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9.
우드드득-!
로건의 허리가 위험한 각도로 꺾였다.
“크아아아아아악!!”
비명 속에서 이어지는 오메가 슈터.
[Waaaaaaaaaaaaaaaaagggghhh!!]
팬들이 마구 환호성을 내지르는 가운데, 러셀은 필사적으로 로건의 다리와 허리를 조이며 힘을 주었다.
물론.
오메가 슈터는 여기에서 상대방의 머리를 밟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을 시켜야만 완성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할 다리가 로건의 공격으로 박살이 난 상태에서 러셀은 테크닉으로 그것을 커버했다.
하이플라이어.
그 이전에 하이퍼 테크니션.
러셀 오메가의 기술 시전은 이전 세대의 그렉 하트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 그렉 하트의 어깨를 밟고 그 위로 올라선 것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러셀 본인은 자신이 그렉 하트를 뛰어넘었다는 말을 들으면 부담스럽게 느낄 터였다.
왜냐면 그렉 하트는 뒤에 남겨지지 않고, 자신과 함께 이곳에 있으니까.
“크아아아아앗!!”
러셀은 비명을 내질렀다.
어떻게든 슈터로부터 빠져나가려 몸부림치는 로건을 바닥에 고정한 채 계속해서 등과 허리에 충격을 주었다.
우드득! 우득!!
점점 더 꺾이는 허리.
그 고통이 강렬해 로건은 무의식중에 진짜로 기술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러셀이 그것을 막아냈다.
“로건! 항복……!”
“닥, 쳐!!”
그럼에도 항복은 하지 않았다.
팬들의 환호성이 계속 이어졌다.
그게 오히려 로건을 꺾어놓았다.
러셀을 향한 성원이 이어질수록 탭을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치솟았지만 로건은 그래도 버텨냈다.
러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사실 슈터 자세를 오래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발에 충격이 상당했다.
로건에 의해 공격을 당한 발목이 계속해서 시큰거렸다. 그는 숨을 몰아쉬다 이내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Uooooooooooooooooooohhhh!!]
비명을 내지르는 팬들.
두 선수가 링에 쓰러졌다.
러셀은 발목을, 반대로 로건은 허리를 감싸 쥔 채로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런 상황에서 두 선수의 상황을 살피던 심판이 텐 카운트를 시작했다.
[1……!]
[2……!]
[3……!]
계속해서 이어지는 카운트.
둘 중 아무도 일어서지 못한 채 텐 카운트가 세어지면 경기는 더블 케이오로 끝이 나게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도 바라는 결말이 아니었다.
러셀과 로건은 제각각 반대편에서 로프를 붙잡고 천천히 일어났다.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승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두 선수.
하지만 아무리 방금까지 러셀이 오메가 슈터를 사용했다고 한들, 주도권은 여전히 로건의 손에 있었다.
로프를 붙잡은 채 버티고 있을 뿐인 러셀의 곁으로 다가온 그는 방금 당한 걸 되갚아주겠다는 듯 공격했다.
“크하아악!”
러셀의 발목을 잡고 바닥에 누운 로건은 그대로 힘껏 꺾었다.
우득!
하지만 러셀은 여전히 로프를 붙잡고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그걸 본 심판이 다가와 로건에게 선언했다.
“로건! 로프 브레이크!”
하지만 로건은 끝까지 러셀의 발목을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팬들은 그런 로건에게 계속 야유를 보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로프를 잡은 손을 놓은 러셀은 자신 역시도 로건의 발목을 붙잡고 꺾었다.
“크악!!”
순간 이어지는 통증을 버텨내지 못한 로건은 손을 놓은 뒤 그대로 러셀의 안면을 걷어차기 시작했다.
퍼억!
퍽퍽!
여러 번 이어지는 발길질.
그중 한 번은 러셀의 머리를 순간적으로 크게 흔들리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러셀 계속해서 버텨냈다.
실제로 잘못 맞아서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끝까지 놔주지 않고 계속 로건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러셀이 계속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자, 고통에 몸부림치던 로건은 결국 자신이 로프를 붙잡고야 말았다.
[Booooooooooooooooooooo-!]
추한 모습에 야유가 이어졌다.
하지만 로건은 심판을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러셀, 브레이크!”
결국, 심판은 서브미션을 풀라며 지시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러셀은 더 세게 다리를 조였다.
“크하아아악!!”
[Yeeeeeeeeeeeeeeeeaaaahhhh!!]
비명을 지르는 로건.
먼저 로프 브레이크 선언에 불복한 것은 로건이었다. 따라서 러셀은 얌전히 기술을 풀어줄 마음이 없었다.
그리고 결국.
고통을 참다못한 로건은 심판의 멱살을 붙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심판의 시야가 순간 자신에게 고정된 순간, 로건은 겹쳐 있던 다리를 들어 러셀의 고간을 힘껏 걷어찼다.
