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05화 (505/634)

505.

그렉 하트.

캐나다의 레전드급 테크니션.

나에게 수많은 것을 가르쳐준 선배.

나는 그를 메인 쇼에 데뷔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레슬 임페리움에서 꺾었고, 그 유지를 이어받아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었다.

아무리 ‘SIN’이라고 하더라도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이 그렉 하트의 은퇴 경기를 맡게 되다니 말이다.

그래서 회사 내의 사람들도 다른 선수가 낫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지만 그렉 하트는 꿋꿋하게 날 밀어주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에게서 ‘미래’를 보았다고.

“…….”

“…….”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카메라가 움직이며 내 움직임을 유도했다. 주변에서 경기를 마친 WWF 선수들이 내 입장을 돕기 위해 나왔다.

“Go!! SIN! Go!!”

“Eyyyyyyyyeeeeeaaahhhh!!”

화려한 오케스트라 스타일 음악에 그들의 목소리가 섞이며 힘이 더해졌다.

그렇게 어깨에 ACW 월드 챔피언 벨트를 걸치고 나아가던 나는 이윽고 자리에 멈춰 서서 다시 옆을 돌아보았다.

케인 맥센을 필두로 해서 그때 당시의 랙다운 선수들과 눈이 마주쳤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나에게 남은 또 다른 역사.

러셀 하트에게 잡을 해주고 랙다운으로 넘어간 나는 초기에 케인 맥센의 방해 공작으로 출연도 하지 못했지만.

이들은 나에게 있어 형제와 같았다.

나는 그렇게 앞으로 나아갔다.

딱히 시간 순은 아니었다.

엔트런스 씬에 주어진 시간은 5분이었기에 그 시간에 내 굵직한 커리어를 전부 다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 모든 선수들이 내 입장 씬 연출을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많이 모여주었다.

셰무스, 브로큰 와이엇, 바비 애슐리.

GCW 시절의 동료들.

사모아 고, C.M. 펑크.

드류 맥킨마이어, 핀 발로.

쟈니 에이스, AK 스타일스.

대니얼 라이언과 베이다.

PWA 시절의 동료들.

그리고 이 남자를 빼놓을 순 없었다.

트리플H.

[Uoooooooooooooooooooohhh!!]

슬레지 해머를 쥐고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그가 내 앞으로 다가와 씨익 웃어 보인 뒤 화면 저편으로 사라졌다.

나는 계속 나아갔다.

음악과 함께.

할리우드 로건.

nWo 멤버들도 기꺼이 참가해주었다.

코디 로스와 더스티 로스도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한 남자와 맞닥뜨렸다.

랜스 오튼.

[Waaaaaaaaaaaaaaaaaaaggghhhh!]

그가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떠났다.

고릴라 포지션 앞에 다가갔다.

러셀 오메가가 나타났다.

녀석이 내 어깨를 툭 치고 떠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줄 줄은 몰랐는데.’

바트 맥센이 모습을 드러냈다.

“…….”

“…….”

내 앞을 가로막은 그가 이내 옆으로 돌아서며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Yeeeeeeeeeeeeeeeeeeeaaahhh!]

팬들의 환호는 절정에 다다랐다.

나는 전율을 느꼈다.

내 커리어를 함축한 듯한 입장 씬.

아니, 이건 내 인생이었다.

나는 이 끝을 알고 있다.

숀 시나와의 승부가 끝난 후로도.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테고 실패를 향해서 전진하겠지. 그것은 누구든지 겪는 인생의 실패, 죽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왜냐면 나는 한 번의 기회를 더 받았으니까. 그로써 이런 삶을 얻었으니까.

그렇기에 남들보다 배는 더 감사하며 지금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갈 거다.

실패로 끝난다고 한들.

이 길에 있는 가장 숭고한 가치.

나의 영혼을 입증하기 위해서.

이게 내 빌어먹을 인생이고.

나는 Mother Fuckin’ 프로레슬러다.

커튼을 걷고 나가기 전.

나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다 죽여버리고 와요. 내 사랑.”

티파니 맥센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는 그대로 커튼을 걷고 나아갔다.

아직 입장 씬은 끝나지 않았다.

하나가 남았다.

피어오르는 연기.

치솟는 불꽃.

그것이 바로 SIN의 입장.

[Waaaaaaaaaaaaaaaaaagggghhh!!]

The Best Wrestler In The Era.

그런 남자를 보기 위해서, 지금 이곳에 수많은 이들이 모여 나를 응원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연기를 꿰뚫고 나간 나는 마침내 입장로 위에 그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스산한 공기.

해는 지고 빛이 나를 감쌌다.

