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70화 (470/634)

470.

뉴튜브의 CEO가 PWA에 왔다.

그런 식의 콜라보는 업계 내에서 자주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과 같이 큰 관심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또한, 오직 이 업계만이 할 수 있는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기도 했다.

티파니 맥센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방송에 등장한 뉴튜브의 CEO, 살라 카먼가는 팬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Newtube! Newtube! Newtube!]

[Newtube! Newtube! Newtube!]

멋진 광고 하나가 완성되었다.

살라가 신의 유도에 따라서 팔을 머리 위로 들었고 그럴수록 뉴튜브를 외치는 팬들의 환호 또한 커졌다.

하지만 이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각본’이기 때문이었다.

신은 랜스 오튼과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 뉴튜브와 계약을 맺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므로 이런 식으로 뉴튜브를 팬들이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이렇게 나와서 신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또한 당연한 흐름.

일반적인 스포츠였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파격적인 광고 형태. 신은 그것을 아주 잘 풀어내고 있었다.

‘하나 배웠네요.’

티파니는 미소를 지었다.

또한 깨달았다.

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 앞에서 케이페이브를 지키려고 던진 말이 이 정도로 좋은 결과를 낳다니.

신 또한 놀란 듯했다.

자신이 아무리 유명하다고 한들 가볍게 내뱉은 소리가 이렇게 큰 파문을 가져오리라고는 예상 못 한 거겠지.

하지만.

티파니 맥센은 이미 알고 있었다.

‘SIN’.

그 링 네임을 가진 프로레슬러가, 이 업계와 함께 어디까지 성장했는지.

방송은 계속되었다.

신과 살라가 악수를 나누고 좋은 분위기 속에 세그먼트가 끝나려는 시점.

한 남자의 테마곡이 울려 퍼졌다.

[I’m-! Baaackkk-!]

바로 데릭 비숍이었다.

[Boooooooooooooooooooooo-!!]

팬들은 당연히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얼굴이 새빨개져 링으로 올라온 비숍은 곧바로 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적반하장으로 소리쳤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챔피언?! 이거 계약 위반입니다! 계약 위반!]

[Booooooooooooooooooooooo-!]

[이봐, 비숍. 회사 스케줄에는 지장이 없도록 할 거라고. 그 외에 개인적으로 뭘 하든지 무슨 상관이야?]

[그걸로 돈을 번다면 문제가 되죠!]

[아, 그래. 뉴튜브 영상 수익 말하는군. 그건 뭐…… 회사와 나눠도 좋고, 아니면 기부를 해도 좋아!]

[Yeeeeeeeeeeeeeeeeeaaaahhhh!!]

[왜 그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당신도 분명 그 경기를 치르면 무사…….]

[이게 보여?]

신은 흥분한 비숍의 말을 잘라내고는 ACW월드 챔피언 벨트를 들었다.

[이걸 들고 있는 남자가, 싸움 앞에서 도망치면 팬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이 벨트의 가치는 뭐가 되고?]

그 목소리에 흔들림은 없었다.

[내가 뭐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군인처럼 보이나? 아니야. 나는 앞으로도 계속 챔피언으로서 싸워나갈 거야.]

이 경기는 단지 앞으로 이어질 챔피언 집권기를 위한 교두보에 불과하다.

그런 식으로 설명한 신은 비숍은 무시하고 옆에 있던 뉴튜브 CEO, 살라를 돌아보며 일부러 악수를 청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웃으며 악수를 받는 살라.

명백한 도발이었다.

비숍으로서도 반드시 막아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단체의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월드 챔피언십이 걸린 경기를 인터넷에서 열리게 할 수는 없었다.

자존심 문제였다.

‘어떻게 나올까?’

티파니는 관객의 마음으로 생각했다.

정말로 뉴튜브에서 경기를 할까?

다들 그렇게 생각할 터였다.

만약 성사가 된다면 신은 그야말로 프로레슬링의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파격적인 챔피언이 될 터였다.

팬들은 어떤 그림을 원할까?

어떻게 되기를 원할까?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신과 오튼의 경기는 열려야만 했다.

그걸 생각하자니 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두 사람의 경기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분명 좋은 경기가 나올 터였다.

* * *

뉴튜브를 데려와 난장판을 만든다.

그 각본은 굉장히 잘 먹혔다.

또한, 각본 외적으로도 이런저런 효과를 보면서 흥미로운 전개가 되었다.

방송이 나가고 안 그래도 높았던 나와 오튼의 동영상 뷰가 급상승했다.

그로서 뉴튜브는 그들이 원하던 광고 효과를 아주 제대로 보게 되었다.

우리와의 협업을 통해 그들이 원한 것은, 범세계적으로 ‘뉴튜브’라는 회사가 광고 효과를 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프로레슬링은, 세 개 단체의 위클리 쇼를 합쳐 일주일 안에 전 세계 117개국에서 방영이 되었다.

그 광고 효과는 탁월했다.

