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
다음 날 아침.
“…….”
세상을 저주하고 싶은 고통 속에서 눈을 뜬 나는 문득 오래전 보았던 소설의 구절을 하나 머릿속에 떠올렸다.
‘좆됐다.’
순간 벌떡 일어났다.
침대 위.
“어?”
값비싼 호텔인 만큼 전경도 훌륭해서 라스베이거스 시내가 그대로 보였다.
그런 가운데.
옆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순간 깊은 두통을 느꼈다.
‘어제, 뭘 먹었지?’
마지막으로 바쿠가 어렵게 구했다면서 꺼내든 한국의 전통주를 마신 것까지는 대충 기억이 나는데.
잠깐 멍하니 있자니.
“일어나셨습니까?”
호텔의 서비스 중 하나인 집사 아저씨가 문 밖에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 옙.”
“일행 분께서 잠에서 깨어나시면 정신 차린 뒤 전화를 달라고 하셨습니다.”
“옙.”
“그럼.”
집사가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 일단 시키시는 대로 하자.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일단 샤워를 했고, 끔찍한 두통과 숙취를 느끼며 티파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어! 난데.”
[아, 일어났어요? 속은 좀 어때요?]
“응?”
왜 이렇게 친절하시지.
[당신 덕분에 밤새 잠도 못 자고 난리였던 거 알아요? 후후. 대단했어요.]
“…….”
뭐지.
어제 내가 뭘 했지.
[아무튼, 슬슬 준비를 해야겠죠?]
“일단 WWF부터 시작인가?”
[예, 스케줄 조정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버닝콩부터 나와 줘야겠어요.]
“대립 상대는?”
[그건 오셔서 말씀을 나누죠.]
“……? 기대할 만한 상대야?”
[상상 이상일 거예요.]
“호오, 과연 누구려나.”
[일단 메일로 일정하고 드릴 테니까 확인하고 오더대로 행동을 해주세요.]
“오더?”
[호텔 앞으로 픽 업 갈 거예요. 위클리 쇼가 이틀 뒤 덴버에서 열릴 예정이라 일정에 최대한 좀 맞춰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티파니가 회장이 된 이후로 회사에 선수들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이 하나 생겼다고 하더니.
나도 이제 WWF와 일할 때는 그쪽의 시스템에 맞춰서 움직일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메일로 일정표를 확인했다.
12시에 택시가 픽업을 온다고.
그리고 공항으로 이동해.
덴버까지 가서.
‘이 정도로 시스템을 갖춰놨어?’
순간 감탄이 나왔다.
이대로만 한다면 선수들이 가진 불편함이 꽤 많이 해소되지 않나 싶었다.
나도 마냥 덴버로 오라고 했으면 어떻게 가야 하나 싶어 피곤했을 텐데.
덕분에 하나만 생각할 수 있었다.
숙취 해소.
‘콩나물국을 먹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미국인은 콩나물을 먹지 않았다. 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집에서 기른 콩나물을 먹고 자랐지만.
그렇다면.
‘뭘, 먹지?’
일단은 나가볼까.
나는 옷과 짐을 챙겨들었다.
물론.
챔피언 벨트도 빼놓지 않았다.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당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괜찮아 보이는 메뉴를 발견하고 잠깐 다녀오려고 하자 입구부터 시작해 온갖 팬들이 나를 가로막아서.
호텔 측에서 계속 쫓아내기는 했지만 결국 끝까지 숨어있던 한 명에게 붙잡혀 곤욕을 치른 덕에 나가지도 못했다.
그래서 결국 체크아웃을 하고 내부 식당에서 대충 아침을 먹은 뒤, 호텔의 배려로 작은 객실에서 시간을 때웠다.
새삼 내 유명세를 실감했다.
온갖 셀럽과 금융가의 거물들이 드나드는 식당에서조차 누군가 내게 사인을 요청했을 정도라니.
‘앞으로 어디 다닐 때는 항상 모자와 선글라스를 지참해야겠군.’
그렇게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정확히 일정표대로의 시간이 찾아왔을 무렵.
택시가 픽 업을 왔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딱딱한 말투.
거기에서 운전기사가 회사 측의 교육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까지 했다고?’
어디 운송업체랑 계약을 해서 전용 기사처럼 보낸 것인가.
새삼 티파니의 능력을 알아차렸다.
이 비즈니스가.
프로레슬링이라는 업계가 성장하면서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나는 가만히 그런 사실을 신기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 잠깐만요.”
중간에 잠시 멈춰서.
