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15화 (515/634)

Dark Match 1.

락콜드 스티비 스틴.

태도 불량 시대의 아이콘.

1964년 출생으로, 1989년 데뷔한 그가 WWF의 아이콘으로 발돋움한 건 1998년 레슬 임페리움 이후였다.

당시 시대의 지배자이자 악당이었던 존 마이클스를 쓰러뜨리고 월드 챔피언을 탈환한 그는 바트 맥센과 대립을 이어가며 한 시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폭력과 유혈, 섹스로 점철된 시대.

바로 태도 불량 시대였다.

사실, 그 전성기는 짧았다.

1998년 레슬 임페리움에서 첫 월드 챔피언을 따내고, 2003년 레슬 임페리움에서 팍에게 패배하며 은퇴했으니.

하지만 그는.

그 5년을 역사에서 절대로 잊혀질 수 없는 최고의 스릴라이드로 만들었다.

팍처럼 영화계로 전향하거나 브룩 레스너처럼 의욕을 상실한 것도 아닌 그가 은퇴를 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부상 때문이었다.

락콜드의 선수 생명을 단숨에 끝장내고 생명마저 위협한 치명적인 목 부상.

의사들은 링으로 복귀하면 평생 장애가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락콜드는 그걸 무시하고 복귀를 감행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 업계에 유례가 없던 역사를 쓰며 흥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

현재 그의 나이는 47세.

일반적인 프로레슬러가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은퇴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솔직히 좀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락콜드는 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게 적당히 나를 축하해주기 위함이 아니라는 듯 그는 링 기어를 확실하게 갖춰 입은 상태였다.

부츠와 니 패드.

왼쪽 무릎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

팔목에 테이핑.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글자와 해골 문양이 새겨진 검은색 조끼.

그리고 특유의 스킨 헤드와 입 주변으로 깔끔하게 난 수염.

그가 천천히 링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내 어깨를 어깨로 툭 치면서 지나가 반대편 코너로 휙 올라섰다.

[Yeeeeeeeeeeeeeeeeeeeaaahhh!!]

그런 그에게 쏟아지는 환호.

양 주먹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린 락콜드는 내 링에서 ‘건방지게’ 각 코너를 돌면서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락콜드의 음악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링 아래로 내려온 락콜드가 내 앞으로 다가와 Face To Face가 이뤄졌다.

[Uoooooooooooooooooohhh……!]

경악을 금치 못하는 팬들.

단지 가만히 서로를 마주보고 서있을 뿐이었지만, 반응은 환상적이었다.

구 시대의 아이콘.

새 시대의 아이콘.

하지만 이게 사실인가?

정말로 락콜드 스티비 스틴은 돌아왔는가? SIN과의 승부를 펼치기 위해서?

내가 뭐라고 말하려던 순간었다.

“너……!”

락콜드가 돌연 마이크를 뺏어갔다.

[Uooooooooooooooooooooohhh!]

거기에 쏟아지는 팬들의 목소리.

초장부터 적대적으로 나오는 락콜드의 행동은 대립이 일어날 거라는 의혹에 불을 붙이고 확신으로 이끌었다.

락콜드는 내 앞을 맴돌았다.

그 몸은 벌써 땀으로 범벅이었고 근육질의 몸은 40대 후반의 이 남자가 돌아오기 위해 얼마나 혹독한 노력을 했는지를 시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었다.

“My Name, Is.”

락콜드 스티비 스틴.

“네가 학교 수학 선생님의 가슴을 상상하던 사춘기 개자식이던 때에 이 회사를 이끌었고, 시대를 만들었다.”

[What!]

팬들이 소리쳤다.

그 유명한 ‘What’이 나왔다.

락콜드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대사 중 하나로, 그것만으로도 락콜드는 10년 만의 복귀였음에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하지만 네가 딱 데뷔를 하기 직전.”

[What!]

“이 지긋지긋한 목 부상으로 인해.”

[What!]

“은퇴했다.”

[What!]

“하지만 10년이 지났고.”

[What!]

“맥주 먹고, 고기 먹고.”

[What!]

“운동 조금 해서.”

[What!]

“널 조지려고…….”

이번에는 내가 그 마이크를 뺏었다.

“난 분명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왜 당신이 여기에 나온 거지?”

[Uooooooooooooooooooohhhh!]

“알고 있어. 락콜드 스티비 스틴. 그 이름을 모를 수 없지. 당신은 한때 업계를 지배했던 시대의 아이콘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2012년이야. 그리고 당신이 없는 시간 동안 업계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나타났지. 나는 그놈들을 차례차례 모조리 짓밟아버릴 예정이라고.”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락콜드 스티비 스틴이 나온 것일까.

그렇게 말하며 노려보자 팬들은 아주 약간이지만 내게 야유를 보낼 정도였다.

당연했다.

락콜드 스티비 스틴.

