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
안티 크라이스트가 깨졌다.
팬들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터져 나오는 박수와 챈트.
경기 자체의 퀄리티가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것은 지금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모두가 하는 생각이었다.
이것을 프로레슬링 경기로 생각했을 때는 신과 러셀, 혹은 랜스 오튼의 경기가 훨씬 고평가를 받을 터였다.
전문가들도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시나가 좀 처지는군.”
“그러게 말입니다.”
PWA의 할리 레이시와 바쿠.
어쩌면, 신과 숀 시나를 가장 처음부터 지켜봤다고 말해도 좋을 두 사람은 약간의 아이러니함을 느끼고 있었다.
“옛날이 떠오르는군.”
“……저런 놈들이었죠.”
미소를 짓는 할리와 바쿠.
그랬다.
과거에도 두 사람은 저랬다.
신이 리드했고 시나는 따라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시나는 언제나 자신의 색깔을 팬들에게 보여줬다.
그런 두 놈이, 역사상 가장 거대한 무대에서 싸우고 있다니.
사람 일이랄 게 모르는 법이라지만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저렇게 뜰 줄 알았어요?”
“전혀.”
“그렇죠?”
“물론이지. 신은 말할 것도 없고. 시나도 처음 봤을 때는 이렇게까지 큰 선수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할리가 맥주를 마시며 웃었다.
바쿠도 동의했다.
신은 그때 당시에도 훌륭하기는 했지만, 알다시피 이 업계는 실력 하나로는 정상에 다다를 수 없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예상하지 못했다.
보디빌더 출신의 순진한 애송이와.
독기에 찬 동양인 꼬마가 힘을 합쳐.
이런 엄청난 순간을 만들리라고는.
* * *
신은 큰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
카메라가 그 얼굴을 담아냈다.
해설자들이 놀라 소리쳤다.
[신이……! 저런 표정을 짓는군요!]
[시나가 그만큼 엄청난 걸 해냈습니다! 안티 크라이스트 킥 아웃!! 이 업계에서 최초로 발생한 사태입니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시이이이인!!]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숨을 몰아쉬는 신은, 분명 이 상황을 믿지 못했다.
바로 그때였다.
시나가 고개를 들었다.
[Uooooooooooooooooooohhhh!!]
[아아! 시나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일어나는군요?!]
단순한 동작이었다.
하지만 그 앞뒤로 붙은 두 사람의 드라마가, 단순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모습마저도 극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시나는 항상 저런 면에서 능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팬과 안티 모두에게 아이콘으로서 인정을 받는 선수가 되고 나서는 좋은 경기를 만들 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장점을 활용할 줄 알았다.
그리고 신은.
분명 그걸 맞춰줄 수 있는 선수였다.
안티 크라이스트가 깨진 충격에서 벗어난 듯, 신 역시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h!]
두 사람에게 쏟아지는 환호만으로도 이 경기는 더 큰 수식어가 필요 없었다.
하지만 해설자들은 소리쳤다.
[숀 시나와 신! 신과 숀 시나!]
[두 사람 다 물러설 수 없는 싸움입니다! 이 경기에는 두 개의 월드 챔피언십보다 더 큰 게 걸려있으니까요!!]
[시대와 시대가 충돌합니다!]
[두 선수 모두!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이 있습니다! 그걸 위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쓰러질 수는 없죠!!]
[그래도 한발 승리를 향해 앞서나간 건 신 같습니다! 시나가 밀리는군요!!]
[아, 아아아아……?!]
비명이 이어졌다.
[Uoooooooooooooooooooohhh?!]
팬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신이 순간 우위를 점하는가 싶더니.
돌연 이어지는 해머링을 피하고 뒤로 돌아 들어간 시나가 신을 번쩍 들었다.
스핀 아웃 파워 밤.
투콰앙-!!
시나의 시그니처 무브.
등부터 링 위에 떨어진 신이 고통에 몸부림 쳤고 그대로 뒤로 물러서 로프 반동을 한 시나가 다시 다가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피스트 드롭.
파이브 너클 셔플.
퍼억-!!
[Yeeeeeeeeeeeeeeeeeeeaaaahhh!]
[Booooooooooooooooooooooo-!]
환호만큼이나 거센 야유가 나왔다.
하지만 시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리 거센 야유가 나오더라도, 그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가치와 대변하는 이들을 위해 싸움을 이어나갔다.
피스트 드롭을 맞고 한참 고통스러워하던 신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Uooooooooooooooooooohhhh!!]
비명을 지르는 팬들.
신이 일어선 바로 그 순간.
