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07화 (507/634)

507.

순간 의식이 멀어졌다.

“허억, 허억…….”

STF로부터 어렵사리 벗어난 나는 지면에 코를 처박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시나도 바닥에 누운 상태였다.

서브미션 무브는 상대의 몸을 꺾은 채로 버텨야 하는 만큼 시전자 역시 체력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이다.

“1……!”

심판이 텐 카운트를 시작했다.

관객들도 잠깐 숨을 돌렸다.

방금까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경기에 깊이 몰입한 이들이었다.

“2……!”

아이콘 간의 경기.

“3……!”

그것이 가지는 의미와 상징성은 팬들이 경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나쁘지 않군.’

나는 고통 속에서 생각했다.

통증으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지만, 팬들에게서 느껴지는 고요한 열기가 천천히 의식을 일깨워주었다.

카운트는 계속되었다.

“7……!”

먼저 일어선 것은 시나였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충분히 쉰 녀석이 내게 다가왔다.

충격에서 쉽사리 빠져나오고 있지 못했던 나는 녀석의 손에 잡혀 일어섰다.

이어지는 해머링.

퍼억-!

안면에 전해지는 충격.

버티지 못하고 밀려난 나는 등에 로프가 닿는 것을 느끼고 순간 굳어졌다.

이어지는 시나의 클로스라인.

시야가 그대로 한 바퀴 돌았다.

로프를 타고 반대편으로 넘어간 나는 링 바닥을 보고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런.

‘머리부터……?!’

콰앙!!

[Uoooooooooooooooohhh……?!]

팬들의 목소리가 순간 멀어졌다.

바닥에 엎드린 나는 큰 충격을 받은 몸의 상태를 냉정하게 확인해보았다.

왼팔.

머리부터 떨어지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바닥을 짚었던 왼팔이 욱신거렸다.

하지만.

‘괜찮군.’

나머지도, 문제는 없었다.

시나가 링 아래로 내려왔다.

그 얼굴을 잠시 노려보던 나는 링에 기댄 채로 서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시나가 달려왔다.

이어지는 해머링.

퍼억!

순간 얼굴이 들렸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돌려주었다.

빠악-!!

헤드벗.

시나의 해머링.

퍼억-!

나의 찹.

쫘악-!!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팬들의 환호가 다시 이어졌다.

시나가 내 팔을 덥썩 잡았다.

“……?!”

그리고 당기려는 걸 버텨냈지만.

‘뭔 힘이 이래?!’

중심을 잃고 끌려갔다.

시나의 팔에 당겨져 반대편 바리게이트까지 달려간 나는 그대로 충돌했다.

콰앙-!

[Yeeeeeeeeeeeeeeeeaaahhh!!]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겨우 눈을 뜨자.

돌진해오는 시나의 모습이 보였다.

놈이 어깨로 날 들이받았다.

투콰앙-!!

“……!!”

숨이.

순간 멎었다.

우지직-!

버티지 못한 바리게이트가 넘어갔다.

[Uoooooooooooooooooooohhhh!!]

비명을 지르는 관객들.

경기장이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링 아웃 카운트가 6까지 세어진 상태에서,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시나와 나.

일어설 수 없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피를 토할 것 같았다.

“끄윽…….”

“신, 신!!”

누군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옆에서 다가온 진행요원이 내 상태를 확인하고는 어디론가 무전을 쳤다.

순간 웅성거리는 관객들.

“7……!!”

카운트가 계속 이어졌다.

나는 순간 눈을 번쩍 떴다.

“비, 켜.”

“아, 아니!”

“비키라고.”

올라가야만 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시나 역시 자신을 말리는 진행요원을 떼어내고 억지로 일어서려고 했다.

“…….”

“…….”

시선이 잠시 마주쳤고.

무시하고 일어섰다.

일단은 링으로.

“8……!”

그게 급선무였다.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팬들도 그것을 원했다.

녀석과 내 승부가 이렇게 더블 카운트 아웃으로 끝나는 건 최악의 결말.

“9……!!”

시나와 나는 링으로 굴러들어갔다.

[Yeeeeeeeeeeeeeeeeeeeaaaahhh!!]

쏟아지는 환호.

그 짧은 거리가 수 킬로미터처럼 느껴졌던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시나도 마찬가지였다.

내 머리 위에 누워있던 녀석이 로프에 의지해 일어섰고, 나도 어떻게든 몸을 가누고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다.

“후우우우우…….”

정신을 차렸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 시작이었다.

[SIN! SIN! SIN! SIN! SIN!]

