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82화 (482/634)

482.

PWA의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낸 뒤.

링의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갔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은 신을 격하게 환영했다.

아무리 다른 단체에 속했고 그들을 이끌고 왔다고 한들 신이 보여주는 카리스마와 상징성은 지워지지 않았다.

ACW 월드 챔피언.

그가 코디를 공격하고 링에 서자 선수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모두가 그를 경계하며 각자 행동을 취했다.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링 위로 올라온 열 명 남짓한 PWA 선수들이 ACW 선수들을 공격하며 다시금 링 안이 난장판이 되었다.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갔다.

서른에 가깝던 ACW 선수들은 난입한 PWA 선수들의 기세에 밀렸다.

드류 맥킨마이어는 한 번 대립한 적이 있던 코디 로스를 직접 맡아 그대로 자신의 피니시 무브를 날렸다.

싱글 레그 러닝 드롭킥.

일명 ‘클레이모어’.

쩌억!

[Uoooooooooooooooooohhh!!]

거기에 맞아 쓰러지는 코디.

직후 그 위로 준비를 끝낸 쟈니 에이스가 슈팅스타 프레스를 날렸다.

투콰앙!!

[Uooooooooooooooooooohhhh!!]

관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PWA와 ACW의 싸움은 비등비등했다.

하지만 거기에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흠씬 두들겨 맞고 있던 WWF의 선수들이 끼어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ACW 측이 밀리기 시작했다.

신은 그 중심에 서서 눈앞에 보이는 상대 선수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했다.

형제 태그 팀인 영 덕스가 달려들었지만 신은 두 사람에게 더블 클로스라인을 날려 그대로 손쉽게 제압했다.

그리고는 바로 옆에 서있던 잭 스웨어의 머리채를 붙잡고 자신을 향해 돌려세운 뒤 힘껏 헤드벗을 날렸다.

뻐억-!

2미터 가까운 덩치가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이어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젠코의 안면에 슬레지 해머 샷을 날린 신은 그대로 로프를 붙잡고 소리쳤다.

“덤벼!! 케인 맥센!!”

[Uoooooooooooooooooohhhh!!]

“뭘 그렇게 놀라?! 내 챔피언 벨트를 가져가셨으면 분명히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셔야지!! 안 그래?!”

입장로 위에 서있던 케인 맥센은 자신이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현재 이 업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를 적으로 돌려버리고 말았다.

바로 신.

그리고 PWA.

WWF 선수들과 협력해 ACW의 링을 정리한 그들이 신을 중심으로 뭉쳤다.

관객들은 할 말을 잃은 눈치였다.

ACW는 완전히 박살이 났다.

조금 전까지 WWF 선수들을 린치하며 위엄을 과시하던 선수들은 PWA의 난입으로 인해 모두 쓰러졌다.

분명 굴욕적인 상황이었다.

ACW의 팬들이 자신들의 링에서 팀 선수들이 쓰러진 것을 봐야만 하니까.

하지만 그 카리스마가.

세 개 단체에 소속된 수십 명이 모여서 싸우고 있다는 각본이 그들의 가슴 속에 불을 붙여버리고 말았다.

선수들의 중심에 선 신이 자신을 과시하듯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h!!]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런 그에게 쏟아지는 환호.

지금 이 순간, PWA 측의 참전으로 인해 전쟁의 판도가 뒤바뀌고 말았다.

* * *

그리고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WWF와 PWA가 경기장을 습격한 지점은 방송이 막 시작을 한 직후였다.

그렇기에 그들이 돌아가고 나서 선수들이 충격으로 쓰러져서 제대로 경기를 할 여유가 없게 되고 말았다.

‘그런 설정이지.’

아직 역할이 남아 경기장에 대기하고 있던 나는 조금 길게 광고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쓰게 웃었다.

지금 실행되는 각본을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하기 위한 장치였다.

실제로 ACW는 버닝콩의 메인이벤트, 다시 말해서 그들이 가장 방심하고 있을 시간에 습격을 시작했지만.

반대로 사모아 고가 이끈 WWF 선수들은 잔뜩 열이 받아서 쇼가 시작하자마자 경기장을 습격했다.

그런 깨알 같은 디테일이 현실성을 더해주었고, 광고가 끝난 뒤 당황한 해설자들이 ‘수습’을 해나갔다.

[어, 쇼를 시청해주시는 분들께 사죄를 드립니다. 지금 갑작스러운 타 단체 선수들의 난입으로 인해 예정된 경기가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일단 운영 측에서…….]

바로 그때였다.

급작스러운 화면 전환과 함께 고릴라 포지션에서 당황한 ‘운영 측’의 모습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ACW의 위클리 쇼, 나이트로는 거의 ‘방송사고’에 가까운 연출을 했다.

[씨발! 이거 어쩔 겁니까!]

[야……! 지금 방송!]

그런 식으로.

일부러 가감 없이 욕을 하면서 팬들이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방송사고’는 언제나 좋은 소재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걸 연출함으로써 이 싸움이 실제처럼 느껴지게 했다.

[케인!]

[아~ 알았어. 닥쳐봐. 좀.]