시나는 탑 턴버클 위에 서있었다.
그리고 반쯤 일어서던 신은 이내 몸의 중심을 잃고 앞으로 슥 기울어졌다.
기다렸다는 듯 도약하는 시나.
링 위를 가로지른 시나는 다리를 앞으로 내밀어 신의 머리를 찍어버렸다.
투콰앙-!!
탑 로프 다이빙 레그 드롭.
[Yeeeeeeeeeeeeeeeeeeeaaahhhh!]
[Booooooooooooooooooooooo-!!]
이어지는 핀 폴.
[1……!]
[2……!!]
신은 어깨를 들어서 벗어났다.
머리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인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는 신.
시나는 그를 계속 공격해나갔다.
턴이 완전히 넘어갔다.
안티 크라이스트가 깨진 영향인지 멘탈이 완전히 나간 신은 이어지는 시나의 공격을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었다.
하지만 단지 그뿐.
[Let’s Go! Cena!]
[Cena Su-ks!]
[Let’s Go! Cena!]
[Cena Su-ks!]
[Let’s Go! Cena!]
[Cena Su-ks!]
팬들의 챈트는 시나에게로 향했다.
안티 크라이스트를 벗어났다고 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이 안티들의 심기를 건드렸고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계속되는 공격.
퍼억!
시나의 드롭킥.
안면을 걷어차인 신이 링 밖으로 굴러 떨어졌고, 시나가 그 뒤를 따라갔다.
[Waa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이 열광했다.
시나가 계속 공격을 이어나갔고 바리게이트로 몰린 신은 그걸 피하며 링 아래에서 계속해서 싸움이 이어졌다.
“시나아아아아!!”
“이겨라! 시나!!”
앳된 목소리.
바리게이트에 몸을 기댄 채 숨을 몰아쉬던 신은 자신의 바로 뒤쪽에 있던 소년소녀의 외침을 듣고 말았다.
그와 함께 날아드는 펀치.
퍼억!
“크……!”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신.
그는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Let’s Go! Cena!]
[Cena S-cks!]
[Let’s Go! Cena!]
[Cena S-cks!]
계속 이어지는 반응.
자신을 단순한 ‘악당’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좀처럼 찬스가 오지 않았다.
“8……!”
심판의 텐 카운트가 이어졌고 시나는 신을 일으켜 세워 링으로 올려 보냈다.
그리고 다시 탑 턴버클로 올라갔다.
관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Uooooooooooooooooohhhh……!]
다시 이어지려고 하는 레그 드롭.
하지만 직후.
신은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무엇을 위해 싸우려고 하는지.
그걸 되새겼다.
자신을 ‘SIN’이 아니라 시나에게 맞서 싸우는 단순한 악당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기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어섰다.
순간 놀라는 관객들.
그 목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링 위를 내달린 신은 그대로 로프를 밟고 뛰어 올라가 자세를 잡고 있던 시나의 목에 다리를 단단히 휘감았다.
그리고 상반신을 뒤로 꺾으며 탑 턴버클 위에 앉아있던 시나를 내던졌다.
슈퍼 프랑켄슈타이너.
투콰앙-!
[Wa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환상적인 반격이었다.
링 위에 쓰러진 시나가 고통에 신음했고 그 팬들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유연성과 힘, 타이밍까지.
모든 게 완벽한 상황의 반격.
말도 안 되는 행위였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쏟아지는 챈트.
바닥에 쓰러진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신은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준비를 했다.
코너 앞에 쪼그려 앉은 그는 로프를 붙잡고 시나가 일어서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고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Never Give Up, Cena…….”
You Never Give Up.
시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은 곧바로 달려 나갔다.
안티 크라이스트로 안 된다면.
이것뿐이었다.
스팅거.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크아아아악!!”
[Uoooooooooooooooooohhh?!]
시나가 신을 번쩍 들어올렸다.
자신을 향해서 달려오던 신의 속도를 힘으로 버틴 시나는 곧바로 그를 반대편으로 넘기며 지면에 메다꽂았다.
숀 시나의 피니시 무브.
Attitude Adjustment.
투콰앙-!!
[Oh My God! AA!! AA!!]
[Yeeeeeeeeeeeeeeeeeeaaaahhhh!!]
[Cover!!]
핀 폴이 들어갔다.
[1……!!]
모두가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다.
추욱 늘어진 신은 AA의 충격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2……!!]
하지만.
그는 벗어났다.
[Uoooooooooooooooooooohhhh!!]
[Kick Out! Kick Out!!]
흥분해 외치는 해설자들.
관객석도 크게 요동쳤다.
