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44화 (544/634)

Dark Match 30.

신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Yeeeeeeeeeeeeeeeeeeaaaahhh!]

그 순간 터져 나오는 환호는, 아직까지 그런 경험이 없는 세스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강렬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모두가 신을 믿었다.

바로 그게 느껴졌다.

세스는 실제로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상반신을 일으켜 세워 앉은 신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목을 뚜둑 꺾었다.

‘고작 이게 다냐?’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거만했다.

자신은 너무도 오만했다.

바로 공격을 이어갔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세스는 헌터의 박수를 듣고 일어나 팬들의 야유를 유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말았고.

그 대가가 돌아왔다.

“세스! 집중해!”

헌터의 외침이 들려왔다.

순간 접근을 허용했던 세스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휘둘러 신을 공격했다.

퍼억!

하지만 상대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헤드벗을 날렸다.

쩌억-!

[Yeeeeeeeeeeeeeeeeaaahhh!!]

“크학?!”

세스는 충격에 휩싸였다.

로프에 몸을 기댄 세스를 보고 신은 아예 기세를 꺾어버리겠다는 듯 연속해서 헤드벗을 날리며 공격해왔다.

빠악!

뻐억!

퍼억!!

총 4회.

세스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신의 다리를 잡았다.

[Waaaaaaaaaaaaaaaaaggghhh!]

완전히 굴복하는 듯한 행동이었다.

상대의 다리에 매달리는 듯한 세스의 모습에 팬들은 자신들이 기억하던 신이 돌아왔음을 느끼고 환호했다.

하지만 직후.

세스는 그렇게 붙잡은 신의 다리를 걸고 넘어뜨리며 반격에 들어갔다.

경기 시간은 최소 7분.

그렇게 예상하고 있지만 아마 중간 중간의 애드리브에 따라서 더 길어질 터였다. 말인즉슨 시간이 없었다.

지정된 스팟을 최대한 빨리 수행하기 위해서 두 사람은 쉬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늦춘 채 폭주를 시작했다.

콰앙-!

바닥에 쓰러지는 신.

곧바로 롤 업에 들어간 세스.

[1……!]

신은 곧바로 벗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일어나 자신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세스의 허리를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서 뽑아들었다.

저먼 수플렉스.

투콰앙-!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신은 시작 전까지 자신의 체내에 가두어두었던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계속되는 공격.

수플렉스와 타격기가 이어졌고 세스도 주도권을 빼앗아오기 위해 반격을 시도하며 분위기가 점점 달아올랐다.

그리고 솔직히.

‘괜찮을까?’

세스는 신을 걱정했다.

초장부터 이렇게 풀 스로틀로 달리면 과연 나머지 세 경기에서도 체력이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은 순간 호흡을 늦추려는 세스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머리를 바싹 붙이며 말을 걸었다.

“지금이 남 걱정할 때냐?”

“…….”

“원래대로 해.”

신은 세스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쫘악-!

상대를 도발하는 동작.

[Uooooooooooooooooooohhh!]

팬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잠시 멍하니 서있던 세스는 그대로 열이 뻗쳐 신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난타전.

……이라고 모두가 생각한 순간.

[Waaaaaaaaaaaaaaaaaaggghhh!]

세스가 돌연 신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저먼 수플렉스.

투콰앙-!

허리를 잡혀 들린 신은 위험천만한 각도로 떨어지며 큰 충격을 받았다.

세스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그걸로 진짜 화가 난 것은 물론 아니었다. 오히려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계기가 되었다.

세스는 공격을 이어갔다.

팬들도 거기에는 설득될 수밖에 없었다. 따귀를 때린다는 행위는 상대방을 완전히 모욕하는 행위였으니까.

그렇게 세스 롤링스는 신의 도움을 받아 다시 경기의 속도를 높여나갔다.

“허억, 허억…….”

사실, 꽤 숨이 찼다.

경기 시작부터 한 호흡도 쉬지 않고 풀 스로틀로 달리는 행위는 젊은 세스의 체력에도 상당한 무리를 주었다.

하지만 그는 의문을 느꼈다.

‘왜 괜찮지?’

나이도 분명 자신보다 많았다.

30대 초반.

슬슬 체력적으로 임계점이 찾아오고 신체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그럼에도 신은 멀쩡했다.

“후우.”

몇 번이고 이어진 공격을 맞고도 심호흡과 함께 다음 스팟을 준비할 뿐.

세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건 뭐냐?’

어떤 테크닉이었다.

분명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어떤 테크닉’이 뭔지도, 그걸 저렇게 자유자재로 다루는 선수도 세스는 지금껏 보지 못했었다.