퍼억!
“크헉?!”
얼굴이 새빨개져 괴로워하는 러셀.
[Boooooooooooooooooooooo-!]
순간 폭주하는 야유.
하지만 그로 인해 로건은 마치 미친개처럼 달라붙던 러셀의 서브미션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이 가능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줄도 모르고 서있던 심판이 곧바로 카운트에 들어갔다.
[1……!]
[2……!!]
니어 폴이었다.
거의 쓰리 카운트를 내어줄 뻔했던 러셀은 그야말로 의지 하나만으로 카운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Uoooooooooooooooohhhhh!!]
거기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
팬들은 러셀 오메가를 믿었다.
반대로 로건은 러셀이 핀 폴을 벗어난 상황 자체를 믿지 못하고 있었다.
로프 쪽으로 떨어져 숨을 몰아쉬던 그가 이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체력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50대 후반에 다다른 로건의 체력으로는 러셀을 오래 상대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끝을 내야만 했다.
다리는 절뚝거렸고 숨은 턱까지 찼다. 로건은 그대로 러셀의 팔을 질질 끌어 링 중앙까지 데리고 나왔다.
계속해서 쓰러져 있는 러셀.
다음으로 로건이 사용할 기술의 정체를 알아차린 팬들이 모두 일어섰다.
아토믹 레그 드롭.
로건의 정치적인 힘과 nWo로서 가진 포스 때문에 ACW 역사상 한 번도 깨져본 일이 없는 피니시 무브.
바로 그게.
로-블로의 직후 시전되었다.
투콰앙-!!
로프 반동 후, 바닥에 누워 있는 상대에게 다가가 주저앉으며 안면을 다리로 깔아뭉개는 심플한 기술.
하지만 이 프로레슬링 업계에서 로건이 사용하는 그 기술은, 무려 핵무기에 비유가 될 정도로 강력했다.
팬들 모두가 탄성을 내뱉었다.
끝났다.
이건 일어날 수 없다.
그들이 그동안 봐온, 이 프로레슬링이라는 드라마가 가진 ‘일관성’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로-블로.
그리고 아토믹 레그 드롭.
이건 일어나지 못한다.
단.
그것은 ‘ACW 월드 챔피언’에게 통용이 되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었다.
[1……!]
[2……!!]
러셀 오메가가 팔을 치켜들었다.
[Uooooooooooooooooooohhhh!!]
경기장은 완전히 충격에 휩싸였다.
아토믹 레그 드롭이 깨졌다.
그것도 최악의 순간에.
러셀 오메가는 할리우드 로건의 비겁하고 악랄한 경기 운영으로 인해 완전히 반쯤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 일격처럼 날린 아토믹 레그 드롭을 벗어나다니.
“크아아아아악!!”
로건은 비명을 질러댔다.
쾅쾅!
링 바닥을 세차게 내려친 그는 지금 이 상황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Yeeeeeeeeeeeeeeeeeaaaahhhh!!]
쏟아지는 환호 속에서 러셀 오메가는 로프를 붙잡고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이게 말이나 돼?!”
로건은 어이가 없다는 듯 외쳤다.
저런 애송이가 아토믹 레그 드롭을 벗어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러셀은 해냈다.
그걸 팬들이 받아들이게 했다.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계속해서 응원이 쏟아졌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시대가 아니라니. 링 위의 악당은 그 잔혹한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결국 그가 택한 건 도주였다.
“빌어먹을!”
[Booooooooooooooooooooo-!]
겨우 일어난 러셀을 자리에 두고 링을 빠져나온 로건은 아나운서 테이블 옆에 잘 보관되어있던 ACW 월드 챔피언 벨트를 들고 곧장 돌아섰다.
[1……!]
그런 그를 황당하다는 얼굴로 바라보던 심판이 텐 카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링에서 도망칠 생각이었던 로건은 무시하고 입장로를 통해 백스테이지로 돌아가고자 했다.
“엿이나 먹어라! 러셀!”
그런 그를 러셀이 추격해오고자 했지만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
“넌 나에게 졌어! 지금 거기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 것을 보라고!”
할리우드 로건은 팬들의 야유는 무시한 채 마구 욕을 해대며 그대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Boooooooooooooooooooooo-!]
수많은 야유가 빗발쳤지만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니, 단 한 사람 존재했다.
그리고 그는.
그럴 생각이었다.
마구 욕설을 해대는 로건의 앞모습을 비추며 천천히 따라가는 카메라.
그 뒤로는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입구이자 출구가 서 있었다. 로건은 뒷걸음질로 그곳을 향해 물러섰다.
그러다 이내 엉덩방아를 찧었다.
쿵!
“넌 나한테 안 된다고!!”
그럼에도 입은 살았다.
