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48화 (448/634)

448.

입장은 할리우드 로건이 먼저 했다.

치지익-!

흑백으로 변하는 화면.

그와 함께 이어지는 야유.

[Boooooooooooooooooooooo-!!]

팬들의 분노를 한 몸에 받으며 할리우드 로건이 링으로 입장을 시작했다.

“카하하하하!!”

ACW 최악의 악당.

러셀 오메가로부터 강탈한 벨트를 손에 쥔 그는 그것을 기타처럼 연주하며 천천히 링을 향해 나아갔다.

지난 2주간.

그는 경기 한 번 제대로 가지지 않았지만 ‘최악의 악당’이라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히 러셀을 괴롭혔다.

팬들의 분노는 임계점에 이르렀다.

그들은 사각의 링에서 두 사람이 마음껏 싸우는 ‘소울 아웃’만 기다렸다.

하지만 막상 그날이 오자.

할리우드 로건이 입장씬부터 보여준 카리스마는 대단했고, 팬들은 그에게 전율하면서도 저주에 가까운 말을 쏟아냈다.

러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반응.

하지만 물론.

이미 수없이 증명해왔듯이 할리우드 로건은 그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Boooooooooooooooooooooo-!]

팬들의 야유를 듣고도 오히려 손을 귀에 가져다 대며 껄껄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러셀 오메가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날카로운 기타 리프.

그와 함께 터져 오르는 폭죽.

펑펑! 퍼퍼퍼퍼펑!!

[Yeeeeeeeeeeeeeeeeeaaaahhhh!]

테마곡의 박자에 맞춰 하늘로 날아오른 폭죽이 아름다운 궤적을 그렸다.

롱코트를 입은 채 커튼을 걷고 나와서 링을 향해 입장을 시작하는 러셀.

카메라가 결의에 찬 그 얼굴을 촬영하고는 이어서 경기장 전체를 비췄다.

ACW 월드 챔피언십의 가치를 위해.

물론, 팬들 대부분은 로건에게는 어차피 자격이 없다고 평가할 터였다.

그 말이 맞았다.

잭 제럿에게 벨트가 다시 넘어간 것은 로건이 ACW 월드 챔피언십을 포기하고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만에 하나라도.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의심하거나 벨트의 가치를 폄하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던 러셀은 이 길을 택했다.

싸워서 증명해 보이기로.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팬들도 그를 믿고 응원했다.

링으로 올라온 러셀은 흰색의 코트를 펄럭이며 로건과 마주보고 섰다.

[Uoooooooooooooohhhhh……!]

Face To Face.

벨트가 없는 챔피언, 러셀 오메가.

벨트가 있는 도전자, 할리우드 로건.

그 두 사람의 대면이 이루어졌다.

투지가 넘치는 러셀에 맞서 씨익 웃어 보인 로건은 이어 어깨에 걸치고 있던 벨트를 심판에게 건네주었다.

ACW 월드 챔피언십.

그것을 받아든 심판이 벨트를 밑에서 받치고는 머리 위로 힘껏 들었다.

그리고 링 아나운서가 그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단체 최고의 벨트.

최고의 경기.

거기에 갖춰지는 예우였다.

[이어지는 경기는 ACW 월드 챔피언십이 걸린 싱글 매치입니다!!]

[Waaaaaaaaaaaaaaaaagggghhh!!]

[먼저! 도전자를 소개하겠습니다! 출신! 조지아 주 어거스타! 신장 195센티미터에 140킬로그램……!!]

바로 그때였다.

아나운서를 황당하다는 듯 보며 서있던 로건이 그 마이크를 빼앗았다.

[Booooooooooooooooooooo-!!]

거기에 쏟아지는 야유.

“잠깐, 잠깐 기다려봐. 대체 왜 내가 도전자로 소개가 되고 있는 거지? 어이가 없군. 챔피언은 나라고!”

야유가 계속 이어졌다.

로건의 말은 억지였다.

아무리 그가 벨트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건 강탈에 불과했다. 챔피언십이 변동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다시 소개해!”

하지만 로건은 계속 억지를 부렸다.

아나운서가 그 눈치를 살폈고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은 러셀은 곧바로 로건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거기에 맞은 로건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고 깜짝 놀란 심판이 아나운서에게 벨트를 넘기고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경기의 시작을 선언했다.

땡땡땡!

링 벨이 울리며 제대로 된 소개도 없이 ACW 월드 챔피언십 매치가 시작되었다.

어차피 뭐가 됐건.

이 링에 마지막으로 서있는 자가 챔피언이다.

그런 기세를 담아 초장부터 로건을 크게 몰아붙이는 러셀.

세찬 해머링 러시가 이어졌고 로건은 이내 바닥에 쿵, 하고 쓰러졌다.

[Yeeeeeeeeeeeeeeeaaaahhhh!!]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이게 바로 ACW 월드 챔피언이다.

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낸 러셀은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던지며 본격적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기습을 당한 로건은 주도권을 빼앗긴 채 러셀에게 끌려 다니게 되었다.

러셀은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

사실, 열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러셀 오메가는 지금껏 자신을 의심하는 이들과 모조리 경기를 가지면서 자격이 있음을 계속해서 증명해왔다.