자신의 공격을 계속 받으며, 더욱이 힘겨워하는 ‘셀링’까지 수행하고 있던 신은 세스를 계속해서 가르쳤다.

“실수하지 마라.”

“옙.”

앞으로 신은 세 경기를 더.

그리고 자신은 이제 마지막 스팟.

하지만 오히려 배려를 받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하겠다며 신이 말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그냥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하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신은 완벽하게 Lesson을 했다.

그 마지막.

세스는 코너 쪽으로 신을 몰아붙이고는 그대로 양 오금을 붙잡고 들어서 그대로 탑 턴버클 위에 앉게 했다.

[Uoooooooooooooooohhhh……!]

이 경기에서 세스 롤링스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기술. 그것을 통해서 팬들의 기억 속에 확실히 남는다.

‘좋아.’

세스는 신의 머리를 겨드랑이 밑에 끼운 상태에서 탑 턴버클에 올라갔다.

두 남자가 아슬아슬한 높이에서 신호를 맞췄고 그대로 힘껏 뛰어올랐다.

수퍼 플렉스.

힘껏 턴버클에서 뛰어 반 바퀴를 회전한 신의 몸이 등부터 떨어져내렸다.

투콰앙-!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은 열광했다.

단순히 빅 죠의 대체재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던 MXT 선수들, 그 첫 번째 타자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끄응……!”

세스는 바닥에 등부터 떨어지는 짧은 순간, 근육을 사용해 몸을 튕겼다.

신을 놓아주지 않은 채 안쪽으로 굴러서 일어선 세스는 다시 신을 수플렉스 포지션으로 힘껏 뽑아들었다.

팔콘 애로우.

콰앙-!

[Uooooooooooooooooooohhh!!]

큰 기술 두 개를 쉼 없이 연달아 사용하는 세스의 모습을 본 팬들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핀 폴.

[1……!]

[2……!]

신이 어깨를 들어 벗어났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링 바깥에 서 있던 트리플H는 분한 듯 연신 바닥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하지만 반대로, 세스는 신이 자신의 시그니처 무브를 벗어났음에도 딱히 열이 받은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이라면 당연히 벗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트리플H와는 달리 그는 상대를 존중하며 경기에 임했다.

그런 세스의 태도는 팬들에게 전해졌고, 그들은 조금씩 존중을 보였다.

[Waaaaaaaaaaaaaggghhh……!]

탑 턴버클에 올라가 다시 기술을 준비하는 세스에게 환호가 조금 나왔다.

세스는 힐끗 밖을 돌아보았다.

별처럼 많은 관객들.

그는 앞으로도 평생 이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거라고 느끼며 그대로 뛰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신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게 패착이었다.

날아오르는 세스.

신은 미리 일어나 있었다.

“……?!”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고.

신은 그대로 슈퍼 킥을 날렸다.

쩌억-!!

탑 로프에서 떨어지면서 슈퍼 킥을 맞은 세스는 순간 의식이 끊긴 사람처럼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졌다.

적막이 흘렀고.

신은 핀 폴에 들어갔다.

아주 정확한, 그야말로 ‘격추’.

[1……!]

[2……!]

[3……!]

그렇게 첫 경기가 끝이 났다.

“후우.”

[Waaaaaaaaaaaaaaaaaaaggghhh!]

신이 심호흡을 하며 자세를 바로 하자 지켜보던 팬들이 우렁찬 환호를 보내왔으나 링 벨은 울리지 않았다.

그 대신.

[세스 롤링스가 제거되었습니다!]

링 아나운서의 설명과 함께 경기는 더욱 더 깊은 곳을 향해서 달려갔다.

흥겨운 랩 스타일의 테마 곡과 함께 빅 E 랙스턴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터질 듯한 근육.

여유로운 미소.

링으로 올라온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이제 막 몸을 가누며 일어선 신을 마구잡이로 공격해대기 시작했다.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해머링.

단숨에 로프까지 내몰린 신은 가드를 올린 채로 빅 E의 공격을 견뎠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세스의 경기 시간은 9분 17초.

평균보다 조금 더 길었다.

그래서 나오기 전에 ‘짧게 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빅 E는 관객들 앞에서 세스와 마찬가지로 좀 긴장했다.

그리고 신은 그걸 알아차렸다.

“천천히 해. 천천히.”

“……옙.”

신의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빅 E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갔다.

고릴라 프레스.

“끄하압-!”

[Uoooooooooooooooohhh!]

신을 마치 역기처럼 번쩍 들어 올린 빅 E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순간적으로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세스와는 정반대의 스타일이었다.

터질 듯한 근육에 강렬한 힘까지 갖춘 빅 E는 보다 라이트 팬들에게 어필하는 측면이 많은 레슬러였다.

