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85화 (485/634)

485.

[Waaaaaaaaaaaaaaaaagggghhhh!]

팬들의 환호성이 빗발쳤다.

위클리 쇼가 시작된 직후, 세 단체의 선수들이 PWA에 도착한 모습이 나오자 시청률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중소규모 단체답지 않게 엄청난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 PWA는 그로 인해 이번에 3년에 10억 달러라는 엄청난 방영권 계약을 성사시키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새로이 이적한 NOX 방송국 측에 있어서도 큰 이득이었다.

이번에도 순간 시청률이 확 치솟아 거의 30%대까지 올라갔을 정도였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프로레슬링’이니까.

PWA, WWF, ACW.

세 개 단체의 주요 선수들이 모조리 참전한 방송이었다. 시청률이 나와주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했다.

그렇게 광고가 다 끝났고 쇼는 경기장의 전경을 보여주면서 시작되었다.

[수요일 밤의 PWA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지금 정말로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각 단체의 선수들이 이곳으로 모이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군요!]

[아, 말씀드린 이 순간!!]

화면이 전환되었고 PWA 선수들이 백스테이지를 걷고 있는 모습이 나왔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신이 선수에 서서 그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음악이 시작되었다.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해적의 기상과 위세를 나타낸 듯한 오케스트라 스타일의 음악. 거기에 팬들은 엄청난 환호로 응답해주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이천 명을 수용한 경기장에 폭죽이 터져 오르며 연기와 불꽃이 흩날렸다.

쟈니 에이스.

대니얼 라이언.

드류 맥킨마이어.

AK 스타일스.

그 뒤로는 외부에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재능 있는 신인 선수들과.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까지.

총 열 명의 선수들이 링에 올랐다.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팬들의 챈트는 계속 되었다.

링 안에 선 PWA 선수들은 다른 단체의 선수들이 나오는 걸 기다렸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경기장의 분위기는 환상적이었고 그런 가운데 뒤이어 다른 두 단체의 선수들이 PWA의 링으로 난입했다.

[Uooooooooooooooooohhhh!!]

경기장의 동쪽 입구에서는 러셀 오메가를 선두에 내세운 ACW가.

반대로 서쪽 입구에서는 숀 시나를 선두로 내세운 WWF가 들어왔다.

두 팀 다 열 명 남짓한 숫자.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각 팀이 여성 선수들을 한 명씩 데리고 왔다는 사실이었다.

단체 간의 전쟁에 위민스 디비전 선수들도 참가하게 된 것이었다.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PWA 측에서도 나탈리 네이드하트가 나왔다.

그렇게 세 개 단체의 선수들이 링에 올랐고 각자 한 코너씩을 맡았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맥센 패밀리로부터 시작되어서 맥센 패밀리에게 방해를 받았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고 했다.

먼저 신이 입을 열었다.

“일단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어. 뒤에 떨거지들까지 붙이고서 말이야.”

[Yeeeeeeeeeeeeeeeeeeeaaahhh!!]

“그것도 여기에 온 이유가 우리에게 뒤지게 얻어터지기 위해서라니.”

“어, 잠시만. 신.”

“……초대한 건 너희잖아.”

러셀과 시나가 한마디씩 했다.

거기에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나는 주변을 힐끔거렸다.

PWA 선수들도 다 ‘그건 너무 나갔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황당해 대답했다.

“아, 제기랄. 이런 게 도발이잖아?!”

팬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

“그럼 이렇게 말해주랴?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소. 젊은 제다이여?”

“그게 더 낫네.”

“정말로? 빌어먹을…….”

“적당히 해. 지금 여기 말장난이나 하자고 모인 거 아니잖아. 니들 뒤에 있는 애들이 한심하다는 듯 보는군.”

러셀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슬쩍 뒤를 돌아보자니 쟈니 에이스가 노골적으로 눈썹을 찡그렸다.

가볍게 어깨를 으쓱.

러셀이 이야기를 정리해나갔다.

“레슬링 월드 시리즈.”

“이름 누가 정한 거야?”

“되게 구린데.”

“…….”

“알았어, 알았어.”

러셀이 노려보자 나는 쓰게 웃었다.

분위기는 일견 나쁘지 않게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케인 맥센과 티파니 맥센이 싸움에서 밀려난 이후로, 대립에서 감정적인 요소들은 상당수 배제된 상태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냥 웃기만 하는 건 아니었지만.

“질 게 뻔한 싸움이라 그런가?”

나는 러셀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ACW 선수들이 마치 내가 국경을 넘기라도 한 것처럼 경계를 했다.

“조급한 게 훤히 보이는데, 러셀.”

[Uoooooooooooooooooooohhhh!]

