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58화 (458/634)

458.

원 윙드 앤젤 킥 아웃.

충격적인 일이었다.

[킥 아웃! 킥 아우우우우웃!!]

[이건 미쳤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신이 러셀 오메가의 원 윙드 앤젤로부터 벗어납니다!!]

[충격이 대단해보였는데요!]

[대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 남자를 꺾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신은 강적입니다!!]

[러셀 오메가 또한 그렇겠죠!!]

해설자들도 흥분해 마구 소리를 치고 있는 가운데, 경기는 그렇게 중반부를 막 거쳐 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시간으로는 20분.

일반적인 경기라면 진작에 끝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경기가 가진 의미를 생각해보자면 절대 그렇게 쉽게 끝날 수가 없었다.

러셀 오메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무릎은 엉망진창이었다.

실제로 통증이 심하다 못해 이제는 거의 감각조차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싸워야만 했다.

놈을 확실하게 짓뭉개야만 했다.

러셀은 고통을 삼키며 신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엘보를 꽂아 넣으며 다시 공격을 이어나갔다.

[Waaaaaaaaaaaaaaaaaagggghhhh!]

뻐억-!

‘쓰러져라.’

쩌억-!

‘쓰러져.’

하지만 신은 두 번 연속으로 엘보를 허용했음에 로프를 붙잡고 버텨냈다.

러셀은 한방 더 날렸다.

팔꿈치에 감춘 날붙이.

그렇기에 히든 블레이드.

쫘악-!

신의 목 부분을 힘껏 갈기는 엘보.

하지만 직후.

신은 헤드벗으로 반격을 해왔다.

뻐억!!

[Yeeeeeeeeeeeaaahhh!]

관객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코를 움켜쥐면서 물러난 러셀은 이내 이를 빠득 깨물고는 팔을 휘둘렀다.

쩌억-!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크아아악!!”

저놈의 로프가 문제였다.

클로스라인.

오른쪽으로 뻗은 러셀의 팔이 그대로 신의 목에 휘감겨 링 바깥으로 넘겼다.

[Uooooooooooooooohhhhh!!]

신이 링 바깥으로 나가떨어졌고 러셀 오메가는 순간 크게 심호흡을 했다.

동시에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부디 이 다음 공격이 잘 풀리기를.

무릎의 상태가 생각보다 더 좋지 않았지만, 그는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링 아래로 나가떨어져 있는 신.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팬들이 기대하며 외치는 걸 들은 러셀은 곧바로 탑 턴버클 위로 올라섰다.

경기장 전체가 눈에 들어왔다.

20만의 인원이 경기장에서 이루어지는 싸움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신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러셀은 그대로 훌쩍 뛰어올랐다.

[Waaaaaaaaaaaaaaaaaaagggghhh!]

크레센트.

탑 턴버클 위에서 뛰어 올라 거꾸로 돌면서 상대방을 몸의 전면부로 덮치는 하이플라잉 무브.

러셀은 문득 이 기술을 처음 사용하게 된 순간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뜨겁던 GCW의 링 위.

싸구려 매트에 몸을 날리며 꿈을 키워가던 중, 신은 그렉 하트의 그림자에 먹혀 있는 러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좀 더 화려하게 가봐.]

그걸 기점으로 러셀은 하트 던전에서 배운 테크니션 레슬링으로부터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전설적인 삼촌, 그렉 하트와 그 영향 밑에서 데뷔한 조카 러셀 하트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 되었다.

크레센트.

그렇기에 쓸 수밖에 없었다.

이건 러셀 오메가의 자존심.

위대한 삼촌과의 분리를 알리는 기술이었던 것이다.

콰앙-!!

공중에서 거꾸로 한 바퀴 회전한 러셀의 몸이 그대로 지면의 신을 덮쳤다.

[Yeeeeeeeeeeeeeeeeeaaaahhh!!]

이번에는 깔끔하게 기술이 들어갔다.

두 사람이 바닥을 나뒹구는 걸 본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러셀은 아득해지는 정신 속에서 입을 열었다.

“야……. 괜찮냐?”

“아니.”

짧게 중얼거리는 신.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괜찮은 듯했다. 러셀은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신을 믿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아주 좋았다.

지면의 신이 떨어지는 러셀을 완벽하게 받아줬기에 충격은 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릎만이 그렇고 직접 충돌한 복부는 계속 욱신거렸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괜찮았다.

러셀은 쓰러진 신을 일으켜 세웠다.

바로 그때였다.

“크아아아-!!”

신이 괴성을 내지르며 돌진했다.

“큭?!”

러셀의 복부를 들이받은 그는 그대로 바리게이트까지 밀어붙였다.

콰앙-!

충돌한 바리게이트가 넘어갔다.

