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사나이.
그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사나이.
[나는 그 두 사람을 각각 이렇게 평가하고 싶군. 듣고 계시는 팬 여러분도 한 번쯤 생각할 거리라고 생각해서.]
다들 떡밥을 물기 시작했다.
숀 시나.
그리고 나.
한 시대의 두 아이콘.
여기에서 하나 확실히 해두자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도 불량 시대에도 두 아이콘이 존재했다고 생각했다.
락콜드 스티비 스틴.
그리고 더 팍.
이 둘은 한 시대를 공유하면서 팍이 락콜드의 유산을 이어받는 형태로 계속해서 태도 불량 시대를 이어갔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었다.
시나와 나는, 한 시대를 나눠 쓰지 않았다. 우리는 제각각 다른 식으로 정의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다시 전개될 인베이전 각본은 크게 봤을 때 그 차이를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2012년.
1월 1주차.
WWF와 PWA, ACW에서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지난해의 일을 총 망라한 방송을 내보내면서 신년을 맞이했다.
WWF는 본사 지하에 위치한 방송 센터에서 아나운서들이 올 한 해의 대립 등을 정리해 보여주었는데.
방송 후반.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네! 랜스 오튼과 브로큰 와이엇의 대립! 정말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멋진 과정과 결말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바로 그때였다.
[향수? 지금 향수를 느낀다고?]
분노에 가득 차 이어지는 목소리.
순간 아나운서들이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헤이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토크 쇼의 현장처럼 꾸며진 장소라 뒤뚱거리며 나오는 헤이건의 모습은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폴 헤이건.
PWA의 수장.
그가 WWF에 모습을 드러냈다.
[헤, 헤이건?]
[아, 지금 방송…….]
[향수라니, 놀랍군. WWF에서 벌써 그 일을 향수로 치부하다니 놀라워.]
그는 당황한 아나운서들을 조롱하고는 카메라를 향해 곧바로 달려들었다.
[지금 켜진 카메라가 이건가?]
화면이 돌아갔다.
[아니, 이거군!]
헤이건이 따라붙었다.
방송 사고다.
방송을 진행 중인 이들이 정말로 당황해 그런 헤이건을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보안요원들이 난입한 순간 헤이건의 뒤쪽에서 PWA에 소속된 선수들이 나서 그들을 끊어냈다.
콰앙!!
[꺄아악!!]
비명을 지르는 아나운서.
쟈니 에이스의 손에 의해서 세트장의 벽에 처박힌 보안요원. 상황은 그런 식으로 폭력에 의해 진압되었다.
헤이건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좀 말을 해도 되겠나?]
[네, 네…….]
[향수라니. 참 재미있는 말이군. 그게 자네들에게는 과거였던 것 같고.]
어째서 그가 이곳에?
게다가 선수들까지 데리고?
순간 버닝콩의 시청률이 치솟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현재야.]
헤이건은 사납게 이야기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 다들 신년 분위기에 젖어서 잊은 모양인데.]
ACW에서 권리를 가져갔다.
[WWF의 선수들을 자신들의 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 그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건가?]
실망했다.
헤이건은 그렇게 말했다.
[ACW는 온갖 굴욕을 다 주려고 하겠지. 그런데 WWF에서는 반격을 준비하기는커녕……! 지금 뭐하는 거야?!]
헤이건은 테이블 위에 있던 대본을 밀고 마이크를 내던지며 분노했다.
[이딴 개짓거리나 하고! 이건 전쟁이라고! 이러는 걸 보면 또 다시 ACW에게 쪽도 못 쓰고 당하겠군!]
바로 그때였다.
[여기서 대체 뭘 하는 거죠?]
티파니 맥센이 나타났다.
[폴 헤이건.]
[드디어 나오셨군.]
헤이건이 씨익 웃었다.
12월 내내 패배를 명목으로 숀 시나를 압박했지만, 끝끝내 패배한 그녀.
[할 말이 있어서 왔소.]
[이렇게 무례한 방식으로요?]
[실례가 되었다면 사과하지.]
헤이건이 너스레를 부렸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았다.
티파니 맥센.
그리고 폴 헤이건.
묘한 조합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텐가?]
헤이건은 다짜고짜 그렇게 물었다.
[당신들은 속았지. 패배하지 않아도 될 페이퍼뷰에서 패배를 했단 말이야.]
[……당신네 대장 덕분이죠.]
[ACW의 월드 챔피언께서 그랬지.]
헤이건이 말을 분명히 했다.
거기에서 하나가 확실해졌다.
PWA는 더 이상, 신과 같은 편이 아니었다.
[우리는 복수를 원해.]
[그 짓을 또 하라고요.]
[애초에, 그놈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올 거야. 자신들에게 정당한 승자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을 하겠지.]
하지만 그건 희대의 사기극.
PWA와 WWF의 연합군은 절대로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나?]
[일단, 저보다는 단체의 챔피언하고 이야기를 해보는 편이 낫겠군요.]
[오, 숀 시나 말이군.]
