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
[숀 시나가 팍을 몰아붙입니다!!]
[관객들이 환호를 보냅니다!!]
해설자들이 흥분해 소리쳤다.
백스테이지의 락커룸.
경기를 끝내고 돌아온 랜스 오튼은 모니터링TV를 통해 이어지는 레슬 임페리움의 메인이벤트를 지켜보았다.
더 팍 VS 숀 시나.
아이콘 VS 아이콘.
과거 VS 현재.
그 자리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는커녕 오히려 좋았으나.
시나와 지금의 시대를 완전히 짓뭉개버리는 듯한 더 팍의 마이크워크는 솔직히 말해서 기분이 좀 나빴다.
팍은 어차피 이 경기가 끝나면 다시 WWF를 빠져나갈 ‘파트 타이머’니까.
그렇기에 시나는 시대의 주인공으로서 반드시 이 경기를 이겨야만 했다.
애초에 작년 2010 레슬 임페리움에서 팍은 신에게 깔끔한 잡을 해줬다.
그랬던 그가 시나를 이기면 자연히 신이 가장 강자로서 구도가 완성되었기에 어떻게든 그건 피해야 했다.
시나는 계속해서 싸워나갔다.
대립 초반만 해도 팍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그였으나 이제는 반응을 많이 끌어올려 당당히 맞섰다.
‘힘내라. 시나.’
오튼은 그의 건승을 빌어주었다.
그렇게 되어야만 했다.
경기는 계속 이어졌다.
시나는 팍과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받았고 팬들의 반응 역시도 좋았다.
별다른 큰 기술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그랬고 이래서 두 사람을 아이콘이라고 부르는구나 싶어질 정도였다.
그러자니 문득.
다른 쪽의 경기가 생각났다.
‘잘하고 있으려나.’
WWF VS ACW의 싸움에서 한 발자국 정도 멀어져 있는 오튼은 일단 그런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그래도 신과 러셀은 오튼이 가장 친하게 지낸 선수들이었으니까.
그러자니 또.
오튼은 지금 이 경기 하나에 정말로 많은 것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래.
지금 이 싸움이 끝나면 업계는 분명 이전과 다른 변화를 겪게 될 터였다.
“…….”
그것을 떠올리자 슬그머니 좀 아쉬운 감정이 올라오는 것 같기도 했다.
왜냐면.
아무리 귀찮은 일이라고 한들, 동료들과 함께한다면 다를 테니 말이다.
* * *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러셀과 나는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타격기를 이어나갔다.
이 경기를 본격적으로 스릴 라이드에 태워 보내는 듯한 난타전이었다.
그리고 러셀은 지금껏 장착해온 온갖 기술을 통해 나에게 맞서 싸웠다.
‘브롤러’인 나에게.
‘테크니션’인 녀석이 덤벼왔다.
그것은 우리 두 사람이 10년 동안 레슬링을 해오며 스타일의 변화를 겪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부분이었다.
또한.
우리는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았다.
러셀의 펀치를 쳐낸 내가 그대로 몸을 젖힌 후 헤드벗을 날리려고 들었다.
거기에 러셀은 몸을 옆으로 회전시키며 뛰어올라 헤드벗을 피했고, 그대로 발뒤꿈치로 내 복부를 걷어찼다.
롤링 소배트.
퍼억-!
“……!”
순간적으로 숨을 쉬는 게 힘들었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는 순간.
로프 반동을 하고 달려온 러셀 오메가가 그대로 내 무릎을 밟고 뛰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샤이닝 위자드.
섬광마술(閃光魔術).
[Uoooooooooooooooohhhhh!!]
엄청난 탄력이었다.
보통 샤이닝 위자드는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상대의 무릎을 밟고 뛰어서 관자놀이를 걷어차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자세를 취하지도 않았고 허리도 꼿꼿이 편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러셀은 몸의 탄력을 이용해 멋지게 기술을 꽂아 넣었다.
쩌억-!
강렬한 킥.
[Wa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조차도 흔들렸다.
몸이 기우뚱 넘어가 나는 그대로 대자로 쓰러졌고, 러셀이 내 위에 올라타서는 그대로 핀 폴을 시도했다.
[1……!]
하지만.
나는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심판이 미처 1 카운트를 세기도 전이었다. 하지만 내가 거기에서 카운트를 하나 허용한 이유는 간단했다.
러셀 이 개자식도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나 역시도 성장을 했다.
테크닉적인 부분에서 말이다.
심판이 두 번째로 링 바닥을 내리치기 전, 나는 그대로 러셀의 머리를 겨드랑이 밑에 끼우고 다리를 엮었다.
그대로 옆으로 돌았다.
스몰 패키지 롤 업.
내게 붙잡힌 러셀의 몸이 둥글게 말리며 넘어갔고, 그대로 링 바닥에 양어깨가 닿은 상태로 고정되었다.
[Waaaaaaaaaaaaaggghhh!]
환호하는 팬들.
심판이 카운트를 종료하고는 러셀의 어깨가 보이는 위치로 재빨리 돌아들어와 카운트를 다시 이어나갔다.
