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ch 7.
경기 시작으로부터 10분이 흘렀다.
락콜드 스티비 스틴의 체력을 생각했을 때, 신이 생각한 시간은 15분 정도.
그렇기에 슬슬.
마지막 스팟으로 치닫기 전 마지막으로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일 때였다.
그걸 통해 락콜드의 호흡을 되돌리고 경기의 마지막 순간을 망치지 않도록.
신은 다짜고짜 손을 휘둘렀다.
쩌억-!
[Uooooooooooooooooooooohhh!!]
비명을 지르는 팬들.
하리테.
일본 레슬링에서 추구하는 극한을 행동으로 표현한 퍼포먼스.
누군가는 작위적으로 느낄 테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관객들은 아니었다.
락콜드가 반격했다.
쩌억-!
그러면서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고 신도 마찬가지로 일어났다.
그게 바로 두 사람이 일반적인 정서에 맞춰 ‘재해석’한 하리테였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
신은 이렇게 말했다.
‘일어나면서 하죠.’
‘하리테와는 조금 다르군.’
‘저희 정서에는 안 맞잖아요?’
일반 시청자층을 생각해서 한 이야기였다. 락콜드도 그 말에 동의했다.
신이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다시 뺨을 돌려주었고 락콜드가 맞섰다.
쩌억-!
쫘악!
쩌억!!
그렇게 오가는 공격.
락콜드는 물러서지 않았다.
신도 마찬가지였다.
자리에서 일어선 두 사람은 날카로운 공격에 몇 번이고 휘청거렸지만 끝끝내 쓰러지지는 않고 돌려주었다.
그렇게 이어지는 공격.
자리에 가만히 서서 숨을 몰아쉬다가 돌려주는 공격은, 분명히 두 사람이 호흡을 정돈할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리고 팬들에게는 눈을 뗄 수 없는 퍼포먼스였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쩌억!
뺨을 맞은 신이 고통스러워했다.
허리가 푹 꺾여 무릎을 꿇기 직전이었다. 그는 붕대를 휘감은 복부에 손을 올린 채 이를 악물고 저항했다.
그가 쓰러질까.
아니면 반격할까.
정답은.
반격이었다.
쩌억-!!
다시 돌려주는 뺨.
거기에 로프까지 밀려난 락콜드는 거기에 몸을 기댄 상태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숨을 몰아쉬면서 저항했다.
그러더니 앞으로 나왔다.
다시 뺨을 갈길 것인가.
모두가 집중하며 바라보는 순간.
락콜드의 선택은.
바로 Finger 두 개였다.
[Uoooooooooooooooooooohhh?!]
락콜드는 신의 얼굴 앞에 자신의 가장 믿음직한 기술 두 개를 선보였다.
오른쪽 중지.
왼쪽 중지.
‘엿이나 먹어라.’
“큭……!”
순간 이를 악무는 신.
물론.
오버 더 라이트는 전체 이용가였으므로 WWF 측에서는 화면을 전환시켜 교묘하게 락콜드의 손가락을 가렸다.
하지만 모두가 알아차렸다.
순간 당황한 신의 표정.
쓰러지기 직전임에도 뺨을 돌려주는 대신 터프하게 자신을 보여준 락콜드.
그건 그야말로.
그가 어째서 한 시대를 풍미한 배드애스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어지는 락콜드의 토 킥.
퍼억!
“끄흑?!”
순간 고통을 참지 못한 신이 앞으로 허리를 숙였고, 뒤로 돌아선 락콜드는 자신의 세 번째 기술을 쓰고자 했다.
락콜드 스터너.
[Uooooooooooooooooooohhh?!]
하지만 직후.
신은 그걸 막아냈다.
자신의 머리를 붙잡으려는 락콜드의 등을 힘껏 밀어낸 그는 반대편으로 달려가서 로프 반동을 하고 돌아오는 남자의 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에서 슈퍼 킥&스팅거 콤보로 경기를 끝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경기를 하는 동안, 락콜드 스티비 스틴은 신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말았다.
이어지는 기술은 드롭킥이었다.
순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던 락콜드는 일단 침착하게 기술을 접수했다.
퍼억!
[Waaaaaaaaaaaaaaaaaaaggghhh!]
아무것도 모르는 채 환호하는 팬들.
190에 달하는 장신임에도 힘껏 떠올랐던 신은 그대로 지면에 착지하며 경기의 마지막 스팟을 재조립해나갔다.
지금쯤 다 알아차렸겠지.
이 경기의 결과.
마지막에 이르는 과정을 미리 다 전해들은 관계자들은 지금 신이 어떤 짓을 저지르려는지 순간 깨달았다.
