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19화 (519/634)

Dark Match 5.

단체 간 더블 타이틀 홀더는 분명 어떤 선수라고 해도 함부로 다시 시도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업적이었다.

신은 스스로가 업계에서 아이콘으로서 인정을 받고 그런 위치를 허락받았다는 사실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이 기록은 불멸로 남으리라.

하지만. 음.

그와는 별개로.

‘거 더럽게 힘드네.’

체력적인 한계를 매번 느꼈다.

이동부터가 최악이었다.

아무리 신이 WWF와 ACW 양측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 VIP라고 한들.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게 빡셌다.

일주일에 비행기를 몇 번씩 타고 돌아다니는 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해야만 했다.

더블 타이틀 홀더니까.

스스로 책임감을 느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더블 타이틀 홀더면서 통합해 한 달에 한 번씩 챔피언십을 치를 마음은 절대로 없었다.

그건 팬들에 대한 기만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WWF와 ACW가 그걸 놔둘 리도 없었고 말이다.

무거운 무게의 왕관이었지만.

신은 기꺼이 그걸 택했다.

그리고 팬들에게 보여주었다.

2012년 6월 3일.

ACW의 트리플 오어 나씽.

바로 다음 주인 6월 10일에 오버 더 라이트가 개최되는 상황에서, 신은 코디 로스를 상대로 타이틀을 방어했다.

환상적인 경기가 나왔다.

땡땡땡-!!

“신! 시이이이이이이인!!”

“23분 7초 간의 혈투!!”

“그가! 타이틀을! 지켜냅니다!!”

“아까웠습니다! 코디 로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타이틀을 향해서 손을 뻗어보았지만 결국 닿지 않습니다!!”

“와, 그래도, 허, 이건 정말……!!”

“저희들도 뭐라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 정도의 경기였습니다!”

“아, 정말 이거!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코디 로스의 크로스 로스가 들어갔다면 신도 정말 몰랐을 겁니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h!]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신에게는 ‘어려운 싸움’이었다.

경기 초반, 코디로부터 기세를 잡기 위해 링 밖으로 몸을 던진 그는 바리게이트에 복부가 충돌하고 말았다.

기세를 잡은 코디는 내내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갔지만 끝끝내 신을 쓰러뜨리지는 못하고 패배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서있는 건 코디였다.

경기 초반의 실수가 크게 작용했다.

신은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심판으로부터 벨트를 돌려받고도 복부를 움켜쥔 채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상황에서.

링 밖으로 나가려던 코디 로스가 다시 안으로 들어와 신을 도와주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멋진 그림에 환호하는 팬들.

두 사람이 함께 퇴장하며 트리플 오어 나씽은 훌륭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고릴라 포지션.

“수고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신! 코디!!”

직원들이 인사를 해오는 가운데,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있던 데릭 비숍이 두 사람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정말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이 녀석이 잘해준 덕분이죠.”

“아닙니다. 선배님.”

코디가 겸손을 떨었다.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짜식이.”

신은 코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배는 괜찮으십니까?”

“아, 이거? 물론이지. 다 셀링이야.”

그 구간은 특히나 중요했던 만큼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해봤고 안전하게 수행할 수가 있었다.

링 위에서 몸을 던진 신은 바리게이트에 떨어지기 직전 손으로 속도를 줄이면서 안전하게 배로 떨어졌다.

좀 아프기는 했지만 평소와 같았다.

다음 경기에 지장은 없었다.

‘각본과는 정반대로 말이야.’

신은 미소를 지었다.

흥미로운 상황이었다.

ACW에서 경기를 뛰면서 입은 부상이 WWF의 경기에도 영향을 끼치다니.

하지만 팬들은 거기에서 각본을 현실이라 느낄 테고, 신은 그걸 노려 일부러 복부를 다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아무리 그래도.

현역 월드 챔피언인 신과 과거의 인물인 락콜드가 대등하게 붙기 위해서는 그런 조건이 필요하리란 판단이었다.

그로서 준비는 모두 끝났다.

각본 상으로는 링으로 돌아온 ‘과거의 아이콘’과 ‘현재의 아이콘’ 간의 대결.

하지만 그 실상은, 다소 처참했다.

락콜드 스티비 스틴.

40대 후반의, 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심어두고 살아가는 사나이.

그와의 대결.

이번에도 팬들을 속일 수 있을까.

그들에게 락콜드 스티비 스틴은 아직까지 당신들이 기억하던 배드애스라고 말하며 그 꿈을 지켜줄 수 있을까.

또한.

