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ch 16.
그렇게 이어지는 경기.
죠는 오늘 데뷔한 이 신인을 상대로서도 취급하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 스트로먼은 순간 분노를 터뜨렸다.
[7……!]
이 건방진 신인은 순간 링 아웃 카운트를 이어가는 심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링에서 나갔다.
바로 그 부분이 오늘 신과 죠에게 몇 번이고 당부를 받은 스팟이었다.
‘죠가 너를 무시하는 거야.’
‘너는 분명 열이 받겠지.’
‘그걸 최대한 강하게 표현해라.’
“우워어어어어!!”
스트로먼은 분통을 터뜨렸다.
링 아래에서 관객들과 놀고 있는 놈을 향해 다가간 스트로먼은 그대로 링의 사각을 구성하고 있는 기둥을 주먹으로 있는 힘껏 후려쳤다.
사고는 거기에서 발생했다.
“…….”
“…….”
그 부분은 LED였다.
그게 깨지며 스트로먼의 주먹을 찢었고 피가 꽤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흑백으로 돌려.”
헌터가 지시했다.
MXT는 전체이용가였고, 그렇기에 화면에 피가 나가면 제재 대상이었다.
하지만 스트로먼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다행히 전혀 놀라지 않았고.
아예 그 피를 자신의 얼굴에 발라버리면서 죠를 도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C’mon!!]
[Uooooooooooooooooooohhh!!]
모두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죽여줬다.
그리고 신은 확실히 이야기했다.
“너무 뭐라고 하지 말죠.”
“……그러지.”
고개를 끄덕이는 헌터.
저건 분명한 재능이었다.
순간 자기 캐릭터에 몰입하며 터프한 모습을 보여주는 스트로먼의 저 재능을 꺾을 수는 없었다.
‘전생에는 바트가 꺾었지만.’
지금은 최대한 선수들이 가진 재능을 살려주면서 진행하고 싶었다.
죠가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이어진 경기는, 분명히 그다지 좋지 않은 퀄리티였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반응이 나왔다.
스트로먼이 생각보다 잘해줬다.
* * *
그리고 이어진 메인이벤트.
신 VS 세스 롤링스.
경기가 시작한 직후 신은 그대로 옆으로 돌며 슈퍼 킥을 날려버렸다.
쫘악-!
[Uoooooooooooooooooooohhh!]
그렇게 시작된 경기.
바로 핀 폴.
[1!]
[2!]
세스는 어깨를 들어 벗어났다.
경기의 템포는 무척 빨랐다.
신은 곧바로 쓰러진 세스를 저먼으로 뽑아 힘껏 반대편으로 던졌다.
[Yeeeeeeeeeeeeeeeeeeaaahhh!!]
쏟아지는 환호.
방금 빅 죠와 스트로먼의 경기가 느린 템포였던 만큼 일부러 빠르게 갔고 좋은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세스도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슈퍼 킥에 저먼 수플렉스.
안면에 제대로 원투 펀치가 꽂힌 상황이었지만 버티고 일어나 잽으로 반격을 가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꽤 하는데.’
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세스 롤링스.
인디 시절부터 마니아 팬들에게 주목을 받았던 선수로, 테크니컬하고 재빠른 경기 스타일로 유명세를 끌었다.
전생에는 상대 선수를 몇 번인가 부상 입혀 박한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그가 어쨌든 흥미로운 내용의 경기를 만들 수 있는 선수라는 사실은 절대로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수십 년 넘게 내공을 쌓은 데다 지금은 압도적인 위상을 쌓은 신과 대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세스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뭔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신은 적절한 기술로 끊어주며 경기를 끌어나갔다.
그리고 점차 피니시 무브를 노렸다.
스팅거.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풀세일 너드들은 어느 샌가 신에게 푹 빠져들어 계속해서 챈트를 보냈다.
코너 로프를 붙잡은 신은 호흡을 정돈하며 반대편의 세스를 노려보았다.
방금 헤드벗을 맞고 나가떨어진 세스가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으려 했다.
그가 일어서는 순간이 포인트.
앞으로 달려나간 신이 그대로 자신의 무릎을 세스의 안면에 꽂으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허리를 휙 젖히며 그것을 피하는 세스. 덕분에 신은 반대편 로프에 부딪힐 뻔했으나 어떻게든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스의 반격.
등을 돌리고 서있는 신의 다리 사이로 손을 뻗어 붙잡은 그가 롤 업을 시도했다.
신의 몸이 당기는 힘을 버텨내지 못한 채 뒤로 넘어갔고 양쪽 어깨가 땅에 닿으며 핀 폴이 이루어졌다.
[1!]