WWF에서 랜스 오튼이 나와서 자기가 촬영한 뉴튜브 영상을 보여주며 나머지는 직접 보라고 이야기를 하고.

ACW는 부사장인 데릭 비숍이 뉴튜브 생방송 경기 루머를 가짜라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더 크게 홍보해줬다.

그런 상황이 계속 되니까 전 세계의 팬들이 ‘대체 무슨 영상이야?’라며 뉴튜브에 접속하는 것은 당연했다.

제대로 된 각본만 준비된다면 이런 느낌의 광고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더군다나 이건 오직 ‘프로레슬링’만이 할 수 있는 광고니까. 아마 지금쯤 많은 기업이 우리를 주목하겠지.

그렇기에 이 각본이 중요했다.

그리고 데릭 비숍은 지금 이러한 상황을 노골적으로 불안해하고 있었다.

“판이 너무 커진 게 아닐까요?”

대시 앳 더 비치까지 2주.

남은 각본을 정리하기 위해 모인 상황에서 비숍이 그렇게 말을 꺼냈다.

“지금 팬들은 뉴튜브에서 경기를 한다고 확신하는 분위기 같습니다만.”

“그거야 뭐.”

나는 쓰게 웃었다.

“시간이 2주나 남아있지 않습니까.”

“음…….”

“각본을 전개할 시간은 많아요.”

광고는 광고고. 오튼과 나의 경기는 제대로 된 페이퍼뷰의 메인이벤트에서 하는 게 합리적인 방향성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반응이 크게 올라온 상황을 비숍이 걱정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비숍 당신이 이번 주 방송에서 굽히고 들어오는 걸로 하면 될걸요.”

“경기를 허가하는 걸로 갈까요?”

“그리고 인페르노 매치를 하죠.”

“……?”

인페르노 매치.

경기장 주변에 ‘불’을 질러서 할리우드 액션 무비의 마지막처럼 연출한 상태에서 싸우게 만드는 경기였다.

“저기, 신?”

“예?”

“당신이 하룻밤에 수천만 달러를 번다는 건 각본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그렇죠.”

“그런 남자를 인페르노 매치에 내보내는 건, 솔직히 하고 싶지 않네요.”

“그럼 뉴튜브에서 하죠.”

“아니…….”

황당해하는 비숍.

거기에 장난스럽게 웃은 나는, 사실 완전히 비숍을 꽉 잡고 있는 상태였다.

각본뿐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랬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경기를 하겠다고 요구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프로레슬링과 현실이 다른 점은.

현실의 나는 비교적 젠틀해서, 굳이 남을 협박하지는 않는다는 부분이었다.

“그럼 이렇게 가시죠.”

“응……?”

“팬 투표를 받읍시다. 뉴튜브로.”

“어, 음?”

“그리고 그걸 조작해서 팬들을 열 받게 만든 다음에 더 투표하게 만들죠.”

“자, 잠시만. 무슨.”

“매치 후보군에 싱글 매치를 넣는 거죠. 일이 이렇게 됐는데 단순한 싱글 매치를 원하는 팬은 없을 테고.”

하지만 그 결과가 높아지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던 팬들도 열이 받아서 투표에 참가해 광고 효과는 더 커질 터였다.

“……악마적인 발상이군요.”

“제 인생의 숙적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악마조차 제게 혼을 팔았다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후보군을 꼽아보자.

그리고 여기에서 슬쩍 내가 원하는 경기들을 섞어서 넣는 거지.

그 정도면 합당하지 않겠는가.

“끄응…….”

비숍도 좋아하고 있고 말이다.

* * *

2011년 8월 8일, 월요일.

ACW 나이트로.

21일의 대시 앳 더 비치까지 2주가 남은 상황에서 비숍이 링에 올랐다.

[Boooooooooooooooooooooo-!]

안 그래도 어깨에 힘이 쭉 빠진 그였건만 팬들은 가차 없이 야유했다.

‘불쌍하군.’

하지만 어쩌겠는가.

권력자의 숙명인 것을.

더군다나 이건 비숍이 자초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애초에 그가 오튼과 내 경기를 군말 없이 수락했더라면 이런 피곤한 상황에 처하진 않았겠지.

링에 오른 비숍.

그가 입을 열었다.

[오늘, 챔피언이 왔습니다.]

[Yeeeeeeeeeeeeeeeeeeaaahhhh!!]

그 말에 곧바로 환호가 쏟아졌다.

커튼 뒤에서 그 우렁찬 소리를 들은 나는 팬들이 챔피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고는 쓰게 웃었다.

그리고 그 챔피언이 나였다.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상황인가.

어깨에 걸치고 있는 벨트의 무게감을 새삼 느끼며, 나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비숍의 변명을 들었다.

[회사에서는 신과 랜스 오튼의 경기에 대한 허가를 내기로 했습니다.]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폭력에 눈이 먼 인간들. 당신들은 챔피언이 경기가 끝나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해야 정신 차리겠지.]