락콜드 스티비 스틴은 자신과의 대결을 통해 만족을 할 수 있을까.

신은 생각했다.

‘그야 당연하지.’

그는 언제나 자신만만했다.

* * *

그리고 찾아온 맞대결.

2012년 6월 10일.

WWF 오버 더 라이트.

무려 10년 만에 복귀한 과거의 아이콘, 락콜드 스티비 스틴과 현재의 아이콘, 신의 대결은 큰 화제가 되었다.

그로 인해서 페이퍼뷰 판매량은 거의 레슬 임페리움에 버금갈 정도로 많았고, 관객들도 경기장에 가득 들어찼다.

그리고 쇼가 시작되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락콜드는 옛날처럼 락커룸에 홀로 앉아 모니터링TV로 이어지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옛날과는 달랐다.

옛날 선수들은 레슬러라기보다는 터프한 한량 같은 느낌이 드는 이들이 많았다. 적어도 인생 어딘가에서 굴곡을 겪으며 살아온 이들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였다.

깔끔한 애슬리트들.

그런 느낌을 주는 선수들이 많아졌고, 한량 스타일의 선수들이라고 해도 링에서는 치열한 모습으로 어필을 했다.

사모아 고처럼 말이다.

그는 이곳에 자기 자신이 최고의 레슬러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나왔다.

그리고 무자비하게 상대를 짓밟으면서 팬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그것을 본 락콜드는 나무랄 곳이 없다고 느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C.M. 펑크.

분명 악당인 사내인데도 불구하고 팬들로부터 거센 환호를 받았다. 그 캐릭터에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비겁한 짓을 해도 캐릭터가 깡다구가 있으니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군.’

깡다구라는 말이 좀 고루한 표현이라고 생각한 락콜드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 좋은 반응 속에 이어지는 쇼.

세미 메인이벤트.

랜스 오튼과 웨이드 개럿의 경기.

웨이드를 따르는 선수들이 나와서 경기를 방해했지만, 제너럴 매니저인 숀 시나가 등장해 그들을 처리하며 랜스 오튼이 순간적으로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경기는 끝끝내 웨이드의 부하가 심판의 시선을 잡아끈 사이 비겁한 일격이 들어가며 그대로 끝이 났다.

웨이드 개럿의 승리.

[Booooooooooooooooooooooo-!]

팬들의 야유를 받으며 웨이드 개럿은 다시금 위로 올라갈 준비를 끝마쳤다.

향후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슬슬 내 차례로군.’

락콜드는 나갈 준비를 했다.

옛날과 같았다.

변한 건 몸 상태뿐이었다.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건 적었다.

몸이 따라줘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게 맞았다. 락콜드는 싸구려 근성론 따위는 피식 웃고 넘기는 남자였다.

하지만.

이 순간은 그런 싸구려가 필요했다.

고릴라 포지션으로 이동.

“락콜드!”

“힘내십쇼!”

“화이팅입니다!”

후배들이 건네는 격려를 들으며 움직인 락콜드는 링으로 나가는 커튼 앞에 서서 자신이 나갈 차례를 기다렸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팬들의 챈트에 맞춰서 뛰는 심장.

땡땡땡-!

[이어지는 경기는! 오늘의 메인이벤트! WWF 월드 챔피언십입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그리고.

쨍그랑-!!

남자는 과거와 현재를 분리하는 유리창을 박살냈다.

락콜드 스티비 스틴.

텍사스 방울뱀.

바이오닉 레드넥.

온갖 수식어로 유명한 배드애스.

[Waaaaaaaaaaaaaaaaaaaggghhh!]

그가 링으로 나갔다.

폭죽 따위는 필요 없었다.

초대형 스크린 위로 나타나는 영상.

색 바랜 영상은 절묘한 영상과 함께 이 남자가 누군지를 설명해주었다.

검은 조끼.

온통 검은 레슬링 기어.

터벅터벅 걸어가 링으로 올라간 도전자는 코너 로프를 밟고 위로 올라가 수많은 팬들의 앞에서 양 주먹을 들었다.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그렇게 입장을 끝마친 락콜드는 뒤를 돌아보며 신이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챈트와 함께 시작되는 음악.

거대한 해일을 맞이하는 듯했다.

푸화악-!!

입장로 주변으로 설치된 스모그 분사 장치로부터 회색의 연기가 분사되었다.

그것이 초대형 스크린 밑을 가득 채웠고 바닥의 파이로 장치로부터 불꽃이 분사되어 거대한 기둥을 만들었다.

그리고 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의 벨트가 빛을 반사했다.