분위기가 잡혀나갔다.

초반의 웃음기가 싹 빠졌고 러셀과 나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Face To Face.

거기에 한 사내가 끼어들었다.

바로 숀 시나였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말없이 앞으로 나선 녀석까지 합쳐서 우리 세 사람은 마치 황야의 카우보이처럼 서로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누군가 총을 빼들 것인가.

그리고 쏠 것인가.

그런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시나가 입을 열었다.

“방법부터 정하자고.”

“그전에, 뭘 걸지부터 정해야지.”

러셀이 곧바로 반박했다.

이거조차 의견이 맞지 않아 황당했던 나는 마이크를 들고 비아냥거렸다.

“이러다 날 새겠군.”

“건다는 게 무슨 소리야?”

시나가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에는 승자의 권리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피식 웃는 러셀.

“사실, 이번 레슬링 월드 시리즈에서 나는 수익을 너희와 동등하게 나누는 것도 좀 마음에 안 들어서.”

[Uooooooooooooooooohhh……!]

“이기는 쪽은, 이건 어떨까. 페이퍼뷰를 주최할 권한을 가지는 거야.”

“거기에 나머지 단체의 선수들이 참가하고? ……설마 무급은 아니겠지.”

“그럼, 물론이지.”

러셀이 씨익 웃었다.

“차비랑 식사비랑 숙박비 지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잖아?”

“하.”

“나는 좋아.”

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이기면 그만이니까.”

“뭐어…….”

나도 입장로 쪽을 돌아보았다.

거기에서 디테일이 발휘되었다.

PWA의 운영 쪽 총괄을 맞은 폴 헤이건이 뒤뚱거리면서 나와 머리 위로 양손을 교차시켜서 X자를 취했다.

절대로 안 돼!

하지만 나는 일부러 그것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여서 지금 상황이 어떤 것인지 팬들에게 각인을 시켰다.

이제 전쟁은, 누군가의 대리가 아니라 선수들 간의 싸움이 되었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

“하는 김에 싸움의 방식도 좀 정해보자고.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레슬링 월드 시리즈가 이 업계를 완전히 뒤바꿀 싸움이란 건 알고 있어.”

시나가 말을 이어나갔다.

“PWA! ACW! 그리고 WWF! 대체 무슨 수식어가 필요하겠어! 프로레슬링 역사상 가장 거대한 시대라고!!”

[Yeeeeeeeeeeeeeeeeeeeeaaahhh!]

천부적인 마이크워크 능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싸움은 최대한 공정한 방식으로 이뤄져야겠지. 나중에 또 이상한 소리가 나오면 안 되니까.”

“그래봤자 답은 하나잖아.”

나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우리 PWA의 차세대 스타라고 할 수 있는 드류 맥킨마이어를 데리고 나와 과시하듯 보여주었다.

키는 2미터에 달하고.

잘생긴 얼굴과 근육질의 몸.

동시에 터프함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 PWA가 키워낸 레슬러.

“이 스코틀랜드 개자식에게 맞설 용기가 있는 놈이 과연 여기에 있을까?”

[Uooooooooohhhh……!]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파이트 클럽 같군.’

나는 희미한 기억을 떠올렸다.

사람들의 열기와 링 위의 싸움꾼들.

그리고 투지.

드류에 맞설 선수들이 나왔다.

ACW에서 잭 스웨어가.

그리고 WWF에서 사모아 고가.

일단 사이즈는 나쁘지 않았다.

각각 앞으로 나선 선수들이 옆으로 넓거나 키가 커서 그림이 딱 맞았다.

이걸 내부에서는 ‘덩치 간의 경기’라고 불렀다. 경기는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미리 다 정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일단 팬들에게 밝힌 건 드류 맥킨마이어 VS 잭 스웨어 VS 사모아 고 간의 경기뿐이었다.

왜냐고?

[Uooooooooooooooooohhhh……!]

이것만으로 화제성은 충분했으니까.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빗발치는 챈트.

아직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인데 팬들의 반응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잠깐, 잠깐, 잠깐.”

러셀이 끼어들었다.

“‘우리’는 어떻게 할 거야?”

[Yeeeeeeeeeeeeeeeeeeaaahhh!!]

환호가 더욱 커졌다.

심상치 않다고 느낄 정도였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팬들의 목소리가 뒤엉켰다.

물론 이곳은 PWA인 만큼 나를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가장 거대했지만.

나머지도 절대 뒤지지 않았다.

팬들이 원하고 있었다.

나와 시나, 그리고 러셀의 경기를.

트리플 스렛.

나는 미소가 나오는 걸 느꼈다.

그러자니 환호성 속에서 앞에 서있던 러셀이 헛기침을 하며 속삭였다.

