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73화 (473/634)

473.

슬레지 해머.

트리플H라는 전설적인 선수가 자기 커리어 내내 사용했던 최고의 무기.

그것이 이제는 나에게 넘어왔다.

레슬 임페리움에서의 대결 이후 나는 슬레지 해머를 물려받게 되었다.

앞으로 이 업계에서 이 무기를 가장 잘 사용하는 선수는 내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큭……!”

오튼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슬레지 해머를 손에 쥐고 몸을 일으켜 세운 나는 그대로 그 끝을 오튼의 복부에 냅다 찔러 넣었다.

퍼억-!

“끄흑!”

뒤로 물러서 피하려던 녀석이 슬레지 해머에 맞아 무릎을 꿇었다. 고통스러워 보이는 표정이 제법 리얼했다.

나는 공격을 이어나갔다.

뻐억!

오튼의 이마에 해머를 꽂았다.

벌러덩 넘어가는 녀석의 목에 슬레지 해머를 가로로 얹은 나는 그 위에 올라타 핀 폴을 진행했다.

“케헥……!”

목이 졸리자 고통에 신음하는 오튼.

“1!!”

“2!!”

바로 그때였다.

뻐억-!!

순간 하늘이 노래졌다.

“어?”

오히려 때린 오튼이 더 놀랐다.

누워 있는 상태에서.

녀석은 자신의 위에 올라탄 내 다리 사이를 무릎을 들어서 냅다 까버렸다.

그렇다.

남자에게 가장 소중하며.

동시에 섬세한 부위.

거기를 제대로 맞았다.

나는 그대로 옆으로 넘어갔다.

이건 셀링이 아니었다.

진짜로 아파 죽을 것 같았다.

“끄흐윽……!”

눈물이 찔끔 나오는 가운데,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일어선 오튼이 그대로 내 목을 손으로 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삭였다.

“미, 미안하다.”

“티파니가, 널 죽일 거다.”

“……유서를 써둬야겠군.”

그대로 이어지는 핀 폴.

“1!”

“2!”

나는 그대로 어깨를 들어 벗어났다.

주도권이 넘어갔다.

순간적으로 당황해 몸을 일으켜 세운 오튼은 그대로 내 머리를 잡았다.

그리고 함께 일으켜 세워서는 다리 사이와 어깨에 팔을 넣고 들어 올렸다.

바디 슬램.

온 더 트렁크.

콰앙-!!

어마어마한 격통이 몸을 덮쳤다.

“하, 하, 하.”

다시금 연기에 들어간 오튼은 자신이 주도권을 쥐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하듯 웃으며 계속 나를 공격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녀석은 그대로 트럭을 붙잡고서 나를 마구 짓밟아댔다.

퍼억! 퍽! 퍽!

머리와 어깨, 그리고 다리까지.

누워있는 상대의 주위를 빙빙 돌면서 이어지는 스톰핑은 오튼의 악랄한 경기 방식을 잘 드러내는 기술.

[Booooooooooooooooooo-!]

거기에서 처음으로 야유가 쏟아졌다.

이 대립에서 악역은 줄곧 오튼이나 내가 아니라 데릭 비숍이 맡았건만.

아무리 그래도 잔혹한 로-블로와 스톰핑은 선을 많이 넘은 행동이었다.

게다가 오튼은 돌연 내 머리를 잡고 일으켜 세우더니 뒤로 돌아들어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술은.

“큭……!”

친 락이었다.

상대의 뒤에서 턱을 당겨 붙잡아 충격을 주는 서브미션 무브. 거기에 나는 순간적으로 당혹감을 느껴야만 했다.

‘이걸?’

랜스 오튼은 전생과 달리 이제 친 락을 사용하지 않았다. 팬들이 지루하다고 느꼈기에 변화를 준 결과였다.

하지만 왜?

왜 지금은 다시?

나는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날 배려하는군.’

스팟과 스팟 사이는 상황에 따른 애드립으로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대충 정하기는 했어도 ‘누가 누구를 몰아붙인다.’ 정도지 주도자의 생각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오튼은 친 락을 선택했다.

아주 제대로 로-블로를 얻어맞은 나를 위해 시간을 벌어주는 행동이었다.

자연스레 놈은 악당이 되었다.

[Booooooooooooooooooooooo-!]

야유가 훨씬 커졌다.

하지만 친 락으로 잡힌 나는 자리에 주저앉은 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오튼이 팔에 힘을 주었다.

꽈악-!

그런 감각이 느껴졌다.

놈의 팔뚝이 내 턱을 사정없이 조이면서 어떻게든 항복을 받아내려 했다.

하지만 항상 이게 문제였다.

오튼의 친 락은 상대의 항복을 받아낸 적이 한 번도 없는 기술이라서 노골적으로 쉬어간다는 티가 났다.

그래서 지루하다는 말을 들었고 상대에게 반응을 넘겨주기에는 좋았다.

‘좋아.’

나는 그걸 받아주기로 했다.

순간 눈을 부릅뜬 나는 그대로 오튼의 기술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어지는 엘보.

퍼억!!