가장 먼저 심판이 다가왔다.
“신, 설마…….”
“AC로 갑니다.”
“안 돼! 너무 위험해!”
“제기랄, 어쩌라고요?”
신은 숨을 몰아쉬며 상반신을 돌려서 그대로 반대편의 락콜드를 바라보았다.
“저 새끼, AC 아니면 안 깨져요.”
신의 ‘실수’가 발생했다.
말도 없이 상대에게 드롭킥을 찬 탓에 락콜드는 접수가 한 발자국 늦었고, 그로 인해 이마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오랜 상처였다.
하도 찢고 찢다보니 피부가 연약해져서 지금 와서는 조금만 잘못 스쳐도 피가 흘러내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신의 한 수가 되었다.
[Uoooooooooooooooooooohhhh?!]
락콜드는 숨을 몰아쉬었다.
신의 드롭킥을 맞고 떨어져나간 락콜드는 코너 쪽에 등을 기댄 채 이게 다냐는 듯이 씨익 웃어 보였다.
흑백으로 전환되는 방송 화면.
신 역시도 씨익 웃었다.
각 코너에 등을 기대고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그로 인해서 경기의 열기는 순간적으로 최고조에 치달았다.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이어지는 챈트.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고릴라 포지션에서 보고 있던 티파니 맥센은 순간 어이가 없어져 그만 웃고 말았다.
“또 사람 피곤하게 하시네.”
그래도 그게 신의 판단이라면.
자신은 그가 저런 행위를 할 때 거리낌이 없도록 완벽하게 보호해줘야겠지.
“티파니!”
“회장님!”
직원들이 순간 판단을 내려달라며 돌아보았고 티파니 맥센은 버럭 소리쳤다.
“상황 컨트롤해요!”
그로 인해 화면이 곧장 흑백으로 전환되었고 경기는 계속 촬영되었다.
[회장님, 어떻게 할까요?]
링 위에서 상황을 확인한 심판이 물었고 티파니는 신이 안티 크라이스트를 사용할 작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뭐.
더 할 말이 있겠는가.
“……맞춰줘요.”
지시가 떨어졌다.
그게 심판의 이어폰으로 전해졌다.
심판은 곧바로 신에게 말했다.
“신, 지난달에 우리 둘째 딸이 대학에 들어갔다네. 무려 메사추세츠지.”
“……축하드립니다.”
“그러니 링 위에서 누군가 죽어서 업계가 멸망하지 않도록 좀 해주게나.”
“물론이죠.”
신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양쪽으로 로프를 붙잡고 겨우겨우 일어나자 반대편의 락콜드도 일어섰다.
두 사람이 다시 링 중앙에서 마주했고 신은 욕을 내뱉듯 험악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쓰죠. AC.”
“그럼 내 기술도 맞아라.”
“괜찮겠어요?”
“너라면 벗어나도 돼.”
피니시 무브를 벗어난다는 것은 경기를 치열하게 만드는 한편 그 기술의 위상을 떨어뜨린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락콜드는 신이 안티 크라이스트를 쓰자고 이야기하자 원래는 예정에 없었던 스터너를 돌려주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그 터프함과 위상이 더 오르도록.
신에게 감사하며.
이마를 던졌다.
뻐억-!!
피가 튀었다.
[Yeeeeeeeeeeeeeeeeeaaaahhh!!]
일부러 다친 부위로 때린다는 사실이 락콜드의 터프함을 더 살려주었다.
신이 순간 뒤로 물러났고 락콜드 스티비 스틴은 상대를 계속 몰아붙였다.
별다른 기술은 없었다.
기술 네 개 중에 두 개가 중지 두 개인 락콜드 스티비 스틴. 그럼에도 숱한 명경기를 만들어온 스페셜리스트.
락콜드는 신의 가슴을 걷어찼다.
“커헉……!”
횡격막에 이르는 충격으로 인해서 신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
그 틈을 노려.
락콜드는 번쩍 뛰어오르며 동시에 뒤로 돌았고 신의 머리를 붙잡아서 단단히 자신의 어깨 위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지면에 앉으며 이어지는.
락콜드 스터너.
투콰앙-!!
순간 의식이 날아갈 것 같은 충격 속에 튕겨져 나간 신이 바닥에 쓰러졌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전설적인 기술을 눈앞에서 본 관객들이 미친 듯이 환호를 보냈고 락콜드는 곧바로 핀 폴에 들어갔다.
[1……!!]
팬들은 생각했다.
그래도 신은 벗어나리라.
모두가 그걸 기대했고 예상했다.
[2……!!]
그리고 신은.
어깨를 들었다.
