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54화 (454/634)

454.

2011년 4월 3일, 일요일.

미국 동부와 서부에서 제각각 지상 최대의 프로레슬링 쇼가 개최되었다.

스타게이트.

그리고 레슬 임페리움.

제각각 20만이라는 압도적인 규모의 관객을 수용해낸 이벤트로 인해 수십 억 달러의 돈이 오갔다.

두 단체의 쇼를 위해 오늘 하루, 미국 전역에서 일어난 소비를 합치면.

무려 단 하루에 130억 달러의 소비가 오간 ‘수퍼볼’에 버금갈 정도였다.

물론, 1시간짜리 단판 경기인 수퍼볼과 3시간이 넘어가는 프로레슬링 쇼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과거만 하더라도 프릭 쇼나 다름없다고 취급되던 프로레슬링이 이 정도 반응을 얻게 된 것이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그에 대해서 수많은 분석이 오갔지만 결국 제대로 설명은 되지 않았다.

보편적으로 ACW와 PWA의 출범 이후로 프로레슬링이 ‘다양해’지면서 그렇게 되었다는 추측이 대세일 뿐.

숀 시나를 주인공으로 해서 어린이와 여성, 가족 팬들을 끌어들인 WWF.

올드 남부 팬들과 자극적인 쇼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어필했던 ACW.

그리고 보다 현실적이고 치열한 형태의 드라마 위주였던 PWA.

그게 현대의 프로레슬링.

황금기를 넘어섰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는 말이 있듯이, 아직 분석은 이른 일이었다.

왜냐면 프로레슬링은 오늘을 기점으로 해서 확실하게 과거를 넘어서 더 크게 성장할 테니 말이다.

캡틴 로건이 베트남전의 패배로 실의에 빠졌던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준 그 황금시대보다도 더.

그리고 락콜드 스티비 스틴이 노동자들의 영웅으로 떠올라 바트 맥센을 박살 낸 그 태도 불량 시대보다 더.

새로운 황금기라고 해도 좋다.

프로레슬링은 작금에 이르러.

앞으로 나아간다.

하늘이 훤히 뚫린 거대한 돔 경기장.

수많은 관객들이 링 주변부터 시작해 경기장 전체에 가득 들어찼다.

스타게이트.

거대한 별 모양의 세트장에서 뻗어나온 입장로가 링까지 연결되었고.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Waaaaaaaaaaaaaaaaagggghhhh!]

경기가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전역에 울려 퍼질 듯한 거대한 함성 소리.

스타게이트가 시작되기 5분 전.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나온 링 아나운서가 오늘 찾아온 특별한 손님들을 하나하나 소개를 해주었다.

“오늘 와주신 여러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물론 저희에게는 특별하지만, 이분을 빼놓을 수는 없겠다 싶어 소개드립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관객석의 중간에 앉아 있던 할리우드 로건이 화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Waaaaaaaaaaaaaaaaaggghhh!!]

관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그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잘 마무리를 해주면서 할리우드 로건은 다시금 팬들의 존중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도 그랬다.

로건이 손을 흔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릴라 포지션의 직원이 전설을 기리기 위해 테마 음악을 재생 시켰고.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Logan!]

팬들의 환호와 음악 속에서 로건은 멋지게 에어 기타를 치면서 잠시 세리모니를 펼쳤다.

그리고 소개가 계속 이어졌다.

“영화 감독, 제임스 관!”

[Yeeeeeeeeeeeeeeeeeaaaahhhh!]

카메라 화면이 신의 티셔츠를 입고 있던 제임스 관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그는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신의 승리를 기원하는 기도를 했다.

“랩퍼, 스눕 덕!!”

[Snoop! Snoop! Snoop! Snoop! Snoop! Snoop! Snoop! Snoop!]

스눕 덕이 손을 들었고, 그 옆에 있던 조카 메르시가 박수를 쳐주었다.