[Cena! Cena! Cena! Cena!]

‘챈트’가 넘어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나도 일어섰다.

링 중앙으로 나온 우리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Let’s Go! Cena!]

[SIN! SIN! SIN! SIN!]

다시 넘어가는 챈트.

Face To Face.

스릴라이드에 올라탄 듯한 경기.

그 휴식기가 끝나고 시나와 나는.

쿠웅-!!

곧바로 힘으로 맞붙었다.

락 업.

[Waaaaaaaaaaaaaaaaaaaaggghhh!]

환호를 보내는 팬들.

시나가 힘을 써서 날 밀어붙였다.

나는 놈의 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저항을 했다.

그리고 이내 시나의 팔을 떨쳐내고는 뒤로 돌아들어가 허리를 잡고 들었다.

저먼 수플렉스.

[Uoooooooooooooooooooooohhh!]

투콰앙-!

머리 위로 번쩍 뽑아 들며 내던진 시나가 그대로 등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다시 놈의 허리를 잡았다.

그 직후, 안면에 통증이 일었다.

퍼억!

엘보를 날린 시나가 자기 허리에 감긴 내 손을 풀고는 반대편으로 넘겼다.

쿵-!

그렇게 넘어간 나는 시나가 팔을 꺾으며 체인 레슬링을 걸어오자 강한 통증을 느끼고 눈썹을 찡그렸다.

그 손에 이끌려 일어섰다.

하지만.

체인 레슬링이라면 현재 이 업계에서 그 누구도 나를 따라올 수가 없었다.

곧바로 텀블링.

[Waaaaaaaaaaggghhh!]

환호 속에 꺾인 팔을 원래대로 돌린 나는 그대로 시나의 다리를 걸었다.

쿵!

쓰러지는 시나.

뒤꿈치로 복부를 밟으려고 했지만 시나는 곧바로 옆으로 돌아누워 피했다.

촘촘하게 짜인 채 이어지는 공방.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카운트아웃으로 경기를 끝낼 뻔했던 녀석과 나는 그게 다 뭐였냐는 듯이 마구 싸워댔다.

로프 반동을 하고 돌아오자 자리에 서있던 시나가 바닥에 바싹 엎드렸다.

놈을 뛰어넘어 반대편 로프에 반동을 하고 돌아온 나를 시나가 맞이해줬다.

허리를 숙여 내 다리 사이로 파고든 녀석이 그대로 힘껏 위로 들어올렸다.

백 바디 드롭.

투쾅!

깔끔하게 넘어가 등부터 떨어진 나는 등이 짓이겨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러자니 내 머리 앞으로 다가온 시나가 그대로 허리를 숙이고 자신의 시그니처 포즈를 취하려고 들었다.

자신의 얼굴 앞에 손바닥을 펼쳐 들고는 좌우로 흔들며 나를 도발했다.

“You Can’t See Me!”

[You Can’t See Me!]

팬들이 그 말을 따라했고 뒤로 물러나 로프 반동을 한 시나가 다가왔다.

이어지는 피스트 드롭.

하지만.

나는 그 직전에 다리를 들었다.

[Uoooooooooohhhh……?!]

얼굴을 차이고 물러나는 시나.

녀석이 다시 로프 반동을 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가오는 시나.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안 된다고.

나는 할 수 없다고.

동양인에게는 불가능한 길이라고.

또한.

내가 정상에 선 뒤로도.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끝없이 나를 의심했다.

시나가 이길 것이라고.

놈이 이기는 그림이 맞다고.

하지만 나는.

이 SIN은.

항상 그런 의심을 박살 내왔다.

“크아아아아아-!!”

나는 시나를 번쩍 들었다.

동시에 뒤로 회전하며 손에 든 숀 시나의 머리를 바닥에 수직으로 세웠다.

그대로 정지.

이마를 타고 주룩 흘러내린 땀이 어깨를 거쳐서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Uooooooooooooooooooooohhh?!]

놀라 일어서는 팬들의 존재를 느끼면서 나는 그대로 시나와 함께 떨어졌다.

투-콰앙-!!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지는 소리.

지면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정수리부터 바닥과 충돌한 시나의 몸이 무슨 거목이 넘어가듯 땅에 떨어졌다.

쿵……!

[Yeeeeeeeeeeeeeeeeeaaaahhhh!!]

울려 퍼지는 환호는 절반.

시나의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나는 그대로 핀 폴에 들어갔다.

[1……!!]

