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06화 (506/634)

506.

시나가 어깨를 들었다.

[Uoooooooooooooooooooohhhh!]

초반부터 터진 갑작스러운 피니시 무브를 본 관객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팔을 당긴 채 무릎을 꽂아버리자 고정된 상태로 있던 턱이 가동 영역을 벗어나면서 순간 뇌가 크게 흔들렸다.

덕분에 핀 폴을 벗어난 이후로도 시나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반면.

나는 목을 뚜둑 꺾으며 일어섰다.

별거 아니라는 듯이.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런 나를 본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실제로 그랬다.

경기가 시작한 직후, 시나는 잔뜩 흥분해서 달려들었지만 나는 그것을 침착하게 반격하면서 기세를 잡아냈다.

나는 시나의 곁으로 다가갔다.

[Let’s Go! Cena!]

팬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그러자 그걸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시나의 안티들이 반대로 놈을 까댔다.

[Cena! S-cks!]

[Let’s Go! Cena!]

[Cena! S-cks!]

[Let’s Go! Cena!]

[Cena! S-cks!]

계속해서 이어지는 챈트.

나는 눈썹을 찡그렸다.

‘항상 이런 식이란 말이지.’

딱히 본인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시나의 위상이 워낙 공고하기 때문에 상대가 되는 선수들이 묻히고는 했다.

단순히 시나가 넘어서야 할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나에게도 나만의 드라마가 있다.

[Let’s Go! Cena!]

[Cena! S-cks!]

하지만 이렇게, 시나를 긍정하는 팬들과 부정하는 팬들이 한데 모여 목소리를 낼 때면 그 상대가 되는 레슬러는 단순한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게 싫었다.

“후우.”

심호흡을 하고.

시나를 붙잡은 나는 그대로 수플렉스를 이용해서 공격을 계속 이어나갔다.

콰앙-!

나가떨어지는 시나.

[Uooooooooooooooooooooohhhh!]

순간 팬들의 의식이 다시 집중되었고 나는 멈추지 않고 공격을 이어나갔다.

그대로 몸을 돌려.

달려 나간 뒤 로프를 밟고 뛰어 올라 문설트로 지면에 있던 시나를 덮쳤다.

투콰앙!!

“끄하악-!”

비명을 지르는 시나.

다시 핀 폴.

[1……!]

[2……!]

벗어났다.

예상한 바였고, 나는 바로 시나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은 뒤 몸을 굴렸다.

롤 업.

[1……!]

[2……!]

이번에도 벗어나는 시나.

나는 그렇게 관객들이 계속해서 나와 시나의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면서 반응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만들었다.

템포를 높인 것이었다.

시나가 다시 일어섰다.

나는 그 얼굴에 펀치를 꽂아 넣었다.

뻐억-!

[Yeeeeeeeeeeeeeeeeeeeeaaahhh!]

오픈 핑거 글러브를 끼고 때린 펀치에 시나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나는 놈을 로프까지 몰아붙였다.

그러고도 계속 펀치를 꽂았다.

“로프 브레이크!”

심판의 선언을 들은 나는 곧바로 시나의 팔을 당겨 반대편으로 내던졌다.

로프 반동 후 돌아오는 시나.

나는 단숨에 도약했다.

드롭킥.

퍼억-!

안면을 걷어차인 시나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고, 나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자리에서 다시 일어섰다.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반응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는 날 단순한 악당으로 만들어버렸던 팬들은 조롱하기 위한 행동을 했다.

자리에 엎드려 일어서려는 시나의 머리를 발로 툭툭 건들며 속을 긁어댔다.

“고작 이거냐? 시나?”

[Boooooooooooooooooooooo-!]

“고작 이거냐고. 이 자리에 모인 네 시네이션인지 Sh-tnation인지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뭐라도 좀 해보라고.”

곁으로 다가온 심판이 날 제지했다.

“신, 경고야.”

“언제부터 그러셨다고?”

어이가 없어 웃은 나는 그때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시나의 손을 지긋이 밟으면서 다시 야유를 끌어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Yeeeeeeeeeeeeeeeeeeeeaaahhh!!]

환호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이게 제대로 된 반응인가.

아니면 아까처럼 시나를 부정하는 이들이 그런 의도로서 보내는 환호인가.

그걸 이제 확인할 차례였다.

나는 시나를 잠시 두고 관객석을 돌아보면서 퍼포먼스를 펼치기 시작했다.

“다들 이걸 기다리지 않았어?!”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이제 시작이야! 끝까지 가보자고!”