그 놀라운 복귀를 내가 무시하고 상대로서 인정을 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자주 있지. 오래전에 은퇴를 한 놈이 나타나서 뭐라도 되는 듯이 가장 강한 놈과 맞붙는 거 말이야.”

업계의 전통이었다.

프로레슬링은 쇼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서 기량이 감소하더라도 퍼포먼스로 띄엄띄엄 경기를 치르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60대의 할리 레이시와도 싸웠다. 그때 경기는 당시 악당이었던 나와 할리의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솔직히 말해, 이 업계가 그러한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 우려스러웠다.

락콜드는 과거의 인물이었다.

나는 현재의 인물이었고 내 주변에서 기회를 노리는 개자식들도 모두 그랬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야, 그게 말이나 돼? 난 당신 같은 퇴물보다 차라리 사모아 고를 원해. 당장 여기에서 꺼지라고. 락콜드.”

순간 침묵이 맴돌았다.

팬들은 락콜드의 도전조차도 받아들이지 않는 나를 보고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내 뜻은 변함이 없었다.

일부러 마이크를 락콜드의 앞으로 내밀고 이내 툭 바닥에 떨어뜨린 나는 가볍게 어깨빵을 넣으며 링을 내려왔다.

불편한 침묵.

그런 가운데.

락콜드의 말이 이어졌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군. 확실히 네 말이 맞아. 네 눈에는 내가 뒷방 늙은이가 돈 벌러 나온 걸로 보이겠지.]

[Uoooooooooooooooohhh!]

[하지만 넌 이 락콜드 스티비 스틴을 모르고 있어. 증명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해주마. 내가 누군지 보여주지.]

피식 웃은 나는.

돌아보지 않고 중지를 들었다.

락콜드의 시그니처 제스처.

일명 ‘Finger’.

멋지게 엿을 먹인 나는 그대로 두 개의 벨트를 들고 링에서 퇴장을 했다.

하지만 확실히 느꼈다.

방금 락콜드의 말은.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이뤄지리라.

* * *

그날의 메인이벤트.

신 & 랜스 오튼 VS 사모아 고 & 웨이드 개럿의 태그 팀 매치.

요새 들어 딱히 턴 페이스까지는 아니었지만 선역의 면모를 보이던 오튼은 경기에 나서기 전 나와 대면했다.

우리는 잠시 대화를 나눴다.

“설마 내 뒤통수를 치진 않겠지?”

“너야말로.”

그러한 디테일이 팬들이 프로레슬링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사소하지만 분명 필요한 파트였고.

티파니의 지휘 하에 이루어지는 버닝콩이 얼마나 힘이 있는지를 알려줬다.

그렇게 우리는 링에 들어섰다.

각각의 선수들의 역할이나 위상에 따라 팬들이 제각각 반응을 보내주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나에 대한 반응은 다른 세 명의 선수를 모조리 씹어먹을 정도로 거대했다.

백 스토리는 이러했다.

쇼의 중반.

버닝콩의 새로운 제너럴 매니저로 선정된 숀 시나가 이 매치를 부킹시켰다.

웨이드는 그 선택에 반발했다.

그리고 숀 시나와 대립을 세울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 외에도.

고는 누구든 싸울 수 있으면 그만이라며 자신의 폭군적 면모를 과시했고.

오튼도 마음에 안 드는 웨이드를 조져버리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나는.

말할 것도 없이.

한 시대의 주인공으로서 이런 경기에 당연히 나와야만 하는 인물이었다.

실제로 시나가 링 위에서 마지막으로 내가 경기에 출전한다는 사실을 알리자 쏟아진 팬들의 환호성은 엄청 났다.

그걸 듣고 웨이드가 순간 망연자실해 무릎을 꿇을 정도였다.

그렇게 위클리 쇼는 기대감의 피치를 점점 올려나가며 메인이벤트까지 왔고.

땡땡땡-!

경기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먼저 링으로 나선 건 나였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고가 나왔다.

“신!”

투지를 드러내는 고.

거기에 내가 씨익 웃었다.

우리는 곧바로 맞붙었다.

[Waa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반응도 좋았다.

락 업으로 시작해, 순간적으로 힘에서 밀린 나는 바로 고의 뒤를 노렸다.

하지만 고는 호락호락 체인 레슬링으로 몰고 가려는 내게 당해주지 않았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아직 월드 챔피언에 한 번도 오르지 않았지만 고의 위상은 나를 상대로 두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는 지금 위상이 커리어 내에서 절정에 다다른 상태였다.

뻐억-!

헤드벗을 날렸다.

고도 반격을 했지만.

그걸 피하고 다시 헤드벗.

경기의 주도권이 넘어오려고 했다.

하지만 고는 영리했다.

웨이드 개럿과 태그.

[Booooooooooooooooooooooo-!]