거기다, 프로레슬링 업계에 지금까지는 많이 없었던 유색인종 레슬러라는 점이 어필하는 것도 컸다.

[Waaaaaaaaaaaaaggghhh!]

초장부터 힘을 보여준 빅 E는 환호를 받는 게 가능했고 신은 최대한 셀링을 잘 해주며 빅 E를 도와주었다.

빅 E는 신이 났다.

이 거대한 무대에 자신이 금방 적응했다 느꼈고 원래부터 흥이 많았던 그는 그만 섣부른 짓을 하고야 말았다.

“오우~~예~~~!”

쓰러진 신을 앞에 두고 허리를 흔드는 빅 E. 그것을 본 관계자들은 이마를 탁 치며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경기장의 분위기도 순간 싸해졌다.

나올 타이밍이 아니었다.

아직 그 캐릭터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모로 큰 실수였다.

‘어라?’

빅 E는 순간 당황했다.

팬들의 반응이 마치 손바닥을 뒤집은 것처럼 바뀌었다. 처음 겪는 사태에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계속 흔들어.”

신이 또 그것을 커버해주었다.

“쉬지 마. 계속 이어.”

[Booooooooooooooooooooo-!]

야유가 나오기 시작했다.

빅 E는 순간 자신이 한 실수를 깨달았다. 관객들의 반응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지 않고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Uoooooooooooooooooohhhh!]

반응이 변했다.

신이 무언가를 한 걸까.

의아해하면서도 빅 E는 그 명령대로 계속해서 허리를 마구 흔들어댔다.

그리고 신은.

어느새 그 뒤에 서 있었다.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팬들이 자신들의 의지를 밝혔다.

감히 링에 올라와 최고를 상대로 건방을 떨고 있는 신인에게 가르침을 주어라. 그게 팬들이 바라는 바였다.

순간 신이 빅 E가 내지른 악수를 커버하기 위해서 한 센스 넘치는 행동이 팬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았다.

그리고 신은.

“에라이!”

빅 E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그헉?!”

폴짝 뛰어오르는 빅 E.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이 분위기를 계속 끌어가야겠다고 생각한 신은 그대로 경기 내용을 좀 수정했다.

엉덩방아를 찧은 빅 E의 뒤로 붙은 신은 이전까지 전혀 시도해본 적이 없었던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바로 ‘굴욕기’라고 불리는.

‘롤링 크레이들’이었다.

[Uoooooooooooooohhh!]

그 준비 동작을 본 몇몇 팬들이 환호했다. 신은 엉덩이를 움켜쥔 채 괴로워하는 빅 E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겨드랑이 아래로 상반신을 넣어 팔을 엮으며 옆으로 꺾었다.

업도미널 스트래치.

“크하악!”

“롤링 크레이들.”

신은 곧바로 오더를 전했고.

이내 빅 E의 허리 쪽으로 팔을 옮겨 단단히 붙잡은 상태에서 ‘굴렀’다.

쿠구구구궁-!

두 거체가 뒤엉켜 링을 굴렀다.

롤링 크레이들.

[Yeeeeeeeeeeeeeeeeeeaaaahhh!]

요즘 시대에는 사용하는 선수가 거의 없는, 상대를 링 위에서 마구 굴려 어지럽게 만들기 위한 기술이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만큼 신도 평소였다면 쓰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빅 E가 어그로를 끌어준 덕분에 이 기술이 등장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Yeeeeeeeeeeeeeeeeaaahhh!!]

팬들은 환호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롤링 크레이들을 사용해도 좋을 정도의 커다란 실력 차이가 있다고 받아들였다.

빅 E가 헛짓거리로 어그로를 끌었던 걸 유연하게 대처한 셈이었다.

신은 점차 속도를 높여갔다.

빅 E의 거체가 링 위를 마구 굴러다녔고 신은 그대로 상대의 등이 매트에 닿은 시점에서 핀 폴에 들어갔다.

[1……!]

[2……!]

벗어나는 빅 E.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의 환호를 들으며 일어선 그는 단숨에 분위기를 되돌린 신의 모습을 보고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자기가 할 일을 알아차렸다.

“우욱…….”

헛구역질을 해대는 빅 E.

팬들이 통쾌함을 느꼈다.

단순히 웃는 것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빅 E는 허리를 흔들면서 신을 조롱했고, 그것은 팬들이 그를 악역으로 느끼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허리 흔들기’는 자충수였다.

그리고 신은.

“좋아, 이렇게 가자고.”

그런 빅 E에 맞춰 즉석에서 경기의 내용을 바꾸는 묘기를 선보였다.

빅 E는 느꼈다.

이 사람이 진짜 프로레슬러였다.

0