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09화 (509/634)

509.

[킥 아웃-!! 킥 아우우우우웃!!]

[말도 안 돼요!! 업계 역사상 최초의 킥 아웃이 오늘 두 번이나 나옵니다!]

신이 벗어났다.

투 카운트.

관객석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링 위도 마찬가지였다.

시나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마치 안티 크라이스트가 깨졌던 순간의 신처럼, 그는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신은.

바닥에 엎드린 채였다.

킥 아웃 했던 기세로 몸을 뒤집은 그는 단지 거칠게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Uooooooooooooooooooooohhh!]

관객석은 완전히 난리가 났다.

폭동이라도 날 듯한 분위기였다.

시나의 팬들은 입을 틀어막았고, 반대로 신을 응원하던 쪽은 완전히 좌석 위로 뛰어오르며 갖은 난리를 피워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 열기는 완벽했다.

신의 드라마는 모두를 빠뜨렸다.

프로레슬링이라는 세계로.

바트 맥센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

신의 요청으로 입장을 도와주었던 그는 일이 끝난 뒤로도 경기장 한쪽의 사무실에서 시합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껏 자신이 만들어온 가장 거대한 두 유산의 싸움.

바트에게는 그것을 지켜볼 의무와 권리가 동시에 존재했다.

그리고 그는.

그 가운데에서.

“빌어먹을.”

신을 응원했다.

그토록 증오하던 사내였다.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에서부터, 온갖 방해를 받으면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금 여기까지 올라왔으니까.

물론, 시나도 고난을 겪기는 했다.

그는 자신을 부정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맞서서 프로레슬링이 ‘그다지 쿨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대표자가 되었다.

하지만 신은 자신이 대표가 아닌 상황에서도 프로레슬링을 항상 긍정했다.

또한 업계 바깥에서도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이용해 프로레슬링에 헌신했고, 그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신을 원했다.

시나를 원하는 것만큼이나.

그렇기에 사실, 두 사람 중 그 누가 이기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싸움이었다.

반응은 어차피 나뉠 테지.

시나가 이기더라도.

신이 이기더라도.

하지만 바트 맥센 개인은.

“지지 말란 말이다. 이 자식아…….”

신이 이기는 결말을 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말로 원론적이었다.

신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니까.

언제부턴가 그렇게 되었다.

지금도 생각에 변함은 없었다.

동양인을 회사의 얼굴로 내세우는 것은, 이 업계가 어떤 식으로 형성되었는가를 생각해보자면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신에게는 자격이 존재했다.

바트 맥센은 떨리는 마음으로 마지막 순간을 향해 내달리는 경기를 지켜보았다.

* * *

충격은 엄청났다.

수퍼 AA.

실제로 맞는 순간, 이미 충격으로 너덜너덜했던 몸이 박살이 나는 듯했다.

팔도 겨우 들었다.

이후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등으로 계속해서 낙법을 쳤더니만 근육이 좀 파열됐는지 계속 욱신거렸다.

그뿐이랴.

심장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뜀박질을 하는 그게, 지금 가장 크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좋군.’

이대로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나를 원하는 이들의 목소리.

팬들의.

인간들의.

모두의 목소리.

그게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손으로 땅을 짚고.

무릎을 바닥에 대고.

비명을 질러대는 허리에 순간 큰 힘을 줘서 그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는 살아있다.

그걸 느끼는 순간.

나는 감사했다.

이 모든 상황과.

눈앞의 적, 숀 시나에게.

녀석도 명백히 한계인 듯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서로 지쳐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시나와 나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한 방씩 주고받았다.

퍼억!!

[Yeeeeeeeeeeeeeeeeeeaaaahhhh!!]

빠악!!

[Waaaaaaaaaaaaaaaaaaaggghhh!!]

환호가 계속 쏟아졌다.

시나의 연이은 해머링.

수퍼 AA의 충격으로 무릎을 꿇은 나는 기합을 내지르며 다시 일어났다.

그렇게.

시나가 몇 번이고 해머링과 찹을 써서 공격했지만 나는 계속 덤벼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뻐억-!!

헤드벗.

한 번 더.

빠악!!

마지막으로.

빠가악-!!

마침내 시나가 무릎을 꿇었다.

그것을 보고 뒤로 물러선 나는 로프 반동을 한 뒤 놈을 향해서 내달렸다.

이어지는 스팅거.

하지만 다음 순간.

앞으로 나선 시나가 날 번쩍 들었다.

[Uoooooooooooooooooooohhhh!!]

놀라 일어서는 팬들.

그리고 이어지는 AA.