[Booooooooooooooooooooooo-!]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비숍은 그렇게 팬들을 저주하고 동시에 챔피언인 나도 저주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팬들의 대리자인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울려 퍼지는 음악.

[Waaaaaaaaaaaaaaaaaaaggghhh!]

챔피언의 진격.

나팔과 북, 그리고 일렉 기타.

나는 링으로 나아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의 염원이 느껴졌다.

나는 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승리한다.

빛을 그리며 나아간다.

내 영혼을 증명한다.

그런 의지가 담긴 입장.

링으로 올라간 나는 곧바로 마이크를 쥐고 비숍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내가 일어서지 못한다고?”

이들이 폭력에 미친 자들이라고?

“아니야. 이들은 나를 믿는 거다.”

[Yeeeeeeeeeeeeeeeeeeaaahhhh!]

“그리고 오튼을 믿지.”

우리는 쓰러지지 않는다.

절대로 링에서 다치지 않는다.

‘불행한 사고’가 없는 이상.

하지만 그 ‘불행한 사고’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면 결국 아무 경기도 치르지 않는 게 맞았다.

프로레슬링은 격투기다.

……아니, 정확히는 그 연기였지만.

여기에서는 팬들이 각본에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그 이야기는 빼고서.

“동시에 투쟁이지.”

프로레슬링이 일반적인 격투기와 구분 지어지는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심판의 시선을 피하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고, 각종 무기를 쓰며 백스테이지에서는 종종 싸움이 벌어졌다.

그게 프로레슬링과 격투기의 큰 차이점이었다. 이 링에서는 오르기 전에도 항상 싸움을 염두에 둬야 했다.

다들 그걸 각오하고 있다.

그리고.

“챔피언을 믿고 있지.”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그렇다.

그들이 무기를 사용하는 경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것이 가학성을 채워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게 아니면 안 된다.

지금처럼.

그런 상황일 때.

그들은 때로 두 선수가 잔혹하게 무기를 들고 휘두르는 싸움을 원했다.

그렇게 이어진 내 일장 연설에 비숍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챈트가 계속 이어졌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럼, 경기를 해도 되는 건가?”

“……그렇게 하시죠.”

“어떤 경기로 하면 좋을까.”

“그, 그래도 너무 위험한 건.”

“뭐야. 뉴튜브로 가버릴까?”

“제기랄, 챔피언!”

“알았어, 알았어.”

나는 순간 화가 난 비숍을 달래면서 오늘 경기장에 온 팬들을 돌아보았다.

“그럼, 이건 어때.”

팬들이 정하게 하는 거다.

[Uoooooooooooooooooooohhh!!]

“후보를 정해서 뉴튜브에 올리자고. 뉴튜브도 구독자들을 위한 투표 시스템이 있는 거 알지? 그걸로 어때?”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좋아, 반응은 폭발적이군.”

나는 비숍을 돌아보았다.

“어때, 부사장님.”

“크윽…….”

비숍은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나와 오튼의 경기는 팬 투표로 그 방식을 정하기로 결정되었다.

“투표는 바로 오늘 밤부터 시작해서 다음 주 월요일인 15일까지 하는 걸로 하자고. 아, 오튼. 이 방송을 보고 있을 테니 너에게도 말해두자면.”

나는 카메라를 돌아보았다.

“부디, 너에게 덜 아픈 쪽으로 경기가 나왔으면 하고 기도해두는 게 좋을 거다. 이 빌어먹을 자식아.”

[Uooooooooooooooooooohhhh!]

팬들의 환호 속에 오튼에게 경고를 날린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좋아.

이제 투표만 남았다.

* * *

‘뉴튜브라고?’

ACW 나이트로를 시청하고 있던 한국인들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했다.

그거라면 분명히.

지금도 투표가 가능할 터였다.

한국에서는 최근, WWF보다 ACW가 상승세였다. 신이 처음으로 ACW 월드 챔피언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세 시간짜리 쇼에 자막을 입히는 작업까지 포함해서 이틀 뒤에 방영되는 만큼, 지금 뉴튜브에 들어가면 분명히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을 터였다.

그 결과만 살짝 보고 올까.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뉴튜브에 접속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어이가 없는 결과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후보는 총 다섯 개였는데.

Single Match – 38%

Inferno Match – 17%

Street Fight Match – 14%

Iron Man Match – 8%

TLC Match – 23%

“뭐야, 이건?”

“아니, 조작임?”

“싱글…… 매치?”

“인페르노 매치는 뭐야?”

그 디테일에 대해서는 프로레슬링 커뮤니티의 한 유저가 정리를 해주고.

“미국인들 미친 거 아님?”

“아니, 왜 싱글 매치가 이렇게 득표율이 높아?”

“이거 비숍이 조작하는 거 같은데.”

그렇게 한국 팬들을 비롯해.

전 세계의 각 팬들이 싱글 매치의 득표율이 높은 것을 보고 투표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모든 게 신의 생각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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