쏟아지는 야유 속에서 잠시 링에 들어올까 말까 망설이던 웨이드가 그대로 천천히 링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내가 다가가자 링 아래로 내려가며 순간 심리전을 하려고 들었다.

놈에게 쏟아지는 야유는…….

인상적이었다.

‘괜찮은데?’

웨이드 개럿.

2010년에 MXT라고 하는 WWF 최초의 리얼리티 선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영 플레이어였다.

그리고 그때 프로그램에 참가해 떨어진 선수들을 규합해 WWF를 침공한다는 각본으로 메인 쇼에 데뷔했다.

‘넥서스’라고 하는 스테이블로.

하지만 문제는.

그 첫 상대가 숀 시나였고.

그리고 넥서스는 멸망했다.

이후 2년 동안 웨이드 개럿은 랙다운을 왔다 갔다 하면서 그저 그런 평범한 미드 카더로 남는 듯했지만.

고급스러우면서도 양아치 느낌이 물씬 풍기와 외모와 2미터에 달하는 큰 키는 분명히 재능이 엿보였고.

WWF는 놈을 ‘포스트 트리플H’로서 밀어주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재수 없고.

권력을 탐하며.

카리스마를 풍기는 악당.

링 밖으로 나간 웨이드는 그대로 시간을 끌면서 팬들의 야유를 끌어냈다.

하지만 그 또한 하나의 방식.

나는 가부좌를 틀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 놈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 상황에서.

오튼이 움직였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태그 위치에서 내려간 오튼이 팬들의 환호 속에 웨이드를 향해서 달려갔다.

퍼억-!!

그리고 단숨에 펀치를 날리며 녀석을 조지고 링 위로 올려보냈다.

“좋아!”

사모아 고도 박수를 보냈다.

선역과 악역의 구분이 확실했던 과거라면 절대 허락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같은 악역이라지만 고는 명예를 아는 남자였다. 그런 디테일을 이제는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웨이드를 맞이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해머링 앤 찹 러시로 놈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퍼억!

쫘악!

퍼억!

쫘악!

[Yeeeeeeeeeeeeeeeeeeeaaahhh!!]

거기에 쏟아지는 환호.

하지만 다음 순간.

심판의 옷을 잡고 당긴 웨이드는 그대로 혼란이 빚어진 사이 내 눈을 긁어내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큭……!”

그로서 반격이 이루어졌다.

콰앙-!

백 드롭.

등부터 떨어진 나는 고통에 순간 몸을 떨었고 그런 식으로 한숨을 돌린 웨이드는 고와 연계해 나를 공격했다.

태그 팀 매치였기에 할 수 있는, 지긋지긋하게 물고 늘어지는 연계 공격.

[Boooooooooooooooooooooo-!]

비겁한 행동을 본 팬들을 통해 야유가 쏟아졌지만 이런 상황을 마다할 정도로 고는 연약한 사내가 아니었다.

계속 이어지는 공격.

그리고 핀 폴.

아슬아슬하게 계속 벗어났다.

내가 핀 폴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날수록 웨이드는 조급함을 느끼는지 눈에 띌 정도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제기랄!”

나는 오튼에게 태그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웨이드가 그걸 막아냈다.

그런 식으로.

기회를 잡은 웨이드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고 팬들은 거기에 야유를 보내면서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보았다.

“수플렉스.”

웨이드의 지시가 내려왔다.

사실.

굳이 내가 당해줄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나는 일부러 이 역할을 자청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일단, 나는 어차피 이후 락콜드와 대립할 예정이라 오늘 좀 당해줘서 위상이 깎이더라도 괜찮았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로는 웨이드의 실력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한 번쯤 봐두고 싶었다.

그리고 내 평가는.

‘괜찮군.’

영국 출신에서 은밀히 이루어지는 ‘맨손 복싱’ 챔피언이었던 적도 있다고 하니 터프함이 순간 돋보였다.

공격을 받아도, 해도 쫄지 않았고 운영만 조금 키우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기술하고.

꽤나 흥미로운 친구라고 생각하며 공격을 받아주던 나는 이내 웨이드를 드롭킥으로 차버리고 태그를 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h!]

그렇게 열기를 더해가는 경기.

오튼이 쉽게 링을 정리했지만 웨이드의 비겁한 반격에 경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최종 국면으로 나아갔다.

괜찮은 위클리 쇼 경기였다.

링 아래에 누워 있던 나는 슬슬 나갈 타이밍임을 깨닫고 천천히 일어섰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그동안 당해준 걸 갚아줄 시간이다.

곧바로 웨이드에게 달려든 나는 무릎을 들어 걷어차며 팬들의 환호성을 최고조까지 끌어올렸다.

바로 그때였기에.

그때기 때문에.

쨍그랑-!

이 유리 깨지는 소리는 완벽했다.

락콜드 스티비 스틴.

경기는 그 난입으로 끝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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