시야가 크게 돌았고.

나는 이번에는 당해주지 않았다.

쿵-!

바닥에 발을 디뎌 착지.

직후, 뒤를 돌아보며 비틀거리고 있는 시나를 향해서 힘껏 뛰어올랐다.

한 가지 생각을 했었다.

나는 숀 시나와 함께, 안티 크라이스트를 킥 아웃 한 뒤 어떤 식으로 경기를 끝내야 설득력이 있을지를 상의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간단했다.

내 피니시 무브는 하나가 아니었다.

쩌억-!!

믿음직한 ‘무릎’이 있지.

[Uooooooooooooooooooooohhh?!]

스팅거에 맞은 시나가 비틀거리며 물러섰고, 자연스럽게 로프 반동을 했다.

그리고 나는.

이미 자세를 취한 뒤였다.

안티 크라이스트.

다가오는 시나를 들자.

몸의 통증은 모조리 날아갔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로 인해.

나는 시나의 무게를 버텨냈다.

몸을 뒤로 회전시키고.

그대로 한순간 정지.

우드드득!

허리가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나는 그걸 무시하고.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높이 뛰었다.

시나와 놈을 받치고 있는 내 몸이 역십자의 형태를 그리며 지면에 꽂혔다.

스팅거 & 안티 크라이스트.

과거와 현재를 결합해 만들어낸, 그야말로 내 모든 정수를 담아낸 연계.

투-콰앙-!!

지면에 정수리부터 꽂혔던 시나가 다시 튀어 오르며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나는 쓰러진 시나를 향해 기어갔다.

그리고 놈의 가슴에 팔을 얹었다.

핀 폴.

이어지는 카운트.

‘아.’

또 다시 그 순간이 찾아왔다.

시간이 한없이 늘어지며.

경기에 대한 긴장이 풀어지고 길고 긴 쓰리 카운트가 쳐지길 기다리며 수많은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순간이.

그리고 나는.

[1……!!]

시나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경기 계약서에 사인했던 마지막 세그먼트를 끝마치고, 시나와 나는 함께 퇴근하면서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과적으로, 놈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이기는 게 맞을 것 같아. 신.]

[……그렇게 쉽게 인정하면 내가 정치질로 네 승리를 빼앗은 거 같잖아.]

[글쎄, 날 상대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이 업계에서 있을까 싶은데.]

[그건, 틀린 말은 아니로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그러면 이유나 들어보자.]

가로등의 주홍빛 속에서 나는 일부러 호텔까지 좀 돌아서 가는 길을 택했다.

[왜 내가 이겨야 한다는 건데? 너는 이 경기에서 은퇴를 걸었잖아. 지면 쫓겨나거나 추하게 돌아와야 한다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지.]

[……?]

[솔직히 말해서, 너와 대립하면서 정말로 많은 걸 느꼈어. 내가 알지 못하던 나 자신의 약점을 깨달았지.]

[그게 뭔데?]

[나는 무적이 아니야.]

[……확신해? 글로브 박스에 총 하나 들어있는데 그걸로 시험을 해보던가.]

[이미 집에서 내 총으로 해봤지.]

시나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한 방 먹이려다 오히려 먹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시나는 갑자기 창밖을 바라보면서 무게를 잡았다.

[네 말대로 나를 띄워주기 위해 수많은 선수들이 희생을 해줬지. 그 덕분에 나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깊은 가치를 팬들에게 전할 수 있었고.]

하지만.

[그게 영원하지는 않잖아.]

[…….]

[그리고 너는 대립하는 상대를 능숙하게 띄워줄 수 있는 존재고 말이야.]

녀석은 그렇게 설명했다.

결국.

숀 시나의 가치를 이을 만한 다른 재능 있는 선수가 나오기 위해서는 이 업계가 오래 유지되어야만 했다.

그것을 위해 계속해서 좋은 선수들이 나와야만 하고, 그 역할은 내가 더 잘하기 때문에 시나는 내게 승리를 양보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나는 지더라도, 시네이션은 지지 않으니까. 다들 강하게 이겨낼 거야.]

[……네가 이끌어주면 더 좋겠지.]

[괜찮아. 복귀 각본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걸 생각해뒀으니까.]

씨익 웃으며 날 위로하는 시나.

그때 나는 그토록 원하던 승리를 챙기면서도 뭔가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기에.

기꺼이 시나를 이기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

녀석은 그때 내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암이 사라질 수는 없겠지. 다리가 없는 게 불행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어쩌면 위선이고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인간은 그렇게 해야만 했다.

왜냐면.

[Life Goes On. Man.]