그 위용을 본 락콜드는 마치 스스로가 신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저것이 바로 챔피언이었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압도적인 환호.

그렇게 입장로를 걸어서 링 위로 올라온 신은 락콜드의 앞으로 다가갔다.

일촉즉발의 상황.

“신! 물러서!”

심판이 뜯어말렸지만 신은 무시하고 자신의 어깨 위에 있던 WWF 월드 챔피언 벨트를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Uooooooooooooooooooooohhh!]

“준비되셨습니까?”

“그래, 다 됐다.”

“다 죽여버리죠.”

“……부탁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욕설을 주고받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실상은 그랬다.

락콜드는 챔피언은 믿었고 그것에 보답하기 위해서 신은 준비를 해왔다.

일단.

복부에 감아둔 붕대.

신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버텨내려 하는 듯했지만 벌써부터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뒤쪽으로 신이 물러서자 링 아나운서가 도전자와 챔피언을 각각 소개했다.

“먼저! 도전자를 소개하겠습니다! 텍사스 오스틴 출신! 190cm에 110kg!”

[Waaaaaaaaaaaaaaaaaaaggghhh!]

“그는 바로 텍사스 방울뱀!! 락-콜드-!! 스티비 스티이이이이이이이이인!!”

락콜드는 주먹을 번쩍 들었다.

팬들이 환호했고 챔피언의 소개가 이어졌다.

“다음으로 챔피언입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출신! 195cm에 120kg!!”

신이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벨트를 머리 위로 번쩍 치켜들며 팬들이 호응을 보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윽…….”

버티지 못하고 등을 웅크리는 신.

[Uooooooooooooooooooohhh!!]

복부의 통증이 심각한 듯했다.

팬들이 모두 놀랐고 심판이 다가가서 신의 상태를 체크하며 경기를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신, 괜찮겠나?”

“그야, 물론이지.”

벨트를 건네는 신.

잠시 그 모습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던 심판이 이내 좌우로 떨어진 두 사람 사이에서 벨트를 들어올렸다.

그것이 바로 챔피언의 경기.

제대로 된 소개와 예우를 갖춘 채로 시작되는 시합. 팬들의 기대감은 순간적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땡땡땡-!

링 벨이 울렸다.

신과 락콜드는 곧바로 맞붙었다.

락 업.

쿠웅!

[Yeeeeeeeeeeeeeeeeeeeaaahhh!!]

신은 곧바로 락콜드를 밀어붙였다.

코너까지 밀린 락콜드는 상대의 힘에 순간적으로 놀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신은 순간 뒤로 빠져 그 얼굴에 어퍼컷을 먹이며 선제 점수를 획득했다.

퍼억-!

[Waaaaaaaaaaaaaaaaaggghhhh!]

환호하는 팬들.

순간적으로 턱을 얻어맞은 락콜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크게 비틀거렸다.

다시 다가오는 신.

챔피언.

쩌억-!

헤드벗.

짜악!

찹.

초장부터 거침없이 락콜드를 밀어붙이며 신은 자신의 힘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락콜드는 로프를 붙잡고 반대편 코너로 도망쳐보았지만 신은 계속해서 쫓아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런 그를 향한 팬들의 믿음.

신은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끄윽……!”

거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락콜드는 반격의 수를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성이 너무 좋지 못했다.

계속 맞을 수만도 없어 락콜드도 해머링으로 반격을 시도했지만, 신은 그것을 버텨내고 다시 주먹을 날렸다.

터프한 개자식이었다.

‘이거로구먼.’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은 계속 신의 이름을 외쳤고 그런 상황에서 락콜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 집중했다.

그리고 기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퍼억-!

신의 드롭킥.

코너까지 단박에 날아간 락콜드는 그대로 턴버클에 등을 부딪친 뒤 비틀거리며 다시 링 중앙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의 수플렉스.

“윽?!”

허리를 숙이며 락콜드를 잡고 들어 올리려던 그 동작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그리고 신은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복부를 움켜쥐는 신.

“……?”

락콜드가 순간 의아해 바라보았고 잠시 후, 상황을 알아차린 팬들이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Uooooooooooooooooooooohhh?!]

코디 로스와 싸웠을 때 입은 대미지가 아직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러므로 기회가 생겼다.

“후우.”

락콜드는 자신의 때가 찾아왔음을 깨닫고는 신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가볍게 점프.

루 테스 프레스.

그대로 신을 몸으로 덮쳐서 쓰러뜨린 락콜드는 마구 해머링을 날렸다.

[Waaaaaaaaaaaaaaaggghhh!!]

반격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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