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20화 (520/634)

Dark Match 6.

루 테스 프레스.

무려 북미 프로레슬링의 시조라고 불렸던 ‘루 테스’가 개발한 기술이었다.

상대를 덮쳐서 그 위에 올라타 안면에 해머링을 마구 난사하는 무브. 현대에는 락콜드가 그 계보를 이어왔다.

퍼억!

퍽퍽! 퍼억!!

연이은 펀치.

[Waa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단순한 기술이었지만, 락콜드는 이 루 테스 프레스를 정말 호쾌하게 잘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브롤러로서 기술이 몇 개 되지 않는 락콜드의 무브 중에서 팬들이 특히 시그니처 무브로 기억하는 게 바로 이것.

하지만.

신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큭……!”

주먹을 날리던 락콜드의 팔을 붙잡고 당긴 신은 간단하게 마운트 포지션으로부터 빠져나왔다.

[Uoooooooooooooooooooohhh!]

자세를 바로 잡은 두 사람.

시선이 마주쳤다.

락콜드의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신이 다가와 해머링을 날렸다.

빠악-!

하지만 락콜드도 지지 않았다.

뻐억-!

두 브롤러 간의 난타전.

서로 한 대씩 주먹을 주고받는 게 점점 빨라졌고 팬들은 거기에 순간 시선을 빼앗겨 반응하는 것조차 잊었다.

락콜드 스티비 스틴, 그리고 신.

두 선수 모두 브롤링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터프하고 호쾌한 파이팅을 선보이는 남자들이었다.

해머링, 찹, 찹, 해머링.

타격을 버텨내며 곧바로 반격을 하는 그 모습은 마치 외줄다리 위에서 싸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언제 어느 순간 누군가 미끄러져 아래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먼저 움직인 것은 락콜드였다.

퍼억-!

“끄흑?!”

락콜드에게 복부를 걷어차인 신이 통증을 버텨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Boooooooooooo……!]

순간 터져 나오는 야유.

신이 얼마나 사랑을 받는 레슬러인지가 느껴졌다. 락콜드는 저도 모르게 혀로 입술을 핥으며 씨익 웃어 보였다.

멋진 경기가 만들어지는 걸 느꼈다.

‘그래, 이렇게 되어야겠지.’

이게 맞는 그림이었다.

현역으로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선수와 과거의 자신이 대등하게 붙는 건 이 업계에 민폐를 끼치는 짓이었다.

그러므로 이 정도가 딱 좋았다.

락콜드는 이런 아이디어를 내준 신에게 감사하며, 마음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끝끝내 그가 숨겨버렸던 감정.

신 앞에서. 링 위에서.

감춰두고 꺼내지 않았던 감정.

그건 바로.

‘두려움’이었다.

남자의 세계에서 그것은 미덕이 아니었기에 말하지 못했지만, 락콜드는 언제나 복귀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자신이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몸이 거친 경기를 버텨낼 수 있을까.

신을 보며, 그의 시대에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면 스칠수록 두려움은 더 강해졌다.

그렇기에 결국.

락콜드는 돌아오기로 했다.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벽 앞에서 돌아서도, 그 자리에 계속 남았다. 인간은 그렇게 설계되었고 도망친다면 평생의 멍에로 남을 터였다.

그러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락콜드는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신을 놔두고 일단 코너 쪽으로 물러섰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Boooooooooooooooooooooo-!]

엇갈리는 반응.

무릎을 꿇고 앉은 신은 붕대를 감은 복부에 손을 대고는 고통스러워했다.

그러자니 상황을 살피던 심판이 락콜드 앞으로 다가와 놀란 듯 물었다.

“락콜드?”

“저 새끼, 경기할 몸 상태 아니잖아. 가서 상태 체크하고 경기 끝내버려.”

“아, 음…….”

돌아서는 심판.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이 그 이름을 외쳤다.

심판이 다가가 확인하자 잠시 이야기를 주고받던 신이 이내 고개를 들었다.

그 눈이 투지로 불타올랐다.

‘날 무시해?’

이런 얼굴이었다.

고개를 꼿꼿이 들고 일어선 신이 천천히 락콜드를 향해 다가왔다. 락콜드도 앞으로 나가 그와 마주보았다.

신이 물었다.

“좀 괜찮으십니까?”

“신경 써줘서, 고맙다.”

육체와 육체의 격돌보다도 오히려 감정과 감정의 충돌에 주안점을 둔 경기.

그렇게 Face To Face를 하며 안부를 주고받은 신은 이내 뒤로 물러서서 자신의 단단한 이두박근을 과시했다.

무시를 당해 열 받았던 신은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하며 자신이 괜찮음을 과시해 보였다.

[Yeeeeeeeeeeeeeeeeeaaahhhh!!!]