[Uoooooooooooooooooooohhhhh!]

평소 단단히 조여두는 나사가 그 날따라 헐거웠던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충돌의 힘이 거대했다는 것일까.

두 사람은 관객석까지 침범해 바닥을 나뒹굴었고 놀란 심판이 내려왔다.

심판이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했다.

관객석이 웅성거렸고 그런 가운데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Yeeeeeeeeaaahhhh!!]

거기에 쏟아지는 환호.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나올 수 있는 모든 챈트가 다 나왔다. 두 사람은 동시에 싱긋 웃고는 서로 다시 주먹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뻐억!

빠악!!

다시 링 쪽으로 돌아와 바리게이트 옆을 지나면서 계속 경기를 이어가는 두 사람. 팬들은 계속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신은 확실히 발견했다.

바리게이트 옆에서 놀란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던 에보니 모녀의 모습을.

그 옆에 함께 있던 윌리의 부모님을.

그게 문득 옛 일을 떠올리게 했다.

‘그랬었지.’

러셀의 엘보가 목에 꽂혔고 후끈거리는 통증 속에서 그는 머리를 젖혔다.

이어지는 헤드벗.

빠악-!

[신하고 러셀하고 계속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나랑 대니는 그러지 못했거든요!]

‘분명히 그랬었지.’

[대니는 어느 날 문 너머로 사라지더니 돌아오지 않았어요.]

슬픈 말이었다.

그 소년에게 그게 의미하는 바를 대체 누가 설명을 해줄 수 있었을까.

인간 김준호도, 신도 그러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야기로 표현했다.

죽어라고 싸웠고 그럼에 항상 서로를 의식하면서 두 사람은 여기까지 왔다.

신은 생각했다.

‘보고 있냐, 윌리.’

우리는 여기까지 이르렀다. 분명 이보다 더 사이가 좋은 레슬러는 없겠지.

씨익 웃은 신은 머리를 젖히고 다시 한 번 러셀의 이마에 헤드벗을 날렸다.

뻐억-!!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밀려나는 러셀.

신은 그 머리통을 붙잡고 반대편으로 내던졌다. 러셀은 그대로 달려가 링 아래에 설치된 철제 계단에 충돌했다.

콰앙-!

그것으로 기세를 조금은 되찾았다.

신은 러셀의 머리통을 붙잡고 다시 링 위로 올려 보내고는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가 기술을 쓸 준비를 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이내 러셀이 일어났고, 신은 그대로 몸을 던지며 미사일 드롭 킥을 날렸다.

퍼억!

크게 나가떨어지는 러셀.

링 반대편으로 부웅 날아가 턴버클에 충돌한 그를 보고 신은 그대로 내달려 있는 힘껏 무릎을 들어올렸다.

쩌억-!

[Uooooooooooooooooohhhhh!!]

두 번째로 꽂히는 스팅어.

러셀이 맥없이 쓰러지자 신은 곧바로 그 위에 엎드려 핀 폴을 시도했다.

[1……!!]

[2……!!]

러셀이 킥 아웃을 했다.

[Uooooooooooooooooooohhhhh!]

거기에 다시 한 번 놀라는 팬들.

하지만 신은 이게 당연함을 느꼈다.

이 녀석을 스팅어로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신에게 남아 있는 기술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모두가 그걸 생각했고.

신은 러셀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서는 그대로 반대편 로프로 내던졌다.

[Waaaaaaaaaaaaaagggghhhh……!]

뇌 속에서 시간이 늘어졌다.

로프 반동을 하고,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러셀. 링 중앙으로 나아간 신은 자신의 마지막 기술을 준비했다.

안티크라이스트.

러셀의 몸을 번쩍 들어 올린 그는 그대로 반대편으로 회전하며 이윽고 수직으로 선 상태에서 우뚝 정지했다.

여기에서 꽂기만 하면 끝.

모두가 충격에 빠져 있는 가운데.

러셀 오메가는 ‘반격’했다.

순간 자신의 몸을 붙잡은 신의 손을 떨쳐내고 그대로 지면을 향해 추락했다.

그리고 직후, 신의 머리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는 그대로 몸을 회전시켰다.

허리케인라나.

[Uoooooooooooooooooohhh!!]

깔끔하게 반격이 이루어졌다.

안티크라이스트는 들어가지 못한 채 신이 나가떨어졌고, 러셀은 그대로 무릎을 붙잡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신을 일으켜 세워 곧바로 자신의 피니시 무브를 준비했다.

원 윙드 앤젤.

한방이 안 되면 두방을 쓰면 된다.

그런 의지 하에 신을 번쩍 목말에 태워 들어 올리는 러셀.

[Waaaaaaaaaaaaaaaagggghhhh!!]