하지만 시나는 딱히 놀라지 않고 자리에 주저앉아 잠시 호흡을 정돈했다.
그게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실제로 그랬다.
‘피니시 무브’.
경기를 끝내는 기술.
하지만 그 기술을 써도 경기에서 이길 수 없는 상대가, 분명 있는 법이다.
그게 바로 신이고.
숀 시나였다.
“후우, 후우…….”
호흡이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마냥 상대를 쉬게 할 수는 없었던 시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이 신의 이름을 외쳐댔다.
흐름이 다시 넘어갔다.
신이 보여준 근성을 모두가 느꼈다.
이 경기에 뭐가 걸려 있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나의 가치에 공감한들.
패배할 생각은 없었다.
승리를 위해.
버티고 또 버티며.
콰앙-!!
그는 다시 때를 기다렸다.
참고 견뎠다.
피셔맨 수플렉스.
경기의 후반부.
다른 기술을 쓸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시나는 자신이 계속 그래왔듯이 신의 등과 허리를 공격해나갔다.
모든 것은 AA를 다시 넣기 위해.
“끄흑……!!”
신이 고통으로 이를 악물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체력적으로 두 사람 다 한계는 진작 넘어섰지만 그런 상황임에도 시나는 계속해서 신을 번쩍번쩍 들어올렸다.
그렇게 이어지는 경기.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이 신을 향해 환호를 보냈지만.
시나는 이것으로 끝내자는 듯이 신을 코너 쪽으로 데려가 기술을 준비했다.
[Uoooooooooooooooohhh!]
기대감에 찬 비명.
“허억, 허억…….”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시나는 신의 저항을 무시하고 그 다리를 잡고 들어 탑 턴버클 위에 앉게 만들었다.
그리고 따라서 올라갔다.
큰 기술이 나오려고 했다.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섰고 시나는 신을 끌고 그대로 탑 턴버클로 올라갔다.
그런 상황에서 이어지는 반격.
신의 헤드벗.
쩌억-!!
[Yeeeeeeeeeeeeeeeeeeaaaahhh!!]
이어지는 펀치.
이것만큼은 맞아줄 수 없었다.
이 기술을 맞는다면 끝장이었다.
그렇기에 신은 탑 턴버클 위에 앉아 자신을 따라 올라오는 시나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며 벗어나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시나는 목소리를 들었다.
[Let’s Go! Cena!!]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
이 세상에서 소외당한.
수많은 이들.
그렇기에.
뻐억-!!
시나는 펀치를 날렸다.
크게 휘청거리는 신.
그 틈을 타 미들 로프 위까지 올라와있던 시나가 그대로 뒤로 돌아섰다.
“크아아아악!!”
그리고 신을 어깨 위에 들쳐 업었다.
[Let’s Go! Cena!!]
거기에 쏟아지는 환호.
[Let’s Go! Cena!!]
간절히, 시나의 승리를 바라는 팬들.
그 염원을 담아 이어지는.
‘Super’.
Attitude Adjustment.
시나는 미들 로프에서 뛰었다.
투-콰앙-!!
깔끔하게 시전되는 수퍼 AA.
시나의 마지막 기술.
이걸 벗어난 선수는 없었다.
[Uoooooooooooooooooooohhhh!]
신을 응원하던 팬들이 눈을 가렸다.
그들은 패배를 받아들였다.
이건 안 된다.
벗어날 수 없다.
마침내 핀 폴이 이어졌다.
* * *
[1……!!]
패배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등의 충격은 한계를 넘어섰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눈앞이 희미했다.
짧은 단 한순간.
3초를 빼앗긴다.
그것으로 경기는 패배.
패배.
물론, 프로레슬링에서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가였다.
그렇기에.
[2……!]
져도 상관없을 터였다.
시나는 그만큼 위대한 존재니까.
놈의 존재로 인해, 이전까지 프로레슬링에 없었던 유형의 팬들이 들어왔다.
그런 팬들로 인해 한 번 휘청거렸던 프로레슬링은 명맥을 유지하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융성한 시대를 맞았다.
그게 내가 알던 전생이었다.
숀 시나를 중심으로.
숀 시나가 주인공으로.
그리고 나는.
그 시대의 끝을 보았다.
프로레슬링은 종말을 맞이한다.
숀 시나가 떠나고, 숀 시나라는 존재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기에 업계는 황혼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그게 싫었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협력하여 더 높은 곳을 바라는, 그런 프로레슬링이 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래. 씨팔.
거기에서 가장 위대한 이름이.
SIN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
나는 힘차게 어깨를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