“죄송한데, 선글라스랑 모자 하나만 아무거나 사다 주실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기사가 내렸고 나는 개인적인 부탁을 들어준 그에게 팁까지 두둑하게 챙겨주는 것으로 보답을 했다.
그렇게 도착한 공항.
“고맙습니다.”
선글라스와 모자를 써서 대충 얼굴을 가리고 내리려는 순간.
“저, 신 선수.”
“네?”
“정말 죄송합니다만. 제 자식 놈이 팬이라서 말이죠.”
“……전화라도 할까요.”
“사, 사인만으로도 괜찮은데.”
“사진도 찍으시죠. 하하.”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잠시 그와 대화를 나눴다.
포루투칼 출신의 이민자.
카를로스.
그 아들의 이름은 디에고.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고.
그의 아들과도 통화하려고 했으나.
“이봐, 신이라고 하는데.”
[하! 나는 러셀 오메가다.]
뚜-뚜-뚜-.
안 믿었다.
“죄, 죄송합니다!”
“푸하하하하! 보통은 그렇죠.”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들이 아버지가 퇴근해서 신의 사진과 사인을 보여줬을 때의 반응을 생각하며 나는 공항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다시 놀랐다.
“신 선수, 이쪽입니다.”
일단 수속이 환상적으로 빨랐다.
물어보니 WWF와 연계사업을 벌여서 선수들은 이런 처리를 최대한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모양이었다.
‘……내가 알던 업계가 아니군.’
그렇게 생각하며 비행기에 탔다.
어, 뭐.
저가 항공이라 덩치 큰 레슬러들은 좌석에 구겨져(?) 앉아야만 한다는 불편함이 다소 존재하기는 했지만.
정말 장족의 발전이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전까지의 업계가 그런 부분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면 솔직히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의 최정상인 WWF가 그렇게 한다면 ACW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테고.
업계는 점점 나아지겠지.
그렇기에, 덴버까지 좁은 좌석에 구겨진 채로 가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이후로도 WWF 측의 오더대로 공항 앞에 기다리던 택시를 타고, 경기장 바로 앞의 호텔까지 편하게 이동했다.
“허.”
수속 체크도 알아서 잘 끝났고.
그 후 좀 쉬다가 회사에서 온 메일을 보고 근처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갔다.
“오~ 신!”
“왔냐?”
WWF 선수들로 가득했다.
아니, 아예 이들뿐이었다.
여기도 아예 대여한 모양이었다.
“호오.”
“뭐야, 우리 시스템에 반한 거냐?”
“나쁘지는 않네.”
“그럼 돌아와라.”
“……너나 돌아와.”
나는 고와 그렇게 장난 섞인 인사를 주고받은 뒤, 함께 운동을 하고는 저녁 식사까지도 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 한숨 자고.
다음 날도 비슷하게 스케줄을 소화하자니 새삼스레 기분이 참 좋아졌다.
프로레슬러의 부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피로 누적.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잘 정착된다면 앞으로 선수들은 몸 관리를 충분히 하면서 활동할 수 있으리라.
아침에 가볍게 몸을 풀고.
점심이 지나서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어진 각본 회의.
“……누구라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왜요. 죽여주지 않아요? 사실 당신에게는 비밀로 하고 꽤 오래전부터 기획하던 건데 말이죠.”
“그 양반이 복귀를 한다고?”
“자기가 부탁을 하더라고요. 메디컬 테스트도 훌륭하게 통과했고, 한 경기 정도라면 어떨까 싶어서.”
“글쎄.”
나는 약간 회의적이었다.
일단.
“안티 크라이스트는 안 쓸 거야.”
“음…….”
“그 양반, 잘못 하면 죽는다고.”
대충 그런 식이었다.
두 시간 정도 이어진 회의가 끝난 뒤, 나는 이후의 일정을 다시 메일로 받아보기로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씻고 잠깐 쉬다가 저녁을 먹은 뒤 몸을 풀어둘 겸 요가를 좀 하고 WWF 측에서 보내온 메일을 확인했다.
내일 일정은.
일단 오프닝에서 복귀했다는 링 세그먼트를 하고, 메인이벤트에서 오튼과 태그를 맺어 고와 웨이드를 상대한다.
‘경기가 있군.’
나와 붙어보고 싶다는 이유로 일시적인 복귀를 하는 그 선수와의 대립은 링 세그먼트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다.
나는 일찍 잠에 들었다.
그리고 위클리 쇼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호텔 주변을 한 시간 정도 가볍게 뛰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얼른 링에 돌아가고 싶었고.