[1……!]
[2……!!]
[Uooooooooooooohhhh!!]
몸을 튕기며 빠져나오는 러셀.
그 반동으로 떨어지면서 자세를 잡은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
러셀의 눈에 어린 당혹감.
그것을 알아차린 나는 곧바로 녀석에게 달려들어서 어깨로 들이받았다.
쿵-!!
엄청난 충돌이 일어났다.
순간 힘을 줘서 버텨낸 러셀이었지만 그로 인해 반응이 한 박자 늦었다.
녀석이 정신을 차린 시점에서 뒤로 돌아들어간 나는 그대로 그 허리를 팔로 감싸고 지면에서 뽑아들었다.
“크하아악-!!”
[Yeeeeeeeeeeeeeeeeeaaaahhhh!!]
깔끔하게 이어지는.
저먼 수플렉스.
콰앙-!!
수직으로 들린 러셀의 몸이 내가 허리를 뒤로 꺾으면서 지면에 꽂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무려 ‘홀드’까지.
허리를 쭉 펴고 브릿지 자세를 잡은 나는 러셀을 지면에 꽂아 넣은 상태에서 힘을 주고 온전히 버텨냈다.
[1……!]
[2……!]
빠져나오는 러셀.
[Uoooooooooooooooohhhhh!!]
승리를 갈망하며 이어지는 경기.
하지만 프로레슬링에서 상대에게 3초를 빼앗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많은 것이 걸려있는 만큼 녀석과 나는 1초조차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다.
이건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저먼 수플렉스 홀드에서 벗어난 러셀은 나를 노려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감히 네가 내 기술을 써?’
그런 의지가 담긴 눈이었다.
나는 씨익 웃는 걸로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공방전.
속도는 조금도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빨라졌다. 러셀과 나는 링 위를 나뒹굴며 기회를 잡으려고 발버둥 쳤다.
어느 한 쪽이 주도권을 잡고 이어지는 일반적인 경기와는 달리, 우리 둘의 싸움은 누군가 공격을 당하더라도 쉽게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금방 내 뒤로 돌아온 러셀이 그대로 허리를 붙잡고 지면에서 뽑아 들었다.
지면에서 몸이 부웅 들렸다.
세상이 반대로 돌았다.
그리고 꽂혔다.
콰앙-!!
불타는 듯한 통증.
정신이 아찔해졌고, 나는 지면에 거꾸로 꽂힌 채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목 쪽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
허리를 튕겨내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러셀의 손이 마치 바이스처럼 조였다.
그리고.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녀석은 브릿지 자세에서 지면을 박차고는 하반신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렇게 넘어온 녀석과 함께 내 몸이 굴렀고 다시 저먼 수플렉스가 나왔다.
콰앙-!!
[Uoooooooooooooooooohhhhh!!]
경악을 금치 못하는 팬들.
더블 저먼 수플렉스.
말도 안 되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러셀은 내게 일부러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듯 그 기술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힘, 정확성, 균형.
모든 신체적인 요소와 체득한 기술력이 극한에 도달해야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저먼.
그런 식으로 나를 날려버린 러셀은 지면에 뻗어 한동안 숨을 몰아쉬었다.
녀석이 그런데 난 오죽하겠는가.
“끄극……!”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두 번의 저먼 수플렉스.
그건 분명히 내 목과 어깨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었다. 정신을 안 잡았으면 정말 기절했겠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상황에서 소리를 들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나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
그걸 듣자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다.
‘그래.’
여기서 무너질 수야 없지.
러셀은 분명히 강한 상대였다.
분명 지금까지 커리어에서 만난 상대 중에서 가장 세다고 볼 수 있겠지.
그는 이 시대, 다시 말해 ACW 측의 확실한 영웅이자 최종 보스였으니까.
하지만.
나 역시도 그에 전혀 밀리지 않는 강력한 상대들과 계속해서 싸워왔다.
나는 자리에 누운 채로 숨을 몰아쉬며 러셀이 움직이는 것을 기다렸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선 러셀은 손을 머리 위로 뻗어 팬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Yeeeeeeeeeeeeeeeeeeeaaahhh!]
쏟아지는 환호.
나를 지나쳐간 러셀은 그대로 탑 턴버클에 올라가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올 거라면 뻔했다.
녀석의 시그니처 무브.
크레센트였다.
그 생각처럼 러셀은 곧바로 뛰었다.
[Waaaaaaaaaaaaggghhh-!]
늘어지는 듯한 팬들의 환호.
공중으로 휙 떠올라, 뒤로 한 바퀴를 도는 녀석의 동작이 마치 슬로 모션처럼 느껴졌다.
짧은 순간.
내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존재했다.
피하느냐.
아니면 반격을 하느냐.
처음에는 피하려고 했다. 나는 실제로 순간 옆으로 구르려 하며 러셀 오메가의 피폭점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이걸로는 안 돼.’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러셀로부터 확실히 주도권을 빼앗아오려면 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따라서 나는 다시 자리에 드러누워서 양 무릎을 들고 복부를 방어했다.
