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86화 (486/634)

486.

그렇게 찾아온 일요일.

역사상 최초로 PWA, WWF, ACW가 공동 주최한 페이퍼뷰가 개최되었다.

레슬링 월드 시리즈.

첫 번째 주최였던 만큼 적어도 1년 전에는 예약을 해둬야 하는 초대형 경기장을 대여할 수 없을 뻔했지만.

우연이 맞아떨어진 듯 예정된 행사가 취소되며 시카고에 있는 올림픽 국제 경기장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표는 완판되었다.

아침부터 인근에 몰린 팬들로 인해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나도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는 사인회에 참석하고 점심을 먹은 뒤 낮잠을 자서 경기에 대비했다.

숀 시나.

그리고 러셀 오메가.

분명 반응을 가져오기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특히나 숀 시나는 더욱이.

녀석은 현재 이 업계에서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게 바로 어린이 팬들이었다.

누군가는 유치하다고 할 터였다.

그렇기에 시나가 수많은 성인 남성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거기도 하지.

하지만 그건.

‘절대로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그 누가 그 역할을 해낸단 말인가.

대체 누가 숀 시나 이외에 그 누가.

그렇기에 나는 녀석과 싸우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을 해야만 했다.

내가 만든.

전생과 다른 지금이.

과연 옳은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

물론, 그 시절에 비해서 프로레슬링 업계의 위상은 비교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게 온전히 내 덕은 아니겠지만.

큰 지분이 있다고 믿고 싶었다.

내가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기존의 세계를.

부숴버렸다고.

‘그래.’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링에 오를 거다.

이 한 몸을 기꺼이 양초로 삼아.

왜냐면.

나는 프로레슬링에 미쳤으니까.

쇼가 시작되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Waaaaaaaaaaaaaaaaaaaggghhh!]

폭죽이 터져 오르며 경기장의 팬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내왔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마어마한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시작되는 경기.

준비된 순서대로 각 단체의 선수들이 링에서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경기는 태그 팀 경기.

우리 쪽 신인…….

‘이라기에는 좀 베테랑이지만.’

윌 오 스피디.

그리고 얼마 전 인디에서 영입해온 알리스커 블랙이라는 선수가 나섰다.

알리스커 블랙.

검은 경기복과 전신의 문신을 자랑하며 전생에는 WWF에서 활약했던 개성 넘치는 오컬트 기믹의 선수였다.

특히나 블랙 매스라고 불리는 킥 형식의 피니시 무브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아직은 실력이 많이 올라오지는 않아 많이 배울 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상대는 ACW의 루차 브로스와 WWF의 와이엇 패밀리.

멋진 대진이었다.

경기는 그동안 와이엇과 분열과 결합을 반복해온 ‘루크 하커’라는 선수를 중심으로 해서 초반이 진행되었는데.

[Yeeaahh, Yeeaahh, Yeeaahh!!]

기괴한 사이비 종교의 2인자 포지션을 맡은 하커는 덥수룩한 수염과 덩치로 엄청난 포스를 자랑했다.

윌 오 스피디와 알리스커 블랙도 경기에서 꽤 괜찮은 활약을 펼쳤지만.

1경기는 하커가 크게 활약해 링을 정리하며 와이엇 패밀리가 가져갔다.

WWF – 1

ACW – 0

PWA – 0

‘참 대단한 친구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2경기.

C.M. 펑크 VS 핀 발로 VS 잭 제럿.

나쁘지 않은 대진이었다.

다 덩치도 비슷했고.

문제는.

[Uooooooooooooooooooooohhh!]

조용히 지내던 핀 발로가 오랜만에 ‘데몬 폼’으로 등장했다는 점이었다.

검은 악마의 바디 페인팅.

거기에 경악하는 펑크와 잭 제럿.

결과는……. 말할 것도 없었다.

WWF – 1

ACW – 0

PWA – 1

그리고 세 번째 경기.

사모아 고가 정리했다.

WWF – 2

ACW – 0

PWA – 1

이후로 경기는 계속 이어졌다.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위민스 매치 역시도 엄청난 박수를 받았다.

우리 쪽의 테크니션, 나탈리 네이드하트와 ACW에서 나온 괴물급 여성 레슬러, ‘기간-콩’의 영향이 무척 컸다.

비록 WWF의 니키 델라가 경기에서 실수를 좀 많이 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약간 쇼-우먼 스타일이라 나름대로 두 사람 사이에서 어그로를 끄는 역할을 잘 맡아주었다.