돌아와서 잠깐 쉬다가 점심쯤 최종적으로 나온 각본을 받아보고는 웃었다.
‘이거 원…….’
[소감 말하기.]
그게 전부였다.
완전히 맡긴다는 뜻이었다.
내가 이 시대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또한 그만큼 각본팀에게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일단 점심을 먹고 출근을 했다.
선수들이 속속들이 모여드는 가운데, 몇몇 녀석들은 경기장 한쪽의 훈련장에서 자신의 기술을 더욱 갈고 닦았고.
그곳으로 간 나는 먼저 나와 있던 오튼과 인사를 나누며 그놈을 찾았다.
바로 웨이드 개럿이었다.
“그 친구 어디 있어?”
“콜라 좀 사오라고 보냈는데.”
“……애들한테 이상한 거 좀 그만 시켜라. 인마. 콜라도 좀 그만 마시고.”
“안 그러면 말을 안 듣는다고.”
어깨를 으쓱하는 오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콜라 심부름을 나갔던 웨이드 개럿이 들어왔다.
“웨이드?”
“시, 신 선수!”
“잠깐 이야기 좀 하지.”
나는 녀석을 데리고 오튼, 고와 함께 오늘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차피 경기는 마지막에 조지는 결말이니까 어렵지 않게 가자고. 웨이드가 반칙을 좀 쓰는 게 어떻겠어?”
“좋아.”
고가 웨이드의 가슴을 툭 쳤다.
“이놈도 그럴 때가 됐지.”
“그렇지.”
이야기가 빨라서 좋았다.
* * *
그렇게 철저히 준비를 한 뒤.
찾아온 서부 기준 오후 다섯 시.
그러므로 덴버에서는 오후 여섯 시.
월요일 밤의 버닝콩이 개최되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신호 들어갑니다.”
“오프닝 바로 내보낼게요.”
그런 식으로 이 멋진 쇼를 만드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움직였고.
나는 양어깨에 두 개의 벨트를 짊어진 채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니 티파니가 내게 말했다.
“신.”
그걸 돌아보자.
“다 죽여버리고 와요. 내 사랑.”
그녀가 반지를 낀 손으로 엄지를 치켜들었고 나는 커튼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잠시 후.
[월요일 밤의 버닝콩! 오늘 드디어! 새로운 WWF 월드 챔피언이 휴식을 끝마치고는 링으로 돌아옵니다!]
[문제가 많은 친구예요. 저는 그 친구를 챔피언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하하!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 핫한 선수라는 건 변함이 없죠! 각 단체의 정상에 서있으니까요!]
나는 그걸 가만히 들었다.
나의 존재감을 느끼며 기다렸다.
그리고 시작되는 음악.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그 울림이 심장박동과 맞아떨어졌다.
빠밤-! 빠밤-! 빠밤-! 빠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Waaaaaaaaaaaaaaaaaaaaggghhh!]
들려오는 환호.
나는 천천히 링으로 나갔다.
푸슈욱-!!
분사되는 연기.
푸화악-!!
솟아오르는 불꽃.
그것을 꿰뚫고 나가자.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이 나의 이름을 외쳤다.
나는 양쪽 어깨에 매달린 각각의 벨트를 모두 다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왕관을 쓰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하지만 내 왕관은 두 개고.
내 머리에 딱 맞았다.
나는 입장로를 통해 링으로 나아갔다.
PWA의 캡틴.
ACW 월드 챔피언.
그리고.
WWF 월드 챔피언.
그리고 놀랍게도.
팬들 대부분은 그걸 인정해주었다.
시나의 팬들이 야유를 보내기는 했지만, 환호가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
그렇게 링에 오른 나는 손에 마이크를 쥐고 잠시 관객들을 바라보았다.
[You Deserve It!]
짝! 짝! 짝짝짝!
[You Deserve It!]
짝! 짝! 짝짝짝!
[You Deserve It!]
짝! 짝! 짝짝짝!
단체 간 더블 타이틀 홀더라는 엄청난 자리를 따낸 나에게 쏟아지는 챈트.
나는 입을 열었다.
“숀 시나.”
[Uooooooooooooooooooooohhh!]
“러셀 오메가.”
그렇게 하나하나.
“랜스 오튼, 사모아 고. 쟈니 에이스. 그 외에도 이 링에 꿈을 걸고 모이는 수많은 Toughest Son Of Bitch들.”
나는 그렇게 말했다.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올라와라.
[Yeeeeeeeeeeeeeeeeeeeeaaahhh!]