비숍의 재촉에 한숨을 내쉬는 케인.

[지금 선수들 다 실려 가서 경기할 사람도 없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게 당황한 운영 측의 모습을 내보내는 것 자체가 이것이 예정된 연출임을 알려주는 장치였다.

하지만 피자와 맥주를 들고 소파에 앉은 상태에서 그런 사소한 부분을 잡아내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터였다.

WWF와 PWA의 습격으로 인해 경기를 치를 만한 선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Uooooooooooooooooooohhhh!]

[Need Some Help?]

미리 촬영해둔 영상 속의 나는 씨익 웃으며 케인과 비숍을 조롱했다.

[신!]

[너 이 새끼……!]

화색이 돈 비숍과 달리 케인은 곧바로 적의를 드러내며 뒤로 물러섰다.

열이 받았지만 피한다. 바로 그게 지금 케인과 내 관계를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방금 링에서와는 달리, 씨익 웃으며 여유롭게 말을 이어갔다.

[선수가 부족한 모양인데.]

[좀 도와주십시오.]

[도와주긴 개뿔!]

케인이 열 받아 소리쳤다.

[저 자식이 방금 링에서 한 일을 잊었어?! 저놈은 우리의 적이라고!!]

[난 ACW 월드 챔피언인데.]

[그건……!]

[네가 벨트를 훔쳐가도 사라지지 않는 사실이지. 케인. 나는 ACW 챔피언이야. 물론 부킹 권한은 없지만.]

내가 씨익 웃었다.

[그래도 내가 원한다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어? 비숍,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지?]

[이, 일단 메인이벤트라도.]

[누구를 상대하는데?]

[끄응…….]

[그것도 내가 해결해줄 수 있지.]

[지금 당장 경기를 뛸 수 있는 선수를…… 여덟 명 정도…… 어떻게.]

횡설수설하는 비숍.

[물론 가능하지.]

[비숍!!]

하지만 비숍은 듣지 않았다.

케인 맥센과는 달리, 그는 아직 나를 자신과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대안을 내놓던가. 케인.]

[크윽……!]

이를 악물던 케인은 이내 열이 잔뜩 받아서 그대로 카메라에서 사라졌다.

[Yeeeeeeeeeeeeeeeeeeeaaaahhh!]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가볍게 어깨를 풀며 링으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현실의 나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백스테이지 세그먼트를 촬영해둔 영상으로 대체한 이유는 간단했다.

실제로 WWF 선수들이 고릴라 포지션을 박살 낸다면 쇼를 진행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실제 방송에는 고릴라 포지션이 완전히 박살이 난 것처럼 나갔지만 그건 모두 며칠 전에 촬영된 것이었다.

지금은 멀쩡했고.

다들 자리에 착석한 채 링으로 나서는 챔피언의 음악을 틀었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Waaaaaaaaaaaaaaaaaaggghhh!]

환호를 보내는 팬들.

케인 맥센을 마지막 순간까지 완벽하게 엿 먹인 내가 링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내가 ACW 놈들을 박살 냈는데, 너희는 그런 내게 환호하고 있군.”

[Yeeeeeeeeeeeeeeeeeeaaahhh!!]

“그래, 알아. 너희는 내가 케인 맥센을 좀 혼쭐 내줬기에 좋아하는 거지.”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ACW 놈들은 아무 잘못도 없어. 잘못된 리더를 따른 걸 빼면 말이야.”

그것은 이후 ACW의 진짜 리더가 링에 돌아올 것을 암시하는 복선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우리의 날.

“그럼 어디 한번 가보자고!!”

그렇게 PWA 선수들이 주축으로 참가하는 나이트로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건 분명 캐나다의 하트 던전에서 가만히 방송을 보고 있을 한 남자를 열 받게 만들겠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 * *

케인 맥센과 데릭 비숍 간의 분열이 일어날 듯한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고.

상황은 점차 복잡해졌다.

WWF 측에서도 티파니 맥센이 직접 온 게 아니라 사모아 고를 필두로 한 소수의 선수가 와서 떡밥을 남겼다.

그때 당시 WWF에서는 그런 습격과 자신들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이 일반적으로 쇼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건 분명히 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일단 월요일 밤, 나이트로에 쳐들어간 PWA 선수들이 아예 거기에 눌러앉아 환상적인 경기를 보여주었고.

그로 인해 수요일 밤의 PWA는 단숨에 시청률이 다시 반등하게 되었다.

다들 기대하는 것이었다.

PWA에서도 뭔가 일어날 것임을.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수요일 밤의 PWA.

그 오프닝.

시작을 끊은 것은 나와, 함께 습격에 참여했던 남자, 폴 헤이건이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어깨에 벨트가 없어서 허전했지만 그럼에도 팬들은 여전히 내게 엄청난 환호를 보내주고 있었다.

헤이건도 그런 상황에 의기양양했는지 마이크를 쥐고 말을 시작했다.

“다들 월요일 밤은 잘 봤겠지!”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ECW! ECW! ECW! ECW……!]

PWA와 더불어 헤이건이 예전에 운영했던 ECW의 챈트마저도 나왔다.