연기력은 영 꽝이었지만.

그래도 참 멋진 선수였다.

WWF – 2

ACW – 1

PWA – 1

그리고 레이가 승리했다.

WWF – 3

ACW – 1

PWA – 1

이대로 가면 WWF의 승리가 반쯤은 확정되는 순간. ACW 측의 노장, 스탠 슈타이너가 아슬아슬하게 막아냈다.

WWF – 3

ACW – 2

PWA – 1

안타깝게도.

나의 사랑하는 PWA 선수들은 죄다 경기에서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그걸 승리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뭔가 불운했다.

세미 메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쟈니 에이스와 랜스 오튼이 미친 듯이 싸우는 사이, 승리를 챙겨간 것은 마지막까지 숨어 있던 젠코였다.

그로써 찾아온 메인이벤트.

그 직전.

잠시 광고가 나가는 동안 팬들은 화장실에 다녀오는 대신 자리에 앉아 자신의 단체를 계속해서 응원했다.

[WWF! WWF! WWF! WWF! WWF! WWF! WWF! WWF! WWF! WWF!]

[ACW! ACW! ACW! ACW! ACW! ACW! ACW! ACW! ACW! ACW!]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PWA!]

거진 비슷했다.

애초에, 소리가 다들 워낙 큰 데다 한데 뒤엉켜서 솔직히 구분하기조차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열성적인 응원이었다.

그리고 기존의 프로레슬링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기도 했다.

팬들이 직접 준비한 거대한 현수막이 경기장이 드리우지를 않나.

어떤 레드넥 아저씨는 쇼가 시작한 뒤부터 계속 ACW의 깃발을 흔들어대더니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실려 갔나.’

워낙 열성적인 깃발 흔들기였으니.

무리도 아니지.

나는 쓰게 웃으며 생각했다.

바로 그때였다.

“신.”

바쿠가 직접 날 부르러 왔다.

“옙.”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가죽 재킷 앞섶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는 바쿠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신, 잘하고 와라!”

“선배님, 화이팅임다!”

가는 길에 몇몇 선수들이 고개를 내밀며 나를 격려해주었다. 나는 깊은 고양감을 느끼며 계속해서 움직였다.

고릴라 포지션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이미 도착한 상태.

하지만 딱히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없었고, 나는 그 대신 지휘석에 앉아 있던 티파니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확인했어요?’

내가 대답했다.

‘이제부터 할 거야.’

‘다녀와요.’

든든한 우군이 뒤를 받쳐주었다.

나는 나갈 준비를 마쳤다.

“다녀와라!”

쩌억!

바쿠가 내 등을 후려쳤다.

“크하앗!!”

나는 기합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커튼 앞에 서서 심호흡했다.

그러자니 음악이 시작되었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Yeeeeeeeeeeeeeeeeeeeaaahhh!!]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입장로 위에 연기가 분사되었고 곳곳에 설치된 파이로가 크게 치솟았다.

나는 연기를 꿰뚫고 나아갔다.

몸을 휘감고 지나간 연기가 걷히고 경기장의 전경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조명이 날 비췄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자리에서 일어난 팬들은 단체를 가리지 않고 내 이름을 목 높여 외쳤다.

SIN.

인간이 꿈을 꾸는 시대.

가장 거대한 꿈을 이룬 남자.

나는 링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온몸에 투지가 끓어 넘쳤다.

이렇게 수많은.

아니, 이보다 더 많은.

전 세계의 수많은 시청자들이 지금 실시간으로 내 모습을 보고 있을 터.

그런 상황에서 싸우기 위해 링으로 나아가는 기분은…… 환상적이었다.

링 앞에 도달한 나는 훌쩍 뛰어올라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로프를 밟고 다시 올라가 팬들을 바라보았다.

“환상적인 밤이로군!!”

[Waaaaaaaaaaaaaaaaaaaggghhh!]

“날아갈 거 같은 순간이야!!”

그렇게 말하며 머리 위로 손을 번쩍 들자 팬들의 환호성이 훨씬 더 커졌다.

그리고 다음 입장이 이어졌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러셀 오메가였다.

[Yeeeeeeeeeeeeeeeeeeaaahhh!!]

팬들의 환호를 들으며 뒤를 돌아본 나는 링으로 나오는 놈들을 확인했다.

러셀의 입장도 반응은 죽여줬다.

이제는 모두가 납득했다.

분명히 이 시대에서 최강을 놓고 다툴 만한 자격이 있다는 걸 인정했다.

