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
‘점프’라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동작이었다.
그렇기에 신이 방금 한 일련의 연속기는 과연 누가 또 저것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높은 난이도였다.
지면에서 뛰어올라 그대로 눈앞의 상대에게 프랑켄슈타이너를 먹인 뒤.
쓰러진 상대를 지나쳐서는 전속력으로 달려가 로프를 밟고 뛰어서…….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신은 한순간.
탑 턴버클에 타잔처럼 올라서서는 아주 잠시동안 자신의 동작에 제동을 걸면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기에 곧바로 피닉스 스플래시로 연결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아름다운 스팟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 반응은 곧바로 나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경기장 가득 울려 퍼지는 챈트.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그렉 하트는 팔짱을 낀 채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그는 이걸 알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팬들의 반응을 얻는 선수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그렇기에 남들보다 더 큰 전율을 느끼면서 생각했다.
‘잘했다.’
이중적인 의미였다.
하나는 두 사람이 이렇게 멋진 커리어를 쌓아온 것에 대한 칭찬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두 사람에게 기술을 전수해준 자신에 대한 칭찬이었다.
그리고 그 말이 맞았다.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간 신이 저렇게 순간 정지한 것은 아주 오래전, 그렉 하트로부터 배운 기술의 응용이었다.
기술의 사용할 때 좀 더 호쾌한 동작이 될 수 있도록, 그렉 하트는 신에게 순간 정지의 묘미를 가르쳤었다.
러셀 오메가에게도 그렇게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렉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일반적인 기술을 사용할 때도 더 호쾌한 모습을 보였다.
‘잘 이어지고 있군.’
그렉 하트는 미소를 지었다.
주도권을 잡은 신은 러셀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고 경기는 계속되었다.
퍼억-!
호쾌하게 날리는 펀치.
[Yeeeeeeeeeeeeeeeeeaaaahhhh!!]
그 단순한 동작 하나하나가 팬들의 마음을 들끓게 했다. 그렉 하트는 그걸 보며 한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바로 캐스켓-테이커였다.
그 역시도 저렇게 밀어붙일 때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였다. 신은 그 위상을 완벽하게 이어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쫘악!
안면에 슈퍼 킥이 작렬했다.
[Uoooooooooooooooooohhhh!!]
무릎을 꿇고 마는 러셀.
곧장 뒤로 물러난 신은 그대로 로프를 붙잡고 마지막 기술을 준비했다.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설마?
아니, 러셀은 분명히 피할 터였다.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했고.
누군가는 그 기술을 원했다.
피니시 무브.
경기를 끝내기 위한 기술.
스팅어.
신은 곧장 앞으로 내달렸다.
러셀의 안면에 정확히 꽂히는 무릎.
쩌억-!
[Yeeeeeeeeeeeeeeeeeeeaaahhh!]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환호성.
두 사람이 뒤엉킨 채 링 위를 나뒹굴었고, 이어서 신은 바닥에 널브러진 러셀의 위로 가 핀 폴을 시도했다.
이어지는 카운트.
[1……!]
분명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프랑켄슈타이너에 이은 피닉스 스플래시, 그리고 온갖 펀치를 지나 피니시 무브인 슈퍼 킥 앤 스팅어 콤보.
일어나지 못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아니, 킥 아웃하는 게 기적이었다.
[2……!!]
그렇기에 지금 팬들은 심판이 손바닥을 두 번째로 내리친 순간부터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경기는 이대로 끝나고 마는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러셀이 힘껏 팔을 들어 올렸다.
킥 아웃.
[Uoooooooooooooooooohhhhh!!]
경기장 전체가 진동했다.
러셀 오메가가 핀 폴에서 벗어났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앞서 설명했듯이 러셀은 여러 기술을 연속으로 맞고 반쯤 기절했으니까.
하지만 러셀은 기적을 일으켰다.
신과 함께 성장해온 커리어.
두 사람은 GCW 시절부터 끊임없이 대립을 해왔고 그렇기에 팬들로부터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사이였다.
캡틴 로건 VS 파이널 워리어.
그렉 하트 VS 존 마이클스.
락콜드 VS 바트 맥센.
더 팍 VS 트리플H.
캐스켓-테이커 VS 카인.
WWF의 오랜 역사 동안 수없이 많은 선수들이 라이벌리를 형성해왔다.
그 한 축에 당당히 낄 만한 멋진 라이벌리.
그렇기에 러셀은 항상 꿈꿨다.