조명이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등 뒤로 터져 오르는 폭죽이 뉴욕 하늘을 감싸며 나는 눈앞에 다가오는 한 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디 캐스켓-테이커.

[Uoooooooooooooooooooohhhh!!]

경악을 금치 못하는 팬들.

중절모를 손으로 눌러쓰고 다가온 테이커가 내 앞에 섰고, 나도 입을 꾹 다문 채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Taker!]

그리고 테이커는.

장갑을 벗어 내게 주었다.

오픈 핑거 글러브.

그리고 말했다.

“Nice Job, Kid.”

테이커의 땀으로 젖은 글러브를 받아 착용한 나는 데드맨이 모자를 벗고 내게 예를 갖추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계속되는 챈트.

제기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눈물이 차올랐다.

그렇기에 감정을 정돈하고자 괜히 오픈 핑거 글러브를 매만진 나는 이내.

“Let’s Goooooooooooooooooo-!!”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들어라.

나는 여기에 있다.

별먼지처럼 아름다운 흔적들을 업계에 남기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자, 더 가보자.

이 세상의 끝까지.

이 시대의 끝까지.

프로레슬링의 끝까지.

싸워보자.

숀 시나.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런 기세로 나아갔다.

인간의 가치를 더하는 건 시간이다.

나는 앞서 마주했던 수많은 선수들의 도움으로 이곳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그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주었다.

거기에 더해 내 노력과 몰랐던 재능.

엄청난 행운과 열정이 나를 이 시간을 맞이할 때까지 견딜 수 있게 해줬다.

내가 정말 바라던 경기였다.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 음악 속에서 링 아나운서가 날 소개했다.

출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195센티미터에 120킬로그램!!

현 ACW 월드 챔피언!!

Heeeeee Is The Breakeeeer-!

The Alphaaa-! Man On Fireee-!!

[S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INNNNNN!!]

모두가 나의 이름을 외쳤다.

더없이 뜻깊은 순간이었다.

계단을 타고 링 위로 올라간 나는 곧바로 코너 로프를 밟고 위로 올라가 경기장 가득 모인 팬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벨트를 번쩍 들어올렸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폭풍처럼 쏟아지는 환호.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입장을 끝마쳤다.

그렇게.

음악이 끝나자 나는 시나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일단 가죽 재킷을 벗었다.

검은색 롱 팬츠 형태의 경기복.

거기에 평소에는 손목 테이핑 정도를 덧붙이는 게 평소의 내 스타일이었지만.

오늘은 오픈 핑거 글러브도 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기다렸다.

시대의 아이콘.

희망을 이끄는 자.

숀 시나를.

그리고 시작되는 음악.

……그 내용이 조금 이상했다.

시나의 음악인 ‘My Time Is Now’ 대신 그가 아이콘이 되기 이전 사용한 테마 음악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Uoooooooooooooooooooohhhh!!]

시나가 링으로 나왔다.

하지만 한 명이 아니었다.

시나와 똑같이, 밀리터리 팬츠에 검은 셔츠와 캡 모자를 쓴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는 긴 레슬 임페리움 입장로를 가득 채울 정도였고 나와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순간 놀라 입을 다물었다.

입장로 위에 좌우로 나뉘어서 일렬로 늘어선 그들이 머리 위로 손을 뻗었고.

Baammm……! Baammm……!

Baammm……! Baammm……!

시나의 음악이 시작됨과 동시에 돌아서 손바닥을 얼굴 앞에서 흔들어댔다.

시나의 상징과 같은 제스처.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저 새끼가.’

그 입장이 시사하는 바는 간단했다.

‘우리 모두가 숀 시나다.’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

그들을 대변하려는 것이 시나였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그리고 터져 나오는 환호는.

[Shawn Cena S-ck……!]

그런 조롱을 완전히 지워냈다.

시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시네이션들과 같은 복장.

허리에는 WWF 월드 챔피언 벨트를 두르고 세트장 밑으로 당당히 걸어 나온 녀석이 마구 고함을 질러댔다.

왠지.

그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We Can All-!! Do This!]

[Never Give Up! Let’s Go-!!]

이어지는 동작은 똑같았다.

주머니에 있던 ‘Never Give Up’ 타월을 멋지게 가슴 앞에서 펼친 녀석이 경의를 표하듯 경례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Waaaaaaaaaaaaaaaaaaaaggghhh!]

놈이 던진 타월이 한 소녀의 품에 들어갔다. 이제부터 그녀의 기억에 평생 남을 순간을 시나가 만들어주었다.

입장로의 양옆으로 늘어선 시네이션의 사이를 내달려 링으로 향하는 시나.

