도 내가 로건과 협력해 돌아오는 각본을 만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만 합니다. 로건은 슬슬 엄니를 드러내고 자기가 왜 최고의 악당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시퀀스가 이어져야 하는 거죠.”

그리고 러셀 오메가와 붙어 패배하면서 이 무대에서 퇴장해야만 했다.

그게 모든 프로레슬러의 섭리니까.

“자, 그럼.”

나는 싱긋 웃으며 이야기했다.

“슬슬 반격을 시작해봅시다.”

플라잉 더치맨이 출항 준비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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