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87화 (487/634)

487.

트리플 스렛 매치.

세 명의 선수가 참가해 일대일대일로 싸워 최종 승자를 가려내는 경기.

그런 만큼, 경기는 대부분 일단 ‘한 명’을 배제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지금이 좋은 예시였다.

러셀을 링 밖으로 던지고 난 뒤, 뒤로 돌아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는 시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녀석과 내가 마주보았다.

그것을 본 팬들의 환호가 빗발쳤다.

심상치 않은 수준이었다.

[Uooooooooooooooohhhh……!]

팬들의 의식이 하나가 되어서 우리가 지금 서로를 마주보며 서있는 상황이 얼마나 특별한지를 알려주었다.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그걸 느낀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렇다는데, 시나.”

“……놀랍네.”

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싸움이 시작되었다.

일단은 락 업.

쿵-!

몸을 맞대며 충돌한 시나와 나는 그대로 이리저리 몸을 비틀면서 주도권을 잡아나가기 위해 힘을 겨뤘다.

물론, 근력은 시나가 압도적이었다.

녀석은 실제로 헤라클레스가 환생한 것 같은 엄청난 근력의 소유자였다.

평범한 체격과 비교했을 때 거의 기적에 가까울 정도의 파워. 거기다 체력까지 좋아 언제나 제 역할을 해냈다.

힘.

그것은 고대로부터 영웅의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여겨지던 요소였다.

그 힘이 부족해, 아니면 체력이 딸려서 회사의 푸시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무너진 선수가 몇 명이던가.

하지만 시나는 그것을 해냈다.

“큭……!”

나는 버티지 못하고 밀려났다.

레슬링 부츠가 바닥을 긁어냈고 시나는 나를 꿋꿋하게 밀어붙였다.

거기에 순간 말려들 뻔했던 나는 시나의 팔을 쳐내고 곧장 파고들었다.

힘이 안 된다면 기술로.

그렇게 생각하며 시나의 허리를 잡은 나는 그대로 녀석을 바닥에 내던지면서 체인 레슬링으로 이어갔다.

콰앙!!

시나의 무릎이 땅에 닿았다.

나는 그대로 녀석의 등에 머리를 댄 채 팔을 잡아 당겨서 안쪽으로 꺾었다.

“크윽?!”

놀라 일어서는 시나.

녀석이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팔을 더 세게 꺾었다.

우드득!

[Waaaaaaaaaaaaaaaaaggghhh!]

[Booooooooooooooooooooo-!]

거대한 환호에 섞이는 야유.

그렇다.

숀 시나는 나조차도 야유를 받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팬덤을 보유했다.

일명 Cenation.

Cena + Genaration을 합친 단어.

해석하자면 시나의 세대.

그들의 위력은 강했다.

그 팬덤이 나를 응원하는 팬덤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링을 뜨겁게 했다.

바로 그때였다.

[Uooooooooooooooooooohhhh?!]

러셀 오메가가 하늘을 날았다.

링 아래에 떨어져 있던 녀석이 어느 샌가 위로 올라와 로프를 밟고 뛰어서 우리를 향해 힘껏 도약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드롭킥.

퍼억!

시나의 가슴을 정확하게 걷어찬 드롭킥에 나 역시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헉?!”

뒤로 밀려난 나는 그대로 링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번에는 러셀과 시나의 대진이었다.

드롭킥을 차고 안전하게 낙법을 치며 떨어진 러셀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시나를 공격해나갔다.

[Boooooooooooooooooooo-!]

[Waaaaaaaaaaaaaaagggghhh!!]

다시금 그런 반응이 나왔다.

시나를 긍정하는 이.

시나를 부정하는 이.

그리고 반대의 경우도 같았다.

러셀을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이.

숀 시나의 경기는 항상 이랬다.

팬들이 경기를 보면서 상반된 반응을 보냈고, 그렇기에 시나는 항상 특별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프로레슬링 역사상 유례없는 선수.

그걸 상대하는 게 익숙한지 러셀은 망설임 없이 공격을 계속 이어나갔다.

시나는 꿋꿋하게 그걸 버텨냈다.

뒤에서 냅다 저먼.

투콰앙!

그런 식으로 경기를 시작한 러셀은 특유의 화려한 무브를 거침없이 썼다.

저먼 수플렉스를 맞고 쓰러진 시나를 공격하기 위해 러셀은 곧바로 로프를 밟고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바리게이트 앞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충분히 쉬었고.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자 내 뒤쪽에 있던 관객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나를 응원해주었다.

“우오오!!”