[예, 그 올바른 인간이라면 분명 헤이건 당신의 말에…… 과연 어떻게 반응을 할지 궁금한데요.]
[걱정하지 마. 알아서 하지.]
헤이건이 씨익 웃었다.
그러자 근처에 서 있던 PWA의 선수들이 천천히 그의 뒤로 다가왔다.
쟈니 에이스.
대니얼 라이언.
AK 스타일스.
그들 모두가 원하고 있었다.
정당한 복수를.
* * *
2012년이 되어 폴 헤이먼과 티파니 맥센의 백스테이지 세그먼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2차 각본이 시작되었다.
WWF와 PWA의 연합군이 형성되었고 우리는 1월 2주 차의 쇼에서 곧바로 거기에 대한 답변을 주기로 했다.
ACW 월요일 밤의 나이트로.
12월 내내 싸워 케인의 반란을 완전히 잠재운 러셀과 나는 링에 올랐다.
4대2의 핸디 캡 매치로 치러졌던 경기는 관계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고 우리는 완전히 단체를 장악했다.
과거의 신-셀 태그가 부활했다.
물론.
우리 개개인의 상품성이 이제는 정말 뛰어났기에 일시적인 합이었지만.
[SIN-Sell! SIN-Sell! SIN-Sell!]
[SIN-Sell! SIN-Sell! SIN-Sell!]
과거를 기억하는 팬들은 우리 두 사람의 팀 네임을 계속해서 외쳐주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건 나였다.
“지난 주, PWA가 WWF 쪽에 붙었지. 폴 헤이건이 행동에 들어갔어.”
[Booooooooooooooooooooo-!!]
“아니, 이해는 해. 내가 PWA에게는 좀 안타까운 짓을 저지르고 말았지.”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그래, 그 말이 맞아, 신.”
러셀이 내게 다가왔다.
“네가 비록 PWA 친구들을 배신하고 그들의 캡틴으로서 있을 수 없는 짓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그게 사실은 맞지.”
“지금 까는 거냐?”
“아니, 정말 그렇게 생각해.”
짓궂은 농담을 던지는 러셀.
[Yeeeeeeeeeeeeeeeeeaaahhh!]
팬들이 환호했고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만일 내가 지난 레슬링 월드 시리즈에서 시나를 속여 이긴 걸 까고 싶은 놈이 있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
하지만.
“이긴 건 이긴 거지. 뭘 어쩌겠어? 약속대로 너희 연합군은 1월의 소울 아웃에 무보수로 참가해줘야겠어.”
[Uooooooooooooooooooohhhh?!]
“아니지, 아예 페이퍼뷰 이름도 바꿔볼까? ‘신 앤 셀의 엑설런트 어드벤처’ 같은 느낌은 어떨 거 같아?”
“왜 네가 앞이야?”
“S가 S보다 더 앞이니까.”
“그럴 듯한 소리를 하네.”
러셀이 비아냥거렸다.
거기에 낄낄 대며 웃은 나는 그대로 먼 곳에서 우리를 찍고 있는 메인 카메라 쪽으로 다가가며 소리쳤다.
“듣고 있지! 티파니! 이건 정당한 계약이야! 만약 다른 제안이 있다면 직접 ACW로 와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Waaaaaaaaaaaaaaaaggghhh!!]
환호하는 팬들.
그렇게 러셀과 나의 링 세그먼트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오프닝에서 링 세그먼트를 한 뒤 나는 메인이벤트에서도 미리 촬영한 백스테이지 세그먼트로 다시 출연했다.
스토리를 이어가기 위함이었다.
팬들의 반응이 예상한 대로 나와주기를 기대하며 나는 락커룸에서 재생되는 영상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Yeeeeeeeeeeeeeeeeeaaahhhh!]
영상이 재생되고 내가 등장하자 팬들은 곧바로 큰 환호를 보내주었다.
스포츠 백과 재킷을 입은 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퇴근하고 있었다.
[신, 가시는 건가요?]
[그래, 고생들 하라고.]
그런 식으로 좋은 분위기 속에 주차장으로 들어선 나는 트럭에 올라타 에디넴의 새 앨범을 일단 재생시켰다.
……참고로 협찬이었다.
[좋아, 가볼까.]
드라마였기에 평소와는 달리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액셀을 밟는 나.
트럭이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고 카메라부터 멀어져 주차장을 나갔다.
어둠 속의 거리.
그곳으로 들어선 순간.
빠아아아아앙-!!
날카로운 경적 소리.
[Uooooooooooooooooooohhhh?!]
투콰앙-!!
막 주차장을 빠져나간 트럭을 옆에서 달려든 다른 트럭이 들이받았다.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분명 그럴 수밖에 없었다.
쇼의 마지막 순간.
평화롭게 퇴근하는 나를 누군가 정말 잔혹한 방식으로 습격했으니까.
옆으로 크게 밀려난 트럭은 거의 박살이 나다시피 한 상태였고 보닛에서 연기가 올라올 정도로 망가졌다.