훌륭하게 성장한 그녀는 PWA와 계약하고 이제 곧 레슬러로서 커리어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스칼렛 요한나!”

[Uoooooooooooooooooooohhhh!]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작년, 슈퍼 히어로 영화 아이언잭2에 출연한 그녀는 신의 초대를 받고 경기를 보기 위해서 온 상태였다.

하지만 개중에서 가장 큰 환호가 나온 것은 이 남자를 소개했을 때였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아니, 소개하기 전인데 화면에 얼굴이 나온 것만으로 그런 반응이었다.

“Grek! The Hitmaaaaaannnnnn-!”

아나운서도 뜸을 들였다.

“Haaaaaaaaaaarrrrrtttt!!”

[Yeeeeeeeeeeeeeeeeeaaaahhhh!!]

그렉 하트.

그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고 팬들은 그 주변에 있는 하트 패밀리 전원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그 외에도.

신이 외부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알게 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왔다.

스타게이트.

별의 관문.

별이 되기 위한 과정.

이곳에서 경기를 뛰는 것은 그걸 의미했다.

팬들이 마구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여기 계시는 모든 분들!!”

카메라가 다양한 사람들을 비췄다.

개중에는 소개는 되지 않았지만 에보니 모녀와 윌리의 부모님도 화면에 잠시 등장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들의 꿈을 지켜보기 위해서 처음으로 쇼에 온 신의 부모님을 거쳐서.

스타게이트가 시작되었다.

[3……!]

[2……!]

[1……!]

카운트다운 이후 이어지는 폭죽.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Waaaaaaaaaaaaaaaaaaggghhhh!]

팬들의 환호와 함께 시작되는 스타게이트. 해설자들이 잔뜩 흥분해서 코멘터리를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2011년 지상 최대의 프로레슬링 이벤트! 스타게이트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늘을 위해 그야말로 모든 스타들이 몸을 불사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첫 경기! 다 함께 한번 보시죠!”

그리고 이어지는 프로모 영상.

선수 간의 대립을 함축적으로 요약해서 특별 제작된 영상은 위클리 쇼를 보지 않은 팬들이라도 쉽게 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준비된 물건이었다.

그리고 첫 경기는.

바로 코디 로스와 드류 맥킨마이어 간에 펼쳐지는 TNT 챔피언십 매치.

신을 따라 ACW에 와서 자신을 증명하던 드류 맥킨마이어가 만난 적.

그게 바로 코디 로스였다.

또한 2선 챔피언이자 젊은 신인으로서 회사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나가던 코디도 오랜만에 만난 난적.

그렇게.

[Adrenaline In My Soul-!!]

퍼퍼퍼퍼퍼퍼펑-!

폭죽, 그리고 더스티 로스의 호위.

[Waaaaaaaaaaaaaaaggghhhh!!]

팬들의 환호.

그렇게 링에 오르는 코디.

그리고 뒤를 이은 건 도전자였다.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 연주자들이 나와 입장로를 가득 채웠고 초대형 스크린에 황금빛으로 얼룩이 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드류의 테마.

[쿠궁……! 쿵쿠궁-!]

2미터에 달하는 거한.

마치 고대 스코틀랜드의 전사 같은 모습을 한 그가 링에 나왔고, 그렇게 두 사람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한편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레슬 임페리움의 오프닝 매치도 시작되었다.

[우-아-! 우-아-! 우-아-! 우-아-! 우-아-! 우-아-! 우-아-! 우-아-!]

링으로 나오는 U.S. 챔피언.

사모아 고.

그리고 먼저 나와 있던 도전자.

브로큰 와이엇.

각자 첫 경기부터 팬들의 채널을 사수하기 위해 최대의 전력을 내놨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ACW&PWA 연합군 VS WWF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말인즉슨.

신과 바트 맥센의 대결도.

시작되었다.

* * *

러셀 오메가는 생각이 깊었다.