러셀에게는 ACW의 대표가 될 자격이, 동시에 월드 챔피언이라는 최강자의 증거를 가질 근거가 충분했다.

그럼에도 할리우드 로건은 챔피언이 자신이라 주장했고, 그건 듣는 입장에서는 영 유쾌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러셀은 기다렸다.

링 위에서 합법적으로 로건을 박살 내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말이다.

[Yeeeeeeeeeeeeeeeeeaaaahhhh!]

링 위로 환호가 빗발쳤다.

러셀은 참았던 감정을 드러내며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 로건을 잔혹하게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빠악-!

목을 노린 엘보.

엘보, 그리고 엘보.

선수 생활을 거쳐 오면서 베테랑이 된 러셀 오메가의 타격기는 엘보로 시작되어 엘보로 끝이 났다

ACW로 오면서 그런 경향은 더 강해졌다. 상대방의 목을 노리는 피니시 무브, 원 윙드 앤젤 때문이었다.

“크헉……!!”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로건이 어찌나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는지 그가 엘보에 얻어맞는 것만으로도 ‘어썸’ 챈트가 나올 정도였다.

중심을 잃고 무릎을 꿇는 로건.

확실히 러셀 오메가는 챔피언이라는 위용에 걸맞은 강함을 가진 선수였다.

“일어서.”

“크윽……!”

“사람을 열 받게 만드는 재주가 더 좋아졌다는 걸 빼고는 모든 게 참 한결같군. 로건. 입만 살았어.”

“하, 하하. 좀 기분이 풀렸나?”

“그럴 리가.”

이제 시작이지.

차갑게 중얼거린 러셀은 그대로 로건의 턱을 잡고 다시 일으켜 세웠다.

직후, 뒤로 돌아들어가 허리를 둘러 잡고는 그대로 지면에서 뽑아들었다.

2미터에 달하는 로건의 거체가 뒤로 넘어가 지면에 거꾸로 꽂혔다.

투콰앙-!

호쾌한 저먼 수플렉스.

“끄으윽……!”

로건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핀 폴.

[1……!]

[2……!]

로건이 팔을 힘껏 들어 올렸다.

아무리 그래도 프로레슬러.

저먼 수플렉스 한 방에 침몰할 리는 없었다.

또한 러셀에게는 젊음과 힘이 있지만 로건에게는 노련함이 있었다.

그렇기에 때를 기다렸다.

최강의 악당.

그는 절대 아무런 근거 없이 링에 올라온 것이 아니었다. 당하고 또 당하면서도 마지막을 내어주진 않았다.

문제는 아무도 그걸 알지 못했다.

로건은 비참하게 러셀의 다리에 매달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려 했다.

거기에 방심이 깃들었다.

팬들 모두가 로건이 러셀을 심리적으로 무너뜨리려고 했지만 실패해 비참하게 얻어터지고 있다고 느꼈다.

러셀 본인도 그랬다.

다시금 이어지는 저먼.

투콰앙-!

[Yeeeeeeeeeeeeeeeeaaaahhhh!]

다시 한 번 거꾸로 꽂힌 로건은 옆으로 굴러서 링 아래로 빠져나갔다.

[Booooooooooooooooooooooo-!]

도망치는 그에게 쏟아지는 야유.

그런 상황에서 심호흡을 한 러셀은 그대로 로프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탑 턴버클 위.

[Uoooooooooooooooohhhhh……!]

창공으로 떠오르려는 이카로스의 모습에 팬들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러셀은 허공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뻗으며 멋진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Yeeeeeeeeeeeeeeeeeeaaaahhh!]

쏟아지는 환호.

카메라가 15만의 관객들이 가득 들어차있는 경기장의 전경을 비추며 지금 이 경기의 스케일을 보여주었다.

링 아래에서 천천히 일어서는 로건.

그를 노려보고 있던 러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곧바로 몸을 날렸다.

다이빙 크로스바디.

링 안도 아니고 바깥에 있는 상대에게 몸을 던져서 덮치는, 실제로 사용자 대부분이 겁을 먹는 어려운 기술.

하지만 러셀은 깔끔하게 몸을 펼치며 그대로 로건을 향해서 떨어졌다.

[Uooooooooooooooooooohhhh!]

팬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다음 순간.

로건은 곧바로 몸을 옆으로 날리며 러셀의 공격을 피해냈다.

완벽하게 몸을 펼치고 있던 러셀은 순간 당황해 다리를 접으며 어떻게든 지면에 착지하려고 했지만.

위험한 각도로 떨어지며 그대로 지면을 나뒹구는 러셀. 팬들이 큰 충격에 빠져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를 이어.

로건은 미소를 지었다.

숨을 몰아쉬던 그는 다리를 다친 듯 움켜쥐고 있는 러셀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스톰핑이 이어졌다.

“크헉!”

“내가, 말하지 않았나……!”

기회를 붙잡은 로건은 러셀의 발목 쪽을 잘근잘근 밟아대면서 웃었다.

[Boooooooooooooooooooooo-!!]