[Uooooooooooooooooooooohhh!]
비명과 환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는 팬들.
락콜드 스터너가 깨졌다.
락콜드의 현역 시절에도 깨진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 피니시 무브. 경기장의 팬들이 신의 이름을 소리쳤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하지만 신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락콜드 스터너는 그만큼 강력했다.
50대가 가까워져가는, 은퇴한 지 10년이 지난 남자의 기술이라고 볼 수 없었다. 오기와 억지가 아니었더라면 분명히 쓰리 카운트를 내어줬을 터였다.
락콜드는 그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고 곧바로 신의 위에 올라타 해머링을 마구 해대며 공격을 다시 이어나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Rockcold!]
그렇게 이어지는 환호.
신은 거친 락콜드의 공격을 버텨내며 자신의 턴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
“Stop!”
심판이 끼어들었다.
신이 위쪽으로 팔을 뻗어 로프 브레이크를 했기 때문이었다. 락콜드는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의 슈퍼 킥.
쫘악-!!
[Uoooooooooooooooohhh?!]
다시, 스팅거.
쩌억-!!
단숨에 터진 반격 피니시 무브.
락콜드의 몸이 버티지 못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신 역시도 스터너의 충격에서 벗어난 건 아니라 바로 쓰러졌다.
그 몸이 절묘하게 락콜드의 위로 쓰러지며 핀 폴이 시작되었다.
[1……!]
[2……!!]
벗어나는 락콜드.
[Yeeeeeeeeeeeeeeeeeeaaahhh!!]
환호가 쏟아졌다.
팬들도 느꼈다.
락콜드는 이 중요한 경기에서 고작 이런 기술로 쓰러질 사내가 아니었다.
그렇게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두 사람이 천천히 일어섰다.
이번에야 마지막이라는 듯 거친 브롤링이 오갔고 이내 락콜드가 신의 복부를 걷어차며 틈을 만들어냈다.
락콜드 스터너.
One More Time.
아니, 그렇게 되지 않았다.
[Uoooooooooooooooooooohhh?!]
신이 락콜드의 등을 밀어냈다.
중심을 잃고 밀려난 락콜드는 반대편 로프에 반동을 취하고 이내 돌아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의 마지막 피니시 무브.
안티 크라이스트.
팬들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락콜드를 지면에서 번쩍 들어 올린 신이 그대로 몸을 반대편으로 돌리며 순간적으로 상대를 수직으로 들었다.
그리고 이내 만들어지는.
역십자의 형상.
안티 크라이스트.
투-콰앙-!!
락콜드가 그렇게 침몰했다.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 대부분이 락콜드 스티비 스틴이 가지고 있는 목 부상에 대해서 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은 상대를 끝장내기 위해서 안티 크라이스트란 무브를 썼다.
그 정도 기술이 아니면 끝장낼 수 없는 상대였다. 그렇기에 팬들도 모두 납득하고 이어지는 카운트를 지켜봤다.
[1……!]
그리고.
[2……!]
락콜드 스티비 스틴은 지독했던 목의 통증이 어쩐지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시대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을 맞았기 때문일까.
그래, 분명히 그럴 터였다.
남자는 입을 열었다.
“고맙다. 신.”
자신을 인정해줘서.
[3……!!]
땡땡땡-!
[Waaaaaaaaaaaaaaaaaaaggghhhh!]
팬들의 환호 속에 경기가 끝났다.
신의 승리였다.
15분간의 혈투.
링 안에 쓰러진 두 사람은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그것을 보며 팬들은 점점 락콜드의 상태를 걱정했다.
목 상태가 영 좋지 않았던 그가 과연 안티 크라이스트를 맞고 괜찮을까.
쓰리 카운트까지는 당연했지만, 혹시나 이후로 몸에 문제는 없는 걸까.
그 걱정은 자리에서 일어선 신이 락콜드의 손을 잡아주면서 사라졌다.
[Yeeeeeeeeeeeeeeeeeeeeaaahhh!]
환호하는 팬들.
신의 손을 잡고 함께 일어선 락콜드는 그대로 손을 놓지 않고 번쩍 들어주며 상대방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WWF 월드 챔피언 벨트를 지켜낸 신은 심판에게서 그걸 받아 힘겹게 서있는 락콜드의 어깨에 걸어주었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h!]
선배에 대한 훌륭한 존중.
어려운 싸움이 끝난 뒤, 신은 그렇게 팬들 모두를 감화시키며 페이퍼뷰의 엔딩을 장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락콜드 스티비 스틴은 콧잔등이 짠해지는 걸 느꼈다.
자신은 벽을 넘어섰다.
인생의 어려운 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