그렇게 외치고 뒤를 돌아보자 자리에서 일어선 시나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숨을 몰아쉬던 녀석이 주먹을 날렸고 나는 여유로운 얼굴로 그것을 잡아냈다.

그리고 곧장 시나의 안면에 헤드벗을 날려 주도권을 다시 잡으려고 했지만.

“……?!”

순간 무릎이 휘청거렸다.

[Uoooooooooooooooooohhh!!]

시나가 내 어깨를 잡고 누른 것이다.

[Let’s Go! Cena!!]

이어지는 팬들의 외침.

시나를 지지하는.

사회에서 소외 받은 이들의 큰 외침이 나를 순간적으로 바닥에 짓눌렀다.

이어지는 엘보.

퍼억!

시나가 나를 잡고 들어올렸다.

피셔맨 수플렉스.

투콰앙!

[Yeeeeeeeeeeeeeeeaaahhhh!!]

깔끔한 반격.

링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진 나는 순간적으로 큰 충격에 빠져서 숨을 삼켰다.

시나는 다시 일어서지 못했고 링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진 나는 로프를 붙잡은 채로 몸의 중심을 잡았다.

“끅……!”

순간 느껴지는 허리의 통증.

단 한 방이었지만, 시나의 엄청난 힘으로 내던진 피셔맨 수플렉스는 순간적으로 치솟던 기세를 꺾기에 충분했다.

코너에 등을 기댄 채 괴로워하던 나는 그대로 양옆으로 뻗은 로프를 붙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Let’s Go! Cena!]

[Cena S-cks!]

[Let’s Go! Cena!]

[Cena S-cks!]

[Let’s Go! Cena!]

[Cena S-cks!]

다시 반응이 넘어갔다.

‘쉬운 상대가 아니군.’

역시 그랬다.

그렇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시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뒤 녀석의 가슴팍에 찹을 날리며 다시 시작했다.

아무리 시나가 순간 보여준 힘이 강력했다고 한들, 나는 그동안 계속 놈을 공격해왔고 피니시 무브까지 맞췄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시점에서.

이미 주도권은 흔들렸다.

쫘악-!

팔을 휘저으며 물러나는 시나.

[Let’s Go! Cena-!!]

팬들이 녀석을 믿고 환호했다.

‘제기랄.’

다시 찹.

펀치.

찹.

계속해서 러시를 이어갔지만 시나의 반응은 점차 눈에 띌 정도로 줄어갔다.

마침내 로프에 그 등이 닿았고.

나는 놈을 로프 밖으로 넘겨버리려는 생각에 곧바로 클로스라인을 사용했다.

하지만 순간 시나가 사라졌다.

[Uooooooooooooooohhh?!]

그리고 뭔가가 날 붙잡았다.

허리를 숙여 클로스라인을 피하고 내 뒤로 돌아 들어온 시나, 이 개자식……!

“크하아아아악-!!”

몸이 번쩍 들렸다.

백 드롭.

시나는 나를 그대로 넘겼다.

순간 등에 찾아오는 충격.

투콰앙-!!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Waaaaggghhh……! Uoooooohh?!]

환호가 경악으로 바뀌었다.

백 드롭을 날린 직후, 최악의 유연성으로 유명한 시나가 곧장 뒤로 굴렀다.

물론 그 동작은 많이 삐그덕댔지만.

이어진 괴력이 모든 걸 뒤덮었다.

“……?!”

시나가 나를 들어올렸다.

상대를 양어깨에 들쳐 업는 자세.

파이어맨즈 캐리 포지션.

[Yeeeeeeeeeeeeeeeeeeaaaahhh!]

[Boooooooooooooooooooooo-!!]

팬들의 환호와 야유 속에서 나를 들고 일어선 시나가 천천히 심호흡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Attitude Adjustment.

태도 교정.

시나가 내 다리를 번쩍 들어올렸다.

놈의 어깨 위에 있던 내 몸이 그대로 반대편으로 날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동안 수많은 난적을 쓰러뜨려온 숀 시나 최고의 피니시 무브.

그걸 그냥 맞아줄 수는 없었다.

허리를 튕겨낸 나는 등부터 떨어지는 대신 중심을 잡고서 지면에 착지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Yeeeeeeeeeeeeeeeeeaaahhhh!!]

순간 환호하는 팬들.

놀라 나를 바라보는 시나.

그 복부를 롤링 소베트로 걷어차고.

퍼억-!

“억?!”