그 라이벌을 이기고, 자신이 조금 더 우월한 남자임을 증명해 보이겠다.
그렇기에 일어난 기적.
“…….”
신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팬들이 러셀을 응원했다.
아무리 그래도 스팅어 이전에 온갖 기술을 다 얻어맞았던 러셀이었다.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러셀은 일어났고.
“아직, 끝나지 않았어…….”
반쯤 흐릿한 눈동자로 중얼거리면서 로프를 붙잡고 싸울 태세를 취했다.
팬들도 그것을 원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두 사람을 향해 이어지는 응원.
거기에 자극을 받은 신도 일어섰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난타전을 벌였다.
[아, 둘 다 물러서지 않습니다!]
[이건 정말 놀랍습니다! 신의 스팅어까지 허용했던 러셀 오메가! 비틀거리지만 절대 쓰러지지 않습니다!!]
해설자들도 지금 이 상황에 진심으로 몰입해 계속해서 코멘트를 해댔다.
퍼억!
[Yeeeeaahh!!]
빠악!
[Yeeeeaahh!!]
퍼억!
[Yeeeeaahh!!]
두 사람이 주먹을 한 방씩 주고받을 때마다 팬들은 계속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음에 신은 러셀의 기세에 밀려나고야 말았다.
이어지는 펀치.
펀치, 그리고 펀치.
결국 그걸 받아내다 못한 신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헤드벗까지 사용했다.
쩌억-!!
[Uoooooooooooohhhhh……!!]
크게 밀려나는 러셀.
하지만 직후, 겨우 중심을 잡은 그가 크게 심호흡을 하고 킥을 날렸다.
롤링 소배트.
뻐억-!
“끅?!”
갑작스러운 복부의 격통.
신이 순간 앞으로 허리를 숙였고 러셀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이어지는 DDT.
콰앙-!!
[Waaaaaaaaaaaaaggghhh!!]
러셀의 일발반격.
겨드랑이 밑에 신의 머리를 끼우고 쓰러진 그는 바로 핀 폴에 들어갔다.
시간을 벌기 위한 행위.
[1……!]
하지만 신은 곧바로 벗어났다.
반격이 나왔지만 주도권은 여전히 신에게 있었다. 그는 충격을 회복하기 위해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어쩔 수 없죠. 러셀은 지금 큰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DDT를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할 정도로 말이죠.]
[신이 일어섭니다.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은데…… 어떨까요?]
[아! 신이 한 번 더 준비합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자리에서 먼저 일어선 신이 로프 쪽으로 물러서 다시 스팅어를 준비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이 그 이름을 외쳤고.
로프를 붙잡은 채 쪼그려 앉은 신은 러셀을 노려보며 타이밍을 기다렸다.
그리고 러셀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신은 곧바로 내달렸다.
스팅어.
커리어 내내 몇 번이고 그에게 달콤한 승리를 가져다줬던 피니시 무브.
뛰어올라.
상체를 수직으로 편 상태에서 무릎을 들어서는 상대의 안면을 노렸다.
하지만 직후.
신은 느꼈다.
러셀의 눈이 다시 살아났다.
“큭……?!”
[Uoooooooooooooooooohhhh?!]
러셀 오메가는 날아드는 신의 무릎을 붙잡고는 그대로 함께 쓰러졌다.
쿵!
팬들이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그 상태에서 러셀은 순간적으로 신의 다리를 자신의 다리에 엮으며 그대로 오메가 슈터로 기술을 연결했다.
[Omega Shooter! Omega Shooter!]
[Yeeeeeeeeeeeeeeeeeeaaahhh!!]
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거의 신기(神技)에 가까웠다.
“끄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신이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우드드드드드득!!
그 허리가 반대편으로 꺾였다.
상대의 머리를 발로 누르고 허리와 다리를 동시에 꺾는 최악의 서브미션.
오메가 슈터.
“신! 항복하겠나?!”
가까이 다가온 심판이 물었다.
하지만 신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결코 항복은 하지 않았다. 그걸 본 러셀은 더 강하게 기술을 시전했다.
신의 등이 위험한 각도까지 꺾였다.
러셀 역시도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아까 당한 무릎이 문제였다.
“큭……!”
러셀은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더군다나 오메가 슈터는 무릎을 땅에 대고 견고하게 중심을 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 무릎이 완전 엉망이었다.