찰나의 순간 벌어진 일이었다.
내 복부를 노리고 떨어진 러셀의 복부가 단단하게 세운 무릎과 충돌했다.
투콰앙-!!
링 바닥이 울리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러셀이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Uooooooooooooooooohhhhh!!]
팬들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물론, 나 역시도 러셀을 받아내느라 무릎에 큰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러셀과 비교하자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끄흐윽……!”
고통 속에 바닥을 나뒹구는 러셀.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녀석의 곁으로 다가가 그대로 다리를 잡고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술은.
녀석과 나에겐 그 의미가 깊었다.
[Yeeeeeeeeeeeeeeeeeeaaahhh!!]
기술을 거는 것을 보기 위해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을 정도였다.
샤프 슈터.
상대의 두 다리를 내 다리에 교차시켜 붙잡은 뒤 뒤로 돌아 허리와 무릎에 충격을 주는 서브미션 기술.
그렉 하트로부터 이어받고, 러셀 오메가와 싸워 그 사용권을 따낸 무브.
동작은 신속하고 정확했다.
우드드드드득-!!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 몸이 뒤로 돌아서 기술이 완성된 순간부터, 허리가 꺾이기 시작한 러셀이 온 힘을 다해 비명을 내질렀다.
물론.
그 누구도 경기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이 시점에서 샤프 슈터로 끝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을 터였다.
그렇기에 나는 기술을 걸 때 항복을 받아낸다기보다 러셀의 다리를 최대한 조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사용했다.
으드드득……!
놈의 무릎이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나는 봐주지 않았고, 러셀이 엉금엉금 기어 로프 쪽으로 기어갈 때마다 그 무릎을 연이어 쥐어박았다.
빠악!
“크하악!”
실제로 무릎이 안 좋은 녀석이니 만큼 이 비명은 절대로 가짜가 아닐 터.
하지만 나는 봐주지 않았다.
러셀의 무릎에 마구 주먹질을 해대면서 무릎에 최대한 충격을 주었다.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팬들의 챈트가 이어졌다.
또한, 거기에 대항하기 위해서 나의 팬들이 SIN의 이름을 계속 외쳐댔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러셀.
‘좋아.’
이대로 어떻게 해서든 놈의 무릎에 더 큰 대미지를 줘서 확실히 이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말겠다.
그렇게 생각한 바로 그때였다.
뭔가가 나를 뒤에서 밀어냈다.
“큭?!”
순간 크게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진 나는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Uooooooooooooooooooohhhh?!]
경악하는 팬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심판이 쓰러져 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샤프 슈터에서 풀려난 러셀 오메가 무릎을 잡고 있었다.
녀석이 날 향해 보란 듯이 웃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지는 걸 느꼈다.
내가 커리어 초창기에 개발(?)한 샤프 슈터 깨기를 러셀이 그대로 썼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뭐, 이기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는 게 네 모토가 아니었던가? 신?”
“예전에는 그랬는데.”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웃었다.
“지금은 안 그러려고 했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군.”
“그래, 이 자식아.”
나는 주먹을 우드득 꺾으며 러셀의 곁으로 다가섰다. 녀석도 로프에 몸을 기대고 일어나 앞으로 나왔다.
[Uoooooooooooooohhhh……!]
링 위에 감도는 긴장감을 느낀 팬들의 목소리가 경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몸을 굽혔다 위로 뛰었다.
러셀의 어깨 위까지 단숨에 점프.
마치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 놈의 목을 다리로 휘감고는 그대로 던졌다.
깔끔하게 이어지는 프랑켄슈타이너.
[Yeeeeeeeeeeeeeeeaaahhhh!!]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콰앙-!
몸을 회전시켜 떨어지는 충격에 맞춰 벌떡 일어선 나는 그대로 등 뒤로 떨어진 러셀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대로 녀석을 뛰어넘어.
로프를 밟고 위로 올라가.
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모두의 눈동자가 밤하늘의 별처럼 이 길 위에 서있는 나를 집중해서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단숨에 피닉스 스플래시를 썼다.
옆으로 몸을 돌리며 뛰어서는, 그대로 앞으로 회전하며 러셀을 덮쳤다.
[Uooooooooooooooohhhh!!]
엄청난 속도의 기술 연계.
동시에 그 하나하나가 난이도 높은 기술들의 향연.
팬들은 내가 선보이는 연속기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투-콰앙-!!
깔끔하게 작렬하는 피닉스 스플래시.
“끄흐윽……!”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날 놀려서 기세가 등등하던 러셀은 고통에 몸부림을 치면서 바닥을 마구 나뒹굴었다.
그리고 나는 놈의 몸에서 튕겨져 나오는 반동으로 다시 일어서며 그대로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이게 레슬링이지, 자식들아!!”
[Yeeeeeeeeeeeeeeeeeaaaahhh!!]
놈이 내 스타일대로 이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고 한다면, 나도 그와 똑같이 되갚아주면 그만이었다.
러셀 오메가의 스타일대로.
뭐, 문제는.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내가 좀 많이 화려했다는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