시나가 무릎을 꿇은 것을 본 나는 그대로 내달려 눈앞에 있던 로프에 몸을 최대한 깊숙이 묻고 기술을 준비했다.

스팅거.

한 발, 두 발, 세 발.

거리를 재고 뛰며.

시나의 안면을 노려 무릎을 들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시나는 몸을 비틀어 기술을 피했다.

쿵-!

나는 중심을 잃고 지면을 나뒹굴며 한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말았다.

거기에서 다시 턴이 넘어갔고.

[Uoooooooooooooooooohhh?!]

시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링 위에 턱을 처박고 쓰러진 내 위에 올라탄 시나가 바로 기술을 사용했다.

STF.

내 다리를 접어 자신의 다리 사이에 끼운 놈이 그대로 꺾은 채 고정을 했고.

시나의 두터운 양팔이 내 머리를 감싸고는 그대로 힘껏 조이기 시작했다.

“끄하아아아아악-!!”

[Waaaaaaaaaaaaaaaaaaaggghhhh!]

팬들의 환호가 순간 멀어졌다.

뇌가 짓이겨지는 듯한 통증.

“끄그그극……!”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하지만.

빠져나갈 구석이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시나는 마치 물건을 고정하는 바이스처럼 내 뒤에 딱 달라붙은 채였다.

몸을 뒤집으려고 해도.

시나가 반대편 발을 지면에 딱 대고 있는 탓에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체력이 점점 빠지는 게 느껴졌다.

시나는 심지어 내 머리를 위로 들어 올려 허리를 꺾으려는 시도까지 했다.

다리.

허리.

머리.

세 방향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서브미션 피니시 무브. 시나는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이 기술로 승리를 따왔다.

그렇기에 팬들도 환호했다.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내가 서브미션에서 벗어나기를 기다리는 팬들이 계속해서 내 이름을 외쳐대는 게 들렸다.

거기에서 순간 몸에 힘이 돌아왔다.

“……!”

정신을 차린 나는 멀지 않은 위치에 로프가 있음을 확인하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유일하게 자유로운 부위인 손을 이용해,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나갔다.

물론 절대로 쉽지는 않았다.

시나의 ‘실제’ 체중은 115kg. 나보다 무려 15kg이나 무거웠고, 그만큼 근육질이라 놈이 힘을 빼더라도 질질 끌고 가는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꺾인 무릎이 욱신거렸다.

조여드는 팔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로프를 잡아야만 했다.

그게 정해진 각본이고.

나는.

그럴 가치가 있는 남자이기에.

* * *

경기 초반에는 신이 리드를 했다.

나쁘지 않은 그림이었다.

그동안 신과 시나는 대립을 거듭해오면서 각자 상대방에 비해서 신체적으로 우월한 부분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신은 타격과 기술.

시나는 힘과 근성.

그런 암시를 주었기에 경기 초반, 시나가 달려든 것은 악수(惡手)가 되었다.

상대도 흥분해서 한 행동이었지만 신은 시나를 어렵지 않게 제압했고 극 초반은 신이 우위를 가져가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화려한 테크닉을 사용해 경기의 주도권과 팬들의 반응을 가져왔지만, 시나도 밀리지는 않았다.

몇 번의 핀 폴에도 쓰러지지 않는 근성을 보이며 팬들의 머릿속 깊숙이,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결국.

STF까지 거는 기염을 토했다.

[신! 신!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기술이 완벽하게 들어갑니다! 시나의 STF! 신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군요! 과연 항복을 할까요?!]

[아아, 이거 빠져나오기 힘들겠는데요. 스팅거를 피하고 바로 넣은 기술이라 너무 단단하게 잠그고 있어요.]

해설자들도 흥분해 소리쳤다.

지금 이 경기의 결과를 아는 것은 링 위의 심판과 두 명의 선수들뿐이었다.

티파니 맥센조차도 몰랐다.

그렇기에 더 잘 느껴졌다.

이 경기가 전하려는 게 뭔지.

[아아……!! 신!!]

[나아갑니다! 나아가요!!]

[Uooooooooooooooooooohhhh!!]

신이 앞으로 나아갔다.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이었지만 승리를 향한 그 열망은 포기할 줄 몰랐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 신이 마침내.

로프를 붙잡았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순간 쏟아지는 환호.

팬들도, 티파니도.

그 커리어를 봐온 모두가 원했다.

신의 승리를.

“로프 브레이크!”

심판의 선언과 함께 신의 위에서 떨어져 나온 시나가 그대로 엎어졌다.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두 사람을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경기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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