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494화 (494/634)

494.

경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시나를 속여 초장부터 자신의 시그니처 무브인 슈퍼 킥을 꽂아 넣은 신은 경기를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나갔다.

하지만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물론 야유도 만만찮았다.

[Booooooooooooooooooooooo-!]

실제로 그가 비겁한 행동을 저지르기는 했다. 부상을 입은 척 시나를 속여서 순간적으로 기회를 잡아냈으니까.

하지만 신은 그걸 통해 보여주었다.

자신이 승리에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 그걸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신은 경기의 주도권을 쥐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시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공격을 이어갔다.

일단은 타격기부터.

빠악-!

힘껏 헤드벗을 날린 그는 코를 움켜쥐며 물러나는 시나의 팔을 당겼다.

반대편 로프로 내던져져 반동을 하고 돌아오는 시나.

신은 곧바로 수직으로 뛰었다.

빠악-!

[드롭킥!]

[와! 엄청난 운동 능력이군요!]

해설자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고 깔끔하게 뻗는 킥을 본 팬들도 깜짝 놀랐다.

[Uoooooooooooooooooooohhhh!]

그럴 수밖에 없었다.

거의 2미터 가까운 키에 근육질의 사내가 링 위에서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면서 공격을 이어나갔으니 말이다.

드롭킥에 맞은 시나가 쓰러졌다.

신은 곧바로 자신의 코너로 달려가서는 로프를 밟고 탑 턴버클로 올라갔다.

그리고 드류와 태그.

짜악!

손바닥이 맞부딪치며 그것을 본 심판이 태그를 선언했고 드류가 들어왔다.

[드류 맥킨마이어의 차례군요.]

[시나는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다른 누구도 아니고 스코틀랜드 출신의 전사. 드류 맥킨마이어니까 말이죠.]

바로 그때였다.

[Wh- What……?!]

신이 훌쩍 뛰어올랐다.

피닉스 스플래시.

투콰앙-!

[Waaaaaaaaaaaaaaaaaaggghhh!!]

초장부터 큰 기술이 나왔다.

팬들이 놀라 일어섰고 신은 시나에게 피닉스 스플래시를 꽂아 넣은 뒤 그대로 옆으로 굴러가 링에서 빠져나갔다.

[엄청납니다!! 신!]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군요!]

[동시에 영리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현재 이 업계에서 오직 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작전이었습니다!!]

흥분해 소리치는 해설자들.

그 말이 맞았다.

행여나 있을지 모르는 반격에 대비하는 한편 피닉스 스플래시를 사용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영리한 태그.

드류는 곧바로 핀 폴로 이어갔다.

[1……!]

어깨를 들어 벗어나는 시나.

[시나! 벗어납니다!]

[하, 만만하지 않군요. 정말.]

온갖 공격에 피닉스 스플래시까지 꽂아 맞았어도 시나의 체력은 멀쩡했다.

그런 상황에서 가볍게 호흡을 정돈한 드류는 침착하게 시나를 공격해나갔다.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드류는 일단 지면에 쓰러져 있던 시나를 뽑아 들어서 수플렉스를 날렸다.

콰앙-!

다시 커버.

[1……!]

벗어나는 시나.

드류는 예상한 바였다는 듯 씨익 웃고는 시나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바로 그때.

시나의 반격이 들어왔다.

이마를 쳐내는 해머링.

[해머링!]

[시나가 살아났습니다!]

퍼억!

순간 휘청거리는 드류.

시나는 그대로 로프 반동을 하고 숄더 블록으로 공격을 이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크아악!”

시나의 몸을 정면에서 번쩍 들어 올린 드류가 그대로 뒤로 돌리며 힘껏 바닥에 내리찍었다.

투콰앙!

[스파인 버스터!]

[드류 맥킨마이어!]

[엄청난 코어 힘입니다!]

[아, 어렵습니다. 시나. 신과 드류의 협공을 빠져 나가 어떻게든 고와 태그를 해야만 하는 상황인데요.]

[사모아 고를 보십시오!]

[Look At That Size Of Him!]

카메라가 순간 돌아갔다.

그 또한 완벽한 연출이었다.

경기뿐만이 아니었다.

방송이라는 측면에서 따진다면 선수들이 아무리 잘해도 그걸 촬영하고 포장하는 게 부실하다면 도루묵이었다.

하지만 ACW는 성장했다.

카메라가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 고를 잡아내면서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냈다.

로프를 잡고 서있던 고가 발을 쿵쿵 굴렀고 그게 하나의 신호로 작용했다.

드류가 시나를 일으켜 세웠다.

바로 그 순간 이어지는 반격.

“끄하압……!”

피셔맨 수플렉스.

투콰앙!

[Waaaaaaaaaaaaaaaaggghhh!!]