“웃지 마.”

아, 그래.

서로 투지를 드러낼 때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여기 이 팬들의 반응이 정말로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나오는 것을.

그러자니 시나가 끼어들었다.

“이거 절대 뺄 수 없겠는데.”

그 말이 맞았다.

각 단체의 대표.

동시에 이 시대의 주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 세 사람의 경기였다.

이 정도의 환호성이 나오지 않았으면 오히려 좀 실망스러웠을 것 같다.

나는 마이크를 들었다.

“뭐야, 지금. 이거 경기를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잘 안 들리잖아!”

[Waaaaaaaaaaaaaaaaaaaggghhh!]

“지금 여기 모인 개자식들이 싸우기를 원해?! 제대로 한번 소리쳐봐!!”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팬들의 챈트가 빗발쳤다.

그런 가운데.

나와 시나, 그리고 러셀은 마이크를 내리고 다시 한 번 ‘그것’을 했다.

Face To Face.

단지 서로의 얼굴을 노려보고 서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팬들에게 전율을 느끼게 하는 레벨의 선수였다.

* * *

그렇게 모든 것이 정해졌다.

레슬링 월드 시리즈는 다가올 11월 27일, 일요일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남은 시간 동안 각 단체에서는 전쟁에 참가할 선수들을 선발해 공개했다.

경기 수는 총 여덟 개.

경기 방식은 당일에 공개할 예정이었고 내부에서는 일단 이렇게 불렀다.

태그 팀 경기 하나.

위민스 경기 하나.

덩치 간의 경기.

테크니션 간의 경기 두 개.

크루저웨이트 경기가 하나.

세미 메인 경기가 하나.

마지막으로.

메인이벤트 경기가 하나.

각 단체에서 아홉 명의 선수가 나와서 트리플 스렛 경기를 펼치고 가장 많이 이긴 단체가 승리를 가져간다.

그리고 1월에 열릴 다음 전쟁 각본의 개최권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지.

공개는 우리가 가장 먼저 했다.

메인이벤트는 당연히 내가 나가고.

테크니션 매치에는 각각 대니얼 라이언과 AK 스타일스가 선발이 되었다.

쟈니 에이스가 세미 메인.

드류가 덩치 쪽으로.

여성부는 나탈리 네이드하트가.

여기에서, 경기의 흥행을 위해 우리는 원래 리키타를 내세울 생각이었지만 그녀가 쿨하게 양보를 했다.

이제부터 PWA 위민스 디비전을 이끌어갈 나탈리에게 티켓이 넘어갔다.

그리고 목요일 밤의 썬더에서 ACW가 두 번째로 참가 선수를 공개했다.

그 결과를 미리 듣기는 했지만 나는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흐름을 느꼈다.

‘세미 메인이 좀 불안하군.’

ACW 측에서 내세운 세미 메인의 카드는 바로 ‘크리스 젠코’였다.

크리스 젠코.

태도 불량 시대부터 활동해온 슈퍼 베테랑. 그 외에도 ACW가 내세운 카드들은 비교적 노장들이 많았다.

이것을 통해 난 ACW가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점을 몇 가지 발견했다.

물론 쟈니 에이스와 랜스 오튼의 위상 차이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오튼의 위상이 메인에 들어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높을 뿐이었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드류, AK, 대니얼, 쟈니 같은 카드를 빼면 솔직히 다른 단체에 밀렸다.

반면.

WWF는 역시 그래도 업계의 1위 단체답게 가장 선수 진을 잘 구성했다.

태그 팀 – 와이엇 패밀리.

위민스 – 니키 델라.

덩치 – 사모아 고.

테크니션 1 – C.M. 펑크.

테크니션 2 – 코피 퀸스턴.

크루저웨이트 – 레이 미스테리우스.

세미 메인 – 랜스 오튼.

메인 – 숀 시나.

그나마 단점을 지적하면 크루저웨이트 디비전이 좀 빈약해 얼마 전 멕시코에서 복귀한 레이가 나섰다 정도?

하지만 그것도 나름 팬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는 요소 중에 하나였다.

레이는 브랜드에 무게감을 더해줄 수 있는 레전드 선수였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레전드 선수들이 없군.

이 부분도 나중에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해결해야겠지 싶었다.

의외로 로스터에 대해서 신경 쓸 구석이 아직 많이 남아있음을 느꼈다.

그게, 협업의 좋은 점이었다.

‘테이커나 영입을 해볼까.’

아니면 확 그렉을 선수 복귀 시켜?

그것도 아니면 마이클스?

누구든 큰 화제가 되겠지.

마치 이번 레슬링 월드 시리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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