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
쇼는 충격적인 결말 속에 끝났다.
리더인 티파니 맥센마저 공격을 받았고 WWF는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그런 결말에 대해서는 시청자층에서도 순간적으로 의견이 갈릴 정도였다.
‘아무리 그래도 여성인 티파니 맥센에 대한 폭력은 선을 넘은 행위다.’
라거나.
아니면 아예 아무리 각본이라고 해도 실제 가족 간의 폭력 행위는 가정 폭력을 연상시키는 점이 있다던가.
그런 식으로 시끄러웠지만, 정작 티파니 맥센 본인은 쇼가 끝나고 걱정해주는 사람들 앞에서 웃으며 말했다.
“동생이라고 봐준 거 아니죠?”
“제대로 때렸어. 네가 터프한 거지.”
“어쩐지 아프더라니. 좋았어요.”
케인은 쓰게 웃었다.
분명히 프로레슬링의 방식으로 때렸다. 사람들이 백스테이지로 돌아오자 티파니를 걱정해주는 모습만 보더라도, 확실히 케인은 제대로 공격을 했다.
하지만 티파니는 그런 사람들의 걱정을 떨쳐내면서 오히려 케인을 칭찬했다. 리더로서 올바른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이후 들어온 각종 ‘단체’의 성명서에도 쿨한 대처를 보였다.
이후 몇몇 주주들이 개인적으로 연락해와 너무 나간 게 아니냐며 우려의 의견을 표시하기는 했지만.
거기에도 잘 대처를 했다.
‘현대’의 프로레슬링을 여기까지 끌어올린 것은 물론 숀 시나와 신이라는 두 남자의 영향이 지극히 거대했다.
그 둘이 보여준 ‘희망’과 ‘꿈’이 미국인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휘둘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 외에도 충분히 다른 성격의 캐릭터들이 나와서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바로 ‘프로레슬링’이었다.
바트 맥센을 필두로 한 맥센 패밀리라는 집단이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도 분명히 팬들이 좋아하는 요소였다.
대립하는 권력자 형제.
그 역할을 맥센 패밀리의 일원들 이외에 대체 누가 수행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멈출 생각은 없었다.
아니, 멈출 수도 없었다.
ACW가 먼저 전쟁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케인 맥센은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면서 한 남자를 자극했다.
바로 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사실을 너무 가볍게 여겼고,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
2011년 11월 10일.
목요일 밤의 썬더.
쇼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경기와 함께 진행이 되었고 그런 가운데 찾아온 메인이벤트.
케인 맥센과 함께 공격에 참여했던 ACW 선수들이 모조리 링에 나왔다.
“여기서 내 자랑을 하나 하지.”
케인이 마이크를 쥐었다.
[Waaaaaaaaaaaaaaaaggghhh!]
[Boooooooooooooooooooo-!]
환호와 야유가 정확히 반반.
WWF에 쳐들어가서 ACW 선수들의 위상을 드높여준 케인을 향해서 환호를 보내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반대로 자신의 야망을 위해 ACW의 선수들을 동원한 케인에게 야유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월요일에 우리가 WWF를 박살 내버린 건 내 지분이 상당수 컸다고!”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WWF 소속이었던 그가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넘어와서는 일을 저질렀으니까.
하지만 그런 관객들과는 달리 선수들은 그럭저럭 만족하는 눈치였다.
스탠 슈타이너가 나섰다.
“그 말이 맞아. 케인.”
[Boooooooooooooooooooooo-!]
다시금 뒤따르는 야유.
악역 하이 카더로서 얼마 전까지 지독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슈타이너.
그렇기에 그가 케인을 인정하는 그림이 비교적 받아들이기에는 쉬웠다.
“네가 그 멍청한 WWF 놈들의 뒤를 짜를 작전을 구상해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거지.”
“그래, 슈타이너. 하지만 성공의 이유는 언제나 한 가지가 아니라고.”
케인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링 바깥에 서있던 직원 하나가 미리 준비해두었던 대로 캔 맥주를 꺼내 그에게 휙 집어던졌다.
그것을 받아든 케인은 싱긋 웃으며 슈타이너에게 내밀었고 하나를 더 받아 뚜껑을 열고 위로 번쩍 들었다.
“내 생각보다 ACW의 선수들이 터프하기 때문이지! 그리고 나는 여기에 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Waaaaaaaaaaaaaaggghhhhh!!]
[Booooooooooooooo……!]
환호가 점점 커졌다.
케인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모두 맥주를 들자고! 우리의 승리를 축하하면서 말이야!”
선수들이 맥주를 하나씩 들었다.
카메라가 그 전경을 훑었다.
러셀 오메가, 그리고 크로우와 같은 아이콘 급의 선수들은 없었지만.
비록 그렇다고 해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ACW의 승리는 달콤했다.