[시나가 반격합니다!]

[절호의 찬스가 찾아왔습니다!]

링 위에 널브러진 시나와 드류.

핫 태그가 나오려는 순간이었다.

[Let’s Go! Cena!]

[Cena Su-ks!]

[Let’s Go! Cena!]

[Cena Su-ks!]

[Let’s Go! Cena!]

[Cena Su-ks!]

안티와 팬들이 번갈아가며 시나에 대한 반응을 쏟아내는 가운데, 두 사람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류가 신을 향해.

시나가 고를 향해.

각각 엉금엉금 기어갔고 먼저 태그를 한 것은 바로 드류 맥킨마이어였다.

[Uooooooooooooooooooooohhhh!]

[신이 나옵니다!!]

링 안으로 들어선 신이 바로 시나를 향해 달려들어 다리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태그! 태그!!]

시나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며 몸을 날려 고와 한순간에 태그를 성공했다.

[Yeeeeeeeeeeeeeeeaaaahhhh!!]

쏟아지는 환호.

링 안으로 들어온 고는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듯이 신을 공격했다.

빠악-!!

[클로스라인!]

신이 그대로 넘어갔다.

고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몸을 가누고 있는 드류를 옆에서 밀어 차 링 밖으로 내쫓은 그는 다시 신에게 달려들어 팔꿈치를 내질렀다.

쩌억!

[고 해머! 고 해머!!]

[신! 그대로 코너까지 내몰립니다!]

한 방 한 방이 살벌한 엘보.

그렇게 신을 코너까지 밀어붙인 고는 거만하게 뒤로 돌아서며 몸을 던졌다.

[CCS 엔지그리!!]

[저 민첩함을 보십시오!]

[신! 쓰러집니다!]

쿵!

[Waa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화끈하면서도 빅맨답지 않게 재빠른 고의 동작은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꿨다.

ACW 월드 챔피언이자 시대의 아이콘인 신의 앞에서도 그는 전혀 밀리지 않고 자신의 솜씨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거기에 열광했다.

사모아 고.

일단 명목 상으로는 언제나 악역이었지만 팬들은 그런 사실과는 상관 없이 그에게 언제나 큰 환호를 보냈다.

사모아 고는 언제나 말했다.

이 링에서 가장 강한 맹수는 자신이며 그렇기에 그 누구도 자신의 위에 올라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그를 위해서 때로는 과격한 행동까지도 서슴치 않는 그를 어째서 팬들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답은 간단했다.

그가 이 프로레슬링이라는 비즈니스를 대하는 방식이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그런 시대였다.

신이 만들어낸 시대.

프로레슬링과 프로레슬러라고 칭하는 직업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가 된 시대.

그러한 시대에서 사모아 고라는 남자는 언제 월드 챔피언이라는 지위를 따내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신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계속되는 고의 공격에 당하던 신은 상대방이 방심한 틈을 타 그대로 깔끔한 반격 슈퍼 킥을 꽂아 넣었다.

쫘악!

[Uooooooooooooooooooooohhhh!]

[이, 이거 어떻게 되는 거죠?!]

[고가 쓰러집니다!]

[시나도 회복을 했고, 맥킨타이어도 간절하게 태그를 원하고 있는 상황!!]

다시 태그가 일어났다.

[자! 시나와 드류가……!!]

[시나가 잔뜩 열이 받았습니다!]

[숄더 태클!]

경기의 템포가 빨라졌다.

[Let’s Go! Cena!]

[Cena S-cks!]

[Let’s Go! Cena!]

[Cena S-cks!]

[Let’s Go! Cena!]

[Cena S-cks!]

다시금 챈트가 이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링에 나온 시나는 드류를 기세 좋게 드류를 공격했다.

특유의 콤보가 이어졌다.

로프 반동.

[Yeeeeeeeeeeeeaaahhh!!]

[Booooooooooooooooo-!]

그대로 달려가 몸을 날려 드류의 어깨를 어깨로 들이받는 시나.

숄더 블록.

콰앙!

드류가 바닥에 쓰러졌고 시나는 벌떡 일어나 반대편 로프에 반동을 했다.

따라 일어선 드류에게 숄더 블록.

그리고 이어지는 조롱.

“You Can’t See Me!!”

[You Can’t See Me!!]

쓰러진 드류의 면전에 대고 손바닥을 좌우로 흔든 시나는 반대편 로프에 다시 반동 후, 피스트 드롭을 날렸다.

쿠웅!

“크흑……!”

고통스러워하는 드류.

시나의 턴이 돌아왔다.

“크아아악!!”

쓰러져 있던 드류가 일어서자 시나는 파이어 맨즈 캐리 자세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피니시 무브.

Attitude Adjustment.

‘태도 교정’.