어제 밤까지는 신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내일 경기에 대해 말했지만 오늘은 전혀 만나지 않았다.

감정을 위함이었다.

그편이 더 나았다.

링에 오르게 되면 두 사람은 이제 승리를 위해 서로 투쟁할 예정이었다.

그를 위해서는 감정을 가다듬어야만 했고 서로를 안 보는 게 더 좋았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러셀과 신은 이런 부분에서는 죽이 맞았다.

이어지는 경기를 보며.

러셀 오메가는 어깨에 걸친 ACW 월드 챔피언 벨트의 감촉을 느꼈다.

이긴다.

반드시 이기고야 만다.

경기에서 단순히 쓰리 카운트를 따내서 승리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팬들의 반응을 가져와서 챔피언으로서 훌륭하게 벨트를 건네주고 싶었다.

그게 러셀이 바라는 승리.

지금까지 프로레슬링을 해오며 육체적인 전성기와 지식이 정확하게 교차점을 이루며 절정에 이른 순간.

녀석을 이기고 만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2시간 반의 쇼 끝에.

메인이벤트가 찾아왔다.

러셀 오메가 VS 신.

반대편에서는 더 팍 VS 숀 시나가 시작되는 시점.

놀랍게도, 두 경기는 거의 같은 시간에 시작되었다.

“챔프!”

직원이 그를 불렀다.

지상 최대의 쇼를 표방한 만큼, 오늘 두 사람은 입장 씬부터 제대로 공을 들여서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러셀은 고릴라 포지션으로 갔다.

허리에는 ACW 월드 챔피언 벨트.

흰색에 붉은 라인이 들어간 롱팬츠.

그런 그가 입고 있는 것은.

‘갑옷’이었다.

ACW 월드 챔피언 벨트 위에 두른 흉갑. 그 오른편으로는 실제 새의 깃털로 만든 날개를 망토처럼 둘렀다.

편익의 천사.

WWF에서 배신을 당해 추락한 러셀 오메가는 지금 이곳에 다시 섰다.

One Winged Angel로서.

“간다. 신.”

혼잣말을 중얼거린 직후.

그 음악이 울려 퍼졌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Waaaaaaaaaaaaaaaaaagggghhh!]

우렁찬 팬들의 함성.

ACW 월드 챔피언.

최강의 수식어.

최강의 후계자.

원 윙드 앤젤.

킹 오브 하트.

하트 패밀리의 역사상.

최강의 레슬러.

ACW의 아이콘이 될 남자.

The Omega.

러셀 오메가가 링으로 나섰다.

스스로를 다잡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커튼을 걷고 나간 러셀은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계속 정신을 가다듬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팬들의 환호가 그를 미치게 했다.

냉정해야 할 뇌를 복잡하게 만들었고 모든 것을 마구잡이로 뒤섞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Now-! The Champion In Here!]

링 아나운서의 코멘트가 이어졌다.

[Waaaaaaaaaaaaaaaaaggghhhh!!]

[From Canada Alberta Calgary!!]

러셀은 고개를 계속 숙인 채였다.

[Best Bout Machine!!]

베스트 바웃 머신.

링 위의 최강자.

러셀 오메가가 ACW로 이적해와 멋진 경기를 보여주며 따라붙은 별명.

[Russell-! Ooooooomegaaaaaa!!]

[Waaaaaaaaaaaaaaaaaaggghhh!!]

러셀은 고개를 들었다.

기타 연주.

팬들의 환호성.

링 아나운서의 소개.

거기에 맞춰 전율을 느끼며 고개를 든 그는 이어서 링 위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날개를 펼쳤다.

어깨 망토처럼 한쪽에만 둘러져 있던 날개가 그가 팔을 뻗은 순간에 화려하게 허공을 휘저었고.

그 순간.

폭죽이 터져 올랐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한쪽’에서만.

그것은 그 의지의 표현.