그렇게 링으로 올라온 녀석이 나를 노려보며 반대편 코너로 가서 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숀 시나의 입장이 이어졌다.

그 테마가 시작되었다.

녀석은 일반적인 선수와 달랐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압도적인 환호와.

그걸 부정하는 것 같은 야유.

[Booooooooooooooooo……!]

음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자리에 앉아 있던 팬들이 노래를 시작했다.

[Shawn Cena S-ck~!]

[Shawn Cena S-ck~!]

[Shawn Cena S-ck~!]

시나의 테마 음악에 맞춰서 이어지는 ‘S-ck’ 챈트. 분명히 부정적인 어감을 가감 없이 담고 있는 조롱이었다.

하지만 그런 야유 속에서 링으로 나온 시나는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타월을 천천히 가슴 앞에 들어보였다.

‘Never Give Up.’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이겨내야 해요.

숀 시나에 대한 조롱.

안티 팬들의 분노.

거기에 맞선 시나는 자신을 영웅으로 삼은 이들을 위해 싸우기로 햇다.

녀석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시나는 군대식으로 경례를 한 뒤 드넓은 입장로를 단숨에 달려와서는 그대로 링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Yeeeeeeeeeeeeeeeeeeeaaahhh!]

러셀과 나는 입을 다물었다.

시나에 대한 반응은 특별했다.

그조차 녀석의 캐릭터였으니까.

단순한 크기로 따지자면 나도 완벽하게 밀리지는 않겠지만, 그건 팬들 모두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나는 자신을 싫어하는 팬들이 여전히 있음에도 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환호를 뽑아냈다.

그건 정말 특별한 일이었다.

업계에 유례가 없는 선수.

그게 바로 숀 시나.

녀석이 티셔츠와 모자를 벗어 관객석의 소년을 향해 겨냥하고는 던졌다.

그리고 우리를 돌아보았다.

7부 청바지.

운동화까지 신은 그를 사람들은 레슬러도 아니고 근육만 가득한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숀 시나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모욕은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녀석은 그걸 이겨내고 10년 가까이 레슬링을 하며 여기 서있었다.

보디빌더 출신의, 아무 재능도 없다고 평가되던 뻣뻣한 놈이 회귀한 나와 천재, 러셀 오메가와 마주섰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땡땡땡-!!

링 벨이 울렸고 우리 세 사람은 먼저 움직이는 사람 없이 눈치를 살폈다.

트리플 스렛.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정해둔 상태였다. 그리고 역시 쉽게 경기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러셀을 노리면 시나가.

시나를 노리면 러셀이.

다 똑같이 생각할 테지.

그리고 그런 대치 상황을 빠르게 끝내고 시나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

순간 러셀을 바라보고 있던 상황에서 미처 반응을 확실히 하지 못했다.

쿵-!!

녀석이 내게 달라붙어 곧바로 락 업으로 밀어붙였다. 거기에 나는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큭?!”

무슨 힘이……!

원래 적당히 버텨보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단숨에 코너까지 밀려난 나는 그대로 시나의 힘에 저항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해머링.

그걸 순간 고개를 틀어 피해낸 나는 바로 시나의 안면에 헤드벗을 날렸다.

뻐억!

[Uooooooooooooooooooohhh!!]

뒤로 물러서는 시나.

어느 샌가 다가온 러셀이 놈의 다리를 잡고 당겨서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걸 지켜보고 있을 내가 아니었다.

시나가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나선 나는 그라운드로 끌고 가려는 러셀의 머리를 잡고 땅에 찍었다.

콰앙-!

호쾌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

‘불독’에 당한 러셀은 그대로 중심을 잃고 바닥에 고꾸라졌고, 자리에서 일어선 시나가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한동안 난장판이 빚어졌다.

불독에 당했던 러셀이 일어서서 나를 덤벼들었고, 시나가 그것을 말리고.

서로 물고 물리는 식으로 이어지던 경기는 마침내 내가 러셀을 3단 로프 위로 머리채를 잡아 던지며 깨졌다.

[Uoooooooooooooooooooohhh!!]

팬들이 순간 탄성을 내질렀다.

그런 상황에서 잠시 로프 밖으로 내던진 러셀을 확인한 나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시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경기 초반.

우리는 일부러 이 스팟을 넣어 팬들의 반응을 한번 확인해보기로 했다.

신 VS 숀 시나.

ACW 월드 챔피언.

그리고.

WWF 월드 챔피언.

두 사람에 대한 반응이 어떨까.

나는 천천히 시나를 향해 다가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