거기에 쏟아지는 환호.
압도적이었다.
시나의 팬들도 놈이 돌아올 것을 암시하는 내 말에 순간적으로 적의를 거두고 나라는 남자를 인정해주었다.
내가 챔피언임을.
“내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군.”
나는 그걸 보여주었으니까.
“솔직히 말하지. 지금 이건 ‘마이크워크’가 아니야. 이 링에 이 모습으로 서 있는 남자의 진솔한 이야기지.”
인간 김준호의 진솔한 이야기.
거기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나는 언제나, 이걸 꿈꿔왔어. 사랑하는 이 업계의 정상에 오르는걸. 그리고 솔직히, 입사 초기에는 실패를 겪은 탓인지 많이 날카로웠었지만.”
나는 배웠다.
이 업계의 전설들에게.
업계를 존중하는 법을.
“그리고 난 그런 남자들을 쓰러뜨려 왔고 이제는 반대로 누군가가, 나를 쓰러뜨리는 것을 꿈꾸고 있겠지.”
나는 씨익 웃었다.
나는 그것을 기대했다.
“어려운 일일 거야. 오늘은 내가 승리했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절대 모르는 거고. 이 업계가 원래 그렇지.”
새로운 카우보이가 나타나고.
누군가는 사라진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낸 이 최초의 기록은 분명 이 업계가, 아니, 인류의 역사가 끝나는 바로 그 순간까지 남겠지.”
[Yeeeeeeeeeeeeeeeeeeaaaahhh!]
“그리고 나는, 솔직히 말해 도망치는 쪽은 아니야. 누구든지 자격을 증명한 놈이 도전을 해오면 받아주겠어.”
물론.
쉽지는 않을 거다.
왜냐면.
“내 이름은 SIN이고.”
나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기존의 질서를 박살 내고.
업계의 선두에 설 것이며.
불길 속에서 싸울 테니까.
나는 마이크를 내렸다.
그게 신호였다.
각본은 정해졌고.
그 차례에 따라 업계의 톱니바퀴가 나를 중심으로 해서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
콰쾅-콰-콰콰쾅-!!
[Uooooooooooooooooooooohhh?!]
경악을 금치 못한 팬들이 일어섰고.
나는 링 위로 걸어 나오고 있는 과거의 아이콘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락콜드 스티비 스틴.
태도 불량 시대의 주인공.
치명적인 목 부상을 겪고 은퇴한 그는 나와 싸워보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몸을 만들어 이 링으로 돌아왔다.
현실과 각본이 충돌했다.
현실적으로 힘든 싸움일 터였다.
락콜드의 목 부상은 평생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장애였으니까. 까딱 잘못해서 링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빌어먹게도.
인생의 아이러니가 그렇듯이.
그것을 견디고 나와 싸우고 싶어서 돌아왔다는 드라마가, 이 각본을 시작부터 최고 수준까지 끌어 올려주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이거, 이렇게 될 줄이야.’
말도 안 되는 각본이었다.
왜 락콜드가?
왜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엉망진창이군, 제기랄.”
[Waaaaaaaaaaaaaaaaaaaaggghhh!]
정말 죽여주는 반응이었다.
과거의 아이콘.
부상을 딛고 10년 만의 복귀.
그와 정면으로 맞서는 나.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한 흥미를 느끼며.
나는 가죽 재킷 앞섶에 잠시 걸쳐두었던 선글라스를 꺼내 다시 썼다.
“Bad To Bone, Baby.”
락콜드가 과거 그랬듯이.
나는 현재 이 업계의 정상에 선.
프로레슬링의 신이었다.
<프로레슬링의 신 完>
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뇌조입니다.
다들 完을 보고 놀라셨을 거 같은데, 오해가 있을 거 같아서 지면을 빌어서라도 첨언을 하겠습니다.
후기 아닙니다.
완결 아닙니다.
아니, 맞기는 한데…… 1점 주시기 전에 한 번쯤 들어주세요.
<프로레슬링의 신>은 원래부터 주인공인 신의 일대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웹소설이니까요.
그래서 이제 신이 정점에 오른 시점에서 ‘본편’은 완결을 내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완결이라 표하지만,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업계의 위클리 쇼가 그렇듯이, <프로레슬링의 신 다크 매치>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신이 레슬러로서 어떤 삶을 사는지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슈퍼 멋질 겁니다.
그럼 이어서 뵙죠.
프로레슬링 러브러브.
PS. 10점 주세요. 많이 주세요. 댓글도 쩜 많이 달아주세여…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