“가라! 신!”

“날려버려!!”

나는 곧바로 러셀에게 달려들었다.

놀란 듯 돌아보는 녀석.

마찬가지로 탑 로프를 밟고 뛰어오른 나는 그대로 몸을 비틀어 러셀의 목에 다리를 휘감았다.

그 상태에서 상반신을 뒤로 젖히며 탑 턴버클에 앉아 있던 러셀을 던졌다.

슈퍼 프랑켄슈타이너.

지난 경기와 같은 무브였지만.

이번에는 착지하지 못했다.

투콰앙-!

몸을 회전시키며 날아간 러셀이 그대로 시나 위에 떨어졌다.

[Yeeeeeeeeeeeeeeeeeeeaaaahhh!]

팬들의 환호를 들으며 겨우 몸을 가눈 나는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두 사람을 확인했다.

“허억, 허억…….”

숨을 몰아쉬며 일어선 나는 그대로 러셀을 향해 다가가다 타깃을 바꿔 시나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나는 시나의 안면을 후려 갈겼다.

뻐억!

시나도 지지 않겠다는 듯 주먹을 돌려주었고 우리는 그렇게 한 방씩을 주고받으면서 점차 열기를 높여갔다.

물론.

주도권을 쥔 것은 여전히 나였다.

콰앙!

스냅 수플렉스.

이어지는 핀 폴.

하지만 시나는 심판이 카운트를 채 세기도 전에 어깨를 들어서 벗어났다.

녀석은 아직까지 건재했다.

[Uoooooooooooooooohhh……!]

탄성을 내뱉는 팬들.

나는 누워있는 시나를 정면에서 붙잡은 뒤 지면에서 힘껏 뽑아들었다.

스냅 수플렉스로 안 된다면.

데드리프트 수플렉스로.

“흐읍……!”

하지만 내 힘에 딸려 올라오던 시나가 자리에서 일어선 상태로 버텨냈다.

[Yeeeeeeeeeeeeeeeeaaahhh!!]

거기에 쏟아지는 환호.

수플렉스 포지션에서 서로 힘을 겨루고 있던 나는 누군가 링 위로 올라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러셀 오메가.

녀석이 시나 반대편에서 날 붙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더블 수플렉스.

몸이 번쩍 들렸다.

두 사람이 좌우에서 붙잡아 나를 힘껏 뽑아들었고 나는 그대로 몸이 거꾸로 들려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투콰앙-!!

허리에 느껴지는 강한 통증.

“크학……!!”

링 위를 나뒹군 나는 순간적으로 무방비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시나와 러셀이 앞서 나가는 나를 보고는 힘을 합쳤다.

두 사람이 내게 다가왔고 러셀이 먼저 나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

연속되는 타격기.

쩌억!

러셀의 엘보에 맞고 뒤로 휙 돌자니 기다리던 시나가 해머링을 날렸다.

퍼억!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자 심호흡을 하며 물러난 시나가 이내 내게 달려들며 그대로 클로스라인을 날렸다.

가슴 위쪽을 노리고 날아드는 팔뚝.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면에서 시나의 클로스라인에 당함과 동시에 러셀이 뒤쪽에서 달려들어 그대로 내 무릎을 어깨로 밀어냈다.

몸이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했다.

콰앙!

[Yeeeeeeeeeeeeeeeeeeaaaahhh!!]

힘을 합치는 과거의 적.

그 포지션이 먹힌 것일까.

팬들은 어마어마한 환호를 보냈다.

지면에 처박힌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한동안 그대로 엎어져 있었다.

그렇게 내 기세를 한풀 꺾어놓은 뒤 시나와 러셀이 다시 한 번 맞붙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나가 앞섰다.

“크아악!!”

[Uooooooooooooooooohhh!]

러셀을 향해 달려든 녀석이 다시 클로스라인을 날려서 흐름을 가져왔다.

그리고 뒤를 이어.

이번에는 시나가 탑 턴버클에 올라갔고 러셀이 일어서는 것을 기다렸다.

호쾌한 클로스라인에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었던 러셀이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렇게 러셀이 땅을 짚고 일어나 순간 허리가 앞으로 굽어 있는 순간.

시나가 뛰었다.

다이빙 레그 드롭.

탑 턴버클에서 뛴 시나는 그대로 러셀의 머리에 다리를 걸며 찍어버렸다.

투콰앙-!!

[Yeeeeeeeeeeeeeeeeeaaahhhh!!]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피셔맨 수플렉스.

러닝 불독.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이브 너클 셔플.

“You Can’t See Me!!”