팬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난 신이 다가와 한 번 쳐보라는 듯 붕대가 감긴 복부를 내밀었고 락콜드는 해머링을 날렸다.

퍼억-!!

하지만 신은 버텨냈다.

고통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지만, 버텨내고 락콜드에게 헤드벗을 날렸다.

쩌억-!!

[Waaaaaaaaaaaaaaaaaaggghhh!!]

다시 돌아가는 분위기.

일련의 과정은 경기에 있어서 필수적인 드라마였지만, 그 덕에 락콜드는 휴식을 취하며 호흡을 정돈할 수 있었다.

경기가 다시 이어졌다.

두 사람은 난타전을 이어갔다.

“크하아악-!!”

신은 근성을 보였다.

락콜드의 해머링을 견뎌내고 그대로 돌려준 신은 찹으로 연결하며 자신에게 흐름이 넘어오도록 기술을 걸었다.

해머링 앤 찹 러시.

신의 터프함이 살아났다.

쫘악! 퍼억! 쫘악! 퍼억!!

연이은 펀치와 찹으로 락콜드를 로프 앞까지 몰아붙인 신은 그대로 클로스라인을 써서 바깥으로 넘겨버렸다.

[Yeeeeeeeeeeeeeeeeeeeaaaahhh!!]

신은 자신이 누군지를 보여주었다.

복부의 상처는 사실 심각했다.

지난주, 코디 로스와의 경기에서 링 바깥으로 몸을 던지다 바리게이트에 복부부터 떨어지면서 크게 다쳤다.

애써 태연한 척을 해보았지만 상대를 들지도 못했고 한 대 맞으면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평범한 선수였다면 자신을 다치게 했던 기술을 다시 시도하지는 않겠지만.

신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는 신.

[Waaaaaaaaaaaaaaaaaaaaggghhh!]

그 의미를 이해한 팬들이 환호했다.

링 바깥으로 나가떨어진 락콜드가 몸을 추스르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걸 본 신은 곧바로 내달렸다.

그 특기 중의 특기.

타닷-!

코너 로프를 밟고 단숨에 위로 올라간 그는 링 바깥에 서있는 락콜드를 조준하고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장외 문설트.

[Uoooooooooooooooooooohhh?!]

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공중으로 떠오른 신의 몸이 뒤로 회전하며 링 밖에 선 락콜드를 덮쳤다.

콰앙-!

충돌한 두 사람이 바닥을 나뒹굴었고 신은 복부를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했다.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락콜드가 복부를 다쳤다며 경기를 끝내자고 말하자, 신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훌륭하게 증명해 보였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이 신의 이름을 외쳐댔다.

그가 보여준 몸을 사리지 않는 범프는 그런 반응을 얻기에 차고 넘쳤다.

고조되어가는 분위기.

락콜드는 신에게 감사했다.

지금의 이 치열함은 신이 혼자서 다 만들어낸 것이었다. 거기다 그가 부상이라는 링 사이콜로지로 락콜드가 대등하게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 락콜드는 용기를 가지고 싸움에 임할 수 있었다.

먼저 일어선 것은 락콜드였다.

[Uoooooooooooooooooooohhh!!]

신은 바보 같은 짓을 했다.

복부를 다친 상황에서 무리해 문설트를 사용했고 노장은 그 틈을 이용했다.

신의 머리채를 잡고서 링 위로 올려 보낸 락콜드는 그 뒤를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일단 짓밟았다.

로프를 붙잡고.

연이은 스톰핑.

[Waaaaaaaaaaaaaaaaaaaaggghhh!]

락콜드의 화끈한 브롤링 기술은 여전히 팬들의 환호를 받기에 충분했다.

정말로 열 받아서 상대를 짓밟는 듯한 공격. 거기에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팬들이 자리에서 다시 일어섰다.

턴이 넘어갔다.

신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 락콜드는 바로 옆에 붙어있는 로프를 이용했다.

무릎을 꿇은 신이 미들 로프에 턱을 기대게 만든 락콜드가 뒤로 돌아섰다.

반대편 로프로 달려가 반동.

이후 번쩍 뛴 락콜드는 로프에 턱을 댄 신의 등에 가감 없이 몸을 던졌다.

리프프로그 바디 길로틴.

[Waaaaaaaaaaaaaaaaaaaaggghhh!]

등에 락콜드가 올라탄 충격으로 인해 로프에 제대로 목이 낀 신은 옆으로 쓰러져 바닥을 마구 나뒹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시 로프 반동을 한 락콜드가 신을 향해 달려가며 두 개의 중지를 들었다.

Finger.

숀 시나의 파이브 너클 셔플처럼 상대를 조롱한 뒤 이어지는 엘보 드롭.