선수들이 제각각 맥주를 나눠 받아서 손에 들고 케인의 구호에 따라 마시며 그날의 승리를 만끽했다.
그쯤에 이르자 야유는 거의 사라졌고 ACW 팬들도 일단은 지금 이 축제 분위기를 즐기자는 느낌이 되었다.
하지만 그건.
한 남자의 등장과 함께 변했다.
쿠웅-!
갑자기 조명이 꺼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순간 의아해한 케인이 돌아보았고 입장로 위의 초대형 스크린에 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Uooooooooooooooooooohhhhh!]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끼기기긱-!!
주차장 안으로 들어오는 차량.
요란한 소리와 함께 멈춰선 검정색 트럭. 거기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
바로.
ACW 월드 챔피언.
신이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선글라스와 재킷.
그리고 챔피언 벨트까지.
차에서 내린 그는 어딘가 좀 화가 난 모습이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경기장 입구로 들어섰다.
신이 온다.
그것을 알아챈 사람들이 환호했고 케인은 링 위에서 당황해 주변을 돌아보며 다른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다.
“저 개자식이 기어코 우리와 적대를 하려는 모양이군! 어서 준비해!!”
그 말에 슈타이너를 비롯한 선수들 몇몇이 링 바깥으로 나갔다.
하지만.
다시금 초대형 스크린에 영상이 재생되었고 신이 경기장 입구로부터 나와 돌아가는 모습이 나왔다.
거기에 순간 의아해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는 다시 트럭에 타고 곧바로 운전해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리고 찾아드는 건 침묵.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진다.
다들 그것을 알고 긴장해 불편한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케인은 어쩐지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신은 마음을 정했다.
그는 이 ACW에서 현재 유일하게 케인 맥센에게 반기를 든 선수였다.
다들 그것을 알아챈 가운데.
끼기기기긱!!
요란한 소리가 이어졌다.
[Uoooooooooooooooooohhhh!!]
그리고 팬들은 놀라 소리쳤다.
우지직!!
초대형 스크린을 걸어두기 위한 철골 구조물이 순간 위쪽으로 휘어졌다.
그와 함께 입장로로 나오는 트럭.
그 안에 타고 있는 신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채 링을 향해서 돌진했다.
입장로 위를 가로막고 있던 악역 선수들이 놀라 옆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링을 들이받았다.
콰앙-!!
폭음과 함께 흔들리는 링.
그 위에 있던 케인 맥센이 넘어졌고 신은 그대로 차를 세운 뒤 트럭의 루프를 통해 위쪽으로 빠져나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를 향해 쏟아지는 환호.
아무도 신을 건들지 못했다.
선역 선수들은 그 분노의 원인을 아니 옆으로 피하고, 악역 선수들은 대부분이 트럭 돌진 때 옆으로 몸을 던져 정신도 못 차리는 과정 속에서.
신은 어느덧 링에 홀로 남아 바닥에서 일어서려는 케인을 노려보았다.
그 분노가 정당한가 아닌가는 둘째치고서라도, 일단 케인 맥센을 탐탁잖게 여기던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케인이 겨우 중심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시점에서, 신은 곧바로 그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트럭에서 탑 로프를 뛰어넘어 다이빙 크로스 바디로 케인을 덮치는 신.
콰앙-!!
[Yeeeeeeeeeeeeeeeeeeaaaahhh!!]
두 사람이 충돌해 바닥을 나뒹구는 모습을 본 팬들이 큰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 새끼가……!!”
신이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뻐억!
턱을 맞고 고통스러워 하는 케인.
하지만 신은 그런 케인을 붙잡고 뽑아 들어 그대로 반대편으로 메쳤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그는 계속 주먹을 휘둘러댔고 흠씬 두들겨 맞은 케인은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뻐억!
빠악!
콰앙!!
몇 번이고 케인을 공격하던 신을 막기 위해 몇몇 선수들이 링에 들어왔다.
일단 코디 로스.
“신, 그만해……!”
“그만? 왜 그만하라는 거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제 우리 회사 사람인데 네가 화를 낼 이유…….”
“얼마든지 있지! 이 빌어먹을 새끼는 내 여자이자 자신의 여동생에게 손찌검을 했어! 그걸 참으라고?!”
“그래도 일단 진정을…….”
그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쩌억!!
코디의 안면에 꽂히는 무릎.
[Uoooooooooooooooohhhh!!]
어찌나 기술이 세게 들어갔는지 코디의 몸이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졌다.
케인은 링 밖으로 도망쳤다.
신은 그 뒤를 추격했다.
트럭 사이로 빠져나가 입장로로 도망가려는 그를 붙잡은 신은 그대로 트럭의 옆면에 부딪히도록 내던졌다.
콰앙!
“크헉!!”
“이 새끼가 어딜 가려고!”