[2!!]
빠져 나오는 신.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공방.
신은 한 번 더 헤드벗을 날렸다.
뻐억-!
코너와 충돌하는 세스.
그런 세스를 향해 다가간 신은 다리를 붙잡고 그대로 번쩍 들어 올렸다.
“큭……!”
탑 턴버클에 앉는 세스.
신이 따라서 올라갔다.
세스가 약간 저항을 했지만 주먹으로 이마를 몇 번 후려치자 조용해졌다.
수퍼 플렉스를 준비하는 신.
[Uoooooooooooooooooooohhh!]
탑 턴버클 위에서 하는 수플렉스.
그렇기에 Su‘per’-Plex.
하지만 직후.
세스가 순간 신의 눈을 긁어냈다.
“윽?!”
심판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세스는 그대로 신과 자리를 바꿨고 곧바로 수퍼 플렉스를 시전했다.
링에서 탑 턴버클까지의 높이는 대략 140센티미터 정도. 거기에 세스의 키가 183센티미터를 더한 높이.
무려 3.2미터.
그 위에서 등부터 떨어지는 신.
투콰앙-!!
[Yeeeeeeeeeeeeeeeeeeaaahhh!]
팬들이 어마어마한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세스는 거기서 기술 시전을 끝내지 않았다.
수퍼 플렉스.
신과 함께 떨어지고, 몸을 뒤로 둥글게 말며 다시 자세를 잡은 세스가 신을 지면에서 번쩍 뽑아 들었다.
수퍼 플렉스 앤 팔콘 애로우.
인디 시절부터 써온 콤보.
수플렉스 자세로 신을 들어 올린 세스는 넘기지 않고 앞으로 떨어뜨렸다.
신은 등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투콰앙-!!
[1!]
[2!!]
이번에도 어깨를 들어 벗어나는 신.
관객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세스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체력을 순간 너무 많이 사용했다.
신을 더 공격하지도 못하고 세스는 그대로 바닥에 지쳐 뻗어버렸고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라 크게 환호했다.
[Seth! Seth! Seth! Seth! Seth! Seth! Seth! Seth! Seth! Seth! Seth!]
그래도 시대의 아이콘을 상대로 이 정도면 잘 맞서서 싸우는 편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신이 핸드스프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Uoooooooooooooooooohhhh?!]
세스의 콤보를 맞고도 벌떡 일어서는 신. ……물론 이어서 로프를 붙잡고 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지만.
공격을 받은 선수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건 바로 선수로서 신의 위상을 그대로 표현한 스팟이었다.
그대로 이어지는 기술은.
샤프 슈터.
[W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성이 빗발쳤다.
신은 때려도 때려도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세스를 더 공격하는 대신 서브미션으로 끝내기로 결정했다.
우드드드드드드득!
“크하아아아아악!!”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세스.
그런 그의 다리를 단단하게 붙잡은 신은 결코 뒤로 끌려가지 않았다.
세스가 몇 번이고 로프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결코 닿지는 못했고.
쾅쾅쾅쾅!!
요란하게 바닥에 대고 탭을 치며 항복을 선언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땡땡땡-!
메인이벤트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관객들은 위클리 쇼에서 볼 수 있었던 좋은 퀄리티의 경기에 즐거워했다.
신은 곧바로 세스를 놓아준 뒤 아래로 내려가 벨트를 들고 돌아왔다.
자신의 두 벨트.
그리고 세스의 벨트까지.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신은 세스를 일으켜 주는 대신 벨트를 그 등 위에 놓고 천천히 돌아섰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어느 정도 상대에 대한 존중을 보이는 신의 모습에 관객들이 환호했다.
신과 빅 죠가 MXT로 돌아온 이후의 첫 위클리 쇼는 그렇게 초대박을 치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 * *
그렇게 쇼가 마무리된 뒤.
“이야아!”
“정말 죽여줬습니다!”
고릴라 포지션으로 돌아온 나는 직원들의 박수를 받게 되었다.
헌터를 포함한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박수를 보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잠시 기다렸고 뒤를 이어 세스가 절뚝거리며 안으로 들어와 그대로 중심을 잡고 섰다.
마지막까지 이쪽의 공격에 대한 셀링을 잊지 않는 그 모습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세스의 손을 들었다.
박수 소리가 더 커졌다.
“좋아, 좋아!”
“세스도 잘 따라갔어!”
“역시 우리 챔피언답군!”
“잘했다.”
헌터가 세스를 살짝 안아주었다.
“감사합니다. 헌터, 그리고 신.”
“그래, 오늘 경기 어땠냐?”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앞으로 잘 해보라고.”
세스가 잃은 게 많지는 않았다.