삶은 계속되니까.

나는 깨달았다.

숀 시나의 뒤에는 그 녀석을 바라보는 수백만의 소년 소녀들이 존재했다.

내가 놈을 이기면 분명 슬퍼할.

하지만 말했듯.

Life Goes On.

Show Must Go On.

그렇기에.

오늘은 내가 이기지만.

언젠가는 시나가 이길 테고.

아니면.

새 카우보이가 나타날지도 모르지.

그때를 기다리며, 그것을 기대하며.

그렇게 나는.

이 업계의 정상에 선 카우보이가 되는 임무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3……!!]

땡땡땡-!!

울려 퍼지는 링 벨.

그와 함께 이어지는 것은.

[Waaaaaaaaaaaaaaaaaaaggghhh!!]

환호였다.

현재까지 이어진, 업계의 모든 것을 건 경기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내 음악이 재생되었고, 팬들은 자리에 서서 나의 이름을 외쳐대고 있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하지만 나는 그것을 보지는 못했다.

온몸에 힘이 쭉 빠져서, 시나의 위에 팔을 대고 누워있는 게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게 느껴졌다.

눈물을 터뜨리는 소년소녀들.

나의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그들을 위로하는 부모님.

프로레슬링을 지켜온 팬들.

프로레슬링을 사랑하는 팬들.

그 많은 이들 모두가.

나의 승리를 받아들였다.

음악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는 링이 몇 차례 덜컹거리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시나에게 말했다.

“시나.”

“……왜?”

“날 쓰러뜨리러 돌아와라. 꼭.”

“그래. 그래야지.”

희미하게 웃는 시나.

“신, 신!!”

그리고 나는 목소리를 들었다.

뭔가 싶어서 슬쩍 눈알을 들자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심판이 양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무언가를 내밀었다.

ACW 월드 챔피언 벨트.

WWF 월드 챔피언 벨트.

아, 그래.

“이게, 있었지.”

최초의 단체 간 월드 챔피언 더블 타이틀 홀더.

그 증거를 본 나는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시나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생 좀 할 거야.”

“…….”

그냥 져줄 걸 그랬나.

……라는 건 역시 거짓말이다.

정말로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내가 가장 바라 마지않던 벨트.

그 두 개가 모조리 내 것이 되었다.

나는 이 업계에서 현재 가장 영향력이 강한 선수로 인정받은 것이었다.

천천히 벨트를 건네받았다.

‘묵직하군.’

황금색으로 빛나는 ACW 벨트.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인 WWF 벨트.

그 두 개를 어깨에 걸치고,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숨을 몰아쉬었다.

아니, 아니지.

나는 벨트를 안았다.

품에 안았다.

나를 증명해주는 이것을.

소중히.

끌어안았다.

그것을 보던 시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몰아쉬며 링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시나를 제지했다.

“시나.”

“……?”

[Yeeeeeeeeeeeeeeeeeeeaaaahhh!]

“멋진 경기였다.”

나는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니 가까이 다가온 시나가 나를 와락 끌어안고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야말로 고마워. 네가 아니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뭐? 넌 숀 시나잖아.”

“네가 GCW에 붙여준 숀 시나지.”

“……언제 적 이야기냐.”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그러자니 뜨거운 포옹을 끝낸 시나가 내 손목을 쥐고 힘껏 위로 들어주었다.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

끝까지 놈다웠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Cena! Cena! Cena! Cena! Cena!]

그런 우리에게 쏟아지는 환호.

시나의 팬들도 몇몇은 눈물을 흘렸지만 나를 인정하고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후, 시나가 완전히 퇴장했다.

미들 로프를 밟고 위로 올라간 나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두 개의 월드 챔피언 벨트를 머리 위로 번쩍 치켜들었다.

그러자 폭죽이 터져 올랐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레슬 임페리움 2012의 끝자락에서 나는 한 가지 감정을 느꼈다.

충족감.

비로소.

나는 완성되었다.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GCW의 러셀 하트로부터 시작해.

수많은 난적들을 지나.

마침내 숀 시나마저도 쓰러뜨렸다.

각본을 넘어, 오롯이 자기 자신만으로 증명해야 하는 무대 위에서.

나는 정상에 올라섰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리고 그것을 인정받았다.

이 경기장부터 시작해 스크린 너머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을 팬들이 SIN의 승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그건 내가 해온 노력의 결과였고.

솔직히 말해.

환상적인 순간이었다.

‘나중에 자서전 쓸 때 이 파트를 제일 힘줘서 쓰라고 해야겠군.’

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한동안 팬들의 앞에서 세리모니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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