그것은 놈이 지금까지 지켜온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그 정신을 형상화했다.

링 아나운서가 그를 소개했다.

출신! 웨스트 뉴버리! 매사추세츠!!

190센티미터에 130킬로그램-!!

현 WWF 월드 챔피언!!

Heeeeee Is The Champppp-!

[Shawwnnn-! Ceeeennaaaaaa-!!]

그리고 이어지는 링 인.

[Uooooooooooooooooooooohhh!!]

내 옆을 지나쳐 힘껏 로프 반동을 한 시나는 그대로 링 위를 매섭게 오가며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벨트를 가지런히 양손에 쥔 녀석은 그것을 머리 위로 힘껏 들었다.

[Yeeeeeeeeeeeeeeeeeeaaaahhhh!!]

거기에 쏟아지는 환호.

나는.

그리고 숀 시나는.

방금 입장으로 보여주었다.

자신들이 어떤 선수인지.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Uooooooooooooooooooooohhh!!]

거기에 쏟아지는 환호.

순간적으로 귀가 먹먹해졌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어깨에 걸친 벨트를 그대로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ACW! ACW! ACW! ACW! ACW! ACW! ACW! ACW! ACW! ACW!]

시나도 그렇게 했다.

[WWF! WWF! WWF! WWF! WWF! WWF! WWF! WWF! WWF! WWF!]

두 단체의 정상.

그런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각 시대의 창조자들.

그게 바로 시나와 나였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각 팬들이 우리를 응원했다.

시작하기도 전에 엄청난 공방이었다.

서로 가만히 서서 상대의 얼굴을 노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오는 반응.

환상적인 Face To Face.

심판이 우리 둘을 만류해 각 코너로 물러서게 만들었고 나와 시나는 거리를 벌린 채로 이어지는 과정을 기다렸다.

최고의 경기에는 그에 걸맞은 예우가 필요한 법으로, 먼저 링 아나운서에 의해 우리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땡땡땡-!

링 벨이 울리자 관객들이 집중했다.

“이어지는 경기는 오늘의 메인이벤트! 통합 월드 챔피언십 매치입니다!”

링 아나운서가 나를 돌아보았다.

“먼저! 챔피언을 소개하겠습니다!!”

ACW 월드 챔피언.

“SSSIIIIIIIIIIIIIIIIIIIIIIIINNNNNNNNN!!”

[Waaaaaaaaaaaaaaaaaaaggghhh!!]

“다음으로 챔피언을 소개하겠습니다!!”

릴리 가르시아가 시나를 돌아보았다.

그 또한 챔피언이었다.

WWF 월드 챔피언.

“SHAWWWNNN!! CEEEENAAAAA-!”

[Yeeeeeeeeeeeeeeeeeeeaaahhh!]

그랬다.

시나와 나.

둘 모두가 챔피언이었다.

앞으로 나선 녀석과 내가 계획해뒀던 대로 심판에게 챔피언 벨트를 건넸다.

심판이 양손에 제각각의 월드 챔피언 벨트를 쥐고는 머리 위로 들어보였다.

조명을 받아 빛나는 벨트.

이 경기에 걸린 두 개의 상징.

시나와 나는 서로를 다시 보았다.

대화는 딱히 오가지 않았다.

경기 시작 전에 으레 있을 법한, 감정을 주고받는 척하며 실제로는 경기가 잘 풀리기를 기원하는 행위도 없었다.

필요 없었다.

시나와 나는.

이미 이야기를 다 해둔 상태였다.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팬들의 엄청난 응원과 함께.

땡땡땡-!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 직후.

시나는 번개처럼 내게 달려들었다.

태클을 먹이려는 녀석을 피해서 뒤로 물러서자 곧바로 코너에 등이 닿았다.

[Uooooooooooooooooooooohhh!]

초장부터 화끈하게 전개되는 시합을 본 팬들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러댔다.

마구 펀치를 날려대는 시나.

퍼억!

복부와 안면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펀치를 견뎌낸 나는 곧바로 틈을 놓치지 않고 시나의 복부에 무릎을 날렸다.

빠악-!

무너지는 시나.

팬들이 숨을 삼켰다.

나는 내 앞에 무릎을 꿇은 시나의 팔을 붙잡은 뒤 그대로 힘껏 잡아당겼다.

그와 함께.

다시 무릎.

쩌억-!!

[Uooooooooooooooooooooohhhh!]

순간 안면이 크게 꺾이는 시나.

눈에서 생기가 사라진 녀석이 그대로 넘어가서는 바닥에 털퍼덕 쓰러졌다.

나는 곧장 핀 폴로 이어갔다.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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