그 이름대로의 기술이었다.

시나는 자신의 양어깨 위에 둘러업은 드류를 있는 힘껏 반대편으로 메쳤다.

투콰앙-!

앞으로 반 바퀴 회전하며 등부터 떨어진 드류. 그 반동으로 훌쩍 뛰어오른 시나는 그대로 핀 폴을 시도했다.

[1……!]

[2……!]

일어서지 못하는 드류.

바로 그때였다.

[신이 나섭니다!!]

[패배를 끊어냅니다!]

자신의 코너에서 달려 나온 신이 시나를 걷어차면서 핀 폴을 잘 끊어냈다.

[Uoooooooooooooooooooohhh!]

[Boooooooooooooooooooooo-!]

순간 휘몰아치는 야유.

거기에 맞서 챈트가 나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Boooooooooooooooooooooooo-!]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경기장에 휘몰아치는 반응은 심상치 않았다. 그만큼 이 경기에 가해지는 팬들의 기대가 강렬하다는 반증이었다.

[ACW와 WWF! WWF와 ACW! 길었던 싸움의 최종전! 누구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과연 어느 쪽이 승리할까요!]

[경기 자체는 ACW 연합군이 좀 더 유리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시나의 AA가 순간 제동을 걸었군요.]

[그렇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시나가 굉장히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 말대로였다.

심판에 의해서 저지당한 신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시나는 분노를 참아내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더니 드류를 일으켜 세워서는 신이 돌아간 코너 쪽으로 힘껏 내던졌다.

[Uoooooooooooooooooohhhh!]

팬들이 놀라 소리쳤다.

시나의 그렇게 한 이유는 간단했다.

도발이었다.

신에게 직접 나오라고.

한번 붙어보자고.

“나와! 신!”

물론 망설일 신이 아니었다.

짝!

코너에 몸을 기대고 있던 드류의 등을 후려친 그가 곧바로 링으로 나왔다.

거기에 쏟아지는 환호.

[Yeeeeeeeeeeeeeeeeeeeeaaahhh!]

심상치 않았다.

신이 링으로 들어서자 경기장 한가득 들어찬 팬들이 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응원을 시작했다.

각자 지지하는 선수를.

[Let’Go Cena!]

[SIN! SIN! SIN! SIN!]

[Let’Go Cena!]

[SIN! SIN! SIN! SIN!]

[Let’Go Cena!]

[SIN! SIN! SIN! SIN!]

이제야 좀 제대로 된 싸움이었다.

더블 아이콘.

한 시대의 두 거물.

신과 숀 시나.

숀 시나와 신.

두 선수가 서로를 마주보았다.

* * *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저것은 현재 이 업계에서 저 두 사람이 아니면 해낼 수가 없는 장면이라고.

이유는 간단했다.

시나가 아이콘이라는 위치에 올라선 뒤, WWF의 그 어떤 선수도 그와 반응을 양분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Let’s Go Cena.’

‘Cena S-cks.’

아이콘인 시나가 경기에 나설 때면 언제나 응원하는 팬들과 싫어하는 안티들 간의 챈트 대결이 펼쳐지고는 했다.

그렇기에 상대 선수에게 환호나 야유가 나오더라도 온전한 것이 아니었다.

시나를 좋아하기에.

시나를 싫어하기에.

그렇기에 나오는 환호와 야유.

WWF에서 2005년부터 대규모 푸시를 받은 숀 시나는 이제 누구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숀 시나는 지금까지 프로레슬링 업계의 타깃이 아니던 어린이와 여성, 가족 팬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끌고 왔다.

그 숫자는 압도적이었다.

말 그대로 혼자만의 힘으로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시나였다.

하지만 그만큼 그는 기존 WWF 팬들의 압도적인 반발을 마주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시간이.

그의 노력이.

그 진심이.

팬들을 이해하게 해주었다.

시나 본인의 실력이 나아진 점도 컸다. 시나는 이제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분명한 이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신이 서있었다.

시나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남자.

그는 시나의 시대에 휩쓸리지 않았고 차근차근 업계의 전설들을 상대로 승리하며 자기 자신의 길을 개척해왔다.

팬들이 그걸 인정했다.

시나는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을 상대하더라도 기존 팬들에게 야유를 받았지만, 신은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그뿐이랴.

신은 기존 팬들을 흡수했고, 프로레슬링에 흥미를 잃은 이들이 다시금 텔레비전 앞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상반된 길을 걸어온 두 사람.

회사의 선택을 받은 자로서 프로레슬링에 새로운 팬들을 유입시켰던 시나.

회사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기존의 팬들을 흡수해 자신의 길을 개척한 신.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보았을 때.

전 세계의 사람들은 느꼈다.

바로 이것이.

현 시대라고.

현재의 프로레슬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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