콰앙-!

[Yeeeeeeeeeeeeeeeeeaaahhh!]

팬들의 환호.

락콜드는 온몸을 타고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곧바로 핀 폴을 시도했다.

[1……!]

[2……!]

신이 어깨를 들어 벗어났다.

[Waaaaaaaaaaaaaaaaaggghhh!!]

환호만으로 가득 찬 경기였다.

팬들은 당연히 신이 이긴다고 예상했고, 각본은 그 기대대로 될 예정이었다.

중요한 건 그 과정이었다.

락콜드 스티비 스틴.

무려 10년 만에 복귀한 아이콘.

신.

한 달에 두 번의 타이틀 매치.

복부의 부상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는 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그 과정을 팬들이 납득할 만한 멋진 경기와 드라마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

이 경기에는 그것이 걸렸다.

그리고 신은 훌륭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재료들을 가지고 경기를 만들어갔다.

락콜드에게 주도권이 넘어갔지만, 경기는 현재 팬들이 좋아하는 속도를 잘 알고 있는 신이 조율을 해나갔다.

“링 밖으로 나가죠.”

그것을 군말 없이 따르는 락콜드.

신을 링 밖으로 내던진 그는 바리게이트 앞을 오가며 브롤링을 이어갔다.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팬들이 그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락콜드 스티비 스틴은 바리게이트에 몸을 기댄 신의 가슴을 힘껏 후려쳤다.

쫘악-!

날카로운 찹.

열광하는 팬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내자 경기는 훨씬 강렬하게 느껴졌다.

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링 위와 아래를 오가며 신과 락콜드는 계속 싸움을 계속해 나갔고 팬들의 환호 속에서 멋진 공방이 이루어졌다.

락콜드는 아직 죽지 않았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별다른 기술은 없었지만 락콜드 스티비 스틴의 경기는 사람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허억, 허억…….”

연이어 주먹을 휘둘러대던 락콜드가 어느 순간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하는 것이 느껴졌다.

바로 그게 신호였다.

링 위에서 락콜드의 공격을 맞아주던 신은 때가 왔음을 느끼고는 팬들의 반응과 지금 상황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리고 때가 되었음을 깨닫자.

다짜고짜 슈퍼 킥을 날렸다.

쩌억-!!

‘반격 슈퍼 킥’.

경기의 분위기를 순간 뒤집고 팬들의 환호를 끌어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무브는 아마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터.

[Uoooooooooooooooooooooohhh!]

팬들도 비명을 내질렀다.

락콜드의 거체가 뒤로 넘어갔다.

쿵-!

신도 ‘억지로’ 슈퍼 킥을 찼기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털퍼덕 쓰러졌다.

순간 정적이 흐르는 링.

방금까지 선수들이 화려하게 주먹질을 해대는 탓에 계속 환호를 보냈던 팬들은 숨을 돌릴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 환상적인 경기였다.

환상 속의 경기였다.

예를 들자면 그러했다.

일반적인 스포츠로 따졌을 때.

‘올 타임 넘버원’을 가린다는 건 언제나 팬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게 지금 눈앞에서 펼쳐졌다.

신과 락콜드.

락콜드와 신.

링 위에 쓰러진 두 사람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걸 바라보던 심판이 더블 KO를 생각하고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다.

[1……!]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2……!]

락콜드가 조금이라도 호흡을 되찾고 경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천천히.

[5……!]

두 선수가 쓰러지고, 경기장에서 뭔가가 벌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팬들의 챈트가 그것을 채웠다.

그리고 정확히 9 카운트.

혹시라도 경기가 더블 KO로 끝나지는 않을까 싶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신이 양다리를 들었다.

그리고 복부 쪽으로 끌어당긴 뒤, 그대로 핸드스프링을 하며 벌떡 일어섰다.

극적인 리턴.

[Yeeeeeeeeeeeeeeeeeeeeaaahhh!]

텐 카운트는 세어지지 않았고 심판이 다시 경기를 이어나갈 것을 선언했다.

물론 신은 무리한 핸드스프링의 여파로 인해 순간 복부를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했지만 이내 쓰게 웃어 넘겼다.

그는 락콜드의 브롤링에 당해 헝클어진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그대로 천천히 상대방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돌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순간 의아해하는 팬들.

락콜드는 이제 막 몸을 가누고 있을 뿐이었고, 그런 상황 속에서 신은 그대로 도발이라도 하듯이 말을 걸었다.

그 내용은 물론.

상대를 걱정하는 것이었지만.

“좀 어때요?”

“계속하지.”

락콜드가 씨익 웃은 후 신의 앞에 똑같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았고.

[Waaaaaaaaaaaaaaaaaaaggghhhh!]

팬들의 환호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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