안쪽으로 당겨 휘두른 엘보가 오튼의 복부를 후려치며 친 락이 풀렸다.

[Yeeeeeeeeeeaaaahhhh!!]

그대로 옆으로 한 발자국 물러난 나는 비틀거리고 있는 오튼의 안면을 노리고 그대로 다리를 들어올렸다.

슈퍼 킥.

쫘악-!!

그와 함께 맞았는지 볼 여유도 없이 나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쿠웅!!

“하아, 하아…….”

덕분에 잘 쉬었다.

이제 다시 내 차례였다.

나는 다리를 튕겨 핸드스프링을 하면서 그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멋진 리턴.

[Waaaaaaaaaaaaaaaagggghhhh!!]

거기에 쏟아지는 팬들의 환호.

나는 오튼을 확인했다.

“큭……!”

어쩐지.

아까 ‘텅!’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니.

슈퍼 킥에 맞은 녀석은 트럭 짐칸에서 차량 루프로 넘어가서는 그대로 굴러 떨어져 보닛에 누워 있었다.

유리창에 다리를 대고서 금방이라도 밑으로 떨어질 듯한 모습이었다.

나도 루프로 올라갔다.

오튼 역시도 몸을 가눴고 우리는 그대로 다시 주먹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흔들다리 위에서의 결투였다.

서로 조금만 밀리면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하는 상태. 거기다 보닛 위는 곡선인데다가 꽤 미끄러웠다.

뻐억-!!

그대로 이어지는 헤드벗.

오튼이 몸을 휘청거리며 넘어가려고 했고 나는 다시 한 번 펀치를 날렸다.

하지만 그건 함정이었다.

오튼이 펀치를 피하고 날 잡았다.

머리에 한쪽 손을 감았고.

다른 손으로 내 오금을 붙잡았다.

그리고.

[Uoooooooooooooohhhh!!]

몸이 그대로 날아올랐다.

익스플로더 수플렉스.

일명 익스플로더.

일반적인 수플렉스와는 달리 상대방을 중간에 놔버리는 형태의 수플렉스.

그렇게 날아간 내 몸은 우리가 서있던 보닛과 기역자의 형태를 그리며 주차되어있던 다른 트럭에 떨어졌다.

투콰앙-!!

격통이 몰려들었다.

[Uoooooooooooooooooohhhh!]

다리 쪽에서 특히나 뜨거운 감각이 일었다. 등이 보닛, 다리가 앞 유리창에 떨어지면서 순간 충격이 가해졌다.

그렇게 깨진 유리 파편이 다리를 파고들려고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경기복 밑에 덧댄 패드가 도움을 주었다.

나는 다리를 빼내며 옆으로 굴렀다.

그리고 아래로 떨어지자.

“끄응……!”

나를 넘긴 뒤 보닛으로부터 떨어져 구르고 있던 오튼과 눈이 마주쳤다.

엎드린 채 날 노려보던 녀석이 이내 양 팔을 들어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먹잇감을 노리는 뱀처럼.

바닥을 쾅쾅 두드리는 녀석.

R.K.O.의 사인.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R.K……!

나는 오튼의 몸을 들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돌며 밀어냈다.

[Yeeeeeeeeeeeeeeeeaaaahhhh!!]

녀석의 몸이 내가 떨어진 트럭 보닛으로 날아가 그 위에 힘차게 떨어졌다.

콰앙-!!

“으허어억!!”

안 그래도 깨진 유리창으로 인해 엉망이던 보닛에 놈이 등부터 떨어졌다.

오튼은 곧바로 벌떡 일어나 고통으로 어깨를 쫙 핀 채 앞으로 걸었다.

물론 여기에서 패드를 안에 덧대둔 후드티가 도움을 주었다. 겉으로 보는 것만큼 많이 다치지는 않았겠지.

물론 링 위가 아니므로 아프겠지만.

나는 녀석을 따라갔다.

차량 사이를 지나쳐, 비틀거리며 오튼을 따라가 놈의 어깨를 붙잡았다.

“제기랄……!”

욕지기와 함께 떨쳐내는 오튼.

놈은 고통에서 잠시 회복할 시간을 벌려는 듯이 주차장을 빠져나가 경기장 쪽으로 들어섰다.

카메라가 놈을 따라갔다.

나는 조금 전 익스플로더의 충격으로 인해 무릎을 꿇고 잠시 쉬었다.

그러자니 옆에 서있던 의료 팀원들이 내게 다가와 상태를 살펴보았다.

“허억, 허억…….”

“다행히 유리가 파고들진 않았네요.”

“당연, 하겠죠.”

나는 허벅지의 패드를 만졌다.

“누가 만들어준 건데요.”

경기를 치르는 것은 나와 오튼.

하지만 그것을 돋보이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다.

그렇기에 나는 언제나 이 한 몸 불사를 각오로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후우.”

호흡을 정리한 나는 경기장 쪽으로 나아간 오튼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 * *

“저리 비켜, 썅……!”

[Uooooooooooooooooohhhhh!!]

오튼은 경기장을 걷고 있었다.

등의 통증이 심각했다.