[You Can’t See Me!!]

자리에 대자로 뻗은 러셀의 얼굴 앞에서 몸을 숙인 녀석이 손바닥을 활짝 펼쳐 얼굴 앞에서 좌우로 흔들었다.

팬들의 무조건적인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말하자면 더 팍의 피플스 엘보우와 같은 맥락의 기술이었다.

실제로도 그와 비슷했다.

뒤로 물러나 로프 반동을 한 시나는 그대로 다시 달려들어 러셀의 앞에서 몸을 던지며 피스트 드롭을 날렸다.

콰앙!

시나의 주먹에 맞은 얼굴을 감싸 쥐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러셀.

이어지는 핀폴.

[1……!]

러셀은 어깨를 들어 빠져나왔다.

그 타이밍에 맞춰 천천히 일어선 나는 코너에 몸을 기대고 서서 반대편의 시나를 잠시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잘 쉬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분명히 말해두겠다.

숀 시나는 형편없는 레슬러였다.

기술 구사력은 꽝이고, 몸은 뻣뻣했으며, 링 사이콜로지도 엉망진창이었다.

적어도 2009년까지는.

하지만 인간은 성장하는 법.

수년 넘게 WWF의 메인 이벤터로서 경기를 치러온 시나는 누구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워커로 성장했다.

나는 녀석과 다시 마주보고 섰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좀 당해줬기 때문일까.

나를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시나를 응원하는 소리보다 좀 더 커졌다.

그 정도로 박빙.

‘좋아.’

거기에서 용기를 얻었다.

* * *

“엄청난 반응인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고릴라 포지션 안.

[신과 시나가 다시 난타전에 들어갑니다! 각 단체를 대표하는 챔피언 간의 싸움! 모두가 눈을 떼지 못하는군요!]

[그럴 수밖에요!]

해설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티파니 맥센은 자신의 옆에 앉은 데릭 비숍과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신.

숀 시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트리플 스렛 매치는 두 사람이 맞붙었을 때의 반응이 어떨지 보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단순히 자리에 서서 한 대씩 주먹을 주고받고 있을 뿐인데 팬들은 그걸 경기의 마지막 순간처럼 느끼는 듯했다.

챈트와 환호가 쏟아졌고.

티파니는 왠지 모르게 심장이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걸 바라보았다.

신과 숀 시나.

숀 시나와 신.

언젠가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녀석의 그림자에 있었지.’

티파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때때로 신은 링 위에서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다 대체 뭐였냐는 듯 스스로를 얕잡아보는 경향이 존재했다.

그럴 때마다 티파니는 아주 어렴풋이 신에게 뭔가 그 아무도 알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그녀는 거기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대신, 그것을 이해해주려고 했다.

신은 정말 이상한 남자였다.

아니지.

‘김준호가.’

[피셔맨 수플렉스!]

[신!! 고통스러워합니다!!]

[놀라운 힘입니다! 시나!!]

그 피지컬과 두뇌라면 프로레슬링이 아니라 어떤 업계를 가더라도 분명 큰 성공을 거뒀을 만한 인재였다.

오히려 프로레슬링이기에 어려운 길을 돌아왔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렇다고 프로레슬링이라서 신의 성공이 더 빛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선수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보자면 더 그랬다.

그때 프로레슬링은 침체기였고 업계는 황혼의 문턱에 서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길을 선택했다.

자신의 꿈이기에.

인간이 살아가는 원동력이기에.

그는 이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거기에 감사했다.

신이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은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었다.

그렇기에 업계는 다시 살아났다.

티파니는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시나 역시도 묵묵히 자신의 시대를 쌓아왔다.

‘녀석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지.’

신이 내거는 꿈과는 달리.

그리고 그건 신과는 달리 때로는 의심을 받고 지금까지도 조롱당했지만.

그래도 시나는 꿋꿋이 쌓아올렸다.

자신의 시대를.

Hopes.

And.

Dreams.

분명히 이 시대가 낳을 수 있는 가장 성대한 매치 업이 되지 않을까.

거기다 두 사람 모두 챔피언.

신도, 그리고 시나도.

전 세계의 프로레슬링 팬 모두가 바라는 단 하나의 경기.

그걸 위해, 지금 펼쳐지고 있는 이 경기는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경기의 최후반부.

[Uooooooooooooooooooohhhh?!]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아아!! 경기가 그대로……!]

경기를 지켜보던 모두가 놀랐다.

매정하게 쓰리 카운트가 이어지면서 그대로 경기는 러셀 오메가의 승리로 끝이 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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