케인이 계속 도망치고.
신이 뒤를 쫓았다.
이성을 잃은 그를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이곳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링으로 돌진하는 트럭을 피했던 악역 선수들이 그를 막으려고 했으나.
아무도 상대가 되질 않았다.
케인에게 호의적인 분위기를 보였던 그들인 만큼 애초부터 신을 막기 위해서 가감 없이 ‘공격’을 했지만.
“크아아아아!!”
신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스탠 슈타이너의 안면에 헤드벗을 날렸다.
뻐억-!
“크악!”
코를 움켜쥔 채 물러나는 슈타이너.
신은 그대로 그 정강이를 걷어차고는 안면을 향해 무릎을 들어올렸다.
스팅어.
쩌억!!
그렇게 신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선수들이 몇 명이건 열이 받아서 제압을 해나가며 케인에게 다가섰다.
“그, 그만해!”
“…….”
신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지익-!!
[Uoooooooooooooooooohhhhh!!]
갑자기 뭔가에 맞은 신은 그대로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고통스러워했다.
바로 테이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케인 맥센은 WWF 선수들의 복수를 대비해 보안요원들을 확실하게 배치해둔 상황이었고.
그걸 모르고 있던 신은 뒤에서 튀어나온 요원의 테이저에 맞고 말았다.
그제야 좀 안심하는 케인.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신이 테이저에 맞고도 완전히 뻗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진짜 미친놈일세.’
참고로 말하자면.
신은 진짜로 테이저에 맞았다.
그러는 편이 리얼하고 그림이 나온다면서 스스로가 자청한 결과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쓰러지기는커녕 무릎을 꿇고 앉아서 케인을 노려보는 액션을 취했다.
이제 팬들은 신이 테이저에 맞고도 쓰러지지 않는 터프한 자식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느끼겠지.
‘미친 자식.’
챔피언다운 면모였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케인은 남은 각본을 생각하고는 그대로 힘껏 신의 턱을 걷어차버렸다.
뻐억!
[Boooooooooooooooooooooo-!!]
쏟아지는 야유.
그게 지금 이 각본의 흐름이 완전히 신으로 넘어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수십 명의 ACW 선수들이 케인 맥센과 맥주를 마시면서 겨우 긍정적인 분위기로 돌려놓은 것을.
신은 링에 난입해 공격함으로서 자신의 감정을 알리고, 옳지 못한 일이라고 팬들에게 주장을 했고.
그게 완벽히 들어맞았다.
그로써 케인 맥센은 악역으로서 계속 각본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슈타이너!”
그는 겨우 몸을 가누며 자리에서 일어선 스탠 슈타이너를 향해 소리쳤다.
“벨트!!”
링 쪽으로 움직이며 외치자 스탠 슈타이너가 트럭 쪽으로 걸어갔다.
[Booooooooooooooooooooooo-!]
그리고 트럭의 앞칸에 있던 ACW 월드 챔피언 벨트를 가지고 나와 케인에게 돌아왔다.
케인은 그걸 받고 돌아섰다.
야유는 더더욱 커졌다.
그렇기에 케인은 뻔뻔하게 월드 챔피언 벨트를 쥐고 악역으로서 연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가 있었다.
그는 마이크를 쥐고 소리쳤다.
“결국 이렇게 되었군! 신!”
바닥에 널브러진 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케인은 어느덧 몸에 흐르는 전율을 느끼면서 그를 조롱했다.
“너는 편을 잘못 선택했어! 아니! 애초에 그 누구의 편도 아니었지!!”
그랬다.
엄밀히 따지자면 신은 PWA에 소속된 선수였지 ACW의 선수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케인은 애초부터 그를 같은 편으로 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티파니를 공격했다.
자신이 그렇게 배운 대로.
이 남자는 최대한 잔학하고 더러운 방식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고 했다.
“이 벨트는 내가 가져가지! 데릭 비숍과 케인 맥센! 두 공동 경영자의 권한으로 너를 ACW에서 해고하겠어!!”
[Boooooooooooooooooooooo-!]
거기에 다시 쏟아지는 야유.
몇몇 악역 선수들이 케인 뒤로 다가와 서서 확실히 그림을 만들어줬다.
신은 이성을 잃고 케인 맥센을 조지기 위해서 달려들었지만 실패했고.
벨트도 잃게 되었다.
‘가장 강한 자’가 가진다고 하는 챔피언 벨트를 억지로 빼앗는 것은 ACW의 정통성을 다시 잃어버리는 일.
그렇기에 팬들은 야유를 보냈지만 케인은 악역 경영자답게 사람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머리 위로 벨트를 들어올리며 계속해서 신을 조롱하는 케인 맥센.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들의 캡틴이 그런 식으로 당했는데 가만히 있을 선수들이 없단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