몇 번이고 끙끙 앓으며 걷던 오튼은 이내 벽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역시 쉬운 경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다.

그게 고통스럽게 느껴지면서도 그만큼 고생한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위대한 악당이 된다.

업계의 판도는 바뀌었고.

그로서 밸런스가 깨졌다.

선역, 숀 시나.

트위너로 신과 러셀.

그렇다면 오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악당을 해주는 그림이 옳았다.

그를 통해서 밀어주고 싶었다.

이 업계에 투신하면서 함께 성장해 결국 자신의 꿈을 이뤄낸 친구를.

끝까지 밀어줘보고 싶었다.

‘그래.’

그게 오튼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숨을 몰아쉬던 그는 그대로 옆에 서있던 직원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뭐, 뭣…….”

잔뜩 얼어붙은 직원.

그의 손에 들린 물병을 빼앗은 오튼은 고통이 느껴지는 등에 대고 뿌렸다.

“저리 꺼져.”

그리고 직원을 밀어냈다.

[Booooooooooooooooooooooo-!]

거기에서 쏟아지는 야유.

바라던 그림이었다.

오튼은 비틀거리며 계속 나아갔다.

가끔 힐끗거리며 뒤를 돌아봐서 언제든 신이 쫓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팬들에게 주지를 시키면서.

그를 막을 사람은 없었다.

여기는 적의 진영.

그곳을 습격한 악당은 그야말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난동을 부려댔다.

한창 대화를 나누던 직원들이 그의 등장을 보고는 겁에 질려 물러섰다.

“뭐야?”

오튼은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면 적당히 꺼져. 이 거지 같은 티셔츠는 입지 말고.”

마침 그 직원이 신의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오튼은 손으로 잡고 뜯었다.

[Boooooooooooooooooooooo-!!]

거기에 쏟아지는 야유.

직원은 울상이 되어 도망쳤다.

하지만 훤칠한 키에 카리스마 있는 그 모습이 배드애스하다고 느끼는 팬도 분명히 있을 터였다.

그 절묘한 지점에서 줄타기를 하며 오튼은 그대로 고릴라 포지션 안으로 들어서 직원들과 마주하고 섰다.

개중에서도 그가 관심을 보인 것은 가장 안쪽 자리에 있던 비숍이었다.

“오, 오튼.”

“어라, 비숍. 어떠셔. 내가 당신네 챔피언을 완전히 박살 내고 있는데.”

“크윽…….”

“새 벨트 만들 준비나 해둬. 내가 확실히 신보다 더 우위에 서있는 선수라는 사실을 보여줄 테니 말이야.”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오튼은 그대로 가장 가까이에서 겁에 질려 있던 팀장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말했다.

“어이.”

“네, 네?”

“틀어.”

“뭐, 뭘…….”

“내 음악.”

오튼은 반쯤 협박했다.

당황한 음향팀장이 손을 덜덜 떨면서 눈앞에 있는 패널을 조작했고.

그렇게.

테마 음악이 나왔다.

[I Hear Voices In My Head-!!]

[Boooooooooooooooooooooo-!!]

“조명 넣고!!”

그런 협박에 직원들이 움직였고 경기장 안이 순간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랜스 오튼은 링으로 나갔다.

15만의 팬들이 운집한 게 보였다.

날씨는 무더웠고 그런 가운데 오튼은 힘차게 머리 위로 팔을 들어올렸다.

그 뒤로 불꽃의 비가 내렸다.

오튼의 입장 씬에서 자주 연출되는 장면이었다. 그는 그렇게 오만한 승자의 모습을 연출하며 분노를 끌었다.

[Boooooooooooooooooooooo-!!]

하지만 그를 막을 사람은 없었다.

불꽃과 테마 음악 속에서 거만하게 팔을 들어 올린 오튼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듯이 그렇게 세리모니를 펼쳤다.

경기가 시작할 때 입장씬이 없었던 만큼, 이런 식으로 입장씬을 보여주는 것은 굉장히 파격적인 연출이었다.

거기에 순간 호응하는 팬들도 있는 상황. 오튼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다.

취이이이이이이이이……!

연기가 분사되었다.

순간 오튼이 의아해 돌아보았고.

좌우에서 뻗어 나온 연기는 불꽃의 비를 집어 삼키며 입장로를 채웠다.

[Uooooooooooohhhhh………!!]

거기에 순간 놀라는 팬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이 연출은 그 남자의 것이다.

바로 신.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Yeeeeeeeeeeeeeeeeeeaaahhh!!]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놀라 돌아보던 오튼이 앞으로 나아가 뻗어나오는 연기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크억?”

연기 속에서 뻗어 나온 팔이 오튼의 목을 휘감더니 그대로 끌어당겼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리가 들려왔다.

쩌억-!!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고 오튼이 연기 밖으로 내동댕이쳐져 경사가 진 입장로를 나뒹굴었다.

그리고.

입장로 한가득 자욱하던 연기를 집어삼키며 마침내 ‘챔피언’이 나타났다.

바로 신이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바닥을 나뒹구는 오튼을 냉정한 얼굴로 노려보는 그에게 팬들의 어마어마한 챈트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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