한 번 패배해 꺾였던 러셀 오메가가 다시금 이곳에 서있다는 긍지의 표식.

One Winged Angel.

그가 링을 향해 나아갔다.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환호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입장로를 걸어 링까지 나아간 러셀은 그 앞에 서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도를 했다.

“하나님 아버지, 그리고 나를 지켜봐주시는 모든 분들. 내가 이 경기를 잘 치를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그런 식으로 중얼중얼.

이후 링에 오른 러셀은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쳐 보이며 환호를 유도했다.

[Yeeeeeeeeeeeeeeeaaaahhhh!!]

그 허리에서 빛나는 황금의 벨트.

ACW 월드 챔피언.

단체의 최강자.

메인 이벤터.

러셀 오메가의 입장이 이루어졌다.

단체의 탑 페이스이자 주인공으로서 러셀 오메가는 먼저 입장을 했다.

이곳은 스타게이트.

ACW의 링 위.

그렇기에 챔피언인 그는 어디까지나 이 회사의 주인공으로서 먼저 입장을 했고 팬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물론.

오늘의 입장객 중에는 PWA 팬들도 많았다. 또한 두 단체 모두를 보고 두 선수 모두를 응원하는 이들도 많았다.

아니, 사실 모두가.

신과 러셀 둘 모두를 응원했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러셀이 자신이 ACW 소속임을 밝히듯이 먼저 링에 입장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반대편의 신이.

도전자로서.

‘배’를 타고 왔기 때문이었다.

“와라, 신.”

링 위에 선 러셀은 입장로가 아닌 그 반대편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타원형의 모양을 한 거대 경기장.

그 오른쪽 끝에서 러셀 오메가가 입장해 링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그렇다면 도전자는.

그리고 PWA의 신은.

반대편으로 오는 게 맞았다.

그리고 여기에서.

ACW와 PWA는 방송에서의 온갖 최첨단 장비를 다 동원해 결국 이뤄냈다.

신을 위한 최고의 입장 씬이었다.

오늘의 도전자.

그리고 승자를 위한 최고의 예우.

그것은.

놀랍게도.

유령선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

Flying Dutchman.

신이 회의에서 그렇게 말했었다.

우리는 침몰하더라도 플라잉 더치맨이 되어서 WWF를 죽일 거라고.

그런 의지가 담긴 입장.

사실, 경기장 왼편에서는 링으로부터 수직 위의 초대형 스크린을 지탱하는 철제 구조물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것은.

구조물만 있을 때는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준비된 영상과 함께 빛을 쬐자 확실하게 어떤 형상을 이루어냈다.

영국 왕실군의 포격을 맞고 침몰해, 바다 속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는 뼈대밖에 남지 않게 된 유령선.

“Go!! Go!! Go!!”

모두가 그 출항을 서둘렀다.

직원들이 각자 HQ의 지시에 맞춰서 철제 구조물에 매달려 있던 돛을 풀었고 찢겨진 돛은 바람에 펄럭였다.

그렇게 완성된 배가.

촤아아악-!

촤아악-!

촤아아아악-!!

파도 소리와 함께 떠올랐다.

지상에서 쏘아 보낸 빛이 철제 구조물에 반사되며 파도를 그려냈다.

그 모든 것.

그 모든 것은.

프로레슬링에 어떤 식으로든 영혼을 바친 이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

인류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남을 불멸의 장면.

‘쇼 비즈니스’인 프로레슬링이 보여줄 수 있는 그 연출의 정점.

[Waaaaaaaaaaaaaaaaggghhhh!!]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정해진 위치에 있던 신은 어둠 속에서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생각했다.

분명히, 어디선가 봤다.

‘만화였는데.’

거기서도 해적선이 나타났고.

그 배의 선장이 말했다.

그리고 그게 지금과 딱 맞았다.

폭풍의 왕.

망령의 무리.

와일드 헌트의 시작이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Yeeeeeeeeeeeeeeeeeaaaahhh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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