“자네는 너무 화려하다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할리우드 로건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화려한 기술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러셀도 의식하던 부분이었다.

분명히 로건이 반격을 가한다면 그쪽을 노리고 덤벼올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만 수차례 공격당하고는 애걸하듯 다리에 매달리는 로건의 모습이 순간 방심을 자아냈던 것일까.

러셀의 다이빙 크로스바디는 자폭기가 되었고 경기의 주도권은 넘어갔다.

로건은 러셀의 다리를 붙잡고 질질 끌고 가 링 코너에 설치된 철제 기둥에 부딪히게 만들었다.

콰앙!

“크아아아악!!”

[Booooooooooooooooooooooo-!]

비명과 야유가 이어졌다.

그것이 로건을 즐겁게 만들었다.

호쾌한 웃음과 함께 에어 기타를 두어 번 튕긴 로건은 러셀을 바리게이트 쪽으로 내던지며 크게 움직였다.

물론 러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제, 기랄!”

그는 누워 있는 상태에서 다치지 않은 발로 로건의 복부를 밀어냈다.

거기에 순간 로건이 밀려나고 틈이 생기자 러셀은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바리게이트에 팔을 걸치고 서서 다친 왼쪽 발을 든 채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로건의 습격.

“크아아아아!!”

고함과 함께 달려든 그가 러셀과 충돌했고 그대로 바리게이트가 부서졌다.

콰직-!

[Uoooooooooooooooooohhhhh!!]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던 바리게이트가 넘어갔고 뒤얽힌 두 사람이 그대로 그 위를 마구잡이로 나뒹굴었다.

주변의 관객들이 놀라 바라보았다.

심판도 내려와 상태를 체크했다.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거한에 근육질인 두 사람이 뒤엉켜서 힘을 겨루는 장면은 마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싸움 같았다.

아킬레우스와 헤라클레스처럼.

경기는 점점 거칠어졌다.

할리우드 로건도 평소에는 선보이지 않던 위험한 범프를 사용하면서 어떻게든 러셀을 끝장내버리고자 했다.

‘내가 돌아왔다.’

그 심리는 그러했다.

ACW 최강의 악당.

그 귀환을 알리는 출정식.

그렇기에 그는 러셀 오메가를 최대한 잔혹한 방법으로 끝장내야만 했다.

“저리 꺼져!”

다가온 심판과 메디컬 팀이 완전히 뻗은 러셀의 상태를 체크했지만 로건은 그걸 무시하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공격을 계속 이어나갔다.

링 안에서의 전통적인 레슬링으로는 러셀 오메가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는 나이를 먹었고 전성기에 비하면 육체의 퍼포먼스가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하지만 노련함은 더해졌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고의 영웅이었던 그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악당들과 싸워오며 계속 기억해왔다.

그들의 방식을.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사용했다.

“크흐흐……!”

철제 계단과 링 사이에 러셀의 발목을 끼운 로건은 그대로 계단을 걷어차서 완전히 박살을 내고자 했다.

“No! Logan! No!!”

바로 그 순간, 심판이 다가와 로건의 잔혹한 행위를 막으려고 들었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링의 기물’을 쓰는 것이므로 반칙은 아니었다.

계단을 링에서 떼어내 공격한다면 반칙패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므로 로건의 행동에 문제는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심판을 밀어낸 로건은 그대로 철제 계단을 힘껏 걷어찼다.

콰앙!!

찢어질 듯 울려 퍼지는 러셀의 비명.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자신에게 턴이 돌아오자 로건은 곧바로 신들린 것처럼 공격을 시작했고.

러셀은 패배 직전까지 내몰렸다.

“허억, 허억…….”

고통에 숨을 몰아쉬는 러셀.

슬슬 끝을 내야겠다고 직감한 로건은 그를 링 위로 올려 보낸 뒤 자신도 함께 올라갔다.

그리고 뒤를 이어.

아주 잠깐의 세리모니가 이어졌다.

팔을 붕붕 돌린 후 귀에 손을 대고 관객석에 호응을 유도하는, 캡틴 로건 시절부터 사용해온 세리모니.

[Boooooooooooooooooooooo-!]

거기에 이어지는 긴 야유.

하지만 로건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러셀의 다리는 완전히 박살 났고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나온.

근거가 확실한 세리모니.

하지만.

여기에서 할리우드 로건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하나 존재했다.

러셀 오메가는 하트 던전 출신으로서, 어렸을 때부터 지독할 정도로 레슬링을 배워온 사내였다.

그리고 애초에.

‘레슬링’은 서서 하는 게 아니었다.

한껏 팬들의 야유를 받은 로건이 껄껄 웃으며 뒤로 돌아선 순간이었다.

자리에 누워 있던 러셀 오메가는 로건의 다리를 걸었고, 그는 중심을 잃고 그만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술은.

Omega Shooter.

[Uoooooooooooooooohhhhh……!]

눈 한 번 깜빡할 사이에 얽히는 다리, 그리고 이어지는 기술의 시전.

“크하아아아악!!”

할리우드 로건이 비명을 질러댔고.

한쪽 무릎을 꿇고 몸을 일으켜 세운 러셀이 힘차게 서브미션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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