시나의 다리를 잡고 들어올린 시점에서, 나는 링 바깥에 앉아 있는 소년이 입을 틀어막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시나의 패배가 목전에 찾아오자 그것을 이해하지도, 납득하지도 못하는 소년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Let’s Go! Cena!!”

소년이 비명을 내질렀고.

[2……!!]

시나의 팬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이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반대로.

나의 팬들은 기적을 느꼈다.

은퇴를 건 경기에서.

신이 숀 시나를 잡아냈다.

그래. 분명히.

안티 크라이스트는 단 한 번도 깨진 적이 없었던 신의 최종 병기였으니까.

하지만 그 직후.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Uoooooooooooooooooooohhhh?!]

시나가 어깨를 번쩍 들었다.

[Yeeeeeeeeeeeeeeeeeeaaaahhh!!]

환호를 보내는 시나의 팬들.

녀석이 팔을 들며 돌아눕는 충격으로 튕겨 나온 나는 반대편 로프까지 떨어져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벗어났다.

숀 시나가 벗어났다.

이 기술을.

안티 크라이스트를.

“이…….”

순간 나는 말을 잊어버렸다.

안티 크라이스트.

상대를 지면에서 수직으로 들어 올려서 꽂아버리는, 그야말로 내 커리어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듯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시나는 그걸 벗어났다.

내가 이 위치까지 올라오기 위해.

기존의 질서를 부정하고.

전설적인 선수들을 쓰러뜨리려고 사용한 기술이 바로 이 안티 크라이스트.

하지만 시나는 그걸 벗어났다.

[Let’s Go! Cena!]

[Cena S-cks!]

[Let’s Go! Cena!]

[Cena S-cks!]

[Let’s Go! Cena!]

[Cena S-cks!]

그리고 그걸로 반응이 넘어갔다.

“허억, 허억…….”

핀 폴에서 벗어나 바닥에 엎드린 채로 있던 시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 * *

안티 크라이스트가 깨졌다.

그게 시사하는 바는 엄청났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모든 사람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안티 크라이스트를 투 카운트에서 빠져나온 시나를 보고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안티 크라이스트.

그 정도의 상징성.

그 정도의 위력.

그 정도의 위상을 가진 기술이었다.

[숀 시나!! 숀 시나아아아아앗!!]

[빠져 나옵니다! 투 카운트!!]

[안티 크라이스트가 깨졌습니다! 캐스켓-테이커! 트리플H! 랜스 오튼! 러셀 오메가를 끝장냈던 기술이 숀 시나의 앞에서는 작동하지 못합니다!!]

[정말 미쳤군요! 보십시오! 신도 놀라고 있습니다! 저 커다란 눈을 보세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관객들도 다 마찬가지로군요! 아마 이 경기를 지켜보고 계시는 시청자 여러분도 그러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흥분해 외치는 해설자들.

그 말이 맞았다.

“시나 이외에, 현재 이 업계에서 저것을 빠져나올 수 있는 선수는 없지.”

러셀 오메가가 쓰게 웃었다.

신의 입장 씬을 도와준 뒤, 락커룸에서 랜스 오튼과 함께 이어지는 두 사람의 결전을 지켜보던 그가 인정했다.

시나 이외에는 없었다.

안티 크라이스트를 빠져나올 수 있는 상대는 시나 말고는 이 시대에 없었다.

“저 기술은 애초에 신이 ‘전설’을 쓰러뜨리려고 만든 기술이니까 말이야.”

“……뭐, 납득.”

오튼조차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업계에 딱히 거대한 꿈이 없으며 단지 직업이라고 생각하며 대하던 남자조차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다른 의미로 그랬다.

신인 시절부터 함께해온 두 사람이 저런 거대한 무대에서 이전의 다른 어떤 선수도 내지 못한 반응을 얻다니.

문득 그들과 동고동락했던 시간이 뇌리를 스치며, 오튼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러자니 자연히 납득이 갔다.

“시나가 아니면 안 되지.”

숀 시나.

그는 이 시대의 주인공으로서, ACW와 PWA라는 거대한 적과 대적해 WWF를 지켜낸 존재였다.

그렇기에 이해했다.

신의 피니시 무브인 안티 크라이스트를 맞고도 빠져나올 수 있는 존재는 지금 이 시대에 시나 말고는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인즉슨.

“신 이외에는 없지.”

숀 시나와 정정당당하게 대적해서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도, 오직 이 시대에는 신 말고는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의 싸움.

러셀 오메가와 랜스 오튼은 그 사실을 인정하며 계속 경기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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