팬들은 PWA의 습격에서, 그리고 선수들이 가진 터프함에서 예전의 ECW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헤이건은 살짝 눈가가 시큰해진 채 웃었고.

나는 헤이건의 어깨를 두들겼다.

“괜찮으십니까?”

“멋진 밤이군.”

“그러게요.”

나는 씨익 웃었다.

헤이건은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왜 우리 PWA가 움직였는가? 간단한 이유야. 캡틴이 얻어맞았는데 해적단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Yeeeeeeeeeeeeeeeeeeeaaahhh!!]

“ACW 월드 챔피언!! The Breaker! The Alpha!! Man On Fire!! SIN!!”

헤이건이 잔뜩 흥분해 소리쳤다.

“이 남자를 무시하는 놈은 그 누구라고 해도 용서하지 않아!! 그게 우리 PWA라고!! 불만이면 쳐들어오던가!”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하지만!”

역시 달변가였다.

헤이건은 그렇게 외침으로써 단숨에 팬들이 자신의 말에 집중하도록 했다.

“안타깝게도 더 이상 야만의 시대가 아니지. 프로레슬링은 여기 이 남자로 인해 한 차원 더 발전했으니까.”

[Yeeeeeeeeeeeeeeeeeeeaaahhh!]

좀 머쓱해지는군.

헤이건은 한마디, 한마디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SIN을 언급하면서 그야말로 우주 끝까지 나를 띄워주었다.

그렇기에 이 남자를 매니저로 대동하고 다니는 건 그만큼 가치가 컸다.

……나하고는 안 맞는 거 같지만.

“그래서 우리는 자비를 베풀기로 했다! 지금 이 경기장에 티파니 맥센과 케인 맥센이 초대를 받아 와있지!!”

[Uoooooooooooooooooooohhh!!]

“한번 대화를 해 보자고!”

그리고 손을 뻗는 헤이건.

그 제스처에 맞춰 두 사람이 차례차례 PWA의 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티파니 맥센.

[Waaaaaaaaaaaaaaaaaaggghhh!!]

그리고 케인 맥센.

[Booooooooooooooooooooooo-!]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티파니는 어쨌든 얼마 전까지 PWA의 리더였던 만큼 팬들이 환호를 보냈지만, 케인은 그와 정반대였다.

그 상황을 눈치챈 케인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이렇게 이야기했다.

“중립국인 척을 하고 싶은 모양이군. 하지만 분명 우리에게 상황이 불리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텐데?”

[Boooooooooooooooooooo-!!]

“다들 닥쳐.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이 야유하는 걸 듣고 있자니 정말 열이 받아서 참을 수가 없군.”

더 야유를 끌어내는 케인.

그가 나와 티파니를 돌아보았다.

“너희 둘도 그래! 같은 편인 주제에 이게 삼파전인 것처럼 포장을 해? 역겨운 가면을 내려놓으시지!”

“일단, 진정 좀 해요. 케인.”

티파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모아 고는 나와 아무 관련이 없어요. 그리고 신의 행동도.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요.”

두 번 이야기하는 티파니.

그 태도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이 싸움을 피하고 싶다는 듯 케인을 진정시킨 티파니가 나를 돌아보았다.

“신, 그만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이야기는 나와 하지.”

헤이건이 끼어들었다.

“다들 알잖아? 여기 있는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거야. 전쟁은 돈이 돼! 시청자들 모두가 원하는 일이지!”

그러므로 전쟁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헤이건.

어떤 이유로 시작되었건 간에 이 전쟁은 결국 그런 근거가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순간까지 이어질 거다.

“안 그렇습니까, 두 분.”

헤이건이 예의를 차렸다.

이게 십자군 전쟁이었으면 그는 분명히 전쟁을 부추기는 종교 지도자 역할이 분명 어울렸을 것이다.

“어디 한번 말씀들 나누시지. 케인. 당신이 여기에서 원하는 건 뭐요?”

“……물론, 모든 것이지.”

케인이 으르렁거렸다.

“나는 그 단체를 원해. 티파니. 아니면 그 단체가 부서지는 걸 원해.”

“티파니는?”

“하아.”

한숨을 내쉬는 티파니.

그 태도가 어딘가 이상했다.

“저기, 이거 정말 싫거든요.”

“……?”

“까놓고 말해서. ‘급’이 안 맞는다고요. 빌어먹을. ACW는 도산 직전이었고 PWA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규모 자체가 작은데 왜 싸워야만 하죠?”

거기에 모두가 경악했다.

[………….]

순간 경기장에 흐르는 적막한 공기.

그런 가운데, 티파니는 너무나도 사악하게 입술을 말아 올리면서 웃었다.

“전쟁이라뇨. 이건 그쪽 두 작은 단체가 우리 WWF라는 초대형 단체와 엮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거죠.”

거기에 모두가 다시 경악했다.

[Booooooooooo……!]

야유를 보낼 수 있었던 이들은 아주 소수일 정도로 엄청난 디스.

지금.

티파니 맥센은 쓰고 있던 가면을 벗으며 악역으로서 입장을 공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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