팬들이 환호를 보냈고, 뒤를 이어 신의 상반신이 앞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신 역시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앞으로 기우뚱 기우는가 싶던 그의 상반신이 이내 옆으로 회전하면서 러셀의 머리를 겨드랑이 밑에 끼웠다.

토네이도 DDT.

콰앙-!!

[Yeeeeeeeeeeeeeeeeaaaahhhh!!]

러셀은 머리부터 지면에 꽂혔다.

신 역시도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움직이지 못했다.

“크헉……! 허억!”

“하아, 하아아……!!”

각자 떨어진 위치에서 숨을 몰아쉬는 두 사람.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팬들은 엄청난 목소리로 외쳐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아니, 아틀랜타.

조지아 주.

미국 전역으로 뻗어 나가.

세계를 울리는 그 목소리.

프로레슬링을 사랑하는 모든 팬들은 그야말로 아낌없이 자신들이 이 경기에 느끼는 감각을 소리쳤다.

[1……!]

그런 상황에서 심판도 신이 났다.

[2……!!]

바닥에 쓰러진 신과 러셀을 각각 가리키고, 그는 머리 위로 손을 뻗으면서 힘차게 텐 카운트를 세어나갔다.

팬들도 다 함께 외쳤다.

관객석에서 지켜보고 있는 스눕-덕과 스칼렛 요한나, 제임스 관 같은 이들도 모두 다 거기에 섞여들었다.

각자 자신들의 위치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들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경기의 팬이었다.

[7……!!]

그렇게 이어지는 카운트.

먼저 일어선 것은 러셀이었다.

신은 숨을 계속 몰아쉬었고 그 상태를 확인한 러셀은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가 다시 한 번 기술을 준비했다.

[Yeeeeeeeeeeeeeeeeaaaahhhh!!]

쏟아지는 환호.

텐 카운트가 종료되었고 러셀은 그대로 신을 노려보면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그 상태는 좋지 못했다.

러셀 오메가는 이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턴버클 위에 주저앉았다. 그것을 본 팬들이 힘차게 환호를 보냈다.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거기에 힘을 얻어 다시금 탑 턴버클 위에 발을 디디고 쪼그려 앉는 러셀.

하지만 그건.

함정이었다.

러셀 오메가가 중심을 잡은 순간.

신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Uooooooooooooooooooohhhh!]

모든 게 드러누워서 체력을 회복하는 한편, 러셀이 그 위치에 정확히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한 행동이었다.

지면을 박차고 달려간 신은 그대로 러셀 오메가를 향해서 힘껏 뛰었다.

2단 로프를 오른발로 밟고.

다시 뛰어 왼발로 3단 로프를 밟은 그는 탑 턴버클 위에 쪼그려 앉아 있는 러셀 오메가의 목에 발을 휘감았다.

그리고 뒤로 상반신을 내던졌다.

슈퍼 프랑켄슈타이너.

그야말로 최악의 순간에 나온 최고의 기술이었다. 신은 체력적으로는 한계를 넘어섰음에도 이런 무브를 선보였다.

자신의 몸을 투석기로 삼아 상대방의 목을 붙잡고 반대편으로 날리는 기술.

거기에 탑 턴버클이라는 특수성이 더해진 채 러셀의 몸이 하늘로 던져졌다.

뒤로 회전한 신은 그대로 링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하며 소리를 기다렸다.

러셀이 링 바닥에 떨어지면서 낼 호쾌한 소리를.

하지만 다음 순간.

쿵……!

소리는 생각보다 호쾌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어지는 것은.

[Uooooooooooooooooooohhhhhh!]

경악한 팬들의 목소리였다.

‘뭐지?’

대체 무슨 상황이지?

그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니 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본 러셀과 눈이 마주쳤다.

“…….”

“하아, 하아…….”

그 표정은 투지로 가득했다.

상황은 이러했다.

신의 슈퍼 프랑켄슈타이너로 인해 공중에 던져진 직후, 러셀의 몸은 앞으로 한 바퀴 회전해 지면에 착지했다.

자연스럽게.

무릎이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댔고, 그는 앞으로 비틀거렸지만 겨우 중심을 잡고 섰다.

슈퍼 프랑켄슈타이너를 벗어나는 가장 깔끔한 방법.

지금 이 시대에서 오직 러셀 오메가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기술에 팬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러셀이 신을 돌아보고.

신이 러셀을 돌아본 순간.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쏟아졌다.

숨을 몰아쉰 신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러셀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번에는 신이 먼저 물었다.

“……괜찮냐?”

“전혀.”

Face To Face.

경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면서 두 사람은 그렇게 다시 마주 보고 섰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말로 한 치도.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팬들이 환호는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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