로건은 챔피언 벨트를 품속에 꽈악 끌어안은 채 러셀에게 계속 욕을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테마 음악은 없었지만, 선글라스를 쓴 남자의 모습을 본 팬들은 한순간에 그 정체를 알아보고 비명을 질렀다.
[Uooooooooooooooooooohhhhh!]
바로 신이었다.
어슬렁어슬렁.
마치 마실을 나온 것처럼 걸은 그가 여전히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있는 로건의 뒤로 천천히 다가섰다.
발소리가 났고.
로건의 표정이 굳어졌다.
“……?”
팬들은 숨을 죽인 채 지켜보았다.
로건이 뒤를 돌아보았고.
그 표정이 곧바로 활짝 폈다.
“신!!”
[Boooooooooooooooooooooo-!]
다시 쏟아지기 시작한 야유.
“내 친구! 여기는 무슨 일인가?! 아, 그래! 손 좀 잡아주게나! 어서!!”
로건은 곧바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신은 움직이지 않았다.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그는 팬들의 야유가 의문으로 바뀔 때까지 그대로 줄곧 입을 다문 채 서 있었다.
로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
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을 꺼내 그대로 천천히 러셀이 있는 링을 가리켰다.
“가.”
“뭐, 뭐?”
[Uooooooooooooooooooohhhh!!]
비록 그 목소리가 경기장 가득 들어찬 팬들에게 닿지는 않았지만, 제스처만으로도 충분했다.
신은 제대로 된 결말을 원했다.
아주 제대로 된 결말을.
“가라고. 로건. 끝을 봐야지.”
“너, 이……!!”
이를 악물며 일어난 로건은 신을 경계하며 주춤주춤 뒤쪽으로 물러났다.
신에게 내몰린 그는 자연히 링 쪽으로 다가가게 되었고 뒤를 이어 링 아래로 내려온 러셀 오메가가 나섰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가온 그가 로건의 머리를 덥썩 붙잡고는 잡아 당겨 그대로 다시 링 위로 올려보냈다.
[Yeeeeeeeeeeeeeeeeaaaaahhhh!!]
쏟아지는 환호.
러셀은 곧바로 로건을 따라 올라가는 대신 신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
“…….”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고.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팬들의 챈트가 이어졌다.
로건의 편을 들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확실하게 ACW 월드 챔피언이 정해질 수 있도록 한 것뿐.
반대로 로건이 그 결착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자 신은 그것을 막았다.
그리하여.
경기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다.
러셀이 다리를 절뚝이며 다시 링 위로 올라서자 기다리던 로건이 그를 향해 챔피언 벨트를 휘둘렀다.
[Uoooooooooooooohhhhh!!]
하지만 러셀은 곧바로 허리를 숙여 피해내고 로건의 뒤로 돌아 들어가 그대로 후두부에 엘보를 날렸다.
뻐억-!!
히든 블레이드.
원 윙드 앤젤을 위한 셋 업 무브.
[Waaaaaaaaaaaaaaagggghhhh!!]
팬들의 환호성이 쏟아졌고.
러셀은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로건이 강력한 상대였음을 보여주기 위해 러셀이 준비한 작은 디테일이었다.
선배에 대한 경외심.
그것을 담아.
러셀 오메가는 한쪽 날개를 펼쳤다.
“크아아아아아!!”
[Waaaaaaaaaaaaaaaaaaggghhh!]
로건을 목말에 태워 번쩍 든 러셀은 그대로 그 상반신이 앞으로 숙여지는 시점에 맞춰 머리를 잡고 당겼다.
지면을 향해 추락하는 로건.
투-콰앙-!!
호쾌한 타격음과 함께 러셀은 뻗어버린 로건을 잡고 핀 폴에 들어갔다.
모두가 외쳤다.
경기장에 있는 15만 명의 관객들과 집에서 TV를 보고 있을 팬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카운트를 셌다.
[1……!!]
[2……!!]
[3……!!]
땡땡땡-!!
링 벨이 울려 퍼지며 러셀 오메가의 테마 음악이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Yeeeeeeeeeeeeeeeeeaaaahhhh!!]
팬들의 환호성 속에 그대로 뒤로 넘어간 러셀 오메가는 숨을 몰아쉬었다.
힘겨운 경기였다.
그럼에도 승자는 러셀이었고 이제 그 누구도 더 이상 ACW 월드 챔피언십의 가치를 폄훼할 수는 없을 터였다.
“하아! 하아!”
“러셀, 축하드립니다.”
가까이 다가온 심판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벨트를 내밀었다. 그걸 받아든 러셀은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팬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챔피언으로서 세리머니를 이어나갈 타이밍이었지만, 러셀 오메가는 그러는 대신 천천히 옆을 돌아보았다.
그 시선은 링 아래에서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 선수에게로 향했다.
바로 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