카메라맨이 내 쪽으로 달려왔다.
현장감을 살려주는 핸드 헬드 기법.
촬영이 계속 이어졌다.
반파된 트럭 안의 나는 망가진 운전석 쪽 문이 아닌 조수석 쪽 문으로 기어 나와 바닥에 쓰러졌다.
[뭐, 뭐야…….]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고 그것을 본 해설자가 나직이 ‘Oh, My God.’이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살려주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저리 비켜.]
이어지는 목소리.
나를 촬영하고 있던 카메라맨을 옆으로 밀어내며 한 무리가 나타났다.
[Uooooooooooooooooooohhhh?!]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PWA의 선수들이었다.
그 중심의 폴 헤이건이 내게 다가와 그대로 잔혹하게 발길질을 해댔다.
[이, 빌어먹을……!]
[Boooooooooooooooooooooo-!]
[우리가! 얼마나! 너를!!]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헤이건.
뿐만이 아니었다.
헤이건이 WWF와 협약(?)을 맺을 때도 함께했던 베테랑 선수들이 나서서 화면 속의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넌 더 이상 우리의 캡틴이 아니야! 신! 넌 무리를 이끌 자격이 없다고!]
[너와는 끝이다! 이 배신자!!]
그런 식으로.
선수들이 나에 대한 분통을 터뜨리며 온갖 기술을 사용해 린치를 했다.
백스테이지 세그먼트 속의 내가 가죽 재킷을 입은 게 캐릭터도 있지만 바로 저 범프를 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아스팔트 바닥.
트럭의 짐칸 위.
온갖 장소에 대고 공격을 당하게 된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휘둘렸다.
PWA를 배신한 대가였다.
[Boooooooooooooooooooooo-!]
그리고 쏟아지는 야유.
지금 이 순간, 팬들은 그 누구보다도 나를 도와줄 사람을 원할 터였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 생각하는 건 러셀 오메가겠지.
나와 얼마 전까지,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등을 맞대고 있는 파트너.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메인이벤트 직전 경기를 뛴 그는 씻느라 오지 못한다는 설정(?)이 존재했다.
[어, 어어?!]
바로 그때,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나온 직원 몇몇이 놀라 소리쳤다.
[저놈들도 박살을 내버려!!]
헤이건이 지시를 내렸다.
비록 소수였지만 PWA에서 습격해온 선수들은 무시할 수 없는 레벨이었다.
도망치려는 직원들을 붙잡은 그들이 무자비한 공격을 이어나갔고 주차장 앞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갔다.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팬들의 외침이 이어졌다.
이 잔혹한 상황.
내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완전히 뻗어 있는 걸 본 그들은 누군가 나타나 이 상황을 해결해주기를 바랬다.
그러므로 누가 됐던 간에.
지금 이 상황에서 나서는 놈은 분명히 압도적인 환호를 받게 될 터였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건.
두 사람이었다.
날 공격하기 위해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서 일으켜 세우는 대니얼 라이언.
그 얼굴에 화면 밖으로부터 날아든 누군가의 킥이 그대로 명중했다.
쩌억-!!
[Uoooooooooooooooooohhhh?!]
그리고 나타난 것은.
바로.
드류 맥킨마이어였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거한.
2미터에 달하는 키와 근육질의 몸.
길고 검은 머리에 수염을 짙게 기른, 마치 고대의 전사와도 같은 풍모.
거기에 핸섬한 얼굴.
분명히 팬들의 이목을 끌만한 장점을 다수 갖추고 있는 선수가 나왔다.
[Yeeeeeeeeeeeeeeeeeaaahhh!!]
환호가 쏟아졌다.
재킷과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드류는 그렇게 PWA 선수들을 공격했다.
[드, 드류!]
헤이건이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처음에는 잘 상대를 하던 드류는 이내 PWA 선수들에게 밀려 순간적으로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바로 거기에서.
다른 선수가 등장했다.
바로 핀 발로였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바디 페인팅은 없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보닛 위로 모습을 드러낸 발로가 드류를 공격하는 PWA 선수들을 덮치며 등장을 알렸다.
‘완전히 다크 나이트로구먼.’
검은 재킷을 입고 재빠르게 움직이는 그 모습은 무슨 유명한 코믹북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처럼 느껴졌다.
큰 덩치의 드류에 비해서 많이 왜소했지만 재빠른 킥 공격으로 커버했다.
결국.
[일단 후퇴! 후퇴해!!]
헤이건이 재빠른 판단을 내려 PWA 선수들이 물러갔고, 드류와 핀은 숨을 몰아쉬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를 부축했다.
이걸로 하나 더 확실해졌다.
PWA에 속한 모든 선수가 나를 적으로 돌리지는 않았다.
적어도 드류와 핀은 같은 편.
그런 상황에서.
[W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은 어마어마한 환호를 보냈다.
나는 전율을 느꼈다.
‘이거지.’
이 두 사람은 이제부터 어마어마한 모멘텀을 얻고 성장하게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