오히려 얻은 게 더 많았지.
이번 경기를 통해 세스 롤링스는 확실히 팬들의 눈에 들었고 새로운 캐릭터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얻었다.
이 녀석은 풀세일 너드들이 아닌 일반 프로레슬링 팬들이 보더라도 분명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으므로 당분간은 쇼에서 자기 역할을 잘 해주겠지.
그렇게 세스와 함께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백스테이지까지 나온 나는 우릴 기다리던 선수들을 맞이했다.
박수가 계속 이어졌다.
“은퇴식도 이러지는 않겠군.”
“감사합니다! 신!”
“오늘 정말 멋졌어요!”
“자자, 다들 내가 오늘 쇼를 캐리했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진정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선수들.
그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난 일단 가장 뒤쪽에서 쭈뼛거리고 있는 가장 큰 남자를 앞으로 불렀다.
……죠는 아니었고.
“스트로먼.”
“예, 옙!”
“오늘 방송 흑백으로 만들어줬지.”
“죄, 죄송합니다!”
“아니야. 친구. 아주 멋졌어.”
나는 스트로먼의 등을 툭 때렸다.
미스터 그론 스트로먼은 거의 기절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덩치로 보자면 철근도 씹어 먹을 것 같은 놈이 순진하긴 제일 순진해.
어쨌거나.
“여기에 관해 할 말이 있는데.”
선수들이 집중했다.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따라하다가 헌터한테 밉보이더라도 난 몰라. 하지만 확실히 말을 해둬야겠군.”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선수는 방송을 위해 뛰는 것이 아니야.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의 앞에서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싸우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 데뷔한 이 신인은 아주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자신이 져야겠지만 말이지. 끝나고 방송 흑백으로 돌려준 우리 영상팀장님한테 맥주라도 한 캔 쏜다던가 말이야.”
모두가 그래도 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제기랄.
그런 짓을 해도 되는 순간까지 기다린다면 대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세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마이크워크에서 각본과는 좀 다른 상황이 나왔지만, 괜찮아. 그것이 오히려 프로레슬링의 묘미를 살렸어.”
난 선수들에게 그걸 요구했다.
물론 책임은 본인이 져야겠지만.
“우리는 분명 각본을 수행하기 위해서 링에 오르지.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 사실을 잊었을 때가 가장 좋아.”
나는 러셀을 예로 들었다.
“그 새끼는 진짜로 재수 없는 놈이야. 그 캐나다 도련님은 타코에 메이플 시럽 소스를 발라 먹는 놈이지.”
[Uooooooooohhh!]
순간 놀라는 선수들.
사실 Gura였다.
구라.
“시나도 그렇고. 우리 사이에 있는, 이 프로레슬링이라는 스포츠를 대하는 드라마는 절대로 거짓이 아니거든.”
이게 현대의 프로레슬링.
내가 정의하고 만들어낸 시대.
꿈의 시대.
“그러니까 친구들. 오늘 수업도 끝나서 다들 약 빨고 맥주 조지러 가고 싶겠지만. 교수님이 과제를 내지.”
[Booooooooooooooo!]
“다들 졸업한 뒤 장래 희망이 엄마 집에 얹혀사는 게 아니라면 닥쳐.”
나는 선수들을 돌아보았다.
꿈과 야망으로 가득 찬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이곳에 모인 모든 녀석들.
솔직히.
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좀 더 가르쳐줄까 했다.
“너희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나와 싸우면 어떻게 할 건지. 캐릭터를 새로 짜와도 좋고. 아니면 인터넷에서 복붙해와도 좋아. 짜와.”
누군가 손을 들었다.
바로 케일리였다.
“그래, 케일리.”
“어, 히히. 신. 저는 여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똑같이 과제하나요?”
“제기랄, 그럼 똑같이 하지.”
“음, 아무리 그래도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가 대립할 수는 없을 텐데 그런 걸 감안하고 짜볼까요?”
“왜 대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나는 그 편견(?)을 지적했다.
“케일리, 너는 89년생이고 슈퍼 잘 나가는 MXT의 인기 많은 플레이어잖아. 그리고 나를 생각하라고. 네가 나와 붙을 때 과연 어떻게 하고 싶어?”
“어~. 예. 음. 이해했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난 여자와 싸워서 져본 적이 없다.
할리우드 로건의 딸인 컨트리 송 가수 브리 로건과는 아예 싸워볼 마음조차 품어보지 않았기에 진심이었다.
“좋아! 해산!”
나는 박수를 치며 선언했다.
그리고.
여성 선수들의 멘토가 되어줄 만한 선수도 데려올까 하는 생각을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