버티려고 해도 조금씩 끌려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신은 팔을 뻗어서 링 바닥을 잡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더니 이윽고 로프를 손으로 붙잡았다.
[Yeeeeeeeeeeeeeeeeeeaaaahhhh!]
“러셀! 로프 브레이크!”
심판이 선언했다.
곧바로 오메가 슈터를 푼 러셀은 무릎을 잡고 잠시 바닥을 나뒹굴었다.
“크윽……!”
로프 앞에 엎어져 있는 신 역시도 움직이지 못했다. 러셀은 주도권이 넘어왔음을 깨닫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러셀이 일어섭니다!]
[무릎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데요! 과연 계속 경기를 할 수 있을까요!]
절뚝거리며 신에게 다가간 러셀은 팔꿈치를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고 있던 엘보 패드를 벗어서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신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려다가 힘이 빠졌는지 주저앉았다.
러셀은 그 후두부를 노리고 돌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뻐억-!!!
[Uooooooooooooooooooohhhh-!!]
바로 ‘히든 블레이드’.
러셀 오메가의 시그니처 무브.
신의 헤드벗이나 슈퍼 킥에 대응되는 타격기.
그 타격음이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지며 신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러셀은 쓰러진 신의 위에 올라타 뒤통수를 붙잡고 한마디를 했다.
“일어나지 마라……!”
신은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눈이 풀렸고 입도 벌어진 것이 완전히 기절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것을 본 해설진이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이, 이건…….]
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프로레슬링의 영역을 순간적으로 벗어났던 한방이었다. 후두부를 노린 히든 블레이드는 정말로 위험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Waaaaaaaaaaaaaaaaaagggghhh!!]
팬들이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신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 러셀이 그대로 목말을 태우는 걸 본 이들 모두가 자연히 한 기술을 연상해냈다.
[러, 러셀이 저걸……!]
[원 윙드 앤젤을 준비합니다!]
[안 됩니다! 이건 말려야 해요!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신이 과연 저 기술을 받을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심판도 순간 당황한 듯 다가섰다.
하지만 러셀은 잘 알고 있었다.
이게 아니면 끝낼 수 없다고.
그렇기에 이어진 기술.
목말을 타고 있던 신의 머리가 아래로 향하며 순간 지면을 향해 추락했다.
투-콰앙-!!
링 바닥에 수직으로 꽂히는 신.
원 윙드 앤젤.
[Waaaaaaaaaaaaaaaaaaaggghhh!!]
그리고 이어지는 핀 폴.
러셀은 승리를 확신하고 손을 들었다.
[1……!]
이건 일어날 수 없을 터였다.
원 윙드 앤젤은 그 정도의 위상을 가진 기술이었다. ACW에서 개발된 뒤로 누구도 이 기술을 깨뜨리지 못했다.
게다가 그전에 이어진 후두부에 꽂히는 히든 블레이드까지. 러셀을 응원하던 팬들도 모두 승리를 확신했다.
이걸 킥 아웃 한다면 그건 기적이 아니다. 사기지. 모두가 그렇게 느꼈다.
[2……!!]
신의 팬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도 잘 싸웠다.
한 끗발 부족했지만 그래도 오늘 그는 경기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말 그대로.
졌지만 잘 싸웠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려는 시점.
신은 팔을 들어 핀 폴에서 벗어났다.
[Uoooooooooooooooooohhhhhh-!]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이런 개미친!!”
“저걸 벗어났다고?!”
경기에 몰입하던 팬들이 소리쳤다.
그렉 하트는 전율을 느꼈다.
팬들은 팝콘과 음료수가 쏟아지는 것도 알지 못하고 자리에서 날뛰었다.
신이 원 윙드 앤젤을 킥 아웃 했다.
Insane.
미쳤다.
그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거기다, 신이 어찌나 팔을 세게 들었는지 러셀이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졌다.
“허억, 허억…….”
신은 숨을 몰아쉬며 생각했다.
다들 사기라고 느끼겠지.
러셀이 킥 아웃을 한 것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걸 해냈다.
그 정도로 승리에 대한 갈망이 깊었다. 신은 이 경기를 절대로 이런 식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한 방으로는 부족하지.’
그는 뒷골이 지끈지끈 당기는 걸 느끼면서 그대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어느 샌가.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팬들은 그들을 믿어주었다.
그를 믿어주었다.
전생에는 쿵-퓨리였으나.
이제는 아니었다.
“허